Norwegian Wood (Paperback)
Haruki Murakami / Vintage Publishing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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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십여 년 전에 문학사상사 유유정 역으로 읽었는데, 시간이 흘러 기억이 또렷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읽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문체가 훨씬 담백하다. 남주인공은 뭔가 좀 더 터프해 보이고. 번역의 문제라기보다 영어라는 언어 특유의 간결명료한 성격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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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weet Orange Tree (Hardcover)
Jose Mauro De Vasconcelos / Candlewick Pr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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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게, 미시적으로는 언뜻 내밀하고 사적이고 독자적인 종류 같아 보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흡사 벡터를 지닌 운동체 마냥 확산되고 전파되고 전염되고 전이되고, 뭐 그렇게 생명체 간을 오가며 흐르거나 세월을 타고 흐르는, 점성과 유동성을 지닌, 타르나 연기(smoke) 같은 거 아닐까. 그렇다면 먹구름 같은 것이, 그러니까 이리저리 던져지고 넘겨받아지고 하면서 온갖 짜증 불만 시기 원망 증오 등등의 악감정이 누적되고 응축된 그런 먹구름 같은 것이, 검은 에너지처럼 숙주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가장 취약한 생명체한테로 들러붙는 거 아닐까. 가난은 모두를 지치고 고단하고 피폐하게 만들지만 그로 인한 가장 큰 희생은 결국 아이들의 몫인 것 같단 생각. 가진 거라곤 오로지 보드라운 살갗 뿐인 아이들이야말로 이 '검은 에너지'에 대해 누구보다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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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nd in the Willows (Paperback) Puffin Classics 2009 New Edition 30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 Puffin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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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감동적일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짜임새 또한 탄탄하다. 영미권이라면 우정과 모험을 사랑하는 초저학년에게 적합한 성장소설이겠지만 서정적인 묘사와 시적인 표현들이 웬만한 인문서보다 더 어려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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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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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이제는 박완서 선생님 글도 뭔가 예스럽게 느껴진다. 어투도 그렇고 등장하는 물건들과 생활상이 까마득하다. 물론 나에게는 여전히 한국어 글쓰기에 있어서의 부동의 전범이자 교본이며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테지만.

대학 시절 이 분이 한 번 우리 학교에 오셨었다. 실제 모습을 뵌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무슨 강연이었던가는 기억 안 난다. 지나치게 수줍어하며 시종 몸 둘 바를 몰라 하시던 모습만 선명하다. 서늘하리만치 날카롭고 깐깐하던 글 속의 인상은 온데간데없이. 다른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돌이켜보면 선생님은 그날 대중 앞에 서게 된 상황이 못내 부담스럽고 불편하셨던 것이다. 미처 거기까진 헤아리지 못하고 그때는 그저 어쩌다 우연히 마스크 벗은 이웃의 낯선 모습을 봤을 때처럼 뜨악하기만 했었다. 글 속의 인물이 글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얼마나 생경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최초의 아연한 체험이었달까.

그 후로도 운 좋게 몇 번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 글 속의 인물은 글 속에서만 만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다. 글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형태다. 독자의 관념 속에서 일방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된 후 제멋대로 확고하게 완결이 되어버리는 그런 종류의 것이라서, 글 속의 위인을 글 밖에서 재차 만난다고 해서 딱히 무슨 생산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자칫하면 그저 대상에 대한 인식을 재조정해야 하는 구차스런 일만 생긴다.

다른 차원으로 옮기지 말아야 되는 게 있다. 함부로 손 뻗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놔둔 채로 바라보는 편이 더 나은 그런 경우. 글이든 사람이든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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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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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부족해도 어떻게든 욱여넣고 살면 살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집이 아니라 피아노 보관소 같은 느낌으로 살면 될 것이다. 그랜드 피아노가 거실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테고 패브릭 소파와 소파스툴, 원목 거실장과 몬스테라 화분은 둘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거실을 통해 부엌으로 가려면 한가운데로 가로지르지 못하고 발뒤꿈치를 들고 피아노의 뒷면과 벽 사이로 겨우 지나가거나, 기어서 피아노 밑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192~193 /326)

 

아이를 덩치 큰 애장품에 빗댈 수야 없지. 비유가 아주 적절하다곤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눈물의 핵공감이- 내게도 자식은 분명 인생 최고의 사치 맞다. 내 주제에 말도 안되는 그런 사치. 근데 우여곡절 끝에 어찌저찌 그랜드피아노 우겨넣고 살아보니 또 어떻게든 살아지고 소파스툴이랑 몬스테라는 생각도 안남. 희한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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