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손톱을 깍아야지
깍아도 깍아도 또 자라나는 기억
썩은 살덩이 밀어내
봄바람에 날려 보내야지


내 청춘의 푸른 잔대, 어지러이 밟힌 자리에
먼지처럼 일어나는 손거스러미도
뿌리째 잘라 없애야지
매끄럽게 다듬어진 마디마디
말갛게 돋아나는 장미빛 투명으로
새롭게 내일을 시작하리라


그림자 더 짧아지고
해자락 늘어지게 하품하는, 봄이 오면
벌떡 일어나 머리 감고 손톱을 깍아야지
해바른 창가에 기대앉아
쓸어버려야 해, 훌훌
봄볕에 겨워 미친 척 일어나지 못하게
묻어버려야 해, 영영

 

 

 

 

 

 

 

 

Photo  yellu / 나비가 되어
詩  김영미/ 대청소
Music 김윤아/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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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3-2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은 가네 무심히.....이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것 같아요...노래가사의 쓸쓸함과 특유의 목소리..
저 시집에 저런 시가 있었군요...유명한 시만 읽고는 책장에 꽂아둬 버렸나봐요..

프레이야 2004-03-20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이 노래 처음 들었어요. 매력적이던데요, 가수도 노래도...
너무 어여뻐서 슬픈, 나비 한마리의 꿈과, 손톱을 깎아야지, 이거 퍼갈게요.

2004-03-20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3-2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가오는 봄날에 <봄날은 간다>를 들으며, 머리를 감고 손톱을 깎고......
창가에 앉아 뿌연 하늘을 보다........

2004-03-21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