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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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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서평을 쓰기가 아주 곤혹스러운 책들이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읽고,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고 나서 무슨 서평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서평가와 책의 중량감이 비례 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도 은연 중에 비공식적인 묵계가 이 둘 사이에 성립되어 버린다. 쓰긴 쓰되 안 쓰니만 못 하다는 질책, 충분히 쓰지 못했다는 결핍, 무언가를 더 써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압력. 이런 종류의 불필요한 곤혹을 자생케 하는 저자에 이 사람의 이름이 빠질 리 없다. 움베르토 에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한 편만 읽어봐도 그가 어떤 부류의 작가라는 걸 알 수 있다. 지적으로 섬세하고 해박하면서도 장중한 주제를 다룬다. 달변에다가 <지나칠>정도로 박식함이 드러나고 통속성<마저> 갖추고 있다. 그리하여 독자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아주 많을 듯 싶음에도 할 말이 사실 별로 없는 소설. 작정하고 콜라쥬 형식의 글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런 관계로 내가 이 소설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음에도 쓸 수 있는 글은 길지 않다. 시모니니라는 비열하고 혐오스러울지언정 그야말로 유능해서 괴로운 인물의 이야기를 즐겨보시라는 것, 정서적으로 역사적으로 또한 정치적으로 존재하는 거리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유럽인들의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 를 함께 읽어도 좋다)와 세계의 지하실에서 암중비약하는 교파와 정파의 피로 쓴 역사도 알아보시라는 것, 이들의 메타포로 하여금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우리를 얼마나 그로기 상태로 몰아가는지 실감하시라는 것, 그리하여 우리가 어느 문화학자이자 역사학자였던 선생의 말마따나 이성적인 회의주의자이면서 감성적인 낙관주의자를 꿈 꿀 수밖에 없는지를 잠시라도 곱씹어 보시라는 것, 그리고 의뭉스럽게 해리성 인격장애의 소재를 활용하는 에코 선생의 귀여운 통속성에서 친근감을 가져보시라는 것 정도가 고작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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