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체.Vol,1]


[자음과 모음 서평단 활동]


[카운트 다운은 시작되었다]


[2019. 9. 13 ~ 2019. 9. 15 완독]







 왕 교수님, 왕 교수님은 인생에서 중대한 이변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교수님의 인생을 단숨에 송두리째 바꿔버리고 세상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달라지는 일 말입니다.

p27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음과 모음 서평단 활동이다. 그래서 별점은 없다. 뭔가 돈을 1원이라도 받지 않아도 선물인 이상 사람 심리상 좋은쪽으로 써지는 듯한 느낌이라 그렇다. 물론 평점은 글을 쓰는 시점, 리뷰어의 상태, 그때의 생각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리즈는 모든 시리즈를 읽은 후에 리뷰하는 편이지만 2,3권도 없고 마감 기한이 존재하니 그냥 한다.



 이전에 보았던 <우주 탐식자>에 책날개와 책 소개에 <삼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SF 대작! 휴고상! (SF 과학 소설 상) 아시아 최초!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제까지 읽어 왔던 대부분의 SF 소설 속의 배경은 러시아, 미국, 독일과 같이 서구 문명을 거점으로 하여 우주로 진출하거나, 외계인에게 침략을 당해서 항상 그쪽부터 침략당했던 터라 중국이 사건의 중심이 되고 중국 작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엄청 구미가 당긴다.



 우리는 기나긴 과거 역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 단순히 숫자로 표기되는 'XXX~XXX' 'ㅇㅇ 시대'라는 산술적인 묘사가 아니라 인류가 지구에 자리 잡은 모든 세월의 교집합이 지금 현대의 인류라고 할 수가 있다. 좋은 면도 있을 테고, 나쁜 면도 있을 테지만 결론은 우리는 아직도 지구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 단순히 생존을 위한 삶이라는 생명 순환 사이클을 넘어서 인간이라는 종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다음 세대로 이어질 우리 세대를 이룩하고 있다. 세월이 축척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재능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별다른 이견이 없는 한은 이러한 것들은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한치도 망설여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한순간에 뒤집혀 버린다면? 억겁의 세월을 버틸 것 같은 인류에게 마침내 종말의 때가 성큼 다가왔다면? 그리고 우리는 아무런 방법도 강구할 수가 없다면? 이러한 질문에 차근차근 답을 해주는 것이 <삼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지구의 생명은 정말 우주의 우연 속의 우연이라고. 우주는 텅 빈 궁전이고 인간은 그 궁전에 있는 유일한 하나의 개미지.

p199







 소설은 나노 신소재 연구를 하고 있는 왕 먀오라는 과학자가 '과학의 경계'에 속한 과학자들의 연이은 자살을 조사해달라는 반강제적인 의뢰를 따라가며, 단순히 한 인간의 자살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거대한 운명의 조각을 발견하게 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독자는 외계인과의 접촉, 그리고 침략, 역습 등의 SF 적 장치를 예상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나 실제로 <삼체>에서는 거의 중반부에 넘어가서야 '외계'에 대한 언급이 일부 나오게 되며, 외계인이 인류를 침략할 것이라는 점은 극 후반부에 나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류츠신이 보여주는 SF의 독특함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아마 어느 정도는 호불호가 갈릴 요소가 많다. 기존에 우리가 만나왔던 SF 작품들은 이미 외계인의 침략을 받아서 지구가 멸망을 했거나, 아니면 벌써 외계인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과정을 그리면서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 왔다면, <삼체>는 3권의 시리즈 중 한 권을 '외계인과의 만남'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게 홍안 기지, 삼체 게임으로 외계인의 존재, 침략, 인류의 배신자, 인류의 종말에 대해 그리는 모습이 다음 2,3권을 위해 착실하게 벽돌을 쌓고 있는 느낌이라, 한편으로는 지루한 면도 있는데 어떻게 다음 이야기를 진행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실제로 이러한 인류와 외계인의 접점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것이 퍽이나 신선해서 '인류의 배신자는 어떻게 될까?', '인류는 침략의 목적을 가진 외계인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과연 인류는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 등과 같은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했는데, 1권이 <삼체> 시리즈의 입구만 살짝 보여준 터라 머릿속이 핑핑 돌고 있는데 다음 권이 없으니 차갑게 식어 버린다. 



 이렇게 기대감을 높여준 다음에 진짜로 인류와 외계인이 만나 진행되는 사건이 어떻게 이어질지가 진짜 소설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핵심인데, 앞서 보았던 비슷하지만 짧았던 <우주 탐식자> (리뷰) 처럼 될까 봐 조금 걱정도 된다. 그래도 분명히 휴고상까지 받은 책이라 쭉! 기대가 된다. 



 400여 년 후에 외계인과 만나게 됨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리고 인류는 어떠한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나노 소재와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한 언급이 살짝 되었으니 나노 과학자인 왕 먀오가 혁신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짧은 기간에 엄청난 문명을 발전시켜온 인류의 역동성이 이미 우주의 바다를 유영하고 있는 외계인을 이길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우주로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런 종류의 소설은 항상 가슴을 울린다. 



 자! 인류 종말의 카운트 다운은 시작되었다. 과연 우리 인류는 어떻게 될것인가?

아직은 다음권이 기대되는 소설이다.











<책 속의 한마디>


1. 기수는 끊임없이 바뀌었지만 깃발은 계속 흩날렸다.

p129


2. 우리의 삶을 보십시오. 모든 것이 문명의 생존을 위해 존재합니다. 전체 문명의 생존을 위해 개인의 존엄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할 수 없으면 죽어야 합니다.

p399









+ 덧글과 공감은 블로그를 하는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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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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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 생활]


[★★]


[찾고 있는 무언가]


[2018. 9. 16 완독]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제든 돌아오면 되는 거야.

p149





 나에게 뭔가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퍽 어렵다. 항상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별로 없다고 반쯤 농담을 섞어 말하고는 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항상 무언가를 도전하려고 하다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난 적이 수도 없이 많아서 '나'라는 인간에 대한 신뢰는 국가 기관의 그것보다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블로그도 그렇다.

나름 열심히 해서 책을 선물받을 정도로 키워(?) 놓으면 뭔가 김이 빠진다랄까. 아니면 현실이 바빠 책 한줄 보는 시간을 내기도 힘든 마당에 책을 읽고 리뷰까지 써내는 것은 뭔가.... '일(Work)' 같다랄까. 왠지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돈'이 생각나서 순수한 취미 활동이 더럽혀 지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돈이 싫은 것도 아닌데 더럽다니. 웃기는 일이다. (내 꿈 중 하나는 일확천금(一攫千金)이니까 ...)



 이런 느긋하지만 게을러빠진 내 성향이지만 자신의 할 일을 묵묵하게 하고 있는 '마스다 미리' 책에서 '느긋한'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는 단어이다. 항상 책상 앞에 앉아서 자신을 써내려가고 있는 그녀에게 느긋하다니... 웃기는 말이다.


 그저 스스로를 '평범'하고 '느긋'하다고 생각할 뿐. 자신의 앞날을 당당하게 책임지고 1인분을 하고 있는 사회인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으로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 '작가'라는 직업이 과거보다 그렇게 베일에 쌓인 직업이 되어 작가로서의 삶에 집중하기 보다는 '마스다 미리의 삶'을 살짝 엿본거라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작가라는 일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삶을 보다 풍만하게 하기 위해 관심 밖의 영역에 도전하는 그 자세가 멋지다 랄까.


 아니 멋지다. 진짜로 정말로 멋지다.




 멋.있.다.

​나는 대부분의 일에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갑니다.

찾고 있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을 지도 모르니.


흥미가 없어서 멍하니 있습니다.


하지만,


이따금 만날 수 있는

찾고 있던 무언가.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만나기 위해.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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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죽어야 하는 일곱 가지 이유 - 과학액션 융합스토리 단편선
정승락 외 지음 / 월간토마토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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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죽어야 하는 일곱 가지 이유]


[★★★]


[미래에 대한 추억]


[2018. 4. 23 ~ 2018. 4. 30 완독]






 스포일러 일부 포함. (알고 봐도 재밌다)




 표지에서 보다시피 여러 이야기로 구성된 '단편선'이기 때문에 조금씩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1.  <풀잎 위의 개미>

 숙주인 개미의 몸속으로 들어가 뇌를 장악하고 풀잎 끝에 앉게 하여 양에게 잡아먹히는 흡충(吸蟲)은 나에게는 전혀 신기한 영역이 아니다. 양에게 잡아먹히는 이유는 양의 몸속이 흡충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여서였고 성체가 된 흡충이 다시 양의 몸 밖으로 나와 개미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무한 루프가 있다는 것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서 이미 만나 보았기 때문에 개미가 풀잎 위에 어떤 생각으로 앉아 있을까 하는 상상조차 10년 전에 끝나 버렸다.


 그래서 좀 식상하다 싶었는데, 흡충의 얘기는 단순히 이야기의 조미료일 뿐, 흡충과 같은 '기생충이 인간과 융합하여 새로운 진화를 이룬다.'라는 다소 황당하지만 있을 과학적으로는 있을 법하여 (하긴 미지의 바이러스로 매번 인간을 좀비로도 만드는데 융합이 뭐 대수냐) 흥미가 동하여(動--) 읽어내려갔지만, 소재 이외에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건 좋지만 제한된 환경에서 사고의 단서가 될 요소들이 한계점에 닿은지는 오래되었다.

p46


2. <Owner's Mate>

 이제는 성큼 '실제 할 수 있다'가 아닌 '실제하고 있다'로 바뀌어 가고 있는 A. I. 와 안드로이드. 아직은 안드로이드가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하고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시기 상조라고 하지만 진보는 급격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이작 아시모의 '로봇 3원칙'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안드로이드의 근간(根幹)이 자 인간이 안드로이드와 확연하게 구분이 되는 이 세 가지 원칙은 독자의 재미를 위해 로봇에게 항상 충돌을 일으키고 ​오류를 불러오며 결국에는 인간만이 지닌다고 생각했던 '자의식'을 선사하기도 한다.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 아마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많은 로봇이 무언가를 깨닫고 자의식을 획득하게 되었다는 소재와 처음에는 주인을 위했다가 결국에는 주인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자의식이 강했던 안드로이드가 다시금 주인의 자취를 그리워한다는 점이 엄청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야기.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을...






 "날 사랑해 주실 건가요?"

p92






3. <사랑 예방 백신>

 사랑은 단순히 뇌가 불러일으키는 착각. 그리고 사람의 이성적인 사고를 방해하기 때문에 인류는 감정을 저버리고 감정을 없애는 약까지 개발해 냈다.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영구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될 찰나에 백신의 개발자가 사랑에 걸려버리고... 결국 사랑의 힘이 승리하고 마는 상투적인 구조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질병으로 명명된 것도 재미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이 낙후된 오지가 된 점도 재미있다.


 상투적이 이야기지만 점차적으로 파편화되는 인간관계, 세대를 거듭할수록 강해지는 극심한 개인주의에 대한 한탄이 섞인 이야기라 씁쓸하기도 하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을 위협하는 것은 자연과 야생 동물이 아닌 타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유대를 끈끈히 했던 타인을 외면하고 때로는 짓밟아야 살아남은 경쟁 시대. 인류는 생존을 위해 타인과 홀로 맞서야 했습니다. 때문에 감정은 인류에게 꼬리보다 불편하고 쓸모없는 것이 되어 빠르게 퇴화했습니다.

p95


 

4. <미래의 이브>

 아이러니하면서 재미있는 작품. 어떤 적당한 이유도 둘러대지 않고 바로 '인류 멸망'을 얘기하는 작품은 직설적이라서 마음에 든다. 하긴... 인류의 멸망이 과거의 역사로 고정이 되어 있다면 굳이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지. 내가 <더블>의 박민규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랄까나? 이야기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후의 한 사람. 살아남은 '아가씨'를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안드로이들이 '아가씨의 짝'을 찾아 전 세계를 뒤진다. 마침내 찾아낸 인간 남자는 짐승의 모습과 행동을 하고 있지만, 아가씨의 교육과 안드로이드의 보살핌을 통해 점차 인간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집사 안드로이드는 임무 완성에 기뻐하는데...


 혹시나 리뷰를 보고 책을 볼 사람을 위해서 반전은 적지 않겠다. 반전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흥미를 떨어뜨리려나? 그래도 인류의 멸망을 얘기하는 대부분은 소설은 끝부분에는 항상 한줄기 빛을 선사하는데, <미래의 이브>는 그러지 않아서 좋다. 아니 오히려 절망을 얘기하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할까나? 내가 좀 꼬여서 말이다.








 외로움에 칭얼대며 수없이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좀비 한 마리.

p169





 5. <일곱 번째 남편>

 요것도 인류의 멸망. 하지만 인류의 멸망에 대처하는 자세가 <미래의 이브>와 확연하게 다르다. 지구 온난화에 지상은 사람이 살 곳이 못되기 때문에 지하로 피난한 인류. 인류는 생존을 위해 기존에 지켰던 모든 관습을 버리고 오직 '생존'을 위한 새로운 관습을 만들어 낸다.


 햇빛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마련된 선탠장, 줄어가는 인구에 대한 경각심을 위한 전광판에는 임신한 여성의 수, 소중한 모체(母體)에 비해 별 볼 일 없는 남성은 각종 작업과 수발을 들어야 하고 임무를 다한 남성은 어딘가로 가게 된다.


 <일곱 번째 남편>은 멸망 후에 있을 법한 세세한 설정이 매력적이다. 극도로 아껴야 하는 전기와 인류라는 종을 위한 모체(母體)로 전락해버린 여성, 어쩌면 여성보다 더 비참해진 남성의 삶. 두 개의 성별 모두 우리가 지금 인간으로 누리고 있는 것은 하나도 누릴 수가 없었다. 오직 '인류라는 종'을 종속시키기 위한 군집체가 되어버렸는 시점에서 이미 인류는 멸망했다고 생각된다.


 '인류'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우리는 생존만을 위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어떤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인류'라는 종이지, 단순하게 '종의 종속'만을 위한 전락해버린 인류는 '단순한 생명체의 종 중 하나'말고는 더 이상의 가치(ex:문화)는 없을 것이다.





6. <당신이 죽어야 하는 7가지 이유>

 책의 제목과 같은 소제목의 단편. 책을 대표하는 단편치고는 내용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느낌은 김명민 주연의 영화 <하루>와 같다. 자신의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타인의 죽음은 당신에게 어떤 생각을 갖게 하는지 궁금하다.


 한 개의 목숨의 가치는 또 다른 한 개의 목숨의 가치과 같다고 하지만 자신과 가까운 이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타인 중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자신만을 위해 전자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도 소중하기에 후자를 선택할 것인가? 이러한 선택의 딜레마는 많은 논의가 되어왔지만 시원한 정답은 없었고, 이러한 가치를 다루는 작품 대부분은 선택을 강요하기보다는 모두를 살리는 방향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에 정말로 이러한 선택을 강요받을 때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해버린다.


 그렇다면 나는? 냉혹하지만 나는 전자를 선택한다. 나는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평범하기에 내가 가지고 갈 수 있는 죄책감과 슬픔의 크기는 후자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전자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니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러한 선택의 딜레마는 현실에서도 일어나기에 한 번쯤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냥 기도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살인자의 기억법> 中






 

7. <할망구 17호>

 퇴색되어 버린 가족이라는 단어의 가치.





8. <오늘의 사건 사고>

 좀 섬뜩한 얘기. 어떤 사건 이후에 신문에서 '사건 사고'를 모으며 심신을 안정시키는 어딘가 이상해진 아내와 그것을 지켜보는 나. 매일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사건 사고는 자신의 일이 아닌 양 흘려버린다. 단순하게 안타까움에서 사건에 공감하여 슬픔에 이르는 사람까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결국은 자신과는 상관없기에 모두 자신만의 현실로 돌아가게 되고, 결국 소수의 사람만이 '사건 사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소수의 사람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자신과 동일시하여 일어나지 않아도 될 사건 같은 경우는 시스템 자체를 갈아엎을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이러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면서도 현실이라는 핑계로 외면하고 있는 나는? 쩝...







 "그런 기사를 모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데?"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죠."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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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
송은정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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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일단 멈춤]


[2018. 4. 20 ~ 2018. 4. 23 완독]





 내가 발휘한 용기란, 결국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폴짝 점프한 정도였다.

p16


 서점을 열거나, 책에 관련된 어떠한 일을 하거나, 작가로 뛰어든 경험담을 수시로 읽어보는 편인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퍽 귀중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미래를 꿈꾸고 실행하며 들뜬 마음으로 첫 가계를 열고 운영하는 수기는 많지만 냉철한 현실의 벽에 막혀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라고 쓰여진 어느 책방('일단멈춤'이라는 여행책방이었다.)의 마지막은 언젠가는 책에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아무런 계획없는 나에게 차가운 냉수 한바가지를 들이 부어준다.





 

 다만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을 뿐이다.

p39





 작가는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단멈춤'이라는 책방을 연 것을 그저 찰나의 '용기'라고 표현했지만, 그 용기를 표출할 수 있었다는 추진력이 멋지다. 서점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듯, 깨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와중에 벌어지는 웃지못할 상황들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글에서는 이미 끝나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때로는 북토크를 하기도 하였고, 서점 한켠에 '흰 벽을 빌려드립니다.'라는 코너를 마련해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었고, 자신이 없었을 때 서점을 돌봐준 친우(親友)들이 책방 일지를 적기도 하였고, 한 때는 돈 때문에 커피를 같이 팔아야되나라는 고민도 했었고, 어떤 고정 관념과 싸우기도 했었던 '일단 멈춤'이라는 장소를 떠나보낸 작가의 침착함이 무던히 애를 쓰는 것 같아 서글프다.






 책을 정말 좋아해야 할 것 같아요.

p59





 좋아하는 일은 역시 취미로 남겨둬야겠지?

p168






 사업이라는 단어의 속성이 그러하듯 이윤이 남지않는 작디 작은 서점이 오랜 세월을 버티기에는 버거웠을 것이다. 분명 책과 글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거대한 현실의 벽에 닫아야 했던 소중한 공간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 곳곳에 묻어 나온다.





 버스가 떠나고 혼자인 줄로만 알았던 낯선 정류장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순간이다.

p81



 오히려 고마운 건 내쪽이었다. 잠깐 공간의 주인이 된 것이 나쁘지 않았으니까.

p85






 동네 여러 길고양이가 사랑했던 곳, 수많은 인연들이 오갔던 곳, 무엇보다 작가의 발자취가 진하게 묻어있던 곳. 다시는 만나 볼 수 없는 '일단 멈춤'이라는 서점의 처음과 끝을 함께했고, 언젠가 소중한 인연으로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녕을 고하는 자리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2016. 8. 31


p179







<책 속 한마디>


1.<잠자는 남자> 中  - 조르주 페렉

그 무엇도 원하지 않기

거리에 휩쓸리게끔 너 자신을 방치하기

네 시간을 허비하기






2. 여행과 책은 서로 닮았다. 그 주변을 기웃거리다 보면 언젠가 한 번 쯤은 삶의 힌트가 적힌 조약돌을 줍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우연한 발견의 기쁨을 위해 그리고 상상해봄 적 없는 세계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배낭을 꾸리고, 머리맡에 책 한 권을 놓아 둔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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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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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하여]


[2018. 4. 9. ~ 2018. 4. 15 완독]







​ 아마 우리 모두는 자신을 증명해야 하나 봐요. 날마다 새롭게요

p236



 이따금 진실을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더 아플 수 있어요.

p264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리뷰)의 두 번째 이야기.

과거 미식축구였던 선수가 경기 중에 벌어진 사고로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되는 능력을 가지게 된 남자의 이야기. 첫 번째는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졌던 범인을 잡는데 쓰였고, 두 번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 능력이 쓰이게 될까?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고 있으나, 그 능력의 뛰어남과 주인공 착한 본성(本性)으로 인해 주위에서 여러모로 챙김을 받으며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소설 속의 클리셰. 거구에 음침하고 탐정이라는 직업 때문에 갈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는 살짝 각진 턱을 가진 주인공에 담배를 하나를 멋있게 꼬나물고 있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하지만 주인공 '데커'는 미식축구선수이기 때문에 거구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과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당시가 기억나는 뛰어난 기억력 때문에 인생 기저(基底)에까지 떨어지면서, 음침한 거구의 뚱보인데 뇌를 하이테크 (hightech)를 달리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귀하의 사건이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 집행이 연기됐습니다."

p19




 "빌어먹을, 댁은 누굽니까?


 (중략)


 "당신은 세계 최고의 행운아 인지도 모릅니다. 마스 씨."

p91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서는  '마스 멜빈'이라는 사형수가 사형되기 직전에 새로운 범인의 등장에 형의 집행이 멈추게 되고, 여기에 관심을 보인 데커가 사건에 뛰어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20년 전 부모를 총으로 쏴서 죽였다는 유망한 미식축구 선수였던 마스 멜빈과 20년 전 경기장에서 그에게 무참하게 깨졌던 에이머스 데커가 유일한 희망이 되어 재회했다는 사실은 과거의 일이지만 재미있는 설정이다.


 

 


 자네의 뇌가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잘 돌아간다고 해서 자네가 항상 옳을 순 없어.

p208


 

"젠장, 저 사람은 늘 저런 식이에요?" p100


"그리고 저 친구를 따라잡으려면 우리도 걸음을 재촉해야 할 거예요." p102


"저 친구를 엄청 믿으시네요."

"맞아, 그래. 저 친구는 스스로 신뢰를 얻어 냈거든."

p108





 사건이 어딘가 미심쩍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게 책을 읽는 나에게 무한한 상상과 그 상상의 선택을 하며, 책의 내용과 대조하면서 내 상상을 증명하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 명탐정 셜록급의 탁월함을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이 가진 특이한 능력을 십분 활용하면서 자신의 추리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가설을 증명해가는 데커의 모습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동료들의 모습. 그리고 사건이 해결되면서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충분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1편에서 수렁에 빠진 데커를 끌어내어 버팀목이 되었던 동료들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었다. 시작은 데커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었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봐주고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도움을 준 든든한 동료였다. 그래서 2편에서 자신의 과거를 어느정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데커와 본격적으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늘어난 각 분야의 전문가 동료들과의 시너지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별다른 활약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오히려 사건의 중심에 있는 마스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실질적인 동료가 되어버려서 다른 동료들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느낌? 어떤 동료는 납치까지 당하는 등 TEAM 데커는 소설 속에서 아무것도 아니게 되버려서 별로였다. (든든한 풀백은 어디 갔냐는 말이다!)




 그래도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장점은 주인공인 에이머스 데커가 1편에 비해서 한층 더 입체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던 그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드디어 과거를 어느 정도 떨치고 앞으로 나갈 기회를 얻었으니까 말이다.







 이미 내게 진정 유일하게 의미 있었던 것들을 잃어버렸으니까요.

p261



​ 과거를 암시하거나 직접적으로 언급하여, 아직 데커가 완전하게 과거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음을 간간이(間間-) 언급함을 묘사하면서,  (벗어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니까) '마스 멜빈 사건' 이외에도 데커라는 인물의 앞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거리를 주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무려 20년이나 지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의 위협, 하나 둘 드러나는 사건의 비밀들이 독자에게 큰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하지만, 때때로 이렇게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서 분위기를 환기시킴과 동시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음(3편!!)을 암시하는 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미식축구의 A-갭으로 시작해서 야구의 커브볼로 스트라이크를 꽂아 버리는 <괴물이라 불린 남자> 재미있다.



 수사는 정밀과학이 아니에요. 뭔가가 말이 되기 시작할 때까지 빈틈을 메워나가는 식으로 진행되죠.

p330 




 이 난장판에서 꺼내 줄 유일한 방법은 진상을 알아내는 거예요. 아니면 남은 평생 뒤만 돌아다보며 살게 될 테니까요.

p406

 



스포일러 일부 포함.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앞에까지만 읽으시고 책을 즐기시길..)






 소설의 끝은 생각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 갔다. 2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때문에 사건의 연결고리는 느슨할 대로 느슨해졌고 그 매듭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풀어가는 재미가 후반부에 '백인 우월주의 사건'과 연결이 되니 책의 방향이 희한하게 흘러간다고 생각이 되었다.


 아마도 작가는 지금 미국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우월주의'에 대한 반감에 이 소설을 쓰게 되었나? 분명 트럼프가 하고 있는 것은 미국 제일주의(당연하지만 심플한 외교의 논리 '자국의 이익')에 대한 우려감이 엿보인다. 오랫동안 이어진 인종차별이 없어질 수는 없지만 (없어지지도 않지만), 이 간극을 줄어들게 해야지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의지가 소설 속에 녹아있다.


 20년 전에 경기장에서 한번 마주친 인연 밖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없는 사건 속에서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에 빠지면서까지 마스를 구하려고 하는 데커의 모습을 통해 과거를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함께, 다양한 인종과 문화, 여러 의견이 공존하는 역사를 만들어 왔던 위대했던 나라가 없어지고 있음을 통감하는 작가의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결말이었다.


 물론, 어떠한 형태가 되었던 PC(정치적 올바름)은 종교와 같이 이상향일 뿐이니 실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지금의 미국이 어떠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후퇴하고 있다'라는 작가의 강렬한 아우성은 잘 알겠다. (나는 각자가 살아온 환경, 성향, 경험, 지식 등에 따라 자신만의 편견을 쌓아서 성장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을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20년 전 사건으로 포장하여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 완전하게 다르며 과거와 같이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외침이 와닿았다. 



 그래서... 과연 데커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될 것인가? 궁금하다.






 커다랗고 나쁜 늑대가 마침내 돼지들을 잡았다.

p579





 지금까지 살면서 당신처럼 좋은 친구를 가져본 건 처음이야.

p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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