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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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하여]


[2018. 4. 9. ~ 2018. 4. 15 완독]







​ 아마 우리 모두는 자신을 증명해야 하나 봐요. 날마다 새롭게요

p236



 이따금 진실을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더 아플 수 있어요.

p264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리뷰)의 두 번째 이야기.

과거 미식축구였던 선수가 경기 중에 벌어진 사고로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되는 능력을 가지게 된 남자의 이야기. 첫 번째는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졌던 범인을 잡는데 쓰였고, 두 번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 능력이 쓰이게 될까?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고 있으나, 그 능력의 뛰어남과 주인공 착한 본성(本性)으로 인해 주위에서 여러모로 챙김을 받으며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소설 속의 클리셰. 거구에 음침하고 탐정이라는 직업 때문에 갈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는 살짝 각진 턱을 가진 주인공에 담배를 하나를 멋있게 꼬나물고 있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하지만 주인공 '데커'는 미식축구선수이기 때문에 거구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과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당시가 기억나는 뛰어난 기억력 때문에 인생 기저(基底)에까지 떨어지면서, 음침한 거구의 뚱보인데 뇌를 하이테크 (hightech)를 달리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귀하의 사건이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 집행이 연기됐습니다."

p19




 "빌어먹을, 댁은 누굽니까?


 (중략)


 "당신은 세계 최고의 행운아 인지도 모릅니다. 마스 씨."

p91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서는  '마스 멜빈'이라는 사형수가 사형되기 직전에 새로운 범인의 등장에 형의 집행이 멈추게 되고, 여기에 관심을 보인 데커가 사건에 뛰어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20년 전 부모를 총으로 쏴서 죽였다는 유망한 미식축구 선수였던 마스 멜빈과 20년 전 경기장에서 그에게 무참하게 깨졌던 에이머스 데커가 유일한 희망이 되어 재회했다는 사실은 과거의 일이지만 재미있는 설정이다.


 

 


 자네의 뇌가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잘 돌아간다고 해서 자네가 항상 옳을 순 없어.

p208


 

"젠장, 저 사람은 늘 저런 식이에요?" p100


"그리고 저 친구를 따라잡으려면 우리도 걸음을 재촉해야 할 거예요." p102


"저 친구를 엄청 믿으시네요."

"맞아, 그래. 저 친구는 스스로 신뢰를 얻어 냈거든."

p108





 사건이 어딘가 미심쩍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게 책을 읽는 나에게 무한한 상상과 그 상상의 선택을 하며, 책의 내용과 대조하면서 내 상상을 증명하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 명탐정 셜록급의 탁월함을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이 가진 특이한 능력을 십분 활용하면서 자신의 추리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가설을 증명해가는 데커의 모습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동료들의 모습. 그리고 사건이 해결되면서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충분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1편에서 수렁에 빠진 데커를 끌어내어 버팀목이 되었던 동료들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었다. 시작은 데커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었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봐주고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도움을 준 든든한 동료였다. 그래서 2편에서 자신의 과거를 어느정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데커와 본격적으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늘어난 각 분야의 전문가 동료들과의 시너지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별다른 활약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오히려 사건의 중심에 있는 마스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실질적인 동료가 되어버려서 다른 동료들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느낌? 어떤 동료는 납치까지 당하는 등 TEAM 데커는 소설 속에서 아무것도 아니게 되버려서 별로였다. (든든한 풀백은 어디 갔냐는 말이다!)




 그래도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장점은 주인공인 에이머스 데커가 1편에 비해서 한층 더 입체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던 그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드디어 과거를 어느 정도 떨치고 앞으로 나갈 기회를 얻었으니까 말이다.







 이미 내게 진정 유일하게 의미 있었던 것들을 잃어버렸으니까요.

p261



​ 과거를 암시하거나 직접적으로 언급하여, 아직 데커가 완전하게 과거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음을 간간이(間間-) 언급함을 묘사하면서,  (벗어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니까) '마스 멜빈 사건' 이외에도 데커라는 인물의 앞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거리를 주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무려 20년이나 지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의 위협, 하나 둘 드러나는 사건의 비밀들이 독자에게 큰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하지만, 때때로 이렇게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서 분위기를 환기시킴과 동시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음(3편!!)을 암시하는 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미식축구의 A-갭으로 시작해서 야구의 커브볼로 스트라이크를 꽂아 버리는 <괴물이라 불린 남자> 재미있다.



 수사는 정밀과학이 아니에요. 뭔가가 말이 되기 시작할 때까지 빈틈을 메워나가는 식으로 진행되죠.

p330 




 이 난장판에서 꺼내 줄 유일한 방법은 진상을 알아내는 거예요. 아니면 남은 평생 뒤만 돌아다보며 살게 될 테니까요.

p406

 



스포일러 일부 포함.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앞에까지만 읽으시고 책을 즐기시길..)






 소설의 끝은 생각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 갔다. 2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때문에 사건의 연결고리는 느슨할 대로 느슨해졌고 그 매듭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풀어가는 재미가 후반부에 '백인 우월주의 사건'과 연결이 되니 책의 방향이 희한하게 흘러간다고 생각이 되었다.


 아마도 작가는 지금 미국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우월주의'에 대한 반감에 이 소설을 쓰게 되었나? 분명 트럼프가 하고 있는 것은 미국 제일주의(당연하지만 심플한 외교의 논리 '자국의 이익')에 대한 우려감이 엿보인다. 오랫동안 이어진 인종차별이 없어질 수는 없지만 (없어지지도 않지만), 이 간극을 줄어들게 해야지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의지가 소설 속에 녹아있다.


 20년 전에 경기장에서 한번 마주친 인연 밖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없는 사건 속에서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에 빠지면서까지 마스를 구하려고 하는 데커의 모습을 통해 과거를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함께, 다양한 인종과 문화, 여러 의견이 공존하는 역사를 만들어 왔던 위대했던 나라가 없어지고 있음을 통감하는 작가의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결말이었다.


 물론, 어떠한 형태가 되었던 PC(정치적 올바름)은 종교와 같이 이상향일 뿐이니 실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지금의 미국이 어떠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후퇴하고 있다'라는 작가의 강렬한 아우성은 잘 알겠다. (나는 각자가 살아온 환경, 성향, 경험, 지식 등에 따라 자신만의 편견을 쌓아서 성장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을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20년 전 사건으로 포장하여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 완전하게 다르며 과거와 같이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외침이 와닿았다. 



 그래서... 과연 데커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될 것인가? 궁금하다.






 커다랗고 나쁜 늑대가 마침내 돼지들을 잡았다.

p579





 지금까지 살면서 당신처럼 좋은 친구를 가져본 건 처음이야.

p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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