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
송은정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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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일단 멈춤]


[2018. 4. 20 ~ 2018. 4. 23 완독]





 내가 발휘한 용기란, 결국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폴짝 점프한 정도였다.

p16


 서점을 열거나, 책에 관련된 어떠한 일을 하거나, 작가로 뛰어든 경험담을 수시로 읽어보는 편인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퍽 귀중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미래를 꿈꾸고 실행하며 들뜬 마음으로 첫 가계를 열고 운영하는 수기는 많지만 냉철한 현실의 벽에 막혀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라고 쓰여진 어느 책방('일단멈춤'이라는 여행책방이었다.)의 마지막은 언젠가는 책에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아무런 계획없는 나에게 차가운 냉수 한바가지를 들이 부어준다.





 

 다만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을 뿐이다.

p39





 작가는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단멈춤'이라는 책방을 연 것을 그저 찰나의 '용기'라고 표현했지만, 그 용기를 표출할 수 있었다는 추진력이 멋지다. 서점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듯, 깨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와중에 벌어지는 웃지못할 상황들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글에서는 이미 끝나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때로는 북토크를 하기도 하였고, 서점 한켠에 '흰 벽을 빌려드립니다.'라는 코너를 마련해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었고, 자신이 없었을 때 서점을 돌봐준 친우(親友)들이 책방 일지를 적기도 하였고, 한 때는 돈 때문에 커피를 같이 팔아야되나라는 고민도 했었고, 어떤 고정 관념과 싸우기도 했었던 '일단 멈춤'이라는 장소를 떠나보낸 작가의 침착함이 무던히 애를 쓰는 것 같아 서글프다.






 책을 정말 좋아해야 할 것 같아요.

p59





 좋아하는 일은 역시 취미로 남겨둬야겠지?

p168






 사업이라는 단어의 속성이 그러하듯 이윤이 남지않는 작디 작은 서점이 오랜 세월을 버티기에는 버거웠을 것이다. 분명 책과 글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거대한 현실의 벽에 닫아야 했던 소중한 공간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 곳곳에 묻어 나온다.





 버스가 떠나고 혼자인 줄로만 알았던 낯선 정류장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순간이다.

p81



 오히려 고마운 건 내쪽이었다. 잠깐 공간의 주인이 된 것이 나쁘지 않았으니까.

p85






 동네 여러 길고양이가 사랑했던 곳, 수많은 인연들이 오갔던 곳, 무엇보다 작가의 발자취가 진하게 묻어있던 곳. 다시는 만나 볼 수 없는 '일단 멈춤'이라는 서점의 처음과 끝을 함께했고, 언젠가 소중한 인연으로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녕을 고하는 자리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2016. 8. 31


p179







<책 속 한마디>


1.<잠자는 남자> 中  - 조르주 페렉

그 무엇도 원하지 않기

거리에 휩쓸리게끔 너 자신을 방치하기

네 시간을 허비하기






2. 여행과 책은 서로 닮았다. 그 주변을 기웃거리다 보면 언젠가 한 번 쯤은 삶의 힌트가 적힌 조약돌을 줍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우연한 발견의 기쁨을 위해 그리고 상상해봄 적 없는 세계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배낭을 꾸리고, 머리맡에 책 한 권을 놓아 둔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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