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타난 기억술사

 

  기억술사 2 : 처음이자 마지막   記憶屋 (2016)

  오리가미 교야   민지희 옮김

  arte(아르테)  2017년 04월 24일

 

 

 

 

 

 

 

 

 

 

 

 

 

 

 지난해(2016) 일월엔가 우연히 이 책을 알고 샀는데, 책을 좀 늦게 받았다. 내가 책을 사지 않는다고 한 적도 없는데 인터넷 책방에서 그렇게 여긴 건 아닌가 싶다. 그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잘못할 수 있겠지. 한해 넘게 지난 일인데 그걸 아직도 기억한다니(뒤끝 있구나).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 생각 안 좋을 테지만, 기분 안 좋은 일은 쉽게 잊지 못한다. 사람은 그런 면이 있다. 살다보면 좋은 일뿐 아니라 안 좋은 일도 일어나는데, 좋은 일은 그때가 지나면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런 것을 잊지 않으려면 적어두고 가끔 펴보라던데. 적어서 잘 기억할 수도 있지만 적어두었다고 마음 놓으면 적어둔 일을 잊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펴보라는 거구나. 올해부터는 그렇게 해볼까 하고 쓰기는 하는데 좋은 일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기쁘게 여기면 괜찮을지도. 그러면 날씨가 좋은 것도 기분 좋은 일이 되고, 잠깐이라도 걸은 것도 기분 좋은 일이 되겠지.

 

 이 책은 모두 세권이다. 첫번째는 좀 다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2권을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지난해에 내가 두번째를 읽지 않은 건 첫번째와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두번째는 첫번째에서 시간이 흐른 뒤다. 그렇다 해도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준다는 기억술사가 바뀐 건 아니겠지. 1권 마지막에는 기억술사가 누군지 나온다. 그것을 아는 건 책을 보는 사람뿐이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은 모른다. 아니 잊는다고 해야겠다. 마지막은 정말 피해자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사람은 자신이 알게 된 걸 잊고 싶지 않았을 거다. 기억을 지우는 일도 그만두게 하고 싶어했는데. 1권에서 기억술사를 찾으려 하고 찾아내고 그것을 잊어버리는 사람은 여기 나오는 이노세 깃페이가 아는 것 같다. 1권에도 이노세가 나왔는지 나오지 않았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잠깐 나온 것 같기도 한데. 이노세는 자신이 알던 사람이 기억술사를 찾으려 한 일을 잊어버린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고 기억술사를 조사했나보다. 열해나. 네해 전에 중학생 여자아이 넷과 중학교에 가까운 곳에 있는 빵집에서 일하는 남자 기억이 이상해진 걸 알고 이노세가 그 일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네해가 지난 다음에야 그때 중학교 보건 선생님과 중학생이었던 오사키 나쓰키를 만났다. 그건 기억술사가 다시 움직여서다. 나쓰키는 한달쯤 전에도 이노세를 만났는데 그것을 잊어버렸다. 나쓰키가 기억술사를 만난 걸까.

 

 나쓰키는 이노세가 예전에 자신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나쓰키 자신이 만든지도 몰랐던 가게 포인트 카드와 휴대전화기에서 기억술사를 알아본 흔적을 보고 그 말을 믿게 되었다. 나쓰키는 기억술사를 찾으려는 이노세를 돕기로 한다. 말은 확실하게 하지 않았지만 이노세가 나쓰키 친구 메이코가 기억술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나쓰키는 진짜 기억술사를 찾으려 했다. 나쓰키와 메이코는 친한 친구기는 한데 두사람이 나오는 건 적다. 중학생 때 이야기에 나오는구나. 나쓰키와 메이코가 중학생일 때 다른 한 친구가 안 좋은 일을 당하고 그걸 잊고 싶어했다. 그 아이는 우연히 기억술사를 알고 자신의 기억을 지웠다. 자기 기억뿐 아니라 친구 기억까지. 중학생 때는 그런 일 더 힘들겠지. 어른한테 말하고 해결하는 게 좋았을 텐데. 어쩌면 창피한 마음이 커서 차라리 기억을 지우는 게 낫다 생각한 건지도. 나도 잠깐 그런 생각해봤다. 내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하고 있었던 일을 잊고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를 대하는 걸. 그걸 상상만 해도 내가 바보 같고 우스꽝스럽다. 안 좋은 일을 잊어버리면 그때는 편할지 몰라도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두려움이나 기분 나쁜 게 시간이 흐르는 것과 함께 옅어지기를 바랄 수밖에.

 

 독자 모델인 리나는 자신이 기억술사를 만나고 어떤 사람을 만난 기억을 지웠는데, 그게 어떤 건지 알려고 한다. 기억술사를 만나고 기억을 잊어버린 사람은 기억술사를 만났다는 일조차 잊고 살기도 하는데 리나는 별났다. 같은 일이 되풀이 될 뻔했지만 리나는 두번째에는 기억을 지우지 않는다. 리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지만, 그 사람을 만나고 기쁜 일도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이노세와 나쓰키는 기억술사를 만났다는 리나를 만나고 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한가지를 알게 된다. 그건 기억술사가 젊은 여자라는 거다. 기억술사가 누군지 중요하겠지만 기억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려는 게 아닐까 싶다. 아주 안 좋은 일을 겪은 사람은 그것을 잊고 사는 게 낫기도 하겠지. 잊지 못해 아예 정신을 놓아버리는 사람도 있구나.

 

 자기 뜻과 다르게 기억이 사라지면 싫을 것 같기도 하다. 잊어버리면 자신이 무엇을 잊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약하면서도 단단하기도 하다. 시련을 겪고 조금 자란다. 이건 사람뿐 아니라 우주 모든 것이 그렇다. 이 말 알지만 나도 안 좋은 일 별로 겪고 싶지 않다. 가끔 어떤 일은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한다. 그래도 그것을 잊고 싶다 생각한 적은 없다. 그게 바로 달라지기를 바라고 애쓰지 않는다(애쓴 적도 있던가). 그냥 내버려둔다. 이것은 잊어버리는 것과 같을까. 아니 아주 잊는 것과는 다를 거다. 시간이 가면 아주 조금은 바뀌겠지. 마지막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조금 괜찮았으면 좋겠다.

 

 

 

 

 

 

 

                    

 

                    

 

 

 

 

 

 

 

마음은 나타내야 한다

 

  기억술사 3 : 진실된 고백   記憶屋 (2016)

  오리가미 교야   유가영 옮김

  arte(아르테)  2017년 04월 24일

 

 

 

 

 

 

 

 

 

 

 

 

 

 

 “창피할 정도로 말로 하는 편이 좋아. 친구 사이란 어려워서 말이야. 어른이 되면 더욱 어려워지지. 일이나 인간 관계 같은 여러 굴레가 늘어나면 단지 좋아해서 같이 있을 수 있는 관계는 적어져. 그래서 솔직하게 친구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할 수 없게 돼.”  (38~39쪽)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아.”  (157쪽)

 

 

 책이 세권이면 마지막까지 다 보고 생각하는 게 좋겠어. 한권씩 읽고 나서 이런 말을 하다니. 1권과 2, 3권 이런 식으로 보면 괜찮을 것 같아. 첫번째로 끝났다고 말하기 애매해서, 이야기를 더 쓴 건 아닐까 싶어. 난 첫번째 것 뒷이야기가 더 알고 싶기도 했는데. 다음에 나쓰키와 메이코라는 이름이 나와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했어. 그렇다고 기억술사까지 다르다니. 아니 기억을 지우는 힘을 가진 사람이 한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봤어. 3권 네번째에 나오는 <마지막 이야기 : 고백>을 보다가 어렴풋이 알았어. 확실하게 그렇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혹시 그렇지 않을까’ 했어. 확실하게 그 말이 나오고 그 생각이 맞았구나 했지. 첫번째도 그렇지만 두번째와 세번째도 기억술사를 찾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야. 사람을 죽이거나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찾기가 아주 중요하지 않은 것과 같아.

 

 이노세와 나쓰키는 요리사 마리야 슈 기억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어. 마리야 슈는 우연히 리나가 말하는 ‘기억술사’ 이야기를 듣고 조금 관심을 갖게 됐어. 마리야는 어렸을 때 요리 대회에 나가고 일등을 했는데, 거기에는 도가미 세이이치가 있었어. 마리야는 도가미가 한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 여겼어. 그런데 누군가한테 밀려서 마리야는 도가미 음식을 엎어버렸어. 마리야가 그때 미안하다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열다섯해가 지나고 마리야는 어떤 파티장에서 도가미를 만나. 마리야는 거기에서 도가미한테 또 실수하는데 미안하다는 말보다 옷을 빨라면서 돈을 줘. 그냥 미안하다 말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도가미가 누구한테나 붙임성있게 말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어. 도가미는 뭐든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고, 마리야는 이런저런 생각을 아주 많이 했어. 난 마리야만큼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생각 많이 해서 마리야 마음 알 것 같기도 해.

 

 두 사람을 보니까 무엇이든 실력이 비슷한 두 사람이 생각났어. 마리야와 도가미는 둘 다 요리하는 사람이야. 마리야는 도가미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고 싶고 도가미한테 인정받고 싶고 친구가 되고 싶었어. 마리야는 어렸을 때 자신이 도가미 음식이 수수하다고 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 마리야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맛있다는 거였는데. 나중에 만났을 때 마리야가 편하게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마리야는 도가미한테 자기 마음을 말해. 마리야만 도가미한테 말하지 못한 건 아니기도 했어. 도가미는 마리야한테 옛날 일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고 마리야가 만든 요리 맛있다고 말해. 실력이 비슷한 사람도 서로 인정받고 싶어할까. 자신은 자신대로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구가 인정해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 마리야가 왜 기억술사를 찾았는지 말하지 않았군. 마리야는 자기 기억이 아니고 도가미 기억을 없애고 싶다고 했어. 남의 기억을 멋대로 지우는 건 안 되지. 첫번째 책에는 그런 것도 나왔지만.

 

 나쓰키가 기억술사를 찾는 이노세를 도운 건 친구 메이코가 기억술사가 아니다는 걸 증명하려는 거였는데, 나쓰키는 이노세를 그만 돕기로 해. 메이코가 기억술사라 해도 받아들이겠다면서. 이건 이노세한테 한 말은 아니군. 나쓰키와 친한 친구라 해도 메이코가 자주 나오지 않은 까닭을 깨달아야 했는데. 메이코가 기억술사가 아니다는 건 알았어. 나쓰키는 메이코한테 이노세하고 한 일을 말하고 메이코한테 기억술사인지 아닌지 물어봐. 그 사람 모르는 데서 알아보기보다 그 사람한테 바로 물어보면 되는데, 이렇게 말해도 그게 어렵다는 거 나도 알아. 그런 말 하면 상대가 싫어할지도 몰라 생각하고 말하지 못하는 거겠지. 마리야도 자기 멋대로 생각했어. 1권에서 기억술사였던 사람은 그 뒤로 그만뒀어. 2권에 이름이 같은 사람이 나와서 헷갈렸는데, 한자는 다를지도 모르겠어. 다른 사람 기억을 지우는 힘이 있다 해도 그 힘을 쓰지 않는 게 더 낫다고 봐.

 

 기억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은 걸까.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희미해지는데. 기억이 아주 조금이라도 없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해. 기억이 사라졌다는 걸 모르면 별 문제없을까. 그건 기억이 사라진 사람보다 둘레 사람이 알아채더군요. 기억이 없으면 둘레 사람이 조금 슬퍼하겠어. 2, 3권에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지만 1권에는 그런 것도 나와. 슬프고 힘들고 부끄러운 기억도 자신이다 생각하면 괜찮겠지.

 

 

 

희선

 

 

 

 

☆―

 

 “기억을 지운다는 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일이에요. 그 기억이 당신 것이든 남의 것이든. 그 사람을 구성하는 한부분을 지움으로 그 사람은 영원히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고요.”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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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9-02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꽤 오래 서로 서재 오가며 대화도 나누다가 친구한 사이죠. 제가 친구 추가했다가 혹 불편할까 싶어 취소했던 것도 같은데ㅎ;; 다짜고짜 친구 추가부터 하고 싫음 일언반구없이 취소하는(저도 아주 없진 않아요ㅎ;;;) 디지털문화에서 희선님과 그렇게 친구된 거 저는 마음 한편에서 참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성들여 대화를 하려는 희선님의 자세는 친구로 참 장점인 거 같아요.
마음 나눠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전합니다.

희선 2017-09-04 02:56   좋아요 1 | URL
이 말 칭찬처럼 들려서 기분 좋고 좀 쑥스럽기도 하네요 사실 저는 그런 거 별로 마음 쓰지 않아요 그걸 안 하면 어떤가 생각합니다 그런 걸 처음 만들었을 때는 다른 사람 블로그(서재)에 쉽게 찾아가게 하려는 거였을 텐데, 지금은 그 뜻과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본래 그런 거기는 하네요 뭐든 처음 뜻과 조금씩 바뀌는 거... 그게 나쁜 건 아니겠지요 좋게 바뀌면 괜찮죠 여러 사람을 알고 여러 사람 글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글이 아주 많은 곳에서 읽을 걸 찾는 것보다 자신이 찾아둔 서재나 블로그에 바로 가는 것도 괜찮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