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망고 - 제4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36
추정경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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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나이에 무얼 할 수 있을까? 아니 난 무엇을 했을까. 여고에 다니던 나의 열일곱, 그때 정말 풋풋했었는데.조금은 철이 덜 들어 함께 살던 언니에게 늘 따져 묻기도 하고 세상이 그르고 내가 옳은 것처럼 세상에 대고 마구마구 소리치고 싶기도 하던 그시절, 하지만 지금은 내 딸들이 그 나이이다. 오늘도 막내와 의견마찰로 인하여 티격태격,그렇게 한바탕 찬바람이 불고 지나갔다. 서로의 시간에서 세상을 보니 세대차이도 나고 의견차이도 날 수 밖에.하지만 우린 너무도 이기적이라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 하고 있다,아니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려고 하지 않고 내주장만 하려고 한다.그러다 한바탕 밀물과 썰물이 휩쓸고 지나가고서야 서로를 본다.망고 아니 수아도 또한 그런 시기를 거치고 캄보디아에 갔다. 갑작스런 부모의 이혼,왜 아빠와 엄마가 이혼을 하게 된 것이고 아빠의 지게차 사업도 접도 자신은 엄마와 낯선 땅,그리고 아빠와의 추억이 가장 많은 곳 캄보디아에 선택이 아닌 타의에 의해 가야만 했는지.

수아의 엄마 지옥은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듯 아니 도망치듯 캄보디아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며 수아를 키우고 있다. 아니 수아의 말에 의하면 엄마가 수아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수아가 엄마를 돌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가이드를 하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엄마,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엄마가 돌연 미팅에 나가지 않고 그녀의 거금을 들고 사라져 버렸다. 어디 간다는 말도 없이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왜,아니 어디로 간 것일까. 모든 것은 열일곱인 딸 수아가 어떻게 감당하라고.하지만 수아는 씩씩하게 엄마가 해야했던 일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다. 엄마 이름인 '김지옥' 이 되어 그야말로 엄마의 일을 체험하게 된다.오일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싫은 쿤라의 딸 쩜빠와도 뚝뚝이는 모는 쏙천과도 그리고 옆집 삼콜 할배와도 함께 해야 했다.

자신은 한국으로 돌아갈 돈 오백달러만 벌면 끝이지만 쩜빠와 쏙천은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그녀보다 낮은 보수를 받으며 생업전선에 뛰어 들어 일을 하고 있다. 돈을 너무 밝힌다고 알고 있던 쩜빠의 꿈과 희망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점점 이해하게 되는 수아,그리고 하루 하루 지나며 힘들게 살아 온 엄마를 이해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동안 그녀만 모르고 있던 '비밀' 을 알게 된다. 왜 갑자기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게 된 것일까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교통사고 당시 아빠가 돌아가셨던 것,아직 그녀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어 엄마가 그녀에게 비밀로 했던 것이다. 이젠 한국에 돌아갈 아빠가 없어졌다. 가이드 일을 하며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더욱 새록새록 다시 생각나기도 했지만 많은 것들이 도움이 되기도 했는데 아빠가 없다니...

하지만 그녀는 무엇보다 닷새동안 큰 힘을 얻게 된다. 쩜바와 쏙천의 삶을 보면서 자신보다 못한 아니 자신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도 꿈이 있고 미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수아는 엄마의 가이드 일을 하면서 한 뼘 더 성장을 하게 되고 엄마도 이해하게 된다.엄마가 도망을 갔던 것일까. 닷새동안 자신의 팀에서 이상하게 자꾸만 엄마의 이름을 묻고 자신의 집에서 찾아 왔던 오봉 아저씨,그는 채권자였던 것이다. 빚 때문에 여행을 오고 그들을 찾아 온 것이다. 하지만 이젠 엄마가 빚 앞에서도 아니 수아 앞에서도 당당한 엄마로 거듭날 수 있을 만큼 수아도 그리고 엄마도 단단해졌다. 닷새란 시간은 그녀들에게 서로의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물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새로운 희망을 품게도 하게 해준 귀한 시간이다.엄마의 아픔과 힘든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수아,이젠 둘이 하나가 되었으니 더 거친 풍랑은 가볍게 이겨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열일곱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쁘고 당돌하고 단단하고 당찬 그녀 수아,아니 망고 아가씨 이젠 망고를 맛있게 먹을 줄도 알고 찡쩌처럼 어려움이 달라 붙어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재밌고도 감동 진하게 그리고 내 삶을 정말 뒤돌아보게 한다. '수아야, 포도나무는 말이야, 땅이 비옥하면 오히려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해. 그냥 잎만 무성하게 자랄 뿐이야. 적당히 비바람도 불고 토양도 어느 정도 척박할 때 좋은 포도알을 맺는 거야.' 이 작가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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