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에 책이 있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시냇물에 책이 있다 - 사물, 여행, 예술의 경계를 거니는 산문
안치운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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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사람과 더불어 태어난다.사람이 사라지면 길도 사라진다.
길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었고, 사람이 있는 곳에 길도 있다. 그러므로 길은 사람이고,사람은 길이다.


제목이 참 멋스러운 책이다. 느낌으론 시집같기도 하지만 연극평론가인 작가의 에세이다.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살며,여행하며,공부하고' 라는 부분으로 나뉘어 그가 일상이나 여행이나 공부를 위하여 해외에 나갔을때의 글들에서 공감가는 부분들도 많아 잔잔하게 읽어보기 괜찮은 책이었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와 자전거에 푹 빠진 남편이 있어 그의 이야기들이 더 와 닿았을까? 그가 교토와 파리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서울에서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게 됨으로 느끼는 불편함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남편덕에 더 공감을 하며 읽었던 부분인듯 하다.

<등산,신성함을 깨닫는 경험>에서는 가끔 뒷산을 오르며 산책의 즐거움을 느꼈던 적이 많았기에 더 공감이 갔던 부분들이 많았다. '산들을 오른다는 것은 과거를 정면에서 오르는 것과 같다. 황량한 능선들을 향한 바위산들은 우리들이 아끼고 존중하는 모든 것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라고 한 문장이나 '산에서 어떤 다른 시간보다도 더 아름다운 시간을 꼽는다면 그것은 해가 지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정신적인 아름다운과 평화와 이해의 시간이다.' 해가 지는 시간에 잠시 능선에 올라서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던 시간이 있다. 찰나의 시간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해가 지고 그 빛만 남은 산의 언저리를 한참을 바라보던 시간, 그 시간들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 되게 만들어주었다.

걷기여행으로 잘 알려진 스페인 북부 피레네 산맥아래 산티아고 가는 길인 '중세 순례자의 길'은 다른 책에서도 만났을때 정말 한번 가보고 싶던 길이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기만 했다. 걷기란 무엇일까? 새삼스러우면서 다시금 떠 오르는 걷기의 발견은 '길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가면 길이 된다'는 길과 생의 아포리즘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 삶도 그러하다.' 라는 말처럼 그가 강조하고 있는 '길' 이란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면서 인생의 길이기에 그가 여러부분에서 나뉘어 강조한 것들 또한 한마디로 정의 한다면 '길'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가 마지막 부분에 '맺으며' 에서 정리해 놓은 것처럼 그가 그동안 걸어왔던 길들은 최고의 장비로 완정무장된듯 했지만 아직 그 길의 의미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평범하고 일상적인 장비를 가지고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의 너무도 비교가 되는 그의 깨달음이 가슴에 와 닿았다.'아버지의 낡은 장비와 내가 지닌 고급 장비들 사이에 그 범속함과 고급함 사이에 읽어야 할 의미가 있다.그러나 아직 잘 잡히지 않는다. 눈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나는 어디에 있는가?' 자신의 삶이며 여행이며 공부였던 연극이 아버지의 낡은 장비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 되었으니 그의 연극은 희망적이며 우리의 연극은 희망이 될 것이다.

낯선 작가의 책은 조금 머뭇거려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를 알아 가는 과정처럼 작은 산을 하나 함께 오르고 난 뒤의 작은 희열처럼 그의 연극에 대한 생각을 읽어서일까 젊은시절 재밌게 보았던 소극장의 연극들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별생각없이 받아 들이고 보았던 소극장의 연극,하지만 지금은 큰 무대에서나 볼 수 있고 소극장의 연극은 내가 사는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연극은 다른 장르와는 다르게 배우와 관객이 같은 공간에서 호흡을 하며 공감을 할 수 있어 참 좋은것 같은데 작은 규모의 연극이 사라져서 아쉽다. 지난날에 보았던 연극들을 뒤로 하며 그 연극과 관계하는 한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본 듯 하여 더 가깝게 연극에 다가서게 해준 책이 아니었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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