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어지는 명작들

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 내 인생을 뒤흔든 명작 55편 깊이 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7월

5년 동안 읽은 천권의 책 중에서 골라낸 명작 55편.

이 글귀가 눈에 띄었다. 5년 동안 천권이나 되는 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천권의 책 중 엄선된 55편이라는 말에 관심이 갔다.

책은 이 작은 인간의 불면을 치료하고 깊은 안식을 줍니다.

라는 작가의 글 속에서 그녀가 책이라는 것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그녀가 택한 55편의 명작이라면 꼭 읽어두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책을 선택하고 읽기 전에는 어쩌면 단순한 책의 나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이 중 꼭 몇 권은 읽어보아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야생 거위와 보낸 일 년’은 짧았지만 인상에 남았다.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자식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말’로 자식을 대하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정작 자식들은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걸 모릅니다.

어쩌면 나도 말과 행동이 달라 아이에게 헛가르침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생거위에게서 하나를 배워간다는 느낌이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역시 그랬다.

가장 슬픈 일은 도둑들 대부분이 자기가 훔친 책들을 읽지 않는다는 거야.

그냥 다른 서점으로 가서 책을 팔아 빨리 돈을 손에 쥐려고만 하지.

이 글은 기억에 참 오래 남았다. 도둑에게 필요한 것은 책의 가르침보다는 배고픔해결이 아니었을까? 훔친 책을 읽고 나서 팔 수 있을 정도로 삶이 팍팍하지 않았다면 그는 도둑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다양하고도 좋은 명작을 알짜배기만 뽑아 소개해준 이 책이 정말 마음에 든다.

흉내쟁이 곰 파랑이가 쿵!

흉내쟁이 곰 파랑이가 쿵!
엘리 샌달 글.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2년 8월

책 표지에는 커다랗고 파란 곰 한 마리와 작고 귀여운 새가 그려져 있었다. 쿵!이라는 글자만으로도 크고 작다는 느낌을 주는 듯했다. 표지부터 색감이 뚜렷하게 표현되어서 아이가 보기에도 좋아보였다.

책의 내용상에서도 글자의 크기를 다르게 표현해서 더 강조하는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도 목소리를 바꾼다던지 익살스럽게 읽는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재미있게 읽어 줄 수 있었다.

 그림표현방법도 마음에 들었다. 같은 모양이어서 자칫 단조롭게 표현될 수 있는 나뭇잎에 다양한 무늬를 넣어 화려하게 보이기도 하고 신비하게 보이기도 해서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듯 했다.

한글로 표현된 책 이외에도 영어로 된 작은 책이 하나 더 포함되어 있어서 아이와 영어 공부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림이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없고 한글과 영어로 적힌 두 권의 책이라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라 해도 그 의미를 유추하고 내용을 이해하기에 문제가 없어보였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어 보여 좋았다.

스토리는 간단했지만 친구와 차이가 있어도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아이에게 교훈을 주기에도 좋았던 것 같다.

반찬걱정 아이 건강걱정을 덜게해준 책

3~11세 편식 걱정 없는 매일 아이밥상 - 성장기 두뇌발달에 좋은 레시피 134
김윤정 지음 / 지식채널 / 2012년 7월

아이가 태어나 젖을 먹고 자라 이유식을 시작할 때가 되면 고민에 휩싸인다.

우리 아이에게 어떤 것을 먹여야 할까? 이유식에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고 여러 가지 음식으로 맛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가 고집이 생기고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고 나면 편식이라는 안 좋은 버릇을 가지게 되기 십상이다.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지만 주부라는 직업을 가진 엄마로써는 아이의 식사에만 전념할 수 없기에 쉽고 간단하면서도 아이가 좋아하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를 먹이는 일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생활 속에서 이 책은 엄마로써의 미안함을 잠재워주었다. 간단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책.

아기자기하면서 귀여운 그림과 함께 설명된 차례. 주제를 정해 음식의 종류를 정리해 놓았다. 그 날 그 날 아이와 함께 골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듯 보였다.

앞 부분에는 식생활 가이드, 식생활 지침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 놓았다. 또 아이의 두뇌에 좋은 재료들을 소개해 주었다.

음식의 맛깔스런 사진과 함께 만드는 방법과 재료를 설명해 놓아 아이와 함께 그날의 메뉴도 정할 수 있을 듯했다.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한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놓아 요리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특히 플레인 요구르트나 차, 잼 만드는 방법 등을 설명해 놓아 아이들의 간식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책에는 부록으로 한 달 아침점심저녁 식단표와 레시피 카드를 수록해 놓았다. 매일 어떤 반찬을 할지 고민하는 주부로써 아주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다. 물론 똑같은 순서로 하지는 않겠지만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좋았다. 작은 레시피 카드는 틈틈이 보면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주방 서랍에 넣어두면 좋을 것 같았다.

책을 보면서 우리 아이의 편식걱정을 덜고, 아이의 두뇌발달에도 좋은 음식들을 만들어 볼 기회가 된 것 같았다.

맨홀. 어둡게만 보이는 그 속으로..

맨홀 ㅣ 사계절 1318 문고 78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2년 7월

“... 그러면 인간은 아예 구멍 그 자체로 이루어진 거 아닐까요?”

책의 앞 표지에 적혀 있던 글.

구멍. 참 많은 뜻을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가를 넣어둘 수도 있고, 통과해서 다른 곳으로 갈 수 도 있고, 그저 모나 보이는 흉일수도 있다.

오랜만에 쉬지 않고,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처음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순탄하지 않은 가정사. 이 세상의 모든 아픔을 가지고 있는 듯 살아가는 삶.

나쁘게 살기 싫지만 점점 더 나쁘게 살도록 만드는 삶.

엄마를 때리는 아빠. 아이들을 위해 그런 남편을 참아내는 엄마. 아빠를 미워하는 아들과 딸. 엄마의 미련함을 미워하는 아들과 딸.

하지만 그런 아빠도 밖에서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어떤 사람이든 한군데 부족한 부분은 있는 법이다. 아빠의 부족한 부분은 바로 가정이 아니었을까?

한순간 아빠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버린 누나로 인해 그는 더 삐뚤어진다. 그가 가진 삐딱한 시선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동지를 잃어버린 슬픔이 아니었을까?

그가 하루를 보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무기력할 뿐, 나쁜 심성을 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어쩌면 어릴 적 보았던 폭력이 없었더라면 아주 착하고 반듯한 사람으로 성장 했을 법한 사람이었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점점 안 좋은 길로만 접어들게 된다. 끝내 그 종착역은 자신이 그리도 증오하던 아빠보다 더 무서운 살인자라는 타이틀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죽일 수가 있는 거야. 사람 속이 얼마나 악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거냐고.”

이렇게 울부짖는 엄마. 아빠에게 수없이 맞았지만 아빠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니 그 보다는 나은 사람이었다.

진실. 맞은 자국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시선을 피하던 얼굴대신 눈물과 미움과 두려움으로 범벅이 된 엄마의 얼굴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그토록 증오하던 아빠보다 더 악한 존재가 된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막에서 연어낚시

사막에서 연어낚시
폴 토데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8월

책의 구성이 독특했다. 편지형식, 일기형식, 대화형식, 대본형식.

초입부에서 내용이 가볍게 진행되었지만, 중반에 들어서면서 심각해졌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지만 결코 가볍게 읽지 못했다.

사막에서 연어낚시. 누가 듣고 누가 생각하더라도 어이없고 황당한 이야기.

난 이 어이없고 황당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다. 정치나 경제 같은 것은 잘 알지 못하지만 책을 읽고 모든 일은 이렇게 얽히고 얽혀서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꿈꾸는 돈 많은 아저씨. 그저 그렇게 알고 진행될 때는 어쩌면 이 일이 성공할 지도 모른다는 어린아이 같은 꿈을 꾸게 하지만, 그 돈 많은 아저씨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힘을 쓰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서 부터는 겁이 났다. 어린 아이가 되어 꿈꾼 그 미래는 나타나지 않겠구나.. 작은 희망이 부서져 버렸다.

단지 누군가의 작은 소망이었을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그 누군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작은 소망이 아닐 수 도 있다는 것. 그의 죽음이 꼭 연어의 죽음과 닮아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갔다면 더 오래 살지 않았을까? 현실을 거스르지 않고 그저 그렇게 살았다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그저 그렇게 오래오래 사는 것이 좋은지, 위험하지만 꿈꾸던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오늘을 사는 것이 좋은지....

약간의 일탈 섞인 사랑이야기와 꿈을 위한 노력이 어우러진 이야기. 사회의 어두운 면이 섞여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 가볍게 읽을 수 도 있지만 무겁게도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이 모든 것이 있는 책이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