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인데, C. G. 융과 친분이 있기도 한 리하르트 빌헬름의 <주역강의>(소나무)라는 책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책 내용이 좋다, 아니다를 떠나서, 그런 서양의 유명한 학자들의 주역에 대한 관심이 내 막연한 생각보단 더 깊을 수 있을 거 같은 예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호기심 정도론 하나의 책으로 엮어서 낼 순 없었을 것이다(주역에 조예가 깊은 서양인으로 구소련 슈츠스키도 있다. <주역연구>란 책이 예전에 국내에 나왔지만, 지금은 구하기 어렵다>.  

그러나 서양에서 주역의 영향력은 여전히 일부 학자들의 테두리를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양과 동양의 사고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역전의 기운이 뻗치지 않는 한, 그 판을 바꾸긴 힘들 것이다.  

서양으로 갈 것도 없이, 동양에서도 주역을 우선 "점 보는 것"이라는 등식으로 받아들이는 단순하고 관습화된 생각도 큰 문제다. 즉, '주역은 미신이라는 (그) 미신'을 벗기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가? 역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과 접근들이 간혹 눈에 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점점 주역의 힘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나 역시도 어려서부터 동양학과 거리를 두려는 현대교육의 영향권에서 자랐기에, 이런 미신취급을 다시 학문적인 눈으로 진지하게 보는 태도를 갖기가 쉽진 않았다.  그리고 나서 가끔 주역 책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지만, 아직 '이것이로군!' 정도의 맛은 보지 못했다. 그러니 주역의 맛을 보기 위해 여러 책을 뒤적이는 여행은 계속 될 것 같다. 

 

 

 

 

 

 

 

 

 

 

우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역학의 감을 잡기에 좋은 책으로 두 권을 골라본다. 이 두 책은 역(학)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꼽기도 하거니와, 내가 본 바로도 큰 문제는 없을 듯 싶다. 먼저, 백운 한규성의 <역학원리강화>다. 이 책은 아주 오래 전 책인데(1957년),  구어체, 즉 서로 주고 받는 문답식으로 이루어져 딱딱한 감이 덜하며, 역의 핵을 중심에서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을 바탕으로 좀 더 간결하고 쉽게(한자를 되도록 자제하고 한글식으로)  자제분이  새롭게 다듬어 낸 책도 있다. <주역에 대한 46가지 질문과 대답>(동녘)인데, 초보자라면 먼저 이 책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동석의 <우주 변화의 원리>는 워낙 유명한 책이라 여기서 더 보탤 말은 없다.  

 

 

 최근에 나온 책인데, 아직 보진 못했다. 하지만 차례나 구성을 보니까,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게 꾸며졌다. 기회가 된다면 구해서 보고 싶은 책이다.

 

 

 

  

  

 

그 외 전에 쓴 [주역의 맛]에 넣지 못한 책들을 위주로 적어본다. 

 

 

 

 

 

 

 

 

 

여기서 소개할 몇 권의 주역 책은 쉽지 않지만 깊이가 있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품절이라 구하기 어려운 책도 있을 것이다. 

 

 

 

 

  <- <주역선해>는 좀 독특한 책이다. 명나라 고승에 의해 유교의 대표적인 경전 주역이 불교적 관점에서 해석된 책이기 때문이다.

  

 

 

 

  

 

  여기 이 책들은 어느 정도 기본을 익힌 다음에 접할 단계의 책들이라 여기면 될 것 같다.

 

 

       

 <왕부지의 주역철학>

 

 

 

- 이 책의 부제를 보자, '역리와 내단학에 의한 서명응의 참동계 주해' 주역, 정화히 말하면 역리, 역학(주역은 엄밀히 말하면 주나라에 재정비된 역학 중 하나이므로..)과 단학의 만남이라는 이 기획은 동아시아에서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놀라운 책이 이렇게 아무 손길도 닿지 않는 곳에 얌전히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나 역시 지금에서야 발견한 책이긴 하지만.. 어서 구해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군데군데 조금씩이라도 맛을 볼 생각이다.

 

 

 

방금 위에서 소개한 책들 외에도 다양한 역학 책들이 보인다. 

 

 

 

 

 

주역이 점과 무관하지 않지만, 후기로 갈수록 그러한 원시적인 상황을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점(치기)에 대해서 저급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도 뭔가 심상치 않다. 동양학에 결부된 (되도록) 망아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천지와의 소통이라는  행동은, 굳이 융의 동시성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손쉽게 물리치기 어려운 중핵을 이룬다. 다만 속된 점과 미신과 구별이 중요해진다. 

점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책을 보자면, 소강절이나 우리가 익히 아는 시인 소동파의 이름도 만나게 된다. 주역 공부는 갈수록 태산이고, 취미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뭔가 얻기가 힘들 것 같다. 

 

 

 

 

 

 

 

 

 

 

 

 

 

 

 

 

 

 

끝으로 주역을 실증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접근한 책, 건강, 한의학은 물론 첨단과학, DNA와 함께 엮은 책들도 보인다. 

 

 

 

 

 

  

 <역으로 본 현대과학>은 역을 현대과학에 맞추어 접근한 책인데, 전문적인 내용은 아니라서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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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터 2010-11-1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역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dydqud@gmail.com 답 한번 주세요

TexTan 2010-12-08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접속해서 답신이 늦게 씁니다. 저도 공부하는 단계라 시원하게 드릴 말은 별로 없습니다. 거기다 주역은 단박에 깨칠 방법은 없겠죠.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각오하고 가야할 길이라 여깁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주역에 대한 46가지 질문과 대답'입니다. 아마 절판이라 구하기는 어렵지만, 헌책방에서 찾으실 수 있다면 보기실 권합니다. 그리고 강진원의 '알기 쉬운 역의 원리'도 입문서로 적당해 보입니다. 좋은 책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억만장자 2016-04-20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감사..

TexTan 2016-06-21 0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랜만에 들어왔네요. 그래서 이렇게 답신이 늦었습니다. 여름인데, 건강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