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고, 빨간색 다음날(1월 2일)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집에 와 보니 엊그제 주문한 책이 빨리도 와 있다. 출판사 '생각의 나무' 특별 기획이 눈에 띄어 봤더니, 꽤 괜찮은 책이 몇권 보이길래 냅다 산 것이다.  그리고 이왕 내친김에 오늘도 여러 권을 골랐다.

그리고 그 외 다른 곳에서 산 책들까지 합치면 벌써 십여권이 넘어선다. 이젠 좀 쉬엄 쉬엄 읽을 일만 남았다.

 

 

 

 

 

<마술의 그림들>은 책을 펼치자, 마치 식물-곤충 도감 같은 분위기 나는 그림들이 눈에 띈다. 소개글에는 미술 작품의 오브제에 담긴 상징성과 우의성 대한 글을 자주 쓰는 작가의 책임을 알려준다.  쪽수에 비해서는 약간 얇아 보인다(종이질이 고급이다). 흥미로운 그림들이 섞여 있어 보기에 지루하지 않을 거 같다.  <향료전쟁>이란 책 제목에서 뭔가 감이 오는게 있는데, 그 역사의 내막엔 무지함이 크기 때문에 일단 호기심이 생기는 수준에 그친다. 유럽이 귀한 것을 얻기 위해 다른 땅,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뻗치는 무역의 손길과 그 안에 담긴 작은 역사를 담은게 느껴진다. 저자가 자기나라(영국)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시선만 포기했다면, 더 좋은 칭찬을 받았을 책인듯 싶다. 그리고 기독교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책이라해서 고른 책이 <신약성서 이야기>다. 구약에 관한 책은 아쉽게도 품절이다. 보쉬의 그림부터 책 제목하고 잘 어울리는 <악마의 정원에서>는 인간의 욕구, 특히 식욕 그리고 음식들과 금기를 위험스럽게 잘 버무린 책이다. 이런 책을 통해 평소 둔감했던 영역에 대해 한꺼번에 많은 것들을 구경할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크다.

 

 

 

 

 

<뉴미디어의 언어>는 본문 편집이 특이하다. 보통 책 외곽에 두는 참고 그림들이 가운데로 몰렸다. 이 책은 미디어의 현재에 담겨 있는 미래의 비전을 담은 책으로 보인다. 지레 겁을 먹을 수 있는 주제와 다양한 것들을 다루고 있지만, 잠깐 본 바로는 서술 방식이 그렇게 어렵진 않아 보인다. 첫부분에 베르토프의 몽타주, 그리고 영화 사진들이 묘한 흥미를 돋군다. 뭐에 이끌렸는지, 아까 책 주문할때, 이 책을 또 구매했다. 나중에 친구한테 선물이라도 하려고...  

<영화 서사학>은 우리나라 사람의 책이다. 이런 전문서를 번역이 아니라 직접 풀어 쓴다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다. 근데 책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오는 맛은 없다. 잠깐 펼쳐봤는데, 181쪽에 '5시부터 7시까지의 끌레오' 스틸 사진이 반갑다. 이 영화를 끈기있게 본 기억과 맛물리면서.. 그런데 도대체 줄거리가 기억이 안 난다. 물론 이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곧이 곧대로 쫓아가는 그 기발함이 매력이다. 그리고 의외의 소득은 50쪽에서 영화 '욕망의 모호한 대상'의 오리지널 포스터를 본 순간이다. 여태 알던 포스터와 딴판인데, 거의 하나의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보인다.

 

 

 

 

 

들뢰즈의 <니체의 철학>을 읽고 있는데, 곧바로 볼 생각으로 <스피노자의 철학>을 골랐다. 더불어 지젝의 <혁명이 다가온다><이라크-빌려온 항아리>도 같이 구매했다. 지젝의 책은 꾸준히 보는데, 그에 대한 애정이 생기진 않는다.  나의 니체에 대한 편애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들뢰즈를 볼때도 더운 바람이 나는데, 라캉은 좀 냉냉해지는 것도 그 탓일까? 마투라나의 <인식의 나무>는 헌책방을 뒤져도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대신 <있음에서 함으로>를 골랐다. '인식의 나무' 원서를 교보를 통해 주문할까 생각중이다. 3만원 정도면 해외 배달 시간을 열흘 정도 예상하면 받아 볼 거 같다. 그런데 정작 받아서 보기나 할까?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앤서니 기든스의 책을 주문했다. 지금 할일도 많은데, 새로운 사람과 책을 조우한다는게 마냥 즐겁진 않다.

 

 

 

 

 

뇌과학의 성과와 기존에 알던 우리의 상식을 점검할 기회가 왔다. 나도 그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굿바이 프로이트>와 표지부터 마음에 드는 <마인드 해킹>을 골랐다. <굿바이 프로이트>라는 책 제목처럼 프로이트에 대한 반대의 차원에서 서술된 책은 아니다. 물론 내용 중에서 최근 뇌과학의 성과에 비추어 프로이트 이론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른 제안을 내 놓는 경우는 있다(가령 정신적 외상). 국내 독자들에게 좀 더 자극을 주어 눈에 띄게 만들 의도가 있어 보인다. 원제는 'Midn Wide Open'인데, 마치 큐브릭 감독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다. 표지 디자인이나(흰 바탕에 노란색이 겨울이라 그런지 춥고 허전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본문 편집이 책 내용에 비해 좀 밋밋하고 미지근해 보인다. 책 제목에만 아이디어를 쏟았을까? 옮긴이(이한음)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적이 있다고 나오는데, 그래서 그런지 과학서적임에도 우리말다운 표현과 더불어 매끄럽게 느껴진다(우리말답지 않은 표현과 딱딱한 번역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우리나라의 슬픈 번역 현실). <마인드 해킹>은 이에 비해 표지나 편집 등이 세련되고 활기차다. 다소 두툼하지만 눈과 손을 끄는 맛이 있다. 또한 책 뒷표지에 바로 10초 정도면 우리 눈의 '맹점'에 대해 테스트 할 수 있도록 꾸며, 성질 급한 사람들에게 작은 재미를 줄거 같다. 품절이 되어 전설?이 되어 버린,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마투라나의 책 <인식의 나무>를 번역한 최호영씨가 번역에 참여 했다. 두 권을 구입했더니,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책 한권이 또 눈에 띤다. 뇌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는 라마찬드란의 <두뇌 실험실>이란 책이다(책 소개글에는 뇌과학계의 설록 홈즈라는 별명이 있다고 한다). 원제는 <Phantoms In The Brain : Probing the Mysteries of the Human Mind>로 원제가 더 멋지긴 한데, 국내에선 아마 사람들에게 더 쉽고 분명하게 알릴 만한 제목으로 붙인 거 같다. 단지 (물질로서의) 뇌에 대한 연구 성과가 아니라, 신경병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와 해결 과정에서 얻은 결과들을 활용해서 자아라는 철학적 문제까지 탐색하는 흥미와 무게까지 갖춘 책으로 보인다.

우주론에 대해 관심이 뜸해지는데, 그 나태함을 겁주기 위해 <우주의 구조>도 감당하기로 했다. <평행 우주>도 좋아보이는데, 우선 이 책을 음미해야 할 거 같다. 그런데 책이 두꺼워서 다 볼때쯤이면, 평행우주는 기억에서 작은 점으로 사라지지나 않을까? 책 뒤표지에 브라이언 그린이 바다를 등지고 웃고 있는데, 언뜻 엑스 파일의 남자 주인공 같단 생각이 들었다.

 

 

 

 

 

라캉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람들을 찾아서 보곤 하느데, <여성의 에로틱한...> 이 책도 거기에 속한다. 로제 카이유의 책들도 곧 찾아서 볼 생각이다. <내 영혼의 빛>은 책 제목이 뭔가 정체성이 흐릿한데, 카발라에 대해 잘 다뤘다는 평을 보고 고른 책이다.

올해도 다양한 빛깔의 책들과의 조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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