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살림의 여왕/좋은여행 나쁜여행 이상한여행>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 - 론리플래닛 여행 에세이
돈 조지 지음, 이병렬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성경에도 나오고, 어디 식당이나 가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말.  

어릴 땐, 이게 왜 성경책에 나오는지 몰랐다. 주의력이 부족해서도 그렇고, 세상은 신나는 일로 가득한 곳이라는 생각이 손상될 일이 별로 없었기때문에도 그렇다. 지금은 안다. 지식으로 아는 게 아니고, 온 몸으로 생활로 느낀다.

'항상 기뻐하라구요? 어떻게요? 놀 시간두 없구, 여행두 못가구, 잠두 맘껏 못자구, 먹고싶은것두 맘껏 못먹어요. '항상', 늘, 언제나, 매일 기뻐하라구요? 가끔, 어쩌다 한 번 기쁜일이 생기기두 하지만, 대부분은 반대라구요. 그렇데 어떻게요? 거기다가 쉬지 말고 기도하라,니요. 학교에도 쉬는 시간 있구, 직장에두 쉬는 시간이 있어요. 그런데 인생에 왜 쉬는 시간을 안주시는 거예요. 쉬지 말구 기도하라, 이게 말이 되나요? 번역이 잘못됐나?

그리고 아, 범사에 감사하라, 모든 일에 감사를 하라니. 이건 정말 너무하신거 아닙니까? 사람이 어떻게 모든 일에 감사할 수가 있나요? 살다보면 배신을 당하기두 하구,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일두 생기구, 병에 걸려 앓아 눕기두 하는데요. 그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말씀이신거잖아요? 에이, 태어나자마자 득도나 해탈을 하지 않는 이상,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실 그게 가능한 얘긴가요? 

하긴..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걸 이해하시니까 이렇게 성경에 딱 새겨두신거겠죠. 권고사항도 아니고 참조사항이나 부탁의 말은 더욱 아닌, 강력한 '명령'으로 말이죠. 하긴 그래요. 이것저것 따지다보면 기뻐할 일 하나 없고, 기도도 하나마나인것 같고, 감사는 인사치례로나 할까, 그러기 십상이니깐요. 나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 하신 명령이니 목숨걸고 지켜야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물론 잘 안되요. 마음이 백이라면 실제로 되는 건 하나, 둘 정도..?ㅜㅜ 그래도 아무튼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겼다는 어디예요. 기특하게, 기쁘게 눈감고 봐주시는 거, 기다려주시는 거 믿어요. 감사드립니다.'  

책 리뷰 쓰면서, 무슨 상관이라고 이런 얘기를 하나 싶을 것이다. 상관이 있다. 알라딘신간평가단 8기로 선정되었을 때 나는 분명 기뻐하고, 감사했다. 그러나 그때뿐. 실제로 내가 추천한 책이 첫달 평가도서로 선정되지 않아서 곧 실망했다. 두 권을 받았는데 그나마 먼저 읽은 책이 그냥 그랬다. 그래서 두번 째 책인 『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에도 별 기대가 없었다. 제목도 맘에 안들었다. 책 내용하고 별 상관도 없는 영화 제목을 책 제목으로 따다 쓴 것부터 거슬렸다. (그래서 나중에 읽은 것) 거기다가 글 쓴 사람이 죄다 외국인이고, 여행지도 죄다 외국이다.(아니 이 사람들 정말 제대로된 여행가들 맞아? 아아니, 일본 후지산도 가 본 사람들이 어째서 대한민국 제주도를 모르는거야? 쳇) 미루고 미루다 리뷰 기한에 쫓겨 책을 잡았지만, 태도는 껄렁껄렁 또는 건성건성, 불량하기 짝이 없다.  

아, 그러나,
나는 대니 월리스, 01 프라하 시티 투어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래, 거기서 무너져 모든 경계를 풀고 입을 하아 벌린채(침도 좀 샌다) 이야기 속으로, 작가가 그려놓은 여행지 한 장면으로 스며든다.  

   
    삼촌이 물었다. "이제 밖에 뭐가 보이니?"
  "음.... 나무가 많아졌어요." 나는 대답했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멋있어요."
  "그럼 안 보이는 건?"
  "아, 또 안 보이는 것에 대해 말하는 건가요? 난 이미 '보는' 것에 익숙해졌단 말이에요."
  "말해 봐, 뭐가 없어?"
  "돌고래." 나는 말했다. "버몬트 주로 넘어오니 돌고래가 안 보여요. 쇠돌고래도 안 보이구요."
  "광고판!" 이틀 동안 계속될 삼촌의 버몬트 주 열성 해설이 시작됐다. "버몬트 주는 고속도로에 광고판 부착을 금지한 유일한 주야."
  그건 사실이었다. 가끔씩 흉물스럽게 우뚝 서 있는 간판들이 보이지 않았다. 창밖은 온통 초록빛이었다. "정말 아름답네요." 나는 감탄했다.
  빌 삼촌은 아직 아무것도 본 게 아니라고 말했다.
(118p.)
 
   

맞아. 난 아직 아무것도 본 게 아니야. 내가 보지 못한 건 무엇일까? 늘 봤지만 그래서 또 보지 못한건? 그러고 생각난,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세상은 변한다. 아니, 세상은 늘 그렇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한다. 아니, 해 아래 새 것은 없다,고 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니, '나'는 바꿀 수 있다.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는 말과
아직 아무것도 본 게 아니라,는 빌 삼촌의 말은 통하는 데가 있다.  

나는 충분히 힘들고, 충분히 외롭고, 충분히 고독하고,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때문에 항상 기뻐하거나,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말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말처럼, 형식적인 소망일 뿐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바로 내가 보지 못한 것이었던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다. 힘들때도 백퍼센트 전부다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외롭고 고독할 때도 영원히 매일 매일 그랬던 것은 아니다. 문제? 문제.. 문제란, 정말 내가 풀어야할 문제라기보다는 쓸데없는 걱정일 때가 얼마나 많았나. 힘들때도 기뻐할 수 있는 면과, 고마운 사람들은 항상 곁에 있었다.  

   
 

들어가는 글 

여행은 재미있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고 여행 후 회상할 때가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지만, 거의 어느 여행이든 진짜 웃기는 순간이나 최소한,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개 대가가 따른다. 이것이 바로 '길 위'의 방식이다. 

30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은 교훈은, 여행할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꼭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럴 땐 내 모든 감각과 용기, 지혜를 총동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소용이 없으면 유머 감각을 동원한다. (6p.)

 
   

리뷰가 끝나가는 판에 책에 들어가는 글을 옮겨적는다.
다시 읽어야해서 그렇다. 쉽게 실망하고 지치는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로 시작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힘은, 내 마음에 새겨진 명령,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에서 나온다. 이 세상 여행 길, 당신에게도 이 강력한 힘이 솟아나길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고마워요, 빌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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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2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대천에 다녀왔어요.
여행이었지만 너무 익숙해서 여행이라는 느낌이 잘 안드는 그런 여행이었어요.
맛난 음식도 먹고 바닷바람도 쐬고...그것만으로도 넉넉해진 느낌이었답니다.
한동안,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고, 쉬지말고 기도하고...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잘잘라 2010-11-22 15:36   좋아요 0 | URL
♪할렐루야, 아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