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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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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하는 과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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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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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여행이 존재한다면 딱 이렇지 않을까.

특수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지극히 현실적이며, 슈퍼파워 따윈 존재하지 않는 평범하고도 비범한 이야기.

한 남자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존 F. 케네디를 살리려 과거의 세상으로 가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두 권 분량으로, 옆에서 함께 상황을 헤쳐나가 듯 느리고 섬세한 호흡을 자랑한다.


"나는 원래 눈물이 없었다" 과거형으로 시작하는 이 문장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2011년 현재 '제이크 에핑'으로서의 삶은 아마도 많은 현대인들이 그렇듯 감정적 결핍 상태였을 것이다. 마치 어떤 과정을 거치 듯 직업을 갖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결핍된 그런 상태말이다. 부모님의 죽음에도, 아내의 알콜중독과 외도로 인해 파경을 맞은 결혼생활에도 그는 울지 않았다. 그런 그가 1958년의 과거로 건너가 '조지 앰버슨'으로 지낸 것은 겨우 5년이지만, 그는 이제 그 곳을 고향이라 말한다. 과거로 건너가서도 그는 교사일을 하는데,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을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본격적으로 발달되기 이전의 시대,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없이 대하고, 모두가 지금보다 더 순수함을 간직했던 때.. 무조건적인 예찬은 아니다. 스티븐 킹도 말했듯 그런 시대에도 극심한 인종차별과 같이 어두운 면은 존재하니까. 이건 아마도 만국공통이겠지만, 지금보단 옛날이 더 살기 좋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지 않던가. 아마 나 또한 분명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 지금 이 시간을 그리워 할 날이 올 테니까. 어쩌면 이건 시대적인 일이라기보다 과거의 향수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과거에서 진짜 고향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됐고, 진짜 사랑도 찾았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사람이 아니었고, 반드시 해야 할 막중한 임무도 있었다. 루트비어를 마시는 아주 작은 일부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살인을 하는 일까지 과거의 세상에서 그렇게 그는 순간순간 아주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날개짓이 모여 변화를 원치않는 과거가 화음을 깨뜨리는 조지 앰버슨에게 저항한다. 


이 책은 과거를 바꾸려는 한 남자의 장장 5년동안의 기록이다. 처음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지만 63년 11월 22일, 역사적인 그 날이 가까워오면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그렇다고 어설프게 속독을 했다가는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비유와 묘사가 많은데 원문이 어떤진 모르겠지만 이것을 그대로 번역한 느낌이라 글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다소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읽는게 좋을 듯 싶다. 또한 책을 읽기전에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에 대해 정보를 숙지한다면 좀 더 흥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라는 개념이 불분명해지고 과거와 미래의 경계가 흐릿해지니, 막연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게 전부인 줄만 알았던 삶을 멈추고 돌아보게 된다. 58년 9월 9월에 멈춰진 그 곳. 그리고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나도 내 삶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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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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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여자한테 대차게 까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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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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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페이지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마지막 장을 읽고 난 뒤 다시 첫페이지로 돌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작가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치밀하게 구성한 뒤 글로 옮겼다는 것이 느껴졌는데,

극 중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화자 '나'가 후반부에서 겪는 혼란은 독자인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어릴 적부터 게으른 엄마와 함께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자라온 환경 탓에 이제 척 보기만 해도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는 눈과 갖가지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을 기르게 됐다. 쉬운 타겟을 고르고 거짓말로 상대를 속여

돈을 구걸하는 일에 죄책감따위는 없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거니까.


손목에 이상이 생겨 매춘 일을 그만두고 점쟁이로 업종변경한 그녀에게 어느날 '수전 버크'가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사건은 시작된다.

오래된 대저택에 이사를 한 후 집에서 생기는 이상현상과 의붓아들인 '마일즈'의 행동이 이상해졌다는 것.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나'는 당연히 수전의 말을 믿지않는다. 믿는 척 할 뿐.

한몫 챙길 생각으로 퇴마를 자처한 '나'는 도착한 수전의 집에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낀다. 집이 나를 밀어내는 느낌. 

정말 나에게 어떤 능력이 생긴 것일까? 알고있던 잡다한 지식으로 집에 퇴마술을 해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일즈의 행동은 

더욱 소름끼칠 뿐이다.



소설 전반부는 별다른 등장인물 없이 '나'의 성장배경, 직업,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변명 아닌 변명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천천히 들려준다면, 중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른 인물들과 함께 속도감있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의 당당함 속에 가려진 열등감과 모든것을 훤히 꾀고 있다는 오만함은 후반부에서 오는 반전에 큰 힘을 실어다 준다.

읽다보면 뻔한 오컬트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단편모음집도 아닌 하나의

단편으로 책을 출간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거구나 싶었다. 

다만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지만 이야기를 보는 시각이 다소 편협하게 느껴졌던 부록의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오랜만에 아주 좋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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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도미난스 - 지배하는 인간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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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 초능력


나는 초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물을 좋아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부터 마블사의 히어로들까지.. 판타지, SF장르는 단조롭고 따분한 내 삶을 활기차게 해주는 알콜같은 존재다. 호모도미난스는 사람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정신조종능력자'들의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어떻게 이런 힘이 생겨났는지에 대해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꽤 그럴싸 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초능력을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란 얘기다. 어차피 판타지라는게 다 뻥 아닌가. 작가가 설정한 장치와 배경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읽는다면, 진정한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인물들


이야기는 정신조종능력자 즉, 흰원숭이들이 속한 '백원단'이라는 단체에 의문을 품은 흰원숭이 '천슈란'이 중국의 사형수들을 상대로 잔혹한 실험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형수는 천슈란의 지시에 자신의 눈알을 빼버리고, 겁먹은 어린 자식의 목까지 조르며 타인에 의해 의식을 지배당한다. 잔혹한 행위를 말그대로 손에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행하는 천슈란이란 캐릭터와 정신조종능력의 실제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건, 권력욕에 찬 악의 캐릭터를 여성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권력과 욕망은 남성의 것이라는 낡은 인식을 날려버리는 신선한 설정이 아닐까.


주인공 '안시현'은 아내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뒤로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중국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우연찮게 백원단의 수장 '류잉춘'의 눈에 띄어 정신조종능력이 전이되는 '금강승'을 통해 흰원숭이가 된다. 안시현은 주인공으로써의 모든 덕목을 갖췄다. 물론 류잉춘 박사가 오랫동안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아낸 결과였지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있어 주인공이 좀 더 고난을 겪었다면 어땠을까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처음 등장은 비탄에 젖은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아마도 '지배하는 인간'은 궁극적으로 안시현을 지칭하는 말이 아닐까. 지배하는 자를 '지배하는 자'.


일가족 살인사건에서 홀로 살아남은 일본소년 '스스미'. 의문의 '머리띠를 한 남성'에게 가족이 살해당하는 현장에 있었지만 스스미는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 '힘'을 가진 미성숙한 소년에게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범죄스릴러가 연상되는 극초반부 속 스스미의 등장은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소설 속 가장 비운의 인물을 극의 흐름은 매몰차게 파멸의 길로 이끈다. 아마도 소설 속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호밀밭의 파수꾼' 속 홀든 콜필드를 무책임하고 나약한 인물이라고 혐오하면서도 스스미는 자기 자신과 동일시 한다. 이처럼 소설의 한 대목을 인용해, 이를 스스미가 극 속에서 읽게 함으로써 작가는 독자들이 좀 더 스스미라는 인물을 이해하도록 돕고있다. 소년이 겪고있는 혼란, 슬픔, 분노...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생겨버린 '힘'.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것임에 비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권력에 대하여


호모사피엔스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신인류, 호모도미난스. 소설은 권력을 가지려는 자와 없애려는 자의 대결을 다룬다. 말 한마디로 타인을 통제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무적의 존재에게 평범한 인간은 적수가 될 수 없다.


극 중에서 그들에게 유일한 제동장치는 '충동사'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자살충동 현상을 작가는 어떤 의도로 넣었을까? 그저 거칠 것 없는 호도모미난스들에게 약점을 주기위해? 아님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노력없이' 손에 넣을 수 있기에 거기서 오는 허탈감이나 권태로움? 류잉춘 박사의 오랜 연구에도 밝히지 못한 난제를 내가 감히 마음대로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호모도미난스는 아직 불완전한 존재가 아닐까. 초능력을 지닌 진화한 존재이지만, 그들 역시 결국엔 인간일 뿐이다. 권력을 쥐고 신처럼 구는 인간말이다.


백원단의 최종목적은 정신조종능력을 없애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흰원숭이는 비생산적인 개체이며 궁극엔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게 단체의 존재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평범한 인류와 그들의 공존은 불가능한 것인가? 이미 세상에는 소수이지만 조금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머리가 비상하다거나,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예지력이 있다거나, 용한 무당이라던가... 큰 틀에서 보면 초능력과 크게 다르진 않지 않을까? 사실 나의 입장은 백원단과는 다른 이념을 가진 '방바재단'쪽에 가깝다. 정신조종능력을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쓰자는 그들의 사상이 나에게 좀 더 타당하게 다가왔다. 


변호사 '캄팻'은 오랜시간 올바른 신념으로 방바재단의 조력자 역할을 해왔지만, 금강승을 통해 흰원숭이가 되고 권력을 맛보자 그 힘을 잃을까 두려워 천슈란의 악행에 가담한다. 그도 결국 권력에 지배당했다.


소설 말미에 안시현은 교도소로 찾아가 아내를 숨지게 한 자와 대면하고 분노하지만, 그는 아무일도 벌이지않는다. 그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그곳을 찾아갔는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한가지 명백한 사실은 "결국엔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막대한 과제가 있는 만큼 다시 답을 찾아야 하겠지만, 아마도 그 길이 어렵진 않을 것 같다. 왜냐면,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닌 지배하는 '인간'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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