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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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페이지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마지막 장을 읽고 난 뒤 다시 첫페이지로 돌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작가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치밀하게 구성한 뒤 글로 옮겼다는 것이 느껴졌는데,

극 중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화자 '나'가 후반부에서 겪는 혼란은 독자인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어릴 적부터 게으른 엄마와 함께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자라온 환경 탓에 이제 척 보기만 해도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는 눈과 갖가지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을 기르게 됐다. 쉬운 타겟을 고르고 거짓말로 상대를 속여

돈을 구걸하는 일에 죄책감따위는 없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거니까.


손목에 이상이 생겨 매춘 일을 그만두고 점쟁이로 업종변경한 그녀에게 어느날 '수전 버크'가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사건은 시작된다.

오래된 대저택에 이사를 한 후 집에서 생기는 이상현상과 의붓아들인 '마일즈'의 행동이 이상해졌다는 것.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나'는 당연히 수전의 말을 믿지않는다. 믿는 척 할 뿐.

한몫 챙길 생각으로 퇴마를 자처한 '나'는 도착한 수전의 집에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낀다. 집이 나를 밀어내는 느낌. 

정말 나에게 어떤 능력이 생긴 것일까? 알고있던 잡다한 지식으로 집에 퇴마술을 해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일즈의 행동은 

더욱 소름끼칠 뿐이다.



소설 전반부는 별다른 등장인물 없이 '나'의 성장배경, 직업,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변명 아닌 변명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천천히 들려준다면, 중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른 인물들과 함께 속도감있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의 당당함 속에 가려진 열등감과 모든것을 훤히 꾀고 있다는 오만함은 후반부에서 오는 반전에 큰 힘을 실어다 준다.

읽다보면 뻔한 오컬트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단편모음집도 아닌 하나의

단편으로 책을 출간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거구나 싶었다. 

다만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지만 이야기를 보는 시각이 다소 편협하게 느껴졌던 부록의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오랜만에 아주 좋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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