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동스 1 - 나는 행복한 고양이 집사 옹동스 1
Snowcat(권윤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블러그를 하다보면 간혹 한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인데도 먼 친척이나 오래된 친구처럼 여겨지는 사람들이 생긴다. 일상에 지쳐서 한참을 잊고 살다가도 문득 요즘 어떻게 지내나, 하면서 불현듯 못견딜만큼 근황이 궁금해지는 사람들이...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스노우캣이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도 왠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같다고나 할까, 내지는 좋아하는 친구의 절친 정도? 왜냐면 스노우캣을 알게 된 계기가 내가 좋아하던 이웃 노튼님때문이여서 말이다. 하여간 어쩌다보니 일상에 치여 한참을 잊고 지냈는데, 갑자기 올 초엔가 그들이 너무도 궁금해져 버렸다. 어떻게 지내시나, 왜 요즘 이렇게 조용하시지? 라면서 인터넷을 뒤져봤더니만, 알고보니 그들은 전혀 조용히 지내고 있지 않았고, 꼬박꼬박 자신들의 근황을 업데이트하고 있었으나 단지 다만 내가 철저히 그들을 잊고 있었던 것이렸다. 우선은 그들이 건재하다는 것에 반가웠고, 둘째는 못보는 사이에 고양이 한마리가 더 늘어 있길래 깜짝 놀랐다. 스노우캣 집에 식구가 하나 더 는다는 중차대한 변화가 있는 동안 난 까맣게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니... 무심함이 좀 지나쳤네 라는 생각에 반성을 할 즈음, 두 마리 고양이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궁금해졌다. 해서 스노우캣의 블러그를 유심히 살펴보니, 냐옹이에게 꼬마 여동생이 생긴 모양이던데, 그런데 내가 그들을 봤을 즈음해서는 이 꼬마 여동생의 몸매가 가히 냐옹이를 육박하고 있을 즈음에서여서 말이다. 도무지 누가 오빠고 누가 오누이라는 것인지 한참은 헷갈렸었다. 그만큼 내가 고양이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었을테지만, 하도 간만에 보다보니 누가 누군지도 가늠하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노우캣의 그림과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다행스럽게도 곧바로 알아보겠더라. 누가 오빠 냐옹이고, 누가 응동이라는 것인지. 그리하여 스노우캣 남매의 이름이 합해서 옹동스!!! 이 책은 바로 스노우캣, 옹동스의 행복한 고양이 집사가 은동이를 둘째로 들이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생긴 일들을 그려낸 것이다. 스노우캣과 그들 남매를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사실 난 이 책이 출간된다고 했을때 그다지 관심이 있진 않았었다. 왜냐면 나에게도 두번째 조카가 생겨서 그 아이를 쫓아 다니는 일에 정신을 빼앗기고 살았었기 때문이다. 그냥 스노우캣 가족들이 잘 살고 있다니 다행이다, 가족이 늘었다니 얼마나 좋을까, 정도에서 그쳤을 스노우캣 엿보기는 이 책을 소개하는 몇 장의 컷으로 나를 설득시키고야 말았다.


그게 뭐냐고? 그건 바로 <우리 애는 천재인 것 같아요>라는 장에서 스노우캣이 냐옹이의 천재성을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고양이야말로 천재라면서 그 일화를 일일이 손에 꼽는것만으로도 입이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는 스노우캣 집사는 듣는 사람들이 그걸 알아듣지 못할까봐 몇 몇 장면들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그 중 하나가 동물병원이라는 말에 쌩하고 도망가는 냐옹이의 그림이었다. 그 그림에 내가 박장대소하면서 웃고 만 것은 그것이 요즘 내 조카를 바라보는 시선과 일치했었기 때문이다. 약~~! 이라는 말이 어디선가 들려오면 횡하니 짧은 발들을 굴려가며 구석으로 도망가는 20개월 조카를 바라보는 내 심정이 딱 그랬으니까. 황급하게 입을 손으로 막으면서 절대로 절대로 아무것도 입 안으로 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는 녀석을 보면 이걸 장하다고 해줘야 하는 건지 다그쳐야 하는건지 아니면 신기해 해야 하는건지, 하여간 마음이 그랬었는데, 알고보니 스노우캣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장면을 보다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의 마음과 고양이를 키우는 고양이 집사의 마음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그리고 그런 깨달음은 이 책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과연 우린 얼마나 얼마나 닮았을까요, 우리는 서로를 보면서 정말 그렇지 않나요 라면서 동감의 고개짓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읽어보니, 정말 그녀와 나는 별반 다르지 않더라. 생명을 책임감을 가지고 키워낸다는 사명감 외에 내가 똑같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애정 넘치는 사랑이었다. 알고보니 스노우캣의 바람과 나의 바람이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물론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겠지만서도, 그건 바람의 문제가 아니라 종의 문제에 기인한 것일 것이고. 해서 그녀의 옹동스에 대한 사랑과 나의 조카들에 대한 사랑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예전부터 스노우캣 집사의 고양이 사랑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남다른 사랑이 별나다고 생각하던 내가 그녀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된 것은 아마도 그 사이 내게 조카가 생겨서일 것이다. 과거엔 몰랐던 사랑을 이제는 알았기에 가능한 대입이라고나 할까.


그런 시각에서 책을 보니, 스노우캣이 왜 그렇게 옹동스를 애지중지 하는지 너무도 잘 이해되더라. 그녀에겐 옹동스가 자식이자 조카라는 것을. 그녀가 마음껏 애정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감정들을 그간 누누히 자신의 책에서 설명했음에도 이제서야 알아듣는다는게 참 우습기도 하지?  그런걸 보면 경험이 지식을 앞서가지 못한다는 말을 맞는 말인가보다.


해서 결론은, 이 책 재밌습니다. 감히 천재급이라 할만한 능력자 고양이 냐옹이를 키우던 스노우캣 집사가 백치 아다다급의 천진한 말썽쟁이 은동이를 둘째로 들이면서 생기는 일들이여요. 첫째 냐옹이의 불안과 그걸 바라보는 스노우캣의 죄책감, 그럼에도 가족을 들이기 위해 조금씩 서로가 노력하는 과정들이 그려져요.무엇보다 이 책 속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새로 등장한 캐릭터인 은동이의 황당 사건 일지여요. 냐옹이와는 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데, 허당 매력을 활활 불태우는 은동이의 활약을 한편으로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견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스노우캣의 추임새에 힘입어 우린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어요. 거기에 스노우캣이 자신만의 꿈을 집을 드디어 만들어내는 과정 역시 흥미롭더라구요. 블러그에 나온 사진을 보면서 집 한번 잘 사셨네, 아주 멋진데 싶었는데, 알고보니 스노우캣이 열심히 고민하고 애써서 얻어낸 결과물이더군요. 옹동스를 위해 멋진 집을 선사해주려 고민하는 스노우캣이 얼마나 근사해 보이던지요. 스노우캣 집사가 옹동스를 만난 것도 행운이지만, 옹동스가 스노우캣 집사를 만난 것 역시 그들의 행운이었다고 봐요. 그들의 꿈같은 나날들이 , 소박한 일상들이 지금처럼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 우리모두 누구가를 사랑하며 사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낭비된 삶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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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4-27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러운 책이군요. 담아갑니다~

이네사 2015-04-28 23:35   좋아요 1 | URL
네, 그렇답니다. 제가 리뷰를 워낙 엉성하게 쓰느라고 가장 중요한 사랑스러운 책이라는 말을
빠뜨렸는데, 용케 그걸 캐치해 내셨네요. 덧글 보고 깜짝 놀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