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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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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황현산이 <한국일보>에 2014년 한 해동안 연재한 27편의 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책 속 글의 순서는 원래 신문에 연재된 순서와 같다고 한다.
이 시화집의 구성은 시화 하나하나가 애초에 발표되었던 차례를 그대로 따랐다. 그 내용은 시작의 연대기와 전혀 무관하고, 글이 다루고 있는 시들은 주제도 방법도 서로 다르며, 밀도와 순화의 정도에서도 고르지 않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가닥도 일관성도 찾기 어렵다. (10)
이육사의 <광야>로 시작하여 보들레르, 춘향전, 서극의 영화 <동사서독>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던 이 책은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보다 현실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다. 2014년에 있었던 바로 그 사건, 세월호 사건이 이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윤일병사건을 다룬 글 또한 현실의 문제에 대한 시평(時評), 혹은 시평(詩評)이라 할 수 있겠다.
아도르노가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아마도 이 책은 저자가 내놓은 답일 것이다. 저자는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하기 위해 김종삼의 <민간인>을, 그리스 시인 야니스 리초스의 <부재의 형태>를, 영국의 여성 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노래>를, 박노해의 <그대 나 죽거든>을, 보들레르의 <길 떠나는 집시>를 인용하고 있다. 눈물조차 말라버린 현실을 위로하기 위해 시가 필요한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관념 사이, 개인과 사회 사이를 오가며 저자는 보들레르와 랭보부터 황진이까지, 공무도하가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까지 동서고금의 시들을 종횡무진 인용한다. 과문한 탓에 여기에 나오는 시들의 대부분을 몰랐다. 이 책을 통해 시의 세계가 한결 넓어진 듯하다.
최근 서경식의 <시의 힘>, 정재찬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등 시를 소재로 한 책들이 화제가 되고 있어 우리 사회에서 시의 부활을 알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가늠해 볼 좋은 기회가 될 듯싶다.
저자는 통일성 없이 엮어진 이 책의 시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으로 "어떤 극단적인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의 시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애잔함이었다. 슬플 애(哀), 남을 잔(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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