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살아가면서 날마다 가지게 되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늘 있는 그대로만 이야기하고, 진지한 이야기나 진담만을 하게 된다면 우리의 대화는 생기를 잃고 건조해지며, 분위기마저도 딱딱해져 대화에 흥미를 잃고 말 것이다. 하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거기 알맞은 재치 있고 재미있는 농을 섞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대화에 생기가 돋고 흥미로워진다. 또 듣는 이도 부담 없는 마음으로 들을 수 있게 되고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져 농담 자체에 매력까지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언어는 사고를 프레이밍 framing한다. 우리가 쓰는 언어는 우리 내부의 프레임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언어 때문에 프레임이 무의식적으로 들어서기도 한다. - P.29

 

 

사람들은 신의 존재가 증명되었다 해서 믿고, 그러지 않았다 해서 안 믿는 것이 아니다. 믿기를 원하기 때문에 믿고, 믿으므로 신이 존재하는 것이다. - P. 38

 

 

사람들은 막연히 창의성이라고 하면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짠 하고 내놓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창의성은 그렇게 좁은 개념이 아니다. 휠씬 보편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이미 가진 것을 활용하는 것. 이것이 창의성의 출발점이다. - P. 61

 

 

감동은 만드는 게 아니라 관객 안에 차오르는 것이다. 무언가가 차오르려면 어딘가는 비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지 말고 결말을 적절히 덜어내면 휠씬 더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다. - P. 110

 

 

문화의 모든 것은 이식되고, 그 땅에서 뿌리내려 변화하고, 다시 전파된다. - P. 125

 

 

역설적이게도 부재에는 엄연한 존재감이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지 않던가. 존재가 아닌 부재에 주목하는 것은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 - P. 171

 

 

에뮤는 호주 고유종인 커다란 새의 이름이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별에 이름을 붙이고 별자리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그들은 별이 아닌 별의 부재에서 새를 본 것이다. 빛나는 별만 보이는 세상보다 그 옆을 나는 검은 새도 같이 보이는 세상이 아마도 더 아름다울 것이다. – P. 175

 

 

이성과 의식의 족쇄를 적절히 풀어주면 감각, 직관, 본능이 활발히 피어오른다. - P. 199

 

 

야구경기 관람을 참 좋아한다. 호쾌한 타격으로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치는 타자보다는 포수 글러브에 변화무쌍한 변화구와 묵직하게 직구를 던져넣는 투수를 더 좋아한다. 변화무쌍한 변화구와 정중앙에 꽂히는 돌직구 같은 농담들이 있다. 가볍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농담, 눈물 한 방울 맺힐 정도로 가슴 찡한 농담, 삐뚤어진 세상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농담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가볍게 술술 읽히는 농담과 깊이를 헤아려 보고픈 의미심장한 농담까지 저자가 정말 좋아하지만, 독자도 정말 좋아할 농담들이다.

단도직입적인 말 한마디보다 에둘러 한 농담이 더 큰 울림을 줄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