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수치에 따르면 미국인 4,000만 명, 그러니까 인구의 18퍼센트가 현재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치이지만, 미국 국민들에게만 해당하는 수치는 아닐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은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생 불안장애를 앓아온 환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책에서 불안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5부로 책을 구성하여 1부는 지난 3,000년 동안 불안에 관해 쓰여진 수십만 장의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한 불안의 본질에 대해, 2부는 불안으로 인한 심리적, 육체적 장애 사례들, 3부는 정신 약리학의 역사를 통해 불안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어진 각종 약물들, 4부는 후천적인지 선천적인지 불안의 유전적 기반에 대해, 5부에서는 불안의 회복을 다루고 있다.

 

의식, 자아, 정체성, 지성, 상상력, 창의성뿐만 아니라 고통, 괴로움, 희망, 후회까지도. 어떻게 보면 불안을 파악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조건을 파악하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 P. 39

 

 

일반 사회불안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은 대체로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든 스트레스를 느낀다. 칵테일파티, 회사에서 하는 회의, 취업 면접, 데이트 같은 일상적 일 때문에 상당한 정서적 고통과 신체적 증상을 느낀다. 심한 사람에게는 삶이 끝없는 고통일 수 있다. - P. 139

 

불안과 수행, 우아함과 용기 사이의 관계를 파헤치다 보면 처음 생각보다 휠씬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성과를 내고, 겁쟁이면서도 강인하고, 겁에 질렸으면서도 영웅적일 수 있는 것 같다. - P. 193

 

불안을 줄이거나, 일시적인 불안 해소를 위해 복용하게 되는 안정제 등의 약물은 그 불안을 일으키는 어떤 문제나 원인에 맞서서 해결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결과밖에 되지 못한다. 외부적인 요소에 의존을 하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불안을 견디고 극복해 낼 수 있는 심리적 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불안은 우리 정신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는 신호다. 그것에 귀 기울이는 대신에 약으로 불안을 제거한다면, 그러니까 불안이 아니라 프로작에게 귀 기울인다면, 자기의 최선의 모습이 되지 못할 수 있다. 불안은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우리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약은 이 신호를 차단해버릴 위험이 있다. - P. 293

 

죄책감, 자의식, 슬픔, 수치, 불안 등은 세계와 우리 영혼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다. 이런 신호를 신체적 병증으로 생각하고 약으로 달랜다면 더욱 심한 인간 소외가 일어난다. "불안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제거해야 할 증상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실존으로의 부름이며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귀 기울여야 하는 메세지다." - P. 295

 

 

 

불안 때문에 정말 비참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불안은 하나의 선물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내버리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동전의 뒷면일 것이다. 어쩌면 부족하나마 나에게 어떤 도덕감이 있다면 그것이 불안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이따금 걱정으로 나를 미칠 지경으로 몰고 가는 상상력이 내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비해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는 장점이 될 수고 있다. – P. 421

 

 

 

 

불안감에 대한 완벽한 치유는 없을 것 같다. 불안을 느끼는 수준 조절을 통한 적절한 긴장감 유지가 오히려 불안을 치유하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옮긴이의 글에는 불안을 보편적 삶의 경험이자 무엇보다도 인간의 조건이라 결론을 맺었다. 불안에 나약해져 스스로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보다는 불안을 이겨낼 수 심적으로 강한 자아를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

 

인간은 늘 해답을 찾고 규명하려 하지만, 고정된 최종 의미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반드시 실패할 수 밨에 없다. 그렇지만 잡히지 않는 의미에 가닿으려는 갈망과 분투는 인간만의 특징이며 이런 과정에서 문화와 예술이 이루어지므로 어떻게 보면 그 자체로 대단한 의미가 있다. 한순간도 안주하지 못하는 불안은,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조금 더 나은 것을 이루려는 불가능한 시도의 동력이 된다. – P. 442 옮긴이의 말

 

독감 예방 접종을 했다고 독감이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예방 접종을 하게 되면, 하지 않은 것보다는 가볍게 독감을 앓게 된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닥쳐올 불안에 대책 없이 당하기 보다는 불안의 정체를 알아놓는다면, 어떤 불안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불안 예방 접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