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 / 예경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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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해 전부터 읽어보리라 마음만 먹다가 2019년 마지막 책으로 곰브리치 경의 THE STORY OF ART를 읽었다. 도화지 낱장과 색연필로 미술 시간을 어찌어찌 때운 초등학교 시절 말고는 미술이란 거에 관심도 재능도 없다. 세계사의 일부분으로 가르쳤던 미술을 떠올리며 읽었다.

 

서문에서 감동을 받았다.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평이한 글로 쓰고, 도판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작품에 한하고, 진정으로 훌륭한 작품만 선정하고, 걸작이나 개인의 기호에 따라 임으로 작품을 선정하지 않고, 원작을 직접 보았던 작품을 택하여 설명하려고 하였고, 작품들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 이해하는 방향으로 유도하여 미술 입문자를 위해 썼다는 고백이다.

독서를 즐겨 20년 쯤 지나 책에 관한 서문을 이렇게 쓸 날을 고대한다.

 

1. 원시미술이 우리의 것과 다른 것은 그들의 기술 수준이 아니라 그들의 착상이다. 처음부터 이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미술사는 기술적인 숙련에 관한 진보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화하는 생각과 요구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2. 원근법에 의한 단축법(foreshortening : 인체를 그림 표면과 경사지게 또는 직교하도록 배치하여 투시도법적으로 감축되어 보이게 하는 회화 기법)은 기원전 500년경에 시도되었는데, 이집트와 아시리아 미술품에 이런 화법으로 그린 그림은 없다.

3. 고대 세계의 유명한 조각 작품들이 없어진 직접적인 이유는, 기독교가 승리한 뒤로 이교도의 신상은 어느 것이나 때려 부수는 것이 신성한 의무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4. 소크라테스가 조각가로 훈련 받았기에, 감정이 육체의 움직임에 미치는 과정을 관찰해 여혼의 활동을 표현해야 한다고.

5. 로마 인들의 가장 뛰어난 업적은 아마도 토목 공학일 것이다.(p.93) 로마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아치의 사용이다.(p.94) 모든 로마 인들이 충성과 복종의 표시로 흉상 앞에서 분향을 해야 했으며 또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기 시작한 것이고 그들이 이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pp.95)

6. 교회가 국가의 최대 세력이 되자 미술과의 모든 관계는 재검토 되어야만 했다. 예배 장소를 고대의 신전을 모델로 할 수는 없었다. 바실리카(basillica : 큰 회당)가 등장한 까닭이다.(p.103) 6세기 말 그레고리우스 교황은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 책이 해주 역할을, 그림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다.” 이는 우상숭배 금지에 대한 반론)

7. 정교한 디자인과 풍부한 색채의 배합 설계를 우리가 감상하는 것은 어쩌면 마호메트의 덕택이라 할 수 있다.(p.111)

8. 중국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는 일을 천한 일로 생각하지 않고 화가를 영감 받은 시인과 동등한 위치에 놓은 최초의 사람들이었다.(p.113)

9. 미술가는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근대적 관념으로 과거 대부분 민족들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p.122)

10. 이집트 인들은 대체로 그들이 존재한다고 알았던것을 그렸고, 그리스 인들은 그들이 것을 그린 반면에 중세의 미술가 들은 그들이 느낀것을 그림 속에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다.(p.124)

11.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미술가들은 아름다운 육체의 이미지들을 어떻게 형상화하느냐에 관심을 기울인 반면 고딕 미술가들에게는 이 방법과 기교가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으며 그 목적은 성경이야기를 한층 더 감동적으로 신빙성 있게 전달하는 것이었다.(p.144)

12. 13세기 예술가들은 스케치북을 들고 실물을 보고 그릴 필요성이 없었다. 대강의 견습생으로 스승의 지시에 따르고 옛 서적을 모사하는 방법으로 그리는 방법을 배웠다.(p.146)

13. 르네상스기에 시인이나 화가를 칭찬할 때는 그의 작품이 고대의 것만큼 훌륭하다고 말했다.(p.167) 눈으로 본 것을 그린다는 관념은 르네상스 시대에 처음 등장 하였다.(p.433)

14. 성당을 거대한 돔(: 피렌체 대성당의 돔)으로 덮게 된 것은 15세기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덕분이다. 고전 건축의 형식(열주, 박공 등)을 새로운 조화와 미를 창조하는 데 자유로이 이용했고, 그 뒤로 500년 가까이 유럽과 미국 건축가들이 그 발자취를 따랐다.(p.169) 미술영역에서도 수백 년간 미술을 지배했던 원근법(perspective)의 발견은 그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p.170)

15. 15세기 초 반 에이크는 유화(안료의 용매로 달걀 대신 기름 사용)의 발명자로 알려져 있다.

16. 보티첼리에게 그림을 주문했던 부유한 상인 메디치는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고용주이기도 했다.(p.198)

17. 목판술, 동판술을 이용한 그림의 인쇄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알프스 이북으로 전해져 북유럽 중세 미술에 종지부를 찍게 만든 원동력 중 하나였다.(p.212)

18. 성 베드로 대성당은 규모를 제외하고 원래 계획과 일치하지 않는 데 면죄부를 팔아 기부금으로 예산을 충당할 예정이었다.(p.219)

19. 고대 그리스의 귀족들은 머리를 가지고 일하는 시인들은 우대하면서도 손으로 일하는 미술가는 결코 대접하지 않았다.(p.216) ‘손을 써서하므로 비천하며그렇기 때문에 신사의 품위에 걸맞지 않는다고 기술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다.(p.222)

20.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30구 이상의 시체를 해부해 인체의 비밀을 탐구하고, 자궁 속에서 태아가 성장하는 신비를 조사했고, 파도와 조류의 법칙도 연구, 곤충과 새들이 나는 것을 관찰하고 분석, 비행 기구 고안, 바위와 구름의 형태, 멀리 있는 물체의 색채에 미치는 대기의 영향, 초목 성장을 지배하는 법칙, 의 조화 등도 연구했다.(p.221)

21.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글을 통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예견했다.(p.222)

22. 스푸마토(sfumato)란 윤곽선을 확실하게 그리지 않고 마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것같이 약간 희미하게 남겨두어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인상을 피하는 기법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창안한 것이다.

23. 판테온에 있는 라파엘로의 묘비명 : “여기는 생전에 어머니 자연이 그에게 정복될까 두려워 떨게 만든 라파엘로의 무덤이다. 이제 그가 죽었으니 그와 함께 자연 또한 죽을까 두려워하노라.”(p.245)

24. 16세기 조르조네는 동시대 화가들과 달리 사물과 인물을 나중에 공간 속에 배치한 것이 아니라 땅, 나무, 공기, 구름 등의 자연과 인간을 그들의 도시나 다리들과 더불어 모두 하나로 생각했다. 이는 원근법의 창안과 맞먹는 새로운 영역을 행한 발돋움이었다.(p.251)

25.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거장들은 과학적인 원근법의 발견과 아름다운 인체를 완벽하게 표현하도록 하였던 해부학에 관한 지식, 고전 기대의 건축 형식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위업을 이루었다.(p. 257)

26. 16세기 플랑드르 화가들이 일상생활의 장면들을 묘사한 풍속화라는 장르를 개척했다.(p. 287)

27.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에 처음으로 눈을 뜨게 만든 화가는 클로드 로랭이었다.(p.303. <아폴론에게 제물을 바치는 풍경>)

28. 목판화나 동판화보다 자유롭고 신속하게 작업할 수 있는 에칭(etching 부식 동판화)을 본격 사용한 것은 램브란트다.(p.324)

29. 후원자가 사라진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화가와 조각가들이 전시회를 열고 이를 위한 작품을 주로 제작하게 되었다.(p.365) 이러한 심각한 위기가 미술가들이 도처에서 새로운 주제를 찾아내야만 했다.(p.366)

30. 산업혁명은 장인 기술의 전통을 무너뜨렸다. 건축 분야에서 두드러졌는데 견실한 장인 기술의 결여는 양식에 대한 이상한 집착을 낳아 문은 고딕 양식으로, 건물은 성이나 궁전, 이슬람 사원 양식으로 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었다.(p.379)

31. 19세기에 들어서 전통의 단절은 화가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 소재, 주제, 방식의 결정이 화가에게 맡겨졌고, 화가의 취향과 대중 취향의 간극이 점차 벌어졌다.(p.381) 관례를 따르고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는 부류와 스스로 선택한 고립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류로 미술가가 나뉘게 되었다.(p.382) 이 미술가들이 새롭게 가지게 된 자유와 능력은 세계 전체가 회화를 위한 주제를 제공했다. 미술가는 오직 자신의 감각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었다.(p.401)

32. 사진술의 등장은 성상 폐기만큼이나 미술가들의 지위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p.403) 그러나 19세기 인상주의가 자리 잡는 데 일본의 채색 목판화만큼이나 사진이 기여했다.(p.403)

33. 세잔, 반 고흐, 고갱 이 세 화가는 절망적인 고독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이었고 자신들의 예술이 이해되리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은 채 작품 활동을 했다.(p.425)

34. 미국 건축가 프랭크 라이드 로이트는 주택에서 중요한 것은 방이지 건물 정면의 외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부가 살기 편하고 거주자의 요구에 잘 맞는다면 건물 외관도 그럴 듯하게 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p.430)

35. 19세기 건축학교 바우하우스의 기본 이념인 기능주의는 도시와 방을 어질러놓는 데 사용했던 불필요하고 몰취미한 잡동사니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p.431)

36. 20세기 전반기 표현주의는 인간의 고통, 가난, 폭력, 격정에 대해 아주 예민하게 느꼈기에 미술에서 조화나 아름다움만을 고집하는 것은 정직하기를 거부하는 태도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측면이 강했다.(p.437)

37. “내가 미술의 역사를 끊임없이 새로 짜여지고 변화하는 전통의 역사로 설명하려는 것은 전통에 반기를 든 미술가들도 자기가 노력해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자극을 얻기 위해 전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p.461)

38. ‘미술은 표현한다라든가 미술은 구성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미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진실이 아니다. 어떤 이론이 애매모호하더라도 그 안에는 진실의 핵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대 미술가들이 새롭거나 낡은 다양한 이론에 관심을 갖는다.(p.462)

 

곰브리치 경의 서양미술사(문고판) p.504 부터 413개의 도판이 실려 있다. 참고문헌, 소장처에 따른 도판 목록, 도판 상세 설명, 색인까지 1046쪽 분량이다.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THE STORY OF ART는 예경출판사에서 세 가지 판형을 내놓았는데 독자는 2013년에 초판을 내놓은 문고판으로 읽고 공부했다. 양장본을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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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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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4개 단편집 올드 뉴욕가운데 첫 번째는 헛된 기대를 읽는다. 미국 독립당시 역할을 자랑스러워하는 가문인 할스턴 레이시의 상속과정을 그렸다. 검소함으로 일군 풍족한 재산을 상속 받게 될 외아들은 루이스다. 레이시는 상속자의 미래를 위해 많은 돈을 썼다. 루이스를 유럽으로 2년간 그랜드 투어를 보낸 거다.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기 화가의 작품을 사 올 돈과 함께 가문의 격에 맞는 미래를 기대하면서...... 루이스는 미모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가진 트리시와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떠났다.

2년간 영국, 이탈리아를 두루 살펴보는 여행 중에 루이스는 잉글랜드 청년을 만나 새로운 예술 세계에 눈을 떴다. 그가 미국에 돌아올 때 사가져 온 작품들은 아버지 레이시의 눈에는 실망스러웠고, 아들의 설명은 분노하게 했다. 아버지는 상속계획을 바꿔 아내와 두 딸에게 상속하고 상속자인 아들에게는 최소의 재산만 남기도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먼 나라로 갔다. 아버지의 사망 후 트리시와 결혼한 주인공은 뉴욕의 허름하고 외진 주택으로 이사한다. 친척이 상속재산으로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옮긴 뉴욕의 주택 1층을 갤러리로 개조하고 그랜드 투어 때 가져온 성화 등을 전시하지만 결코 대중이 주목을 받지 못한다. 생활비조차 걱정해야 하는 삶에서 아내 트리시의 믿음과 격려로 살지만 딸 루이자가 죽을 때까지도 그림은 빛을 보지 못한다.

이쯤에서 단편의 제목이 헛된 기대로 정한 까닭을 눈치 챈다. 그러나 거대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세월을 흘렀고, 루이자가 죽은 후 보잘 것 없는 뉴욕 주택을 재산을 상속 받은 후손은 집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그림의 진가를 알아본 화가와 판매상을 만난다.

단편 끝에 존 러스킨의 시를 붙여 놓았다.

햇살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며, 바람은 용기를 주고,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

 

이디스 워튼의 4개 단편집 올드 뉴욕가운데 두 번째는 노처녀.

옛 뉴욕에 성실하고 부유한 몇 개의 가문이 세력을 떨쳤다. 랄스턴 가문도 그중 하나였다. 샬롯과 델리아는 여주인공으로 사촌간이며 노처녀란 샬롯이다. 샬롯의 아버지는 로벨에서 가난한 축에 들었고 서른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샬롯이 사교계에 드나들 때 폐렴에 걸렸고, 1년간 타지에서 요양하고 돌아와 탁아소에서 궁핍한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간다.

샬롯 로벨은 조 랄스턴과 약혼을 발표함으로써 모두 놀라게 했다. 조는 샬롯에게 결혼을 위해 탁아소 아이들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여기서 소설의 국면이 바뀐다. 샬롯은 자기의 딸을 탁아소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기르던 거였다. 딸은 사촌 언니인 델리아가 젊은 시절 사귀던 클레멘트 스펜더의 아이였다. 클레멘트 스펜더가 유럽에 다녀왔을 때 델리아는 결혼한 상황이었고, 클레멘트를 마음에 품었던 샬롯과의 관계에서 딸을 낳아 기른 것이다. 샬롯의 딸 티나는 결국 삼각관계에서 태어난 클레멘트 스펜더의 아이였고, 아버지는 알지 못하고 떠난 거였다. 델리아는 남편 제임스 랄스턴과 함께한 자리에서 조에게 샬롯의 폐병을 알리고 결혼을 막는다. 샬롯은 조 스턴과 파혼하고 시골에 가서 살아야 했다.

제임스 랄스턴이 낙마사고로 죽자 델리아는 샬롯과 티나를 집으로 불러들여 함께 살아간다. 20여 년간 살아가며 티나는 델리아를 엄마로, 샬롯을 이모로 여기며 살아간다. 나이가 차서 결혼할 시기가 되었을 때 샬롯과 델리아는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두고 갈등을 겪어야 했다. 탄의 결혼식 준비를 마치고 전날 밤 누가 엄마의 자격으로 티나에게 마지막 날 조언을 할 것인가를 두고 파국으로 결말 날 듯 소설이 진행된다. 티나가 떠나가면 샬롯과 델리아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하지만, 델리아가 티나에게 했던 마지막 부탁은 둘 다에게 화해가 될 만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샬롯 이모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겠다고 약속해줘. 잊지 않고 꼭 마지막 입맞춤을 하겠다고.”

 

이디스 워튼의 4개 단편집 올드 뉴욕가운데 세 번째는 불꽃이다.

이웃 사람들이 변화하는 세태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주인공 헤일리 딜레인은 둔감하게 사는 올드 뉴욕 사람이다. 아내 레일라 그레이시는 사교계 출입과 그에 따르는 끼와 가출, 외도를 반복한다. 장인 그레이시는 지역 사회에서 행했던 행동 탓에 멸시 받고, 늙어가는 장인을 모시겠다는 생각에 아내는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 사는 걸 피해 딴 살림을 차리는 아내 레일라.

헤일리 딜레인은 친구들이 이해할 수 없는 원칙들을 고수했고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불꽃은 헤일리 딜레인이 무덤에 묻히고 10년이 지나 나이 차이가 많은 젊은 친구인 화자의 회상을 통해 풀어간다.

월트 휘트먼의 시를 덧붙였다 언제나 햇빛을 향해 서라. 그러면 그림자는 그대 뒤에 드리워질테니.”

 

이디스 워튼의 4개 단편집 올드 뉴욕가운데 네 번째는 새해 첫날.’이다.

첫 문장이 그녀는 항상 행실이 나빴지. 그들은 5번가 호텔에서 만나곤 했어.”라고 어머니의 회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뉴욕 5번가 호텔에서 화재가 났다. 화재를 피해 탈출한 사람 가운데 리지 하젤딘과 헨리 프레스트가 있었다. 리지의 남편은 늘 기침을 하며 살아가는 환자였다. 불륜을 들켰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리지 하젤딘과 탈출과정에서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 이야기, 사교 파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디스 워튼의 올드 뉴욕은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에서 201912월 본문 329쪽으로 번역해 내놓은 네 개의 단편 소설 모음이다. 국내 최초로 번역되었단다. 옮긴이는 정유선이다. 읽어가며 앨리스 먼로의 단편들이 떠올렸으나 길이로 보면 중편이지 싶다. 소설의 배경도 19세기 말(자동차 대신 마차, 전기불 대신 촛불이 등장하니 당연하다. 남북전쟁 참가 군인들 이야기로도 연결된다.)로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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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죽음 -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현실적 조언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지음, 박종대 옮김 / 다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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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죽음

2019.12.26.

스위스 로잔 대학교 완화 의학과 교수로 독일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법시행에 앞장선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가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조언하는 책 낯선 죽음을 읽는다.

죽음 앞에서 보내는 사람이 곡을 어떻게 하느냐가 입방아에 오르던 과거가 오래되지 않았다. 임종단계 의료의 문제점을 다룬다. 가족해체를 경험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누구나 임종을 앞두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까닭은 두려움때문이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공포가 깔려 있다. 공포에는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 자신이 어쩌지 못하고 생명 연장 의료 조치에 맡기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더해진다. 공포는 감각적 지각을 왜곡하고, ‘실질적 정보를 회피하며, ‘대화를 방해하는데 이를 준비해야 임종을 현명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낯선 죽음은 독일의 경험과 사례가 대부분이라 우리 현실과 비교하며 읽어야 수용하거나 준비해야할 것을 생각할 수 있다.

 

1. 우리는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죽음은 살아있는 과정에서도 일어나는데 세포가 안에서 붕괴하는 일종의 자폭 방식인 프로그램화된 세포 죽음Apoptosis’ 진행된다. 인간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기관 일부나 심지어 기관 전체가 죽을 수도 있다. 특별한 것은 간, 피부, 뇌는 손상된 뒤 제한적으로 재생할 수 있다.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관인 심장, , , 신장, 뇌가 기능을 상실하면 죽음을 부른다. 흡연과 당뇨병으로 촉진되는 만성 심부전은 심장 순환 죽음(돌연사) 수반한다. 폐 기능이 악화되어 만성 호흡 곤란일 때는 대부분 수면 중에 평화롭게 죽는다. 간에 문제가 있는 임종도 대체로 평화롭게 사망한다. 신장 죽음도 임종 과정은 간 죽음과 비슷하다. 뇌 죽음은 출혈, 뇌졸중으로 인한 부종과 전이처럼 뇌에 압력이 상승하는 사례와 치매와 다른 신경 변성 질환을 앓는 사례가 있는데 후자가 빈번하다. 대부분 평화롭게 죽는다. 모든 죽음의 과정이 원칙적으로 생명에 필수적인 기관들 중 하나나 여럿이 손상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출산 과정과 임종 과정에는 유사점이 많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경우 두 과정은 의학적 개입이 적을수록 원활하게 진행된다.(P.32) 제왕 절개 보다 자연 분만이 늘어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20세기 후반 임종 과정에 연명 치료가 시작되어 환자와 가족에게 고통을 주고 의사와 간병인에게 좌절과 탈진을 안겨왔는데, 이에 반작용으로 자연사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사고의 전환이 시작 됐다.

 

2. 임종에 대한 소망과 현실

건강 상태에서 갑자기 죽은 경우가 5%, 중병을 앓다가 2~3년 의식을 유지하고 살다가 죽는 경우 50~60%, 치매를 앓으면서 8~10년 천천히 죽어가는 경우가 30~40%. 세 번째 수치는 뚜렷하게 증가세를 보인다. 90% 이상이 자신의 집에서 죽고 싶어하지만 소망대로 죽은 사람은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은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저자가 독일인에게 질문한 답에 따르면, 집에서 죽기 위해서는 돈, 의사, 가족이나 친척, 자식, 딸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임종 대비책으로 딸을 여럿 낳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고 밝힌다.(P.44)

병원은 집중치료 장비가 있어 통증 완화와 같은 탁월한 장점이 있다. 요양원, 양로원에서는 인간 멸시를 당하는 분위기는 독일에도 있는 모양이다. 아이 세대가 부족하니 노인공동체 같은 구상이 현재 진지한 대안으로 제시 되고 있다. 이 방향은 분명 옳고 한국에도 필요하다. 완화 병동과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2~4%에 불과하다.

 

3. 임종 동행의 구조

임종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통증으로부터의 자유보호받는 느낌이다. 보호받는 느낌은 사회 시스템에 의한 보호다. 사회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감정은 온전한 가족구조가 전제될 때 가장 이상적이다. 독일에는 특수 이동 완화 치료 서비스팀이 있다. 보통 8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25만 명을 담당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협력 인원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중환자를 돌보는 가정의를 지원하고 24시간 비상 대기 시스템으로 불필요한 입원을 막고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는 소망을 실현시켜 준다. 완화치료 병동은 급성환자를 치료하고 돌봄 전망과 함께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퇴원율이 약 50%. 호스피스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전문 요양 병원으로 상주 의사가 없다. 독일에서 임종 단계 환자들을 위한 돌봄 피라미드(P.69)를 보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란다.

 

4. 임종 단계에서는 인간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A. 소통 : 환자와 의사의 소통이다. 의사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죄책감과 불안을 가진 가족 내의 소통도 중요하다.

B. 의학적 치료 : 통증은 임종 단계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증상의 약 3분의 1이다. 3분의 2는 내과적 증상(호흡 곤란, 속 울렁거림, 구토 등)과 신경정신과적 증상(정신 착란, 망상, 우울증 등)으로 골고루 분포한다. 모르핀이나 마약성 진통제 투약이 중독 증상이 생기거나 사망을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은 오래전에 과학적 근거 없는 것으로 부정되었다. 오늘날에는 환자들에게 그런 효과적인 약물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족스런 통증 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인 호흡곤란에도 가장 효과적인 약은 모르핀이다. 죽음 직전의 호흡 곤란 증세, 즉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는 호흡곤란의 표현도. 고통의 표출도 아니다. 신경정신병적 증상은 임종 단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학적 문제에서 3분의 1에 해당한다. 정신착란과 섬망(거칠게 몸부림치며 난동을 부림)에 이른다.

C. 심리사회적 돌봄 : 사회 시스템이 환자와 심리적으로 동행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도 죽어가는 사람과 중병 환자를 돌보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경시되는 분야다. 유족은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슬픔의 고통을 오롯이 느끼고, 고인이 없는 환경에 적응하고, 정서적으로 고인에게 새로운 공간을 부여하며, 기억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고, 그러면서 계속 살아나가기가 필요하다.

D. 영적 동행 : 병원에서 영혼을 돌보는 일이 큰 종교 단체들에서는 기존의 부수적인 차원에서 중용한 성직 활동 중 하나로 바뀌어가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서 종교나 질환의 종류와 상관없이 개인 중심의 가치관에서 이타주의로 옮겨 간다. 영적 케어에서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한 것은 자신의 유한한 삶에 대한 차분하고 냉정한 시각이다.

 

5. 명상과 중병

인간이 자신의 병과 삶을 바라보는 바꿀 수 있는 것이 명상이다. ‘지금 여기 있음을 깨닫는 것이 명상이다. “하나의 생각을 끊고 나면 다른 생각을 시작하기 전에 짧은 공백, 그러니까 잠깐의 틈이 있지 않은가? 그걸 보았다면 그 공백을 연장하라! 그게 명상이다.”는 티베트의 스승 잠양 켄체 린포체의 말이다. 명상의 핵심 측면 중 하나는 내려놓기 또는 집착버리기.

 

6. 굶주림과 목마름 : 전체적으로 가벼운 수분 부족 상태에서 죽어가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우리 몸에 가장 적은 부담을 주는 형태로 보인다.(P.146) 일반적으로 임종 국면에서는 영양과 수분의 인위적인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는 최고의 가능성이 열린다. 원칙적으로 중증 치매 환자에게는 인위적 영양 공급을 실시하지 말아야 한다.(P.151) 단순한 생명 유지가 인위적으로 영양과 수분을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것에 대한 절대적 근거인가는 앞으로도 계속 토론해야 할 문제다.(P.157)

 

7. 임종 단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들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방법

의사와 환자의 소통, 가족 간의 소통, 간호팀 내 여러 직업군의 소통이 중요하다. 갈증과 질식으로 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취한 수분공급 조치들이 오히려 그런 고통스러운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의학적 과잉치료가 시행되기 쉽다. 제약업계가 내놓은 비싼 치료제는 경미한 효과만 있을 뿐이다.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심각한 부작용이 많다. 불필요한 진정요법(모르핀 우빙 펌프, 오피오이드 패치 등)도 지양해야 한다. 호흡곤란에는 모르핀 투여를 요구하라.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환자에 대한 대책과 배려도 중요하다.

 

8. 임종 단계를 위한 준비 : 죽어가는 과정을 스스로 통제하고픈 욕구를 실행한다.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준비하라.

9. 안락사란 무엇인가? 10. 완화 의학(캐나다 의사 벨푸어 마운트)과 호스피스 케어(시실리 손더스 부인). 완화 의학의 업무는 심리사회적 동행과 영적 동행이 50%, 통증치료 15% 내외, 신경병적 증상 15% 내외, 내과적 증상(호흡곤란, 위와 장 등)15% 내외로 분포도를 그릴 수 있다. 독일에서 완화의학의 통제권을 두고 마취학과와 종양학과가 다투는 중이다. 제약업계가 밀어주는 학과가 힘이 세다. 그러나 완화 의학은 임종 단계를 다루는 고도로 전문화된 가정의학이라고 봐야 한다.

 

11. 죽음을 마주하는 삶

환자들이 삶의 질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영역으로 꼽은 것은 건강가족이었다. 세네카가 <삶의 짧음에 관하여> - “우리의 삶에서 아직 남은 시간을 지나간 시간만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몇 년 밖에 남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초조해할 것이며, 또 남은 시간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보낼까? 그렇게 짧은 시간도 얼마든지 지혜롭게 잘 분배해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우리의 시간을 좀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낯선 죽음다봄에서 201912월에 본문 276쪽 분량으로 초판을 내놓았다. 번역본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고 읽을 만큼 매끄럽다. 베이비붐 세대라면 죽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얻고, 바람직한 판단을 할 계기가 될 책이다.

 

#낯선죽음 #다봄 #완화의학 #박종대 #죽음 #노충덕 #독서로말하라 #노충덕인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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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빛나는 정오
이명현 지음 / 선물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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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빛나는 정오

2019. 12. 25.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함께한 책이다. 문득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구해줘가 스친다. TV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들에겐 드라마를 보는 듯하지 않을까? 똘똘하고, 키도 크고, 잘 생기고, 명품 재킷을 입고 출근하며, 재치도 있어 여성들이 오매불망 기대는 백마 탄 기사 같은 신입사원이 홍보팀에 들어온다. 선임인 여성 대리도 S 대 수석 졸업, 그룹 수석 입사 경력에 완벽한 직장 생활을 한다. 바쁜 업무 속에서 신입의 구애로 둘 사이에 로맨스(?)가 펼쳐지는데. 이미 선을 넘은(“내 몸은...... 네가 연주하는 피아노야. p.181) 선임은 신입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이하 생략 : 스포일러)

동사 되다의 쓰임새, ‘로서로써를 구분하라는 선임의 자상한 안내

인지부조화론(최승혁의 고백에 대한 김병욱의 반응), 장석주의 대추 한 알’, 정현종의 시 방문객’,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가 대화의 소재다. 로맨스 소설에도 격이 있다면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하리라. 삼류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상실의 시대)’에서 음악이 주는 효과를 기대해 배치한 것일까?

 

사람은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p.221) 로맨스 소설이 건네는 아포리즘이다.

 

택시 탈 때 서울말 쓰면 5천 원인데 광주말 쓰면 만 원이니까 작심하고 고쳤지” (p.214) 이 문장은 소설에서 마이너스다. 작가의 그릇된 의식이 투영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권을 기대하게 한다. 아뿔싸 2020년에 출간 예정이라는...... ‘달이 빛나는 정오라는 제목을 붙인 까닭은 2권을 읽어야 알 수 있다.


달이 빛나는 정오는 선물나무에서 201911월 본문 360쪽 분량으로 내놓은 로맨스 소설이다.


https://blog.naver.com/grhill/22174871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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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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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4

2019.12.11.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는 모두 일곱 권이다. 7년에 걸쳐 출간됐다. 수년 전에 3권까지 읽은 줄 모르고 읽다보니 1,2,3,5,6,7,4권의 순으로 읽었다. 중국인 이야기 4는 쑹메이링을 둘러싼 장쉐량과 장제스의 풀리지 않는 삼각관계란 소재로 시작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기까지 국공합작품인 황푸군관학교 출신들의 활약상,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의 수난과 평민화 과정도 소개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과정에서 북한이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는가도 알 수 있다. 이 내용은 후일 통일된 이후에 더 정확하게 밝혀질 일이지만, 어느 곳에서도 배운바가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중국과 북한의 연결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신중국 수립 초기의 외교부 풍경도 흥미진진하다.

 

장학량(장작림)과 장쉐량(장학량)은 만주를 배경으로 걸출한 삶을 살았다. 장쉐량이 장제스를 시안에 감금하고 국공합작을 이끈 과정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덕분에 장제스가 장쉐량을 50년 넘게 연금시켰고, 연인이었던 쑹메이링의 도움으로 장쉐량이 천명을 다했던 거다. 책 뒤표지에 소개한 장쉐량과 쑹메이링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9361212일 밤, 1,200년 전 양귀비가 온천을 즐기던 시안 교외 화청지에 총성이 울렸다. 정변을 일으킨 중국의 2인자 장쉐량은 최고 통치권자 장제스를 인질로 삼아 2차 국공합작을 요구했다. 쑹메이링은 쟝쉐량이 남편을 인질로 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지만 그래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시안 공항에 내렸을 때 장쉐량을 발견하자 얼굴이 굳어졌지만 곤 함박웃음을 짓는 사진이 남아 있다. 사지에 빠져 있는 남편을 걱정하는 여자의 모습이 아니다. 마중 나온 장쉐량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었다. 반가워하기는 장쉐량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때 연인 사이였다.”

시안사변은 중국 현대사의 방향을 틀었고 기록을 남기지 않아 기상천외한 이야기와 함께 쑹메이링과 장쉐량의 이야기는 중국인들에게 영원한 얘깃거리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쑹메이링의 기억에 장쉐량은 동북이 일본 관동군의 수중에 들어가자 그간 즐기던 아편과 모르핀을 끊어버렸다. 부관에게 권총을 건네며 내가 다시 아편에 손을 대면 나를 총살하라고 명령했다. 일주일 만에 효과를 보았고, 비행기도 직접 조종하고 자동차도 제 손으로 몰 때가 많았다.

 

1917.7.25. ‘카라한 선언’ : “러시아 제국 시절 중국과 체결한 모든 불평등 조약을 파기하고 만주를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취했던 이권을 일률적으로 포기한다.” 이 선언은 중국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

 

중공과 북한 : 신중국 수립에 기여한 북한 -

마오쩌둥이 6.25 전쟁이 한창일 무렵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에게 했다는

우리 두 집안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너희가 돕고, 너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도와야 되는 그런 사이다. 지금 조선은 위중지난에 처해 있다. 우리가 어찌 수수방관할 수 있겠는가. 중화인민공화국의 오성홍기에는 조선열사들의 선혈이 배어 있다.”

이외에도 1958년 평양을 방문한 저우언라이, 1963년 북한을 방문한 중국 국가 주석 류사오치, 1972년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의 김일성 60회 생일 축하 전문, 70회 생일 축하전문, 199280회 생일 축하전문, 2014년 시진핑이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에게 보낸 축하전문(p.271~276)에서 북한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 까닭은 만주 일대에서 장제스의 국민당군과 동북민주연군(중국공산당)간 전투에서 북한은 압록강 인근 초산, 만포, 강계, 후창, 중강진, 나남 등지에 중국공산당의 물자, 무기, 환자, 가족을 피난시키거나 보관할 수 있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며, 10만 명이 무장할 수 있는 무기(일본군이 남기고 간)와 탄약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중국공산당(동북민주연군)은 만주에서 장세스의 국민당군을 격파하고 중국 대륙을 점령할 수 있었다.

 

조선인 정율성(1914~1976)은 중국인민해방군 군가를 작곡했다. 중국측 기록에 따르면 한 사람이 두 나라의 군가를 작곡한 사람은 정율성이 유일하다고 한다.(p.317) 부인 딩쉐쑹은 평양이민공사(동국야전군이 승리할 때까지 북한과 중국공산당의 협력을 주관한 기관) 비서장 역할을 했다.

 

일본 패망 직후, 한반도에는 6만 명에 가까운 화교가 살고 있었다. 그 중 2만 명이 북한 지역에 살고 있었다. 일본은 36년간 화교와 조선인을 이간시켰다. 특히 중일전쟁이 본격화된 후에는 조선인들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게으르고, 비겁하고, 야비하고, 지저분한 민족이 중국 민족이라고 각인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중국인 이야기시리즈 전권을 읽어가며, 학창시절은 냉전기였고, 6.25에 북한을 지원했기에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해 배운 바는 극히 일부분이다. 남과 북이 대치한 현재도 중화인민공화국과 북한 간의 협조와 비난 전체를 알 수 없다. 역사는 훗날 사실을 드러내낼 것이다. 멀리 않은 시기에 한반도가 교류하고 통일을 이루면 더 자세한 사실들이 드러나겠지. 나와 같은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재의 상황에서 김명호 교수의 책을 통해 과거사의 일부를 알게 된 일이 다행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다.

 

중국인 이야기 4는 한길사에서 2105년에 본문 360쪽 분량으로 내놓았.

 

 

#노충덕 #독서로말하라 #노충덕인문아카데미 #중국인이야기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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