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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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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아주 작고 색깔이 귀여운 책이었다.

하와이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아주 담백한 책이었다.

 

"책은 받아들자마자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얇은 책이고,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읽은 내용을 글로 내용을 풀어내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작가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하와이에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의 행복이 나와는 참 별개로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아이도 없고, 현실에서의 걱정이 미친듯이 많으면서 하는 일도 잘 안풀리고 있는 것 같다 느끼고 있는 나와 훌쩍 하와이로 떠나 아들과 남편과 친구와 잠깐의 휴식을 즐기며 순간의 행복함을 적어놓은 작가 사이의 갭이 순간 느껴졌다고나 할까. 즐거운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전혀 즐겁지 않은 기분."

 

나는 책을 읽고 나면 대강의 내 기분을 짧게 적어두곤 한다. 근데 이렇게 적어놓은 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 이날의 내 기분은 이렇게나 별로였구나.'라는 게 너무나 티가 나는 글이어서 말이다. 이 때의 나는 무슨 일때문에 이렇게나 배배 꼬였었나 생각해봐도 딱히 생각이 나는 게 없었다. (메모를 남겨둘때 날짜따위 적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만) 지나고 나면 이렇게나 별거 아닌데 나는 왜 저렇게 흥분했을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책을 읽어봤다. 짧으면서도 행복한 기운이 물씬 넘치는, 작가의 애정이 듬뿍 쏟아져 있는 책이라는 것을 첫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하와이, 그리고 훌라춤. 따뜻한 남태평양의 그곳은 참 걱정거리도 근심거리도 모두 던져버린 듯 평화로워보였고, 그 속에서 일상을 벗어나 시덥잖은 것들을 생각하며 웃고 즐기는 요시모토 바나나는 퍽 즐거워보였다. 그저 밥하고 빨래하는 일상을 하와이에서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이야기 할 만큼.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에피소드는 아들과 함께 들어간 어느 골목길 허름한 하와이안 숍에 갔던 이야기다. 하와이와 훌라에 심취해 있으면서도 단 하나의 하와이안 주얼리를 갖고 있지 않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키나와에서 우연히 발견한 하와이안 숍에서 찾은 반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만날 사람은 만나게 돼 있어!'라는 말이 새삼 우연이 아니라 운명처럼 느끼게 해준 느낌. 아마도 작가와 하와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처럼 나도 나만의 하와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어떤 것에 몰두하거나 나의 휴식을 찾아 떠날만큼의 여유가 없지만 그래도 꼭 하나쯤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말이다. 그곳에 가면 나의 힘든일 같은 건 모두 잊어버릴 수 있도록, 친구도 하나쯤 있고, 내가 좋아하는 햇살과 바다가 함께 있으면 더욱 좋고. 나는 없지만 이 글을 읽을 누군가는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이 참 부러워지는 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 그렇듯 늘 그렇게 와닿는 글들이 많이 있다.

이 곳 저곳 색연필로 줄을 그어 놓았는데 몇 개만 소개하면서 서평을 끝맺는다.

 

ㅡ소설은 참 좋은거네. 아무리 멀리 있는 것도 이을 수 있으니까. (82p)

ㅡ세상의 그 무한한 넓이에는 늘 현기증이 인다. 이 실로 넓은 세계, 인간만이 좁은 공간에 꿈을 담아 이 세계를 만든 것이 아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매일 수도 없이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세계. (83p)

ㅡ역시 이 세상에 편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생은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가 톱인 장소에서는 다 똑같이 힘은 들어도 보기에는 근사하니까. 똑같이 꾹꾹 참고, 할 말을 삼키고, 내가 나를 똑바로 보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그런 매일을 쌓아간다. (100,101p)

ㅡ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그 장소에서 보내는 일상이 때로 엄청난 경치에 필적하는 추억이 되니까. (134p)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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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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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폭풍 공감할 책 <장서의 괴로움>.

이 책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통해서 읽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금 당장은 읽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제목이 눈에 가서 한 번은 읽게 될 책이다. 나는 그렇다 자신한다. 이유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책을 많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고, 그들은 저자와 같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서든 예외가 존재함을 알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예외는 없었다.)

 

나는 저자처럼 수천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지는 않는다. '책을 다 꽂아둘만큼 집이 넓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납공간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가 이유지만, 사실은 엄마의 등쌀 덕분이다. "너는 안 보는 책은 좀 갖다 버려라.", "방 정리 좀 해라.", "책 좀 치워라." 기타 등등 내가 좀 너저분하게 책들을 여기저기 쌓아놓고 보는 성격이 엄마 등쌀의 한 몫 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서평단을 해서 책을 받든, 내가 책을 사든, 중고로 헌책방에서 구해오든, 1년에 한 번씩은 책을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는지라 그때마다 눈물을 머금고 책을 정리한다. 책의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전화번호부 리스트를 뒤지거나, 중고장터에 팔거나, 교환하거나. 사실 책을 정리해도 돈이 안된다. 그 이유는 '설마'하고 생각하는 바로 그 이유, 책을 판 돈으로 다시 책을 사기 때문인데... 그때마다 인간의 욕심은 참 끝이 없다는 생각을 문득하곤 한다. 책을 둘 곳이 없어서 정리하면서 다시 책을 사가는 게 말이 안되지 않나. 하지만 이런 사람이 세상에 나 말고 많다는 것이, 아니 적어도 여러 명은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됐다. 바로 <장서의 괴로움>의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로 인해서 말이다.

 

이 책에는 물론 일본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나온 이야기들도 있지만 (프롤로그부터 등장하는 '2층 집의 거실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는 정말 황당한 이야기.' 책을 통틀어 가장 쇼크가 오는 이야기다.) 책을 대하는 마음이나 책을 모아놓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거나 다들 비슷하게 느껴진다. 모아놓고 왜 이렇게 많이 모였지? 당황스러워 하는것도, 이 책들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 지 몰라서 자꾸만 쌓아놓기만 하는 것도, 모아놓고 정리하기 힘들어 한다는 것도 모두 다. 책을 좋아하면 버리는 데 익숙해져야 하지만 자꾸만 사모으는 것을 한다는 것들 조차 많이 비슷하다.

 

'사람군상이란 별게 없구나' 새삼 느끼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거지? 생각해보면 딱히 대답은 없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건 불치병인거다. 불치병- 안 읽더라도 사놓는 책들이 많아지는 건 소유욕때문이라고 하지만 없는 돈에도 책을 사 놓는 건 소유욕과는 또다른 문제처럼 느껴지거든. 책을 좋아해본 사람은 안다. 새 책을 막 받았을 때의 그 책냄새, 그리고 헌 책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 책을 넘길 때의 사라락 거리는 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 기타 등등 모든 것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것도 아니고 실체가 딱히 있는 것들도 아닌데 이 묘한 감정을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나만의 저장고가 있다면 좋겠단 생각을 늘 하곤 했다. 거기에 착착착 책을 쌓아두면 뿌듯하고 즐거울 것 같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다. (일단 우리나라에 그런 저장고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장서의 괴로움>을 다 읽고 작가가 정리해 놓은 장서의 교훈들조차,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의 끈끈함을 본 느낌이라고 하면 나는 중증인걸까. 탤런트 서인영은 자신의 신상 구두들을 '애기'라고 불렀다. 나는 그정도까지 애착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중증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내 책상 옆+위+아래, 침대 옆+위+아래 손이 닿는 곳엔 책들이 늘어져 있고 엄마는 내 방에만 오면 소리친다. "책 좀 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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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anced Style 어드밴스드 스타일 - 은발의 패셔니스타가 왔다
아리 세스 코헨.마이라 칼만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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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서 봤던가 프로그램에서 봤던가. '여자 얼굴의 주름은 그 여자가 살아온 인생을 대변한다'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사실 이게 정확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고 그저 이런 뉘앙스의 말이었는데 이 말이 내게는 꽤 강한 잔상을 남겨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씩은 생각하곤 한다. '잘 늙는 것이란 무엇일까?'하고 말이다. 남녀 모두 잘 늙고 싶은 건 마찬가지일 테지만 '아름다움'과 필연적으로 엮이는 여자의 경우는 더더욱이나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살아온 인생이,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옷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건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궁금해졌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도 젊을 때와 똑같이 매력적인 사람으로 남고 싶은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아니, 여자라면 당연히 이렇게 늙고 싶을 것이다. 모름지기 여자의 본능이란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관심이 갔던 책이다. 은발의 여인들의 스타일에 관한 책이라는 설명에서 말이다. 실물 책을 마주하지 않은 채 출판사 서평만으로 책을 접했을 땐, '이러이러하게 옷을 입으면 된다'는 식의 패션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그래서 엄마에게 알려줄 겸, 나의 나중을 대비도 할 겸, 겸사겸사 책을 받아들었던 것인데 이게 웬 걸. 이 책은 글보다는 사진이 더 많은 사진집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은발의 여인들은 각자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살아오면서 자신에게 어떤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지 이미 깨우친, 그래서 어떤 스타일에서는 독보적인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 마디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알고 있는 패션의 고수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단연 인기 있는 스타일은 빈티지다. 사진 속 그녀들에게는 30년 전부터 갖고 있던 액세서리들이나 모자, 옷들을 아직도 즐겨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예전부터 갖고 있던 패션 소품들이 30년이 지난 지금 빈티지로 탈바꿈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데 자신의 역할의 몇 배는 해 준다. 이런 걸 보면서 나는 '오래되었다'는 말의 반대말이 '빈티지'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한 쪽은 어감상 버려야 할 것 왜인지 지저분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반면, 빈티지는 더 오래두어서 낡음을 멋스럽게 생각하게 되니까 말이다. 아주 한 끗 차이지만 그 진폭은 꽤나 크다. 당장 오래된 것은 버려버리는 현재의 여성들에게 깨우침을 줄 만 했다.

 

사람도 그런 것 아닐까, 싶다. 오래되어서 버릴 것, 지저분한 것이 아니라, 오래되었음을 멋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것.

 

 

 

"나이에 맞는 옷이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옷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거라면 그냥 자신감을 가지면 되지 않겠어요?"

"아름다운 내면을 느껴 봐요. 겉모습도 아름다워질 테니."

"다른 사람을 너무 따라하다 보면 결국 아무도 아니게 되지요. 절대 비교하지 마요. 당신은 당신이에요."

"스타일이란 적절한 장신구, 적절한 요령, 적절한 목걸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절한 태도랄까."

 

아주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작가가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 <은발의 패셔니스타>를 통해 알려졌다. 책에 간간하게 등장하는 여성들의 지혜는 읽기만 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어딘가에 적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들이 직접 겪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 해 준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건 경험이 아니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 나이와 스타일은 반비례하는 걸까?

내 대답은 NO!! 언제나 나 자신에게 당당한 여자에게는 나이라는 건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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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전과 - 남녀관계에 대한 어느 편식男의 고찰
김정훈 지음 / 북뱅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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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관련된 책들을 꽤 읽어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데, 이런 시도는 낯설기도 하고 참신하기도 해서 눈길이 갔다. 일단 <연애전과>라는 책 제목부터가 신선하지 않은가. 어렸을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때와 중학교때 많이 즐겨 찾았던,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전부 적어놓은 책'을 일명 '전과'라 불렀던 시절이 있다. 물론 후에는 참고서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곁에 있었지만 초등학생 시절만 하더라도 '00전과'라 이름 붙은 책들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전과"란 말 그대로 모든 과목을 아우른다는 뜻일 테다. 한 권의 책에 모든 과목을 다 아우르고 있기도 했고, 모든 해답들이 들어 있어서 전과라 이름붙인 사람들이 이리 생각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연애전과>에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까지 다섯 가지 주요 과목에 연애를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책 속에서 까만색 글씨로 등장하는 것은 연애전과의 내용이고, 노란색(카키색에 가까운)으로 등장하는 건 누군가의 경험담이다. 이 책의 화자는 '선수'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인데 이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전과가 진행이 된다. 전과에 적힌대로 남자가 실행해보면서 좌충우돌 경험을 하는 플롯을 가지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느끼는 것은 연애는 남자도 여자도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책엔 남자들의 심리 상태를 꽤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적어 놓았는데 그것은 어떨 땐 찌질함을 넘어서기도 하고, 어떨 땐 안타까울만큼 바보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남자들의 심리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여자를 어떻게 꼬시면 좋을까를 고민하는 스무 살 대학생때의 얘기부터 상대를 알만큼 알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서른 즈음의 이야기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어쩌면 그 나이또래의 누군가가 겪었을 만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여자인 내가 읽어감에 있어서는 좀 신기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적어 그 순간 순간의 자신의 느낌을 적은 책들은 종종 봐 왔지만, 객관적인 화자를 설정하고 거기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투영하고, 그것들의 일반화를 통해 공식을 만들어내고 결론을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작가도 처음에 밝혔듯이 이 책의 공식이 모든 연애에서 통할 리 없고, 섣부른 일반화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렇게라도 알 수 있는 가감없는 남자들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전과를 읽음으로써 학생들은 똑같은 답을 찾을 수도 있지만, 좀 더 독창적인 생각을 해 다른 답을 찾아갈 수 있다. 전과는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책이다. 연애가 잘 안 풀려서 이 책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린 뒤 다른 해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연애가 이 책에 적힌대로 이루어질 리 없으며, 이것은 하나의 참고가 될 만한 책일 뿐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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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세대 -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올리버 예게스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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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라는 단어는 요근래 들어봤다. 친구가 군대 간 본인의 오빠에게 보낼 물건들을 고르기 쉽지 않다며 내게 도움을 청해 왔을 때 그때 처음으로 들어본 단어. 사실 나는 이런 단어가 있는 줄 몰랐다. 나는 무언가를 하나 선택하는 데 꽤 오랜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 그 선택을 따르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친구의 경우도 그렇고, 넷상에서도 그렇고, 요즘에는 꽤 흔하게 자신을 '결정장애'를 갖고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사실 '결정장애'라는 요즘 이야기가 책 제목으로 나와 전면으로 독자들을 맞이하고 있어서 눈길이 갔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호기심 뿐만 아니라 출판사 서평 때문에 눈길이 갔던 책- 책의 요약을 참 잘해서 출판사 서평만 읽어도 대충 어떤 내용이겠구나 알 수 있었었기 때문이다. (책을 고를 때 출판사 서평이 꽤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아무래도 책의 전부를 읽어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책을 잘 요약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출판사 서평이 좋은 것 같다) 무튼, 출판사 서평에서 봤던 대로- 이 책은 딱 현재의 청춘들에게 해당되는 책이었다. 유럽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 모두가 우리나라에도 적용이 돼서 유럽이나 우리나 다를게 없는, 글로벌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나 할까.


결정장애라는 것은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겪는, 선택을 하는데 남의 도움이 없이는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뿐만 아니다. 출판사의 서평을 인용해서 설명하자면 "핵가족화된 가정 환경 안에서 '경쟁'을 빙자한 '개인주의'를 주입받으며 자라왔고, 여기에 덤으로 부모의 과잉보호까지 받는 동안 사회는 쉴 새 없이 디지털 혁신 기술을 내놓으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갔다. 부모 세대가 살아온 방식은 이제 낡은 것, 더 이상 효용성이 없는 것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들 세대는 급변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지침도 얻지 못한 채, 어느덧 덩치만 큰 어른이 되어 세상 속으로 내던져진 사람들."을 말한다.


 

이 책엔 이런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겪는, 생각하는, 행동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

어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SNS나 사랑, 일에 관한 이야기들이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느낄 수 있다. 현대 젊은이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을, 보이지 않는 위기감을.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이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말이다.


세상이 좋아졌다. 더 좋은 환경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만큼 무한한 경쟁에 내던져졌다. 어떤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세상은 변하고 거기에 따라가면서도 누구 하나 불평없이 따라간다. 금방 싫증을 내면서도 속으로는 전전긍긍한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 싫어 선택을 누군가에게 미룬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 아니 없는 것 같다. 누구보다 폼나게 살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래서 심심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저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메이비족'이라는 신조어를 갖다 붙였다. Yes나 No로 대답하는 것이 아닌 애매한 Maybe로 대답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메이비족. 책을 읽는 내내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빠른 사회발전이 우리탓이겠는가, 헬리콥터 부모들(자녀들이 다 커도 그 곁을 맴돈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 다 큰 자녀들까지 과잉보호를 해서겠는가, 나이가 들어서도 보호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 때문이겠는가. 과연 이게 어느 하나만의 탓이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야기했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눈코 뜰 새 없이, 잠도 줄여가며,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해봤자 돌아오는 건 많지 않다"고 말이다. 공평하지 않은 시대라는 것을 살아가면서 겪은 사람들- 부모님 세대때의 '노력하면 누구든 뭐든 가능하다'라는 것은 이제 정말 옛말이 되어버린 지금, 꿈과 희망같은 건 지나가는 개에게나 줘란 말을 당연하게 하고 있는 요즘의 젊은이들은 과연 잘못된 것일까.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현실이기를 거부하고만 싶어졌던 느낌이 든 책이었다.

공감되는 내용이 너무나도 많아 나도 메이비족임을 이미 인정해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메이비족들은 참 잘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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