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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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는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울었던 것은 그래서 3부의 이야기를 다시 읽고 싶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춘희때문이다. 고래는 어딘가 영험해 보인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어느 영화에서 고래는 지구의 종말을 느끼고 인간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한다. 
어떤 사람들은 고래와 함께 헤엄을 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거대한 포유류, 육지로 진출했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바닷속으로 돌아간 포유류, 자살을 하는 동물. 
거대한 몸통 속에 아름답고 섬세한 영혼을 가진 춘희는 그래서 고래다. 
춘희의 아버지는 유령이었고 그래서 춘희는 설화 속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유령을 외면하듯 춘희를 외면 했고 춘희의 곁에 언제까지고 있어줄 것 같았던 이들도 사라졌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춘희의 어머니가 평생동안 두려워 했던 것. 춘희는 죽음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그들은 없어졌다. 
코끼리 점보도,쌍둥이도,문도 모두 어느날 사라졌다. 
어느 순간까지 춘희는 그들을 꺼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도 서서히 사라진다. 시간이란 그런 것이었다. . 내 영혼도 조금씩 지워지는 것. 
춘희는 그래서 벽돌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사람을 불러모으기 위해서였지만 나중에는 행위 그 자체가 춘희가 되었다. 
평생을 작은 세계속에 갇혀 도대체 이 세상은 왜 이런 것일까 이해하지 못해 두려움에 떨었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을 다 잊고 
벽돌을 만들었을 것이다. 
자기가 태어난 마구간도, 그 때의 냄새도,육중한 다리를 가진 코끼리도,자신을 바크셔라고 불렀던 교도관도, 
왁자지껄하게 벽돌을 구워냈던 한 때의 공장과 자신에게 벽돌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던 문도,
자신에게 노란 원피스를 사주었던 세상에서 약속 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던 사내도, 죽어버린 자신의 아이도, 
그러니까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모두 잊은 채 그렇게 벽돌을 만들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모든 것을 끊임없이 떠올리며 벽돌을 구웠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걸 알 수 없다. 
어쨌거나 한 삶이 끝났고 그녀는 훌륭한 벽돌을 남겼다. 
모든 영화가 사라지듯 언젠가는 춘희가 만든 벽돌들도 없어질 것이다. 
언젠가는 흔적만 남거나 그 흔적조차 사라지겠지. 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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