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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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쓰게 될 첫번째 문장은 바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을 염두에 두면 치명적이라는 것입니다.
순전한 남성 또는 순전한 여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인간은 남성적 여성이거나 여성적 남성이어야 합니다.
여성이 어떤 불평을 조금이라도 강조하거나,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어떤 대의를 변호하는 것, 어떤 식이건 여성으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치명적인 일입니다.
여기서 ‘치명적‘이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의식적인 편향성을 가지고 쓰인 것은 필연적으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옥해질 수 없지요. 그런 작품은 당장 하루 이틀동안은 빛나고 효과적이며 강력한 걸작처럼 보일지 모르나, 해 질 무렵이면 시들어 버립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자라날 수 없는 것이지요.창조적 예술이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먼저 마음속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협력해야 합니다.
마음속에서 반대되는 성들이 결합하여 신방에 들어야 하지요.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려면 마음 전체가 활짝 열려 있어야 합니다.
자유가 있어야 하고 또 평화가 있어야지요. 바퀴가 삐걱거리거나 빛이 깜빡거려서도 안 됩니다.
커튼을 완전히 내려야지요. 작가는 일단 자신의 경험이 끝나면 드러누워서 자기 마음이 어둠속에서 결혼식을 거행하도록 두어야 합니다.
그는 어떤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거나 질문을 던져서도 안됩니다.- <자기만의 방. 157~158쪽>


감정의 붉은 빛이 아니라 진실의 흰빛으로 쓰여진 울프의 글. 남성인 나를 끌어당기고, 담담히 공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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