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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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글자와 종이로 구성된 것이 분명함에도 이렇게나 다르다. 이렇게까지 다른 것에 놀라고 감탄하고 감동하고 좌절하고 기뻐한다. 너무도 다른 소설이다. 아니 시일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그저 소리나 활자화된 무성영화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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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기준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이런 것인가 아니면 그저 시각적인 무엇인가를 쳇바퀴 굴리듯 굴려본다. 뱅뱅 어지럽고 숨찰 때까지 돌리다가 헉헉거리며 눈을 꾹 감으면 삶이 둥둥 떠오른다. 고작 40여년을 상상해본다. 미래만 상상하는 것이 아닌 과거에도 상상력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나는 순순히 따라갈 수 있을까. 끄덕이며 받아들이고 그 다음을 궁금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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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가 없는 문장이 서로를 연결 시킨다. 삶이 끝나는 것 같아도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삶과 죽음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는데, 죽음은 시야각 너머에 있어 잊기 쉽고 알아채기 어렵다. 그렇게 주욱 이어지고 있다. 쓸쓸하지만 어쩐지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침그리고저녁 #욘포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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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 오늘의 젊은 작가 1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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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비유, 꿈과 환상 중 어느 쪽이라도 좋다. 작가의 문장을 머릿속에서나마 그려보고 싶었으나 쉽지 않더라. 이미지와 심상. 두 단어 모두 마뜩찮다. 좋은 단어를 찾고 싶다. 이야기보다 더 매력적인 그림이 가득한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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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은 도무지 놔지지가 않는다. 얼마쯤 포기하고 지우기 위해 애써도 사라지지 않아서 우리를 붙들고 종종 흔들어댄다. 도무지 괜찮아지지 않는 한 부분이 계속 자리를 옮겨가며 눈에 차는 것이다. 피할 수 없고 잊을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다. 별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하는 무엇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 무엇을 드러낼 수 없어서 늘 어쩐지 솔직하지 못하고 짐인듯 빚인듯 짓누르는 것이다. 어떤식으로든 닿고야마는데 그 무엇이 내게 기대하는 것과 내가 그 무엇에 부여하는 의미가 일치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봐야 아득하고 괴로운 마음이야 같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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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마음은 그래도 희망을 찾기 위해서고 해피엔딩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현실과의 괴리 일텐데, 어느 쪽도 좋다. 희망도 필요하고 현실도 중요하다. 인간으로 존재하는 한 버릴 수 없는 두가지가 이 이야기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 모두의 삶 속에도.

#아무도보지못한숲 #조해진 #오늘의젊은작가01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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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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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모르겠다. 다만 도움을 청하는 아이들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아주 작은 사인도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어른을 믿기 힘들다. 늘 안된다고 말하고 아이들의 문제를 별 것 아닌냥 대하고 거짓말을 일삼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손을 내민다면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다. 절박한 지경까지 놔둔 것을 미안해하며 이런 세상을 바꾸려 애쓰지 않은 것을 반성하며 그 손을 잡아야 한다. 그 손을 잡고 어떻게든 해야만한다. 그 절박함을 외면해선 안된다. 그것만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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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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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기 전에 부정적인 리뷰를 먼저 만났다. 그래도 궁금했다. 페미니스트와 남성. 남성이 말하는 페미니즘.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꼭 필요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만나고 있다.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지고, 선언해야만 변화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앞에 모두 각자의 수식어를 갖고 그 뒤에 괄호안에 개별성을 담아두면 된다. 나는 다양한 특징과 성향의 페미니스트들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어떤 것 하나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페미니즘 담론이 가능하려면 전혀 다른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필요한 것이다. 책 4권을 통해 남성 페미니스트를 만났다. 모두 각자의 언어로 각자 추구하는 것을 드러냈다. 이렇게 점점 많아지고 다양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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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페미니즘에서 자신이 결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굳이 ‘두번째’라 쓰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답하길 소망한다. 이해하기 위해선 알아야만 한다. 그런데 누구도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더군다나 생리적인 특징은 성별을 뛰어넘을 수 없다. 저자는 알고 싶어한다. 그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를 위해서고 그 이해는 사랑을 전제로 한다. 상대를 궁금해하고 조심하는 것. 그 외에 무엇이 사랑인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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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모두에게 다르게 읽힐 것은 안다. 다만 나는 꽤 울었다. 어떻게 이렇게 낱낱한 감정을 알고 있는가. 살림과 육아를 겪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지독히 모순적인 감정과 육체와 필요들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이미 오래전인 그 때가 떠올랐고 위로 받았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고백하지 않던 것들을 끄집어내 주었다. 그래서 고맙고 고맙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가 달라도 알고자 하는 것 그래서 결국 경험하고 직접 깨쳐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두루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증명과도 같은 책이었다.

#두번째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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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브 공작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9
라파예트 부인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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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년 전에 글이라니 놀랍다. 글의 배경이 그 시대인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씌여진 글이라니. 그 시대 여성의 소설이 남아있다는 데에 놀라고. 여성 중심의 서사에 또 놀라고. 놀라서 한참 성장기 청소년에게 주절주절. 무려 4세기 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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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여진 문학은 시대를 막론하고 받아들여진다는 데에 동의한다. 생각하게 한다는 데에 적극 동의한다.
보기에 따라선 클레브 공작부인이 답답하고 어리석게 여겨질 수도 현명하고 의지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사실 나는 후자고 너무도 반가웠다. 느무르 공과 클레브 공작부인의 대화들은 특히 주목할만 하다. 4세기 정확히는 3.5세기 동안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특히 연애 부분에선 절망적인 퇴행이 보인다. 물론 전반의 분위기와 실재 사이엔 간극이 있겠지만!

#클레브공작부인 #라파예트부인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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