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6
알베르 카뮈 지음, 이기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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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는 아주 사소한 것조차 이유를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겨우 ‘그렇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인지의 과정이 더디고 복잡한 사람? 내 기억이 맞다면 환자와 이인이라는 단어가 각 한번씩 나온다. 환자라는 단어를 만나기 전에 뫼르소를 환자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환자는 이인이 아니라 범인, 지극히 평범하고 무수했다. 다만 연기의 필요성과 효과를 알고 실천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어차피’의 세계와 ‘진실’에 대한 집착의 결과물로 보여졌다. 진실에 대한 집착은 흔치 않으나 어차피는 닳고 닳을만치 흔해빠졌다. 나는 ‘어차피’를 격렬히 반대하기에 뫼르소를 이해할 수 없다. ‘어차피’가 회피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뫼르소의 솔직함에 기대어 물어본다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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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의 세계에 갇힌 뫼르소는 별 수 없이 솔직하다. 그 솔직함은 결연한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간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과거,현재,미래가 없이 순간만 있는 뫼르소에게 솔직하지 않을 이유란 없다. 애초에 이유따위 중요하지 않다. 진짜로 그 이유가 궁금한 사람은 없다고 단언할 게 분명하다. 뫼르소는 ‘어차피’의 세계가 편안하고 즐겁다. 감각할 수 있는 것은 ‘순간’뿐인데 ‘순간주의자’가 아닌 이들이 이상한 것이다. 감각하지 못하는 것을 실재고 사실이라고 증명할 수 있느냐고 증명도 못할 것을 왜 묻는지 의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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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다르게 읽힐(이해될) 뫼르소에게서 지금의 우리를 본다. 순간이 다음 순간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자꾸 잊는 우리를 본다. 지금 순간은 이전 순간과 이어져 있고 지금 순간이 다음 순간과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간단하다. 살아있음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살아있음은 그 모든 것을 증명한다. 어차피 죽을 것을 애써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질문하자, 왜? 어떻게?

#이인 #알베르카뮈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076 #문학동네 #그래도역시이방인이익숙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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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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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는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다. 이야기에 빨려들고 휘말려 정신못차리게 되곤 한다. 이야기에 빠져 허우적대다보면 작가의 목소리가 슬쩍 들려온다. 명확한 의지를 가진 메세지를 전한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몹시 불편한 생각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구병모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한다. 취향과 관계없이 우리에게 필요한 작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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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견딜 수 없을 때쯤, 책을 덮어뒀다. 그리곤 다시 읽고 다시 읽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들이 판타지의 옷을 입고 웃는다. 뭘 기대했냐고 악을 쓰며 우는 것같은 웃음이라서 자꾸 화가 난다. 매번 다짐하게 된다. 뭐라도 해야한다고 주먹을 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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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여러 다짐을 읽는다. 그리고 때론 위안이 되기도 한다. 절망 속에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 절망들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것이나만은아니기를 #구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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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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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로 채워진 삶을 낱낱이 전하고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이 사랑고백이라니. 부조리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사랑이냐고, 부조리따위 뛰어넘는 사랑이냐고 슬쩍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도 역시 그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어떤 방식이냐 형태냐를 떠나 십원반푼어치의 사랑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일말의 사랑이 구원의 시작이다. 그 외엔 없다. 그 사랑을 오해해선 안된다. 뭔가 대단히 거창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지 말아달라. 이런 생각과 함께 전혀 관계 없는 기도문이 떠올랐다.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신다는 기도문. 굳이 종교가 아니라도 심판이 두렵지 않은 것이 당당함인지 뻔뻔함인지 알 게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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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론.은 쉽다. 양쪽 다 틀렸다고 이쪽도 저쪽도 문제가 있다고 각자의 사정이 있고 서로 다투지 말고 좋은 쪽으로 해결해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쉽다. 그것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과 어차피 사는 게 그렇다는 말로 끝난다. 이것이 어떻게 중용이고 합리인가. 그저 위선이 아닌가. 지금 이대로라면 어떻게 될 지가 그려지는 데 그래도 괜찮아서 하는 말인지 그저 조금의 수고도 하고 싶지 않은 변명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은 과연 누구에게 좋다는 의미일까. 모두에게 좋은 것, 옳은 것, 다 만족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분명 셋 중 하나다. 이미 기득권이거나 코 앞만 보이거나 만사 귀찮거나. 아니 셋 모두 일 수도 있고 셋 중 둘 일 수도 있겠지만 셋 무엇도 아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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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에 읽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과 짝 같은 책이다.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 그리고 과연 괜찮은지, 더 알아야 하지 않을 지, 내 선택은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봐도 좋겠다. 르포와 소설, 어느 것이 더 잔인하고 처참한 지도 생각할 좋은 기회다.

#산자들 #장강명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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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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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 대해 우리는 알아야 한다. 왜 알아야 하느냐고 알지도 못하는 아이고 죽음은 불편하고 아픈 일인데 왜 꼭 알아야 하느냐고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다. 알 권리와 마찬가지로 알아야할 의무도 있다고 말하면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열심히 알아야할 의무에 대해 말할 것이다. 알고 난 다음까지 강제할 순 없겠지만,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단 알아야 생각도 하고 의견도 생기고 행동도 뒤따른다. 변화는 그렇게 온다. 물론 지금 이 사회, 나라, 제도 모두에 만족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들은 예외로 하자(단 한 사람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가능성을 외면할 순 없으니-).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알아야한다. 변화가 거저 주어질 거라고 믿거나 내 몫은 아니라거나 한다면 그저 변명이라고 비겁하다고 도둑심보 아니냐며 싸우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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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자세하고 정확히 알기 위해 ‘현장실습생’이라고 구분지었지만 결국은 모두가 관계된 이야기다. 내 일이 나이고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 마음은 내가 로또를 안사서 그렇지 사기만 하면 무조건 1등이라고 믿는 것보다 더한 착각이다. 내게 일이 닥치고 난 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져야지만 내 비겁함과 무괌심과 안일함을 깨닫는 것은 너무 늦다. 너무 늦기 전에 내게 직접 일이 닥치기 전에 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내 안전과 안녕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왜 모를까. 모두에게 투사가 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앞서서 싸울 자신은 없다. 그저 아는 데서 시작하자고 알고 불편하고 신경쓰이고 그래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아주 조금씩이라도 뭐든 해보자고 그래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게 된다. 내가 공포와 불안과 안전에 민감한 지도 모르겠다. 분명 그럴 것이다. 지금 당장 대안이 없고 막막한 일들에 대해 모두 민감해진다면 그 중 누군가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고 그 중 누군가는 행동력이 있을 것이며 그 중 누군가는 계산하고 확인할 것이다. 왜 그걸 바랄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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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될 때마다 말한다. 나 역시 불편하다. 아니 민감한 나는 그냥 불편한 것이 아니라 아프고 힘들고 지친다. 생각만으로 너무 고되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더욱 두렵다. 아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힘든데 실재로 닥친다면 견딜 수 있을까, 그 전에 뭐라도 어떻게든 해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덜 미안하고 덜 아프지 않을까. 그 책임에서 혼자 몰래 빠져나와선 안되는 것이 아닐까.

#알지못하는아이의죽음 #은유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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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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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잘 모르겠다. 삶, 인간, 종교, 의미, 선과 악은 때로 인류의 절대 과업인 듯 몇 천년 넘게 정답을 주지 않는다.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라서 채점이나 검사가 불가능하고 그저 열심히 해나갈 뿐이다. 각자의 방법, 각자의 정답, 각자의 욕구로 그저 그렇게. 각자의 방식과 정답이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상대를 납득하지 못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내가 추구하는 것이 절대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마치 정답을 아는 것 마냥 단정하고 판단한다. 작가는 마지막에서 모두 원하는 것을 찾았다고 이만하면 해피엔딩 아니냐고 말한다. 그래 그럴수도 있겠다. 내가 추구하는 바, 내가 찾는 의미에 모두 공감하길 바라는 것은 그저 욕심이라는 사실을 그저 내 기준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체가 어렵다. 내 삶이 다른 이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 지는 신경도 안쓰면서 그들의 삶에 참견하고 싶은 마음이라니 빈약하고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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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이야기과 매력적인 인물들 거기에 관찰자로 등장하는 작가는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를 관찰하지만 누구도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의견으로서 한마디 보태고, 종종 날카롭게 비출지언정 비난하지 않는다. 결국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각자의 삶과 방식과 의미와 욕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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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래리처럼 궁금했다. 인간의 삶과 의미, 종교와 선과 악, 궁극적인 목적과 근원적인 행복에 대해 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영혼의 문제에 대해 이상과 현실 중 양자택일해야한다는 강박에 자주 시달렸다. 아니, 괜찮다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정말 괜찮은 것 같다가도 그래 결국 인간이란 그렇다고 다를 수 밖에 없다고 그래봐야 한 줌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 있다면 서로 사랑해야 하지 않겠냐고 사랑이 무리라면 최소 존중은 해야하지 않겠냐고 이런저런 생각끝에 모두 애처롭기만 했다. 그 애처롭다는 시선 또한 오만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어느 순간 밉기보다 애처로왔고 어느 순간 애처롭기보다 아!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받아들인다는 표현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진다. 내 삶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 그저 내가 속한 세상의 어느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 그것이 내게 속한 문제가 아닐텐데 어쩌자고 감히 그런 표현을 하고 있을까. 래리는 그 뒤로 어떻게 살았을까? 다시 흔들리거나 넘어지진 않았을까? 그것으로 충분했을까? 여전히 미소지으며 낭랑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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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을 분리하고 종교와 일상을 분리하고 머리와 마음을 분리하고 외면과 내면을 분리하며 변명한다. 비겁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변명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를 배반하지 않는 하루를 살고 싶다. 좀 맞아도 솔직하고 싶고 좀 울어도 더 알고 싶다. 어쩔 수 없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저 듣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놀라다가 손을 잡거나 낄낄 대면 그만이다. 그렇게 각자가 어우러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회의적인 이상주의자는 말한다. 등줄기의 땀을 느끼며 콧물을 닦는다.

#면도날 #서머싯몸 #민음사 #민음사세계문학전집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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