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 리쿠는 오래 전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고
나와 잘 맞는 작가는 아니구나, 하고 그 뒤로 따로
찾아 읽은 적은 없었는데 이 책은 관심이 갔다.
호평도 많았고, 무엇보다 음악에 관한, 피아노에 관한,
그것도 콩쿠르에 관한 소설이라니! 이미 취향저격이랄까.

나, 몇 년 전 까지도 쇼팽 콩쿠르 때면
온라인 생중계로 콩쿨을 시청하느라 밤을 지샐 정도로
클래식과 피아노 음악을 애호한다. 문학 만큼이나.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이 책이 왜 그리 호평을 받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10대 때 즐겨 읽던 인터넷 팬픽 (물론, 기본적인 교정은 된
잘 쓴 팬픽이지만) 을 읽는 느낌이었다.
이게 온다 리쿠 그녀의 스타일인 건가?

이럴 때면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글을 좋아하는 구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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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기리노 나쓰오의 책은 항상 재미있었고,
게다가 고급 타워아파트에 사는 아기 엄마들의
이야기라고하니 굉장히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초반엔 꽤 흡입력이 좋았다.
그런데 가면 갈 수록 실망이랄까,
신선함이 거의 없는 이야기였다.
특히 미우엄마가 비밀을 텋어놓던 순간엔
‘겨우 그거였어!?‘ 하며 힘이 빠졌다.
그 비밀이 별게 아니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비밀은,
그저 평범하고 기리노 나쓰오 답지 않다 느껴졌다.

이후의 이야기 흐름이 전부 그랬다.
기리노 나쓰오 특유의 강렬한 힘이 대체 어디로 간건지 궁금할 정도.

물론 결말에서 아리사가
자기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선택하는 모습은
꽤 산뜻한 지점이긴 하다.
하지만 아리사의 그런 변화의 흐름까지도
어쩐지 고전적이고 도식적이라서
소설보다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서사같달까.
음, 아무래도 분량이 너무 적었던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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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짜 아이들
조 월튼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처럼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읽을만한 글로 다듬는 작업을 하고 싶지만 생각과는 달리 좀처럼 여의치 않는다.
그나마 아이를 키우는 틈틈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SF를, 평행우주의 세계를 그려낸 영화나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난 토요일 신문에서 (나는 내 또래에 흔치 않게도 여전히 집으로 종이 신문을 구독해 보는 신문 애독자이고, 토요일의 신문을 정말 좋아한다. 토요일은 Book 섹션이 실리는 날이다.)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는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째 아이를 갖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느라 내 인생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요즘, 한 남자와의 급작스럽 결혼 결정을 앞에 두고 서로 다른 두 길을 걷게 되는 한 여자의 인생 이야기는 어쩌면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 같아서.

아, 이 사랑스러운 책 같으니.
애잔하고, 뭉클하고, 따뜻하고, 아주 서늘하기도 한 이 책의 감성이 나는 좋았다. 트리샤의 삶이든 팻의 삶이든, 결국 패트리샤라는 사람의 본질은 같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두 삶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도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두 번 눈물이 났다.
첫번째는 트리샤의 세계에 사는 패트리샤가 딱 한번 비와 같은 공간에 있게 되는데, 그때 (당연히도) 비를 알아보지 못하는 팻을 보면서.
팻으로 사는 삶도 마냥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었고 트리샤의 삶에도 나름 좋은 것은 있었지만,
그래도 팻이 트리샤가 아닌 팻의 삶을 두 번 세 번 선택할 이유는 결국 단 하나, ‘비‘ 라는 사람일 것 같다.
비와 그저 엇갈려가는 삶이라니!
트리샤는 영문을 모르겠지만, 비와 팻의 사랑을 지켜본 나는 그 삶이 마냥 슬퍼서 눈물이 났다.

또 한번 눈물이 났던 건,
마지막에 비가 세상을 떠나 그녀를 보내줘야했을 때.
결국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비를 사랑한 팻이 되어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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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잊지 않고 오랜만에 연락도 주시고 책을 보내주셨다. 안그래도 선생님 책이 나온 소식을 진작에 보고선 반가워 꼭 사봐야지, 했는데 일부러 전화 주신 선생님 목소리가 어찌나 따뜻하고 좋던지.

한번이라도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누어본 작가들이 -지난 날의 직업 덕분에 내겐 그런 일들이 꽤 있는데- 쓴 책을 읽는 일은, 거칠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작가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그 책의 독서를 방해 받는 쪽과, 오히려 작가를 만나보았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읽게 되는 쪽. 이 책은 두말할 것 없이 후자다. 책을 읽는 내내 그야말로 ‘음성 지원‘이 될 정도로 선생님이 사뿐 사뿐 이야기하시는 듯한 느낌이 살아 있는 글이라서.
어쩐지 내 한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었던, 그러니 내게는 여러모로 특별했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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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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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 고르기가 어려운 시절이다.
기막힌 현실의 일들로 머릿속이 가득 찼으니.
그러나 나란 사람, 책을 읽지 않을 도리가 없는 나란 사람은, 결국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떤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아주 환상적이고 아련한, 나를 지금 여기 아닌 ‘어느 먼 곳‘으로 데려가 줄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빙고. 이 책을 선택하길 잘했다.
이런 느낌을 어쩌면 좋은가.
한두 페이지만 읽기 시작해도 이미
전율과 희열을 느끼게 되는 책을 어쩌면 좋은가.
이 책은 라일라 그 자체다.
아름답고 슬프고, 어느 순간 강인해지는 이야기.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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