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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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된 아빠 ㅣ 살림어린이 그림책 20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노경실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4월

글이라고 다 합쳐봐야 왠만한 소설책 한 페이지 분량도 안 되지만,, 

두툼한 소설책 한 권이 말하는 바 이상을 말하는 책..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그림책의 묘미..!! 

책 표지부터 살펴볼까요.. 

매력적인 그림들로 가득한 이 책 속의 그림들.. 

그 중에서 왜 하필 이 그림이 표지로 선정되었을까?? 처음엔 좀 의아했어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찬찬히 표지를 살피니,, 그제야 이해가 됩니다.. 

이 그림이야말로 이 책의 표지로 더없이 합당합니다.. 

'어르신들'이 웃고 있어요.. 표면적으로 볼 땐 아기가 된 존의 아빠를 보며 웃고 있는 거지만,, 사실 이 분들이 보고 있는 건 자신이 거쳐온 삶,, 그 삶의 모든 과정을 보며 웃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기가 자라 어른이 되고, 아빠와 엄마가 되고, 하는 이 모든 과정들을 거쳐  지금 거기에 '이르신 분들'이 존의 아빠를 보며 웃고 있어요.. 삶의 실수까지도 긍정하는 그분들의 웃음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네요.. 

"깔깔깔,, 나도 그랬어.." 

"원래 다 그런 거야!"  

아기는 아기로,, 아빠는 아빠로,,  

그 자리에서 만족할 때 행복은 있는 것이지요.. 행복이 바로 코 앞에 있는데 우리는 늘 행복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아이는 얼른 어른이 되려고,, 아빠는 좀 더 젊어지려고 순리를 거스르며 하루하루를 바둥거리지요.. 

왼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습으로 그려진 존의 아빠.. 

세상에 대한 냉소와 자만..  자아도취적인 그의 성격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상징은 없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정말 천재입니다..!!) 

아빠는 아기가 되기 전부터도 '다 큰 아기'였어요.. 조금이라도 어디가 아프거나 감기 기운이 있으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독감에 걸린 게 틀림없다며 법석을 피웠지요.. 몸에 좋다는 음료를 파는 조그만 가게에서 "젊음을 돌려드린다"는 음료를 사 들고 의기양양하게 현관을 들어서는 그의 모습이란..!! 

다음 날 아침 그렇게 젊어지고 싶어하던 아빠는 소원을 이루었어요.. 젊음을 넘어 아기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아기가 된 아빠를 보며 엄마는 쓸쓸한 얼굴로 살짝 미소를 짓지요.. 아빠와는 달리 후줄근한 평상복 차림의 엄마.. 생활의 냄새가 묻어나는 엄마의 차림새와 표정과 몸짓이 정겹습니다.. 엄마만은 단단하게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존재입니다.. 아빠는 (아기가 되어서도) 늘 그렇듯 아들과 노는 데에 관심이 없지만,, 엄마는 아빠처럼 결코 허공에 뜬 삶을 살지 않아요..  

우유병과 거꾸로 가는 시계가 숨은 그림 찾기처럼 숨어있는 그림 책 <아기가 된 아빠>..

몇번을 보아도 계속 볼 것이 있는 책,, 끝내 다 못 볼 책..

계절별로 찾아보는 곤충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곤충도감 ㅣ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도감 시리즈
한영식 지음 / 진선아이 / 2011년 4월

이 책은 말그대로 곤충도감입니다.

곤충도감의 순서가 계절별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은 제목에서 잘 드러납니다.

 

곤충사진과 곤충이름 밑에 간략한 설명이 덧붙여 있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곤충에 대한 설명이 너무 단순하고 간략해서 조금 아쉬웠어요.

해당 곤충의 생태에 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페이지 상단에

1-1 슬기로운 생활 <5. 자연과 함계 해요>, 3-2 과학 <2.동물의 세계> 하는 식으로 관련 교과의 목차를 설명해주고 있어

초등학생이 자연과 과학을 배울 때 교과서와 함께 펼쳐보는 도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요즘 할머니 농장에서 지내고 있는데, 그때문에 이런 저런 곤충에 관해 궁금증이 많아요. 

쇠거름 주변에 황금빛 날개를 가진 벌을 닮은 곤충이 자주 눈에 띄어 궁금해하던 차에

이 책을 찾아보니, 그 곤충의 이름이 다름 아닌 '똥파리'였어요. ㅋㅋ

 

이 책 봄 파트의 곤충들을 하나 하나 눈으로 더듬다보니,

밭에서 만난 친구들이 눈이 띄어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짓게 되네요.

 

사진 속 곤충들은 대부분이 풀이나 나무줄기, 꽃에 앉아 있는데,

책에서는 그 식물들의 이름을 전혀 언급해주지 않아 무척 아쉬워요.

 

예를 들어 꼬마꽃등에가 하얗고 작은 꽃에서 꿀을 빨아먹고 있는 사진이 있는데,

이 사진에 대한 설명은 이처럼 간략합니다.

 

"봄꽃 사이를 바쁘게 날아다녀요."     

 

막연히 봄꽃이라고 설명할 것이 아니라 꼬마꽃등에가 무슨무슨 꽃의 꿀을 먹고 있어요,, 라고 정확히 설명해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꽃을 보면 그 꽃의 이름이 궁금한 건 당연하니까요.

 

120여 쪽의 곤충도감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건지도 모르겠네요.

방금 전 밭에 본 곤충을 떠올리며

곤충이름을 찾는 정도의 책으로는 훌륭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는 이와같은 단순한 구성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구요.  

찾으러 가지 않아도 오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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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찾은 할아버지
한태희 글.그림 / 한림출판사 / 2011년 3월

그림책을 펼치니 한국의 정서가 녹아있는 그림이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수묵화에 몇 가지 채색을 한 그림이 정겹습니다. 

동그스럼한 얼굴과 체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오누이처럼 닮았어요. 

깊은 산속 외딴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어요. 

밖은 추운 겨울. 방안에는 호롱불과 화롯불이 타고 할머니는 바느질을 합니다.  

짚신을 삼던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네요.  

문가에 옥수수가 매달려 있어 그런지 든든한 느낌이 듭니다. 겨울에 먹을 것을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할아버지는 왜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볼까요? 

책장을 넘기면 할아버지가 말합니다. 

"봄을 찾아오리다." "어디든 가서 따뜻한 그 녀석을 꼭 찾아오겠소." 

아이들이 이 대목에 어떻게 반응할지 무척 궁금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졌거든요.. 

할머니는 "가만히 기다리면 어련히 올텐데요." 하며 할아버지를 말려보지만, 

할아버지는 주먹밥을 등짐에 넣고 길을 떠납니다. 

할아버지의 여정은 개울, 높은 곳으로 이어지고, 

겨울잠 자는 곰이랑 꿩이랑 이무기를 만나 봄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봅니다.  

지쳐 쓰러진 할아버지 눈앞에 꿈결인듯 꽃향기가 흘러오고, 

봄의 아이를 만난 할아버지는 아이의 손을 잡고 꽃향기를 따라갑니다. 

활짝 핀 매화를 보는 순간 "당신 이제 오셨어요?" 하는 할머니의 음성이 들립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곳은 할아버지네 마당. 

봄이 온 것이지요. 봄은 찾으러 가지 않아도 옵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의 모험을 어떻게 평가할 지 무척 궁금하네요.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

[지구를 위한 한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구를 위한 한 시간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30
박주연 지음, 조미자 그림 / 한솔수북 / 2011년 3월

알라딘 신간평가단에 참여하게 되어 처음으로 받게 된 책입니다.. 

그림책은 아이와 함께 읽고,,  

아이들의 반응을 위주로 리뷰를 쓰는 것이 구매하시는 분께 도움이 될 텐데,, 

아쉽게도 저희 집엔 그림책을 읽을 만한 연령의 아이가 없답니다..^^ 

책을 받자마자 한번 읽고,, 어젯밤에 또 한번 읽고 이렇게 두번을 보았지만,, 

역시 유아의 마음을 짐작하기란 힘듭니다..  

이 책은 교훈을 말하고 있는데,, 

그 교훈을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비롯한 각종 에너지원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한쪽이 편하면 그 댓가로 누군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2007년 3월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된 한 시간 불끄기 운동이,,  

4회를 맞는 2010년 3월에는 125개국 5천 여 도시에서 수억 명이 이 행사에 참여를 했다고 합니다.. 

부끄럽게도 이 그림책을 보기 전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요..  

먼 옛날에는 밤이면 달빛과 별빛만이 지구를 밝혔는데, 

석유와 석탄, 전기와 기계 등이 사용되면서 밤에도 우리 지구는 열기와 가스로 몸살을 앓게 되었다는 내용을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으니, 일년에 하루쯤은 지구가 편안히 쉴 수있도록 밤에 한 시간 정도 불을 끄자는 운동은 단순해서 아름답습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는,, 

우리 집 전등 몇 개 끄는 것으로 지구를 위하는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할 것 같아요.. 책에 씌어 있듯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인데,, 지구를 돕는 것이 이렇게 단순한 일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낄 것 같아요.. 

환경과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다른 누군가의 불편을 딛고 있는 일이란 사실을 일깨우는 책입니다.             

초콜릿은 자유

초콜릿 레볼루션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2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주혜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4월

만인의 자유와 정의와 초콜릿을 위하여!

이 책은 미래인 출판사에서 펴낸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중의 한 권입니다..
시리즈를 광고하는 팜플렛이 책 사이에 끼워져 있던데,,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이 한 둘이 아닙니다..

<초콜릿 레볼루션>은 가볍게 보자면 한없이 가볍고,, 무겁게 보자면 한없이 무거운 책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집권당인 국민건강당이 초콜릿을 금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얼핏 조지 오웰의 <1984년>을 연상시키는 공포정치의 분위기가 스멀스멀 피어납니다.. 

국민건강당은 초콜릿을 비롯한 모든 설탕 함유 음식의 제조와 판매, 섭취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합니다.. 거리 곳곳에 초콜릿 금지 공고문이 나붙습니다.. 하굣길에 바비 할머니 가게에 들러 초콜릿을 사 먹던 스머저와 헌틀리에는 사는 낙이 사라진 것입니다..

초콜릿 탐지차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암시장을 통해 초콜릿이 거래되기 시작합니다.. 들키는 날엔 뇌세척을 당하는 재교육수용소로 끌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을 무릅쓰고 사람들은 초콜릿을 찾습니다..

두 주인공 소년들은 블레이즈 씨의 헌책방에서 책을 한 권 찾아냅비다.. 초콜릿을 만드는 법이 기록된 책. 

소년다운 패기와 용기로 집권당에 맞서기로 한 아이들은 바비 할머니 가게 뒷방에서 초콜릿을 제조하기에 이르는데......

소년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금주법이 서슬퍼렇던 시대의 '소굴'을 본따 초콜릿 소굴을 만들어 지하파티를 벌이기도 합니다..

소년들이 되찾고자 하는 것은 달고 맛있는 초콜릿이 아닙니다.. 초콜릿은 빼앗긴 자유를 의미하며 아이들이 되찾고자 하는 것도 바로 자유입니다..

블레이즈 씨와 바비 할머니,, 전직 초콜릿맨,, 그리고 두 소년의 노력에 힘입어 사람들은 초콜릿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자유를 되찾습니다.. 

경찰의 급습과 도청사건,, 재교육수용소의 위험을 가로지르는 모험이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입니다.. <1984년>과 같은 묵직한 문학적 울림을 기대해선 안 됩니다.. 소년들의 작은 용기가 세상을 바꾸었지만,, 그것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