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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 10년 앞선 고령사회 리포트
김웅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2월
평점 :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 시니어 비즈니스를 위한 인사이트와 사회의 변화
뉴스에서는 인구절벽, 신생아 수 감소, 초고령화 사회 진입. 끊임없이 우울한 소식을 전하느라 분주하다. 대책도 없는 현상을 백날 되 내여 봐야 위기는 커지고 성큼 다가온다.
차분히 대책을 준비해야 할 정부나 국민들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언론은 마치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늙어버린 사회에는 새로운 규칙과 체계가 필요하다.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10년 안에 닥칠 현실이다.
피상적인 남의 나라 이야기를 빌려 다가 대안이라고 내놓는 사기꾼들을 제거하고 실제 국가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논해야 할 시기다.
기업들도 변화하는 고객유형에 대처하여 각 자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일본보다 빨리 늙어가는 한국사회에서 살아남는 사업은 앞으로 동일한 문제를 겪게 될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초고령화 예비 국가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생존 방식을 찾게 될 것이다.
일본이 2024년에 사는 방식에서 어쩌면 우리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지도 모르겠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각자 분야에서 사회의 변화에 대처하는 모습을 꼼꼼히 살피는 일에서 우리는 미래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편의점 슬로우 계산대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사회 전체의 템포를 늦춰야 한다는 말없는 항변이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뛰다시피 이동해야 하는 한국인들에게 고령화 시대는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이 엄습하게 된다.
빨리 빨리 문화를 만들어낸 주역들은 이제 느리게 느리게 문화에 익숙해져야 하는 고령층이 되었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사회현상으로 인해 곤란을 겪게 된다.
사람은 당황하면 서두르다 더욱 일을 그르친다.
시니어가 길게 늘어선 계산대 뒤에서 누군가 한숨이라도 한 번 쉬면 그나마 카드를 힘들게 꺼내던 손마저 부들거릴지 모른다.
사회전반의 속도 조절을 준비하지 않으면 갈등의 골을 깊어만 간다.
키오스크 사회로 접어든 근 2-3년간 우리는 기계 앞에서 더욱 초초해진다. 누군가 앞에서 버튼을 잘못 눌러 초기화면으로 돌아가면 짱돌이라도 들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속도를 인정하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갈등과 혼란은 가속화된다.
후쿠오카에서 버스가 완전히 선 후 자리에서 일어나는 노인들을 배려하는 기사의 느긋한 말투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포인트는 의식의 전환이라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종활은 앞으로 국내에서도 본격 서비스가 예상되는 분야로 비즈니스 관계자라면 눈 여겨 볼 만하다.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전단계로 초고령화사회에서 죽음 이전의 준비 과정과 직전의 삶에 포커스를 둔 형태이다.
독거노인들이 늘어가고 고독사가 비일비재해질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 죽음에 대한 사후 서비스는 직전에 준비하여 좀 더 편안하게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심리의 여유를 갖게 한다.
각종 행정상의 문제뿐 아니라 심지어 자신이 죽을 때 입을 드레스까지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던 기억과 행복한 추억들을 정리하며 담담한 노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묘 자리까지 미리 정해두고 죽음 이후 같은 공간을 공유할 사람들끼리 연례미팅을 갖는 광경은 생소하지만 언젠가 갑자기 불쑥 다가올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을 이런 방식으로 풀어나간다면 사회의 문화와 태도도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동감이 들었다.
시니어 비즈니스에 대한 사례 소개는 해당 분야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는 좋은 레퍼런스다.
꽤 긴 역사를 가진 일본 시니어 시장이지만 생각만큼 독자성 있는 분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오히려 기존 시장과 융합으로 원래 강자들이 얻는 규모가 확대되었기에 허들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내 경우에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위해 오사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실버용품 점을 복잡한 교통흐름을 뚫고 방문하거나 백화점 시니어 센터 등을 벤치마킹 했었지만 꽤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일본에서도 전문 샵이 활성화되었거나 획기적인 서비스가 등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몰랐던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는 기업들의 분투기가 인상적이다.
처음으로 소개된 어드레스라는 기업도 발상의 전환이 우수한 사례였다.
빈집으로 골머리를 썩는 일본 부동산 시장의 아픈 부분을 해결하는 동시에 한달 이상의 지방 체류 경험으로 향후 주거지를 옮기는 시니어를 위한 예비 경험을 전달하여 모두 윈윈하는 모델을 성공리에 진행하고 있다.
메디컬 피트니스는 업무상 몇차례 시도했던 분야다.
피트니스 센터야 일본이나 우리나 동네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가 사라지지만 시니어들을 위한 의료개념이 들어간 센터는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물리치료를 동반한 건강 종합 관리 개념의 피트니스가 일부 부유층 중심 필라테스와 결합한 사례가 있다.
특히 근골격계를 중심으로 체형교정과 불편한 부분을 전제로 다소의 치료 관점의 피트니스 파트너와 채널 운영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대중화를 시작한 듯 보인다.
나이가 들면 걷기 조차도 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노화속도나 기존 질병이나 질환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운동은 절대 피해야 할 요소다.
따라서 의료와 연계하여 맞춤형 피트니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시니어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며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기회를 제공한다.
다음주 도쿄 방문 일정이 있는데 오랜만에 시니어 관련 사업군을 찾아버려 했지만 주요 동선 상에서 특이점은 없었다. 아마도 백화점 고층에 작은 규모로 납골함을 판매하거나 수의를 판매하는 샵이 몇 년 전 모습과 변함없이 위치해 있을 것이다. 사회의 니즈는 숨어있다. 먼저 꺼내어 사업화에 성공하는 이가 큰 돈을 거머 쥐겠지만 쉽지는 않은 도전이다.
특히 나이가 먹어도 아직 젊음이 유지되는 건강한 사회에서 섣불리 시니어라는 명칭을 붙였다가는 큰 코 다치게 된다.
어떻게 초고령사회를 대한민국이 헤쳐나갈 수 있을지 책 한 권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기회를 가져보길 권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