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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준비생의 교토 ㅣ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
시티호퍼스 지음 / 트래블코드 / 2024년 2월
평점 :

퇴사준비생의 교토 :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시선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은 항상 미묘하다.
역사 의식을 휴지통에 구겨 집어 던진 얼간이 집단이 아니라면 원죄를 지은 자들에게 웃음 어린 시선을 던지기는 어렵다.
비행기 티켓팅을 할 때 도쿄의 설레임은 단순하게 지갑을 거덜내는 쇼핑의 유혹이나 맛보지 못했던 미지의 식도락 때문만은 아니다.
근 200여년 반도보다 게걸스러울 정도로 해외문물을 빨아들이며 자신들의 색깔을 덫 칠해 나가며 독자성 있는 하나의 동-서양 믹스된 문화를 만들어내고, 이를 상업으로 연계시킨 경이로운 본능의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가득하리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
퇴사를 앞 둔 이들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듯 다른, 미묘한 균형을 갖춘 이웃이자 경쟁자로서, 우리보다 유행을 -한때는 - 선도했던 선진국 세계 랭킹 3위 국가에서 얻을 수 있는 남다른 기회를 탐색하는데 더할 나위 없잖은가.
급 발진하다 고꾸라진 중국은 IT 기술의 눈부신 트렌드 강국으로 나섰지만 현지인이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요소도 많고, 국가가 지배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대상을 찾기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 보니 퇴사준비생들이 이제서야 팩스 시대에서 벗어나는 모순도 가진 일본이지만 한국에서 생존 가능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 돋보기를 들여다 볼 대상지로서 꼭 들어맞는다. 요즘의 엔저는 덤이다.
이번에는 교토다.
아직 한번 가보지 않은 도시지만, 다음 방문지로 이미 점 찍어둔 장소.
다음달 예약된 나의 - 퇴사준비생의 도쿄에 이어 의미를 발견할 방문지를 미리 책으로 방문하는 기대가 크다.
저자들이 첫 페이지로 소개하는 제품은 인센스다. 우리나라도 교보문고 같은 감도 높은 샵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층이 접근할 수 있는 인센스를 판매하는 부스가 확대되었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향을 즐기는 만큼은 아니다. 우리에게 향은 제사가 연동되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특히 남자들은 향수에도 둔감한 편이니 집 안에 마음에 드는 냄새를 잡아두는 과정이나 정신수양을 위해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라는 한계성이 존재한다.
일본인들의 3대 도(道)에 포함된다는 향이 나의 비즈니스로 성장하기에 분명 괴리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마케팅으로 포장했다는 기발함을 넘어 고객과 공감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만들어내고 공명할 수 있는 연결을 만들기 위해 냄새의 색인표까지 만들어 고객과 스토리를 통해 정확히 향기의 정의를 내리려는 집요함은 빠르게 변화하는 스피드 시대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만 한번 팬을 만들어 놓으면 평생 같이 고객과 살아가는 이웃 브랜드로서 충성도 높은 관계를 유지하는 마케터들이 꿈에 그리는 관계 형성이 될 수 있다.
표현하기도 어렵고 공감하기 쉽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스토리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경험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는 비단 인센스 영역이 아닌 어떤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한다.
향을 듣는다는 의미로 "리슨 listen"이라는 브랜드명을 짓는 창업자의 혜안을 배운다.
전통을 현대의 사상으로 재해석하여 결과물을 내놓은 방식은 하나의 뚜렷한 트랜드로 자리잡은 방식이다.
문화예술은 물론 건축이나 상업 활동에도 적용되며 두터운 매니아 층을 형성하기도 한다.
교토를 대표하는 신풍관은 일본인들의 특성이 잘 나타난 사례다.
도쿄 중앙우체국의 원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상업과 사무공간으로 탈바꿈한 구마 겐고의 탁월한 재능이 또 한번 눈부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교토 전화국을 새롭게 증축하며 과거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교토라는 도시의 색을 외부로 알리며 관광객을 내부로 유치하는 컨셉을 유감없는 실력으로 보여준다.
자연과 하나된 절묘한 정원의 배치는 물론 일본다운 색을 전파하고자 만들어내는 브랜드들의 철학은 건물 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그 이상의 조화로운 결과물을 뽐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신/구의 조화를 컨셉으로 내건 건축사례가 있지만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손에 꼽는다.
뻔한 브랜드와 어디 가나 불 수 있는 상품들, 작은 공간 조차도 수익성을 내기 위해 연관성 없는 팝업 스토어를 개설하는 식의 전개는 잠깐 영광을 맛보고 이내 한적하고 그저 그런 쇼핑 공간으로 몰락한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책에 소개된 “디스 이즈 시젠”의 "이끼 볼"같은 착상은 자신들이 개성을 어떻게 고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생각을 창조해내는지 인상 깊은 컨셉을 도출한 케이스였다. 해당 샵을 꼭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들끓게 만든 것만으로도 얼마나 성공적인 아이템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교토의 명물이라는 화과자 점들의 에피소드는 자영업을 준비하는 퇴직자들에게는 화두가 된다. 우리나라에도 예로부터 전해오는 간식거리들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지역의 명물로 안착된 사례가 다양하게 있지만 관광객들 입장에서 그다지 매력 있는 제품화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저 해당 지역을 다녀가는 기념으로 사 먹어보지 별도로 서울 같은 대도시에 샵을 개설하거나 택배를 통해 전국 인기를 구가하는 상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K-푸드가 세계인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요즘 시기에 국가 장려 정책으로 적극 나설 법도 한데, 아직은 행정가나 정치인들에게는 흥미를 끄는 이슈가 아닌 모양이다.
코로나의 어려운 시기에 스페셜 세트 상품으로 위기를 타계한 교토의 화과자 상점들은 전통의 토대 위에 고객에게 맞는 신규 상품을 도입하여 과거와 현재의 밸런스를 맞춰 나간다.
매출 량이 많지 않던 양갱을 치즈처럼 슬라이드 형태로 판매하면서 놀라운 매출을 기록한 사례의 소개는 상품에 대한 진심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모습은 일본의 고도(古都)의 영광을 새로운 미래를 위한 존재로 만들어가는 그들의 노력이 담겨있다. 과거에 기대어 살지 않고 현재 고객이 원하는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과 실행력은 단순히 몇몇 성공한 기업인들의 영광이 아닌 도시 전체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중요한 자신이다.
일본 역시 지방소멸의 시대를 우리 보다 빨리 시작하여, 생필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까지 등장하고 있다.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교토라도 자신들의 색깔을 잘 살린 생존전략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면 해마다 줄어드는 방문객으로 인한 쇠락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퇴사준비생의 입장에서는 마냥 즐거운 축제의 도시 같은 교토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통과 존재감을 일치시키는 배우기에 좋은 교재가 되었다. 책을 기본으로 방문계획을 짜서 저자들이 느꼈던 비즈니스의 번뜩임을 확인할 차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