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차린 식탁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50가지 음식 인문학
우타 제부르크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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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차린 식탁 : 질긴 매머드 스테이크 먹던 인류가 식도락에 눈 뜰 때
 
 
 
 
연구실에서 몰래 훔친 공룡알을 작은 냉동캡슐에 옮겨 담은 네드리는 항구로 빠져나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필이면 거대한 폭풍의 한가운데 휘말린 섬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공간으로 피부색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실수로 네드리가 몰던 자동차는 구덩이에 빠져버리고 걸어서 항구까지 걸어가기로 마음먹는다.
빗물로 앞을 볼  수 없던 안경을 훔쳐낼 때, 앞에 서있던 공룡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슴 철렁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작게 생긴 닭 크기의 고개를 까닥거리는 놈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섬에서 오랫동안 공룡의 생태를 봐왔을 텐데 위험한 생명체라는 걱정은 미처 하지 못했던 찰나였다.
갑작스레 얼굴 주변에서 부채 같은 벼슬을 펴 올리며 포효하던 조그마한 주둥이에서 액체가 튀어나와 네드리의 얼굴을 갈긴다.
강한 산성 침 공격으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닭 같은 녀석들이 어디선가 나타난 건지 마리 수가 늘어 있었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한장면이다.
  
자기보다 작은 체구의 동물들에게 도륙을 당하며 한끼의 식사로 변하는 자신의 몸뚱어리를 바라보는 상상만해도 소름이 돋는다.
설마 저런 녀석들에게 당할라 구, 방심의 결과다. 그 자그마한 녀석들은 심지어 끈질기기까지 하다.
 
네드리가 겪었던 심정을 오래 전 불운한 매머드들도 같이 느꼈을 지 모른다.
기다란 나무가지가 옆구리에 푹 박히더니, 선혈이 뚝뚝 떨어진다.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 조무래기들은 앞발로도 제압할 수 있지.
자신감은 방심으로 이어지고 몸 안의 피가 콸콸 쏟아져 나가면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 틈을 노리지 않고 자그마한 포유류의 계속되는 공격은 거대한 짐승의 마지막 호흡을 움켜쥔다.
 
큰 몸집의 고기를 얻었다면 인간들에게는 일주일 또는 이주일 동안 사냥에 나서지 않아도 될  쾌거다.
모든 부족원들은 배불리 영양분을 채울 수 있고, 빙하기를 이겨낼 따뜻한 옷도 지을 수 있게 됐다.
흉폭하고 거대한 짐승들 사이에서 생존의 기술을 터득하고 앞으로 지구를 호령할 새로운 주인의 탄생이다.
인류의 서막이 열리던 시절의 매머드 스테이크가 어떤 맛일지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만, 놈의 비참한 말로는 인류 생존의 씨앗이 된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본능에서 벗어나 취향과 쾌락을 위해 식사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잉여 생산물의 증가는 계급의 분화로 인한 신분차이를 만들어냈지만 최소한 오늘 사냥하지 못하면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 초원의 법칙에서는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진보의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역사의 시간이 흘러가고 공룡을 유전자로 창조해낼 수 있는 기술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지금까지 인류사에 버금가는 식도락의 변화는 음식과 관련된 거대한 세계사의 이면을 바라볼 수도 있지만, 본질의 맛에 대한 흥미로운 뒷이야기로 즐길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세계 각지의 푸짐한 식탁이 여행지의 유람 일부가 아닌 진지한 학문의 접근도 가능한 지식의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으로 쏠쏠한 지적 충족의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한국사람보다 중국인들이 더 많다는 대림동 2호선 출근 근처에는 자주 가는 훠거집이 하나 있다.
오랫동안 거래를 하던 아시는 사장님이 소개시켜준 식당인데 주변의 한산한 엇비슷한 가게 풍경과는 달리 이 집은 손님으로 바글바글하다.
신선한 야채와 무한정 가져올 수 있는 소고기와 양고기, 그리고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낯선 소스들. 모든 요소가 오리지널에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어 이국의 냄새 가득하지만 몇 가지 재료를 제외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리 재료다. 다만 커다란 솥의 반을 갈라 한쪽은 빨간 국물, 한쪽은 하얀 국물로 구분이 되는데 전자는 우리가 아는 매운 맛과는 거리가 있어 호불호가 있다. 붉은 쪽의 향미가 안 맞는다면 하얀 쪽만 공략하면 되겠지만 반만 즐기는 셈이니 미련이 그만큼 솥에 채워진다.
훠거는 사실 중국 전통의 음식이 아니다. 송나라를 집어사킨 원나라, 즉 몽골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국가가 오랑캐에게 먹혀 한족들의 저항이 거셌지만, 새로운 맛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양고기는 특유의 향으로 인해 입에도 못 대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국 전역에 재료로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몽골인들은 한순간의 영광을 뒤로한 채 원래 그들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칭기즈 칸이 호령하던 과거의 영광을 풍성한 저녁 한차림에서 회상하며 아쉬워할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소풍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피크닉의 유래와 영국에서 퍼져나간 양태는 요즘 인기가 한참 올라있던 캠핑과도 연결되어 있다.
자연에서 멀어져 도시의 찌든 삶을 보내던 사람들에게 야외에서 음식과 와인을 곁들인 나들이는 일상의 탈출구이자 새로운 관계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프랑스 대혁명을 피해 영국으로 도피한 프랑스 귀족들이 들고 온 새로운 유행은 지위나 계급에 상관없이 각자의 형편에 맞게 자연과 어울리는 기회였고, 고통스러운 돈벌이의 잠깐 동안의 탈출구이기도 했다.
점차 가져가는 음식의 다양성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역으로 프랑스로 전파된 피크닉의 확장판은 부유층의 전유물만은 아닌 많은 국민들의 새로운 오락거리로 대두되었다.
 
당시 피크닉 바구니를 들여다보면 요즘의 캠핑 식단과 차이는 있지만 고기 안주의 주류 조합은 대동 소이하다.
자연의 투박한 공간 속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인간의 본능은 시대를 초월한다.
 
21세기 한국의 가장 핫 한 공간은 커피숍이다.
일부 몰지각한 행태로 손가락질을 받지만 백색소음 안에서 저마다 노트북에 몰두하여 숙제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편안한 공간이다. 우리가 마시는 검은 액체의 소비량도 대단한 만큼 판매처도 제 각각의 가격과 메뉴를 붙이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영국의 커피하우스도 세계사에 자주 등장하는 사교의 장이었지만 오스트리아 빈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이곳은 고독이 충만한 공간이다.
고객이 원하는 색깔에 맞게 우유가 섞인 커피가 제공되며 신문으로 세상의 정보를 읽어내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식당 안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여성은 출입할 수 없던 당시의 분위기상, 주변 사람에게는 무뚝뚝한 채, 세상이 돌아가는 형국에서 성공을 거머쥐고자 하는 한량들의 세계라고 상상된다.
몇 세기가 흘러도 커피를 즐기는 제조법은 변화하지만 음료 자체에 대한 매력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인류가 가장 아끼는 커피를 위한 공간의 변화도 앞으로 혁신과 창의력 가득 찬 표상이 되리라.
 
처음 들어보는 음식, 익숙한 음식. 
세계인이 역사의 시간을 달려오며 마주했던 식도락의 순간을 책으로 담아 내기에는 넘치는 상상력은 필수로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
역사책의 단편을 뜯어낸 억지스러운 짜 집기가 아닌 먹거리에 얽힌 작은 시대상을 독자의 입맛에 맞게 편집한 책이다. 하루 한끼의 허겁지겁 배를 채우기 위한 생존활동이 아닌 한사람의 인류 구성원으로 거대한 조상들의 유산을 체화 시키는 상상으로 식단을 구성해보면 어떨지 상상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추천독자 :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데 먹거리에도 관심이 있다면,

음식들의 유래에 입맛을 다신다면,

난생 처음 보는 특색있는 요리를 알고 싶다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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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1가지 심리실험 - 일과 휴식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주노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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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1가지 심리실험 : 일과 휴식편

“심리 실험 상자로 일과 휴식에서 나를 찾는 즐거운 책 읽기”
 
 
다음 생에 대입을 다시 준비하게 된다면 "심리학"을 전공으로 하고 싶다.
직장생활에서 마케팅과 세일즈 업무를 하며 세상 모든 일은 결국 사람, 즉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고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동인을 만들어 실행하는 루틴 속에서 진행된다는 깨달음을 구했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구매한 상품이나 열렬한 팬이 되어 사전예약을 하던 클릭 안에서도 심리학은 교묘한 위장막을 쓴 채 먼 거리에서 나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승리는 언제나 그들의 몫이며, 씽긋 웃으며 부처님 손바닥을 보여준다. 
심리학은 신의 영역일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밀려오니, 내가 전공해서 조정하는 위치에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 셈이다.
행동경제학이 세상을 지배하는 지금 시점에서 심리학의 매력은 한 차원 더 돋보인다. 심리실험을 통해 설정된 가설을 풀어보고 사람들의 행동과 결정을 예측하여 신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하고 돈방석에 오르는 프로젝트는 신나는 일이다.
심리실험의 목록은 유쾌하다. 감히 입밖으로 꺼내기 어렵던 논란의 명제들을 현실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하여 진행하여 실제 결과를 토대로 가설을 이론으로 다듬는 과정은 흥미롭고, 관찰자로 구경만 해도 깨달음을 얻는 지름길이 된다.
 
시리즈 물로 나온 심리실험, 이번에는 일과 휴식에서 81가지 심리실험으로 우리가 평상시에 직장과 사회에서 겪는 평범한 일상 속에 변화의 단초를 잡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동기부여와 목적의식이 명확히 설정되고, 일하는 상황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생산성 상승은 명확하다. 의심할 필요도 없는 영역이라 믿는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
지금까지 업무를 하며 승진이나 보너스 같이 즐거운 상상이 양념으로 버무려지면 보다 빠르고 멋진 아이디어를 집어넣는 순간이 꽤나 많았다는 경험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냥 그거 기분 탓 아니야?
심리학자들은 실험을 했다. 그리고 결과는 진짜 그렇다.
10% 이상의 업무효율이 상승했다. 단순하게 일하기 전 초콜릿의 달콤함으로 정신을 도포해도 효과가 좋다는 실험이 제시된다.
실제 직장 업무 과정 중에서 일어나는 사람 간의 스트레스와 갈등을 떠올려본다면 실험에서 보여지는 결과물보다는 많이 밑도는 효율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한다.
그러면 더 많은 행복 비타민을 입에 넣어주면 되지 않을까?
심리의 행복은 일의 능률로 이어지고 기업은 더 짭짤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 게임 끝난 거 아닌가, 직원들 행복하게 해줘!
 
유튜브에서 인기있는 의학강의를 하는 의사들은 목에 청진기를 두르고 등장한다.
아니 지금 환자 보는 상황도 아닌데 청진기는 왜?
우리는 여기서 엿볼 수 있다. 권위는 머리속에 이미지로 형성되어 있으나 시각으로 한 번 더 확인시켜 주면 신뢰도는 따따블이 된다.
뻔한 내용이라도 청진기를 목에 두른 전문의의 주장은 신뢰를 넘어 신앙의 수준까지 사람의 마음을 잡아 끄는 법이다. 권위를 내세우고 사람들을 의견에 동기화 시키는 상황, 어쩌면 우리가 더욱 조심해야 할 위기의 순간일 수도 있다.
사람들의 심리가 빠지기 쉬운 현상의 허점을 확인해볼 수 있는 실험으로 우리는 고정관념에 빠지기 쉬운 나약한 멘탈에 대한 경각심도 얻을 수 있다.
 


오래된 유령 잡는 코믹 SF 영화 "고스터바스터스" 마지막 신에는 포복절도의 상황이 발생한다. 
(스포일러 주의!) 
머리속에 떠올리는 물건이 유령으로 등장하여 세상을 파괴한다는 설정이 주어지는데, 주인공 중 한 명이 상상한 대상은 다른 아닌 마쉬멜로우였다. 
결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올라가는 킹콩처럼 거대한 마쉬멜로우 거인이 귀여운 표정과 얼굴로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파괴력은 막강하다. 생긴 건 귀여운데 살상기계로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어떤 특정 생각을 하지 말라고 전제를 주게 되면 사람들은 그 생각에만 몰두하는 반대 기재가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많은 학자들이 제각기 다른 설정으로 실험을 하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하지 말라고 강요할수록 효과는 배가되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분신사바"도 같은 종류의 오류로 발생한다. 여러 명이 손에 펜을 쥔 상태에서 "절대로 움직이면 안돼!"라고 명령하지만 그 순간 참여인원의 절반은 무의식적으로 펜에 힘을 주어 움직이게 되고 이런 작용-반작용의 결과로 귀신이 등장하여 질문에 답을 하는 무서운 현상으로 모두를 놀라게 만든다.
사람은 하지 말라면 하고 싶고, 하라면 하기 싫어 지는 청개구리 유전자가 여기 저기 삽입되어 있나 보다.
일과 휴식에 대한 여러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은 평상시 우리가 느끼던 현실세계의 부정 요소들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눈에 띄는 에피소드는 “월요병”을 진단해본 사례이다.
진짜 월요병이라는 게 모든 사람에게 존재할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일요일 오후면 자유게시판이 다음날 출근하기 싫다는 낙담의 글과 그래도 돈 벌러 나가자는 화이팅이 꾸준히 채워지는 광경을 만날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월요병은 의외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월요일에 우울한 사람은 화요일이나 수요일에도 우울하다. 어쩌면 월요병은 직장인 사이에서 생긴 하나의 밈일지도 모른다. 실제 우울해지는 현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기분이 다운되는 상황에서 나는 안 그런데 나도 그래야 하나? 식의 자기 동질화를 위한 핑계일 뿐일지도.
물론 직급이 낮은 경우는 관리자급 상사들에 비해 실적과 업무 완료에 대한 압박이 덜하여 출근 첫날에 대한 부감감이 높은 경향은 있긴 하다. 그러나 그들 역시 모든 요일이 스트레스 지수가 높기 때문에 딱히 월요병이라 불릴만한 특이사항은 없다는 판단이다. 
난 이 의견 반댈세!라고 손을 들어봤 자, 나만 바보되는거니 그냥 이해 안가도 인정은 헤야겠다.
책의 내용대로라면 월요병은 그저 휴식시간이 끝나는 아쉬움에 대한 토로이고 자기 위안일 뿐이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다만, 월요일 아침에 모든 직장이 회의에 돌입하는 건지 유독 교통이 밀리는 건 월요병 범주에 넣어도 되지 않을까?
 
사람들의 심리는 직장생활과 사회생활 여러 곳에 징크스나 ㅇㅇ의 법칙 형태로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돈벌이라는 과정이 여의치 않는 자기 소진의 순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겠다.
아무리 신나는 업무를 진행하더라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트레스 관리를 철저히 챙겨야 하며 또다른 삶의 단면으로 이동하여 건강과 정신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과정을 정해진 횟수만큼 채워야 한다.
애플TV 화제의 드라마 “세브란스 : 단절”은 기가 막힌 설정을 보여준다.
직장의 나와 일상의 내가 완전히 분리되어 각자 상태의 기억을 할 수 없게 되는 수술이 주요 테마로 등장한다. 이런 경우 일상의 나는 그야말로 놀고먹으면서 일생을 즐기지만 반대편은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도 없고 인생의 여유도 없이 평생 일만 해야 하는 노예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수술을 강행하는 쪽은 일상의 내가 되니 선택의 기회조차 박탈되는 억압으로 박제 되는 삶을 그리고 있는데 현대사회 모든 사회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컨셉일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심리 실험들이 100% 진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어떤 지 확인하고 그에 대한 반응과 자기 해결방법을 찾아간다면 조금은 행복한 하루 하루를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독서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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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무릎 - 통증이 사라지고 마법처럼 걷게 된다
다쓰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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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무릎 : 무릎으로 시작하는 100세 건강의 시작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가 하행만 설치된 역이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며 씩씩거린다.
‘힘든데 올라가는 방향을 열어야지, 왜 내려오는 방향을 여는 거야?’
내려가는 발걸음은 툭툭 신발을 앞으로 내던지기만 해도 스르륵 내려오는데 오르막은 ‘건강을 생각해서 계단을 오릅시다.’ 안내문 도배도 필요 없고, 피하고 싶다.

그렇게 나이를 먹다 보면 어느 ((순간))이 찾아온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무릎이 시 큰.
어제 무리한 운동을 한 기억도 없는데, 뭐지?
가파르고 기다란 계단을 내려오면서 살짝 느끼는 통증은 그 뒤로는 먹물이 화선지에 퍼지듯 조금씩 자주, 강하게 확대된다.

무릎은 노화되었고 통증이 시작되었으며 퇴행이 시작된다.
건강 도서를 들척거리듯, 다리와 무릎에 대한 관심이 상승한다면, 나이가 먹은 거다.

책에 등장하는 그림을 보면 깜짝 놀란다.
단순해 보이는 뼈 구조라고 생각했지만 앞 뒤로 움직이는 물리 운동에서 움직임은 힘과 연결의 뼈, 근육 구조는 물론 뼈끼리 충돌을 막아주는 윤활유 역할의 연골까지 꽤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만큼 무릎 일부분의 충격과 파손은 신체의 급격한 불균형까지 확대일로를 걷는다.



제대로 걷기 어려워지고 자세도 흐트러져 몸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무릎의 통증만 집중 치료하여 일순 통증이 사라졌다는 안도감에 젖을 수 있지만 근본원인이 의외로 다른 부위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책에 나와 있듯, 우리 몸은 괜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원인이 있고 문제가 발생하였기에 통증과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아픈 부위뿐 아니라 근본 원인을 파헤치는 치료과정을 좀 더 관심을 갖고 평상시에도 주의를 두겠 노라 다짐한다.

저자인 다쓰미 박사 제안하는 4가지 무릎 보존 요법 같은 이해하기 쉬운 과정부터 책을 읽어 나가면서 무릎을 지키는 도전은 시작된다.

꼬꼬닭 걸음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 단숨에 머리에 각인된다.
사무실에 앉아 PC를 두드릴 때 자꾸 머리와 목이 앞으로 쏠리는 자신을 발견한데,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허리를 곧게 편 상태로 고개를 빳빳이 드는 자세교정을 수시로 하지만 10분만 지나도 요요현상 나약함에 고통의 발톱이 야욕을 드러낸다. 

비단 앉아있을 때뿐 아니라 걸을 때도 닭이 걷는 모습처럼 고개가 앞으로 가고 엉덩이는 뒤로 쑥 빠진 모습을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걸음걸이에서도 목격하게 된다. 특히 모든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휴대폰 삼매경에 빠진 모습은 지나치게 고객을 숙이고 목에 하중을 전달하는 좋지못한 자세다. 앞으로도 정형외과는 경쟁이 필요없겠다라고 할 정도로 만성질환으로 고속도로가 개통된 걱정스러운 자세다.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몸은 변화되고 목과 허리 하중은 증가된다.



신발 뒷굽의 닳은 상태를 보면 평상시 걸음자세의 문제점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내 경우에는 O자형 다리에 가까운 밑창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에 맞는 걷기 자세 교정이 간단히 소개되지만 실제 따라하기에는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잘못된 자세가 오래되면 발바닥의 모양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점차 평발 형태가 된다고 한다. 아치가 무너진 결과인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마사지도 평상시에 짬 날 때 실행으로 옮겨야 하겠다.

책에 소개된 무릎을 강화시키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예방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데 결국은 동작을 몸에 익히고 꾸준히 실행하는 번거로움을 극복하는 게 과제이다.

무릎의 연골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체조들과 함께 세트로 진행하면 되는데, 별도의 격렬한 운동이 아닌만큼 저녁 뉴스를 보는 시간에 set 형태로 진행하면 꾸준히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가 먹어가며 온 몸의 기관들이 정해진 인간의 수명인 50-60세를 맞이하며 고장 나기 시작한다. 과거에
비해 눈부시게 발전한 의학 기술 덕에 퇴화로 인한 다양한 증상들을 완화하고 교정할 수 있지만 그 전에 건강을 챙기는 나이부터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시작하여 운동, 식단 조절 등의 준비를 한다면 더 오래 튼튼한 육체를 보존할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지난 세월 내 몸과 대화를 굳이 할 필요없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자세로 스스로 대화의 창을 열어야 할 시간이다. 몸은 스스로 문제점을 알고 있고 그에 맞는 변화를 적용해 놓았다. 다만 나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모르거나, 무시하는 결정을 내려놓았을 뿐이다.

선택은 오롯이 자기의 몸과 얼마나 대화하고 마음을 굳게 먹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무릎 통증은 무릎에서만 원인을 찾아서 안된다는 저자의 주장처럼 몸 구석 구석 아끼고 조이고 관리해서 전체의 건강함을 유지해야 건강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

"유병장수"가 가장 서글픈 말이라고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나날이 줄어들고, 미래가 불확실한 대한민국의 2024년에서 더 오랜 기간 살아남기
위한 무릎관리는 필수항목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요령 없는 걷기조차도 무리가 된다는데, 숨쉬기 운동만 하란 말이냐!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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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박순주 지음 / 정은문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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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 책 벌레들의 디즈니랜드, 120년의 기록 - 120년의 역사
 
얼리버드 티켓팅으로 일찌감치 6개월전 예약했던 3월 도쿄 홀로 여행.
시간 여유가 있던 덕에 “Small Business 케이스 스터디”란 나름대로 테마 정해놓고 구글 맵에 한 땀 한 땀 핀을 꽂아가기 시작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일정의 완성은 1주일 전이 다가와야 부랴부랴 정리가 된다. 4박 5일,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일정에서 끝까지 고민했던 지역이 하나, “진보초”다.
 
출판 대국 일본의 고풍스러운 중고 서점 거리 풍경을 사진 기록으로 남겨놓은 의미는 있지만 코스에서 애매한 위치라 분주한 일정에 들어갔다 빠져나왔다 여러차례 반복되었다.
 
3월의 근사한 맑음 날씨를 기대했지만, 비는 오락 가락, 무엇보다 강풍주의보가 1주 전부터  일기예보를 채우느라 일정은 미궁 속으로 빠지고, 이 날씨 혼돈의 틈새에서 진보초는 – 역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 선택된다.
 
2일차 일정은 이케부쿠로에서 시작했다. 
이상하게 지역명이 입에 착착 감겨 꼭 가리고 마음먹은 북부의 번화가는 하루 일정을 당당히 차지했다. 쇼핑몰 위주의 체크 포인트를 완료한 후, 돌아오는 길에 아키하바라 일정을 잡고 진보초를 중간에 끼어 넣었다.
 
체류 시간을 2-3시간 정도로 짧게 잡았고 사전 조사도 다른 지역보다는 부족했지만, 과거 청계천 중고서점 거리나 황학동처럼 역에 도착하면 주변에 서점들이 줄을 서서 환대해 주리라 기대하며 진보초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정도였다.
여행을 마치고 사진 정리하는 시점에 만난 책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은 인연이 어긋한 아쉬움이 가득하다. 미리 보고 갔더라면 하루를 일정에 넣어도 될 만한 정보들로 가득 차 있으니, 나 억울하다.
100년의 전통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고, 저마다의 사연을 찾아내는 일도 마찬가지.
관광객의 시점이 아닌 책 벌레 프로젝트의 진지한 시선으로 거리를 채운 대표 서점을 소개하고 주인장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단순한 상점이 아닌 지식거래소로 역할을 다하는 그들의 조용하지만 격동의 공간과 시간을 조망할 수 있었다.
 


첫번째 만나는 서점은 예상과는 달랐다.
바랜 종이에 묵은 책 냄새 나는, 가장 오래되거나 규모가 큰 책방 소개가 아니라 북 쉐어 서점인 “바이 올 리뷰스“가 등장한다.
개념은 간단하다.
분양형 서점이다.
각 코너별로 개인 또는 기업이 작은 책방을 임대하여 전체 서점을 채워 나가는 방식이다. 유사한 방식은 시부야에도 “마루마루 북스”가 운영되고 있다.
새 책 전문 서점이 아닌 중고서점이라 가능한 형태다.
개인은 자신들의 애장 서적이나 판매하고 싶은 목록을 자신의 색을 입힌 큐레이션으로 구성할 수 있다. 때로는 출판사가 직접 자사의 작품을 코디하고, 유명한 작가나 연애인들이 소장품을 진열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수작업 도서를 만날 수도 있고, 많이 유통되는 책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의 흔적이 남아 소장가치를 지닌 경우도 만날 수 있다.
 
진보초라는 고서점가에 어울리지 않지만, 스마트 결제도 가능하고 SNS 등을 통한 홍보를 각 코너 주인들이 실행하여 커다란 하나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
한달에 5만원 남짓한 임대료는 수익성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공급을 제공하는 접근은 탁월하다. 새로운 접근방식이 환영받고 지속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보게 될 날을 고대한다.
(서울에는 잠실 “서울 책보고”가 유사한 형태로 운영중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서점 중 사진까지 찍어놓은 경우는 몇 장 되지 않는데 “잇세이도 서점”은 대로변이라 기억이 난다. 매장 입구 앞에 늘어놓은 저렴한 판매서적을 찍은 사진이 하나 나오는데 막상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 미련이 남는다.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이면에는 전쟁의 상흔이나 지진 피해 같은 고통의 순간도 담겨있다. 고색창연한 외관이지만 아직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건물만 봐도 종이 안에 담긴 인간의 지식을 전수하는 뚝심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내부 사진은 책을 통해서나 보게 되었는데 오래된 종이 냄새가 거대한 위용 속에 옅어 지는 장관을 작은 컷에서 건질 수 있었다. 정장 차림의 직원들이 전문가의 눈길과 태도로 고객을 응대한다는 모습에도 앞으로도 오랫동안 과거를 미래로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진보초에는 전문 고서점도 여러 군데 있다.
미술과 고서화를 다루는 서점도 있고, 눈독을 들이게 되는 영화, 연극, 희곡, 시나리오 전문 고서점인 “야구치 서점”이 등장한다.
인터넷에서 진보초를 검색하면 자주 등장하는 독특한 건물 모양과 책들의 서점이 바로 이 곳이다. 오래된 영화 잡지나 일본이 영화로 세계를 주름잡던 역사의 흔적들이 오래된 책장의 형태로 남아 매니아들은 물론 전공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초기에 전문서적의 신판만 취급하는 서점만 생기다 보니 중고도서는 내가 취급한다며 사업을 바꾼 창업자의 결심은 놀라운 선택이다. 결론적으로 오랜 기간 쌓여온 도서들이 하나의 거대한 자료 창고로 의미를 축적하고 있는 셈이고, 수많은 걸작들이 등장했던 일본 영화의 시나리오를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테니 중고서점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가치를 제공하는 최고의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바로 옆에 있던 클래식 음악 전문서점이 몇 년 전 폐업했다는 내용은 아쉽기만 하다. 클래식 음악의 깊이 있는 비평이나 음반 소개들이 음악에 광적인 일본인들의 손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말이다.
 



책과 단짝은 단연 음악이다.
책장을 넘겨가는 지루함을 달래 주고, 때로는 활자와 음표가 교감하며 독서의 순간을 한층 고조시키는 경우도 많다. 진보초의 오래된 젊음의 거리인 하쿠산 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고 음반가게인 "레코드사"도 오래된 고서점들과 오랜 시간을 공유하며 그 자리에서 음악 애호가들과 교류를 이어왔다.
유행은 돌고 돌아 음반 한 장 듣기 위해 귀찮은 판 갈이 작업을 해야 하는 LP가 요즘 인기다.
200여장 있던 오래된 음반이 스트리밍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대 여섯 장씩 당근했는데 이제 남은 50장은 남겨 둬야 하냐는 고민이 드는 요즘이다.
미국에 이은 세계2위의 음반 시장이었던 일본은 록음악 강국이며, 시티 팝을 필두로 음악의 수준도 국제시장에서 먹힐 단계에 올라있었다. 버블경제 시대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J Pop 음반이 수입금지이던 시절이 있을 만큼 일본문화에 제한을 두었지만, 아시아 전역에서 그들은 현재 K Pop에 버금나는 인지도를 구가했다.
버블이 사라지고 문화에 대한 투자는 축소되니, 음반 시장에도 불황이 불어 닥쳤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모습은 중고 레코드 샵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책을 미리 읽어봤더라면 꼭 한 번 들려보았을 "레코드사"는 책에 실린 사진만으로도 풍경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구조이다. 골라놓은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미리 들어보는 중고 시장만의 장점도 충분히 활용될 듯하다.
진보초 메인 거리에도 "디스크 유니온"이라는 작은 규모의 중고레코드 점포가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신주쿠나 시부야에도 점포가 있는 제법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는 상점이다.
장르와 아티스트 별로 LP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각 상품별로 음반과 커버의 상태를 표기한 이름표가 붙어있었고 터무니없는 가격보다는 합리적인 숫자를 제시하고 있었다.
CD 역시 북오프처럼 혼잡한 진열이 아닌 장르별로 잘 나뉘어져 있어 선택이 용이했고, 고르고 골라 2장을 득템하여 계산대로 향할 수 있었다.
 
국내 중고서점 시장은 인터넷 서점사의 오프라인 매장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자리를 잡았지만 평일의 한가한 모습을 보면 다소 비싸다고 느껴지는 가격대라도 소비자들이 기꺼이 구매하며 성황리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생긴다.
일본도 대동소이한 오프라인 매장과 물리매체의 몰락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래도 두터운 소비자층과 아날로그 사고방식의 건재함은 진보초의 내일도 어둡지만 않게 떠받치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싶다.
책을 읽어가며 진보초라는 거대한 문화의 성을 담벼락만 겉 핥기로 보고 왔네, 후회가 몰려든다. 째깍거리는 일정 초침 소리에 떠밀려 한군데라도 더 매장 안으로 들어가 빼곡히 꽂혀 있는 바랜 책들의 작은 역사를 보듬어볼 여유를 가질 걸 - 머리에 꿀밤을 한 대 때린다.
일본어를 모르니 각 코너 별 구분이라던가, 고서 하나의 기품 있는 역사 가치를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120년 동안 이어진 책에 대한 존중의 시간을 공감할 수는 있었을 텐데.
진보초 방문 다음날 몇 년 만이야, 정말. 츠타야 다이칸야마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부야 투어를 마치고 뚜벅 30분을 걸어 도착한 낯익은 풍경.
5년 세월이 흘렀어도 스타벅스를 위시한 대부분 풍경은 변하지 않은 그대로였다.
후쿠오카의 츠타야를 가나, 광화문의 교보문고를 가나, 이제는 엇비슷해진 차세대 모델은 책 본연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에는 적당한 모습은 아니다.
차 한 잔과 풍경과 테마가 섞여 거대한 문화 용광로 같은 모습은 분명 서점이 새롭게 나가야 할 방향이고 대다수의 고객들이 선호하는 형태인 점은 인정하지만, 개별 취향으로는 점점 식상해지는 느낌이다.
잘 팔리지 않아도 그 자리에 존재하며 전체의 가치를 올려주는 책이 있고 코너가 있었는데, 빈 자리는 커피 머그잔 굿즈가 채워진다.
진보초라는 거대한 고전 서점이 도쿄 한복판에서 쇠퇴기를 지나 또다른 부흥기를 맞이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지점이다.
베스트셀러로 채워진 대중의 서점도 필요하지만, 판매량은 미약해서 모든 서점에서 취급할 수 없어도 지금 꼭 읽어야 하는 책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의 가치는 상업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경쟁력과 문화 성장에 연결되는 가교역할이다.
민간에서 안된다면 국가가 나서더라도 독서를 위한 국민 인프라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 도서관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고, 소장이라는 가치를 다시 한번 쳐다본다면 더욱 욕심이 생기는 영역이다.
 
도쿄에 언제 다시 방문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기회에는 책에서 소개된 서점들을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 방문해서 책 한 권의 바램과 직원들의 태도까지 살피는 시간을 만들어보려는 계획을 짜보게 된다. 잠실에 있는 대형 중고서점도 조만간 방문한다는 일정을 적어 놓으며 책 속의 책방 이야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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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웨이 - 도둑맞은 창조성을 되찾는 10가지 방법
리처드 홀먼 지음, 알 머피 그림, 박세연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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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웨이 : 10마리 악마를 제거하여 빛나는 미래와 조우하자
 
 
 
 
그래, 내게도 풋풋한 신입사원 시절이 있었지.
가끔은 쓴 웃음으로 떠올리던 어설픈 과거의 행동들과 말투가 기억난다.
그래도 당시에 기분 좋던 칭찬은 “그래 니가 아이디어 하나는 좋지.”라는 말이었다.
보수풍의 금융회사에서 새로운 시각과 깜찍한 도전은 상사에게 특이한 놈일세라는 긍정 평가를 받기에 알맞은 차별화였다.
문제는 반짝 아이디어는 좋은데, 결론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하다는 점.
실행력의 중요성은 점차 상사의 자리로 명함이 장식되면서 뼈저리게 느꼈고, 샤워하다 문득 떠오른 전등 이미지를 현실 세계로 멱살 잡고 끌고 내려와 전기 소켓에 연결하고, 밤 12시에도 대낮처럼 밝게 만드는 실제화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크리에이티브 웨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시작은 생각의 전개다.
생각하지 않고 결론의 결과물이 튀어나오지는 않으니까.
처음 시작부터 방해물로 인해 사고의 확산과 점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평범한 옆 팀 막내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10가지 악마를 우리는 만난다.
창의와 창발 가득 찬 꽃 길 걸으며 위로 향하는 진급과 사회 신분의 상승 가도를 막아서는 너는 정말 나쁜 놈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악마는 시뻘건 얼굴에 뿔 두 개 달고 우리 앞에 짠 하고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놈은 항상 어깨에 팔을 두르며 친근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귀에 속삭인다.
“친구야, 내 말 좀 들어봐”
 
크리에이티브 웨이로 진군하려는 당신,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악마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과감히 처단하라.
성공을 위해 일순간의 쾌락과 탐닉과 안식과 만족에서 벗어나 뜨거운 열정으로 온 세상을 무지개 컬러로 수놓고 꽃을 피워라.
 
빨간 책에서 악마를 무찌를 힘을 내려줄 지어니.
 
마법의 성 입구마다 서있는 악마들을 무찌르는 여정은 생각보다 발걸음 가볍게 책장을 건너뛴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친숙하다 못해 익숙한 악마들이 그동안 구만리 같은 내 미래를 얼마나 방해해왔는지 어처구니없어지는 부분이다.
쉽지는 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돌파력을 책을 통해서 손쉽게 습득할 수 있게 되다니, 행운이 가득하다!
 


한 마리 소개한다.
 
백지의 악마
 
풀어야 할 숙제가 눈 앞에 있고, 마감시간을 재촉하는 토끼의 회중시계 소리가 재깍거리며 압박할 때, 우리는 소위 “멘붕”에 빠지고 한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는 미로 속에서 땅 속으로 가라앉는다.
스트레스 수치는 앞 이마에서 시작해 뒷 목의 뻐근함을 내달리지만 해결 방안은 머리 속 어디에서도 찾아낼 수 없다.
이성이 뇌를 지배하는 바로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유일한 해결책은 잠시 멈추고 뒷걸음질 쳐본다.
한발짝 문제에서 발을 떼고 약간 커다란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긴장의 끈을 풀어주고 창의의 상상력이 뇌를 감싸게 만든다. 때로는 머리를 싸매고 있는 과제가 아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아이디어의 숨통을 뚫어줄 수도 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성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믿지만, 백지의 악마가 등장하여 머리를 하얗게 비워버리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생각의 확장과 유연함을 경화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
 


긴장없이 샤워를 하다가 “유레카!”를 외친다면 바로 이 순간 우리는 이성의 강렬한 카리스마에서 벗어나 유머러스 하고 여유 있는 영감의 지배자가 되어 해결보다 더 대단한 변화를 제시하고 실행할 힘을 얻게 된다.
아인슈타인이 수학문제로 머리에 쥐가 날 때 바이올린을 켜는 변화의 순간, 우리도 동일한 동작을 통해 자유롭고 강력한 다음 단계를 쟁취하게 된다.
 
귀여운 사례들을 통해 창의력 대장을 방해하는 악마들을 청소하는 산책 같은 독서는 곁들어진 그림과 함께 자기계발의 편안한 여정으로 안내한다.
 
남은 건 세상에 얼굴을 들이민 밝은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구체화하고 사업화 하는 우리의 배짱이자 자존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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