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연결’에서 만난 16명과 다른 매체에서 만난 2명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특정한 의제로 묶이지 않는 ‘인물 인터뷰집‘은 처음 펴낸다. 단행본의 가독성을 위해 일간지에 문답형으로 실린 인터뷰를 산문형으로 고쳤다. 못다 한 이야기는 ‘인터뷰후기’에 담았다. 전화로 두어 시간 수다 떨고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고 말하는 기분으로 썼다.
이 시대의 인물 화첩이자 나만의 인생 수업 노트이고 인간학교재인 이 책을 나를 아는 모든 이들, 나를 모르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다. 좋은 이야기는 존재의 숨통을 틔워준다. 내가 보고 듣고 겪는 이야기가 나의 세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주위에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광고가 난무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 몸의 견적을내게 된다. 곁에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데 동성애 혐오를 외치기는 어렵다. 공무원만큼 활동가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은 사회에서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본성대로 클 것이다.
이야기는 힘이 세서 견고한 관념을 부순다. 내가 듣는 이야기는 내 감각과 정신의 속성을 천천히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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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됐다. 아껴둔 정산소종을 얼른 꺼내 우려보았다.
그리고 나서 문장을 음미해본다. (절기에 맞춰 천천히 읽는 중)

차향과 소나무 연기가 낮게 드리운 구름과 안개에 섞여들어 한 걸음 뗄 때마다 온몸에 무겁게 엉기고, 차밭 사이를 비집고 자리 잡은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눈치채지 못한 새 흠뻑 젖어 아궁이 앞으로 다가 앉아야 하는 홍차의 고향. 어쩌면 차는 그가 태어난 곳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우리를 일깨우는 것이다. 물을 끓이고 정산소종을 우리며 자욱한 연무 너머 홍차가 시작된 곳으로 떠나 지나간 시간을 흠향할 때라고.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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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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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거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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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나의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에는 끝이 있어야 할 것이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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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누나가 고쳐줄 거야. 넌 내가 지금까지 만난그 어떤 인간보다도 훌륭하고, 그 어떤 인간보다도 온전해 우리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났어. 민이 네가 인간이든 기계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수억 년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 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해 의식을 얻게 되었고, 이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의식하게 된 거야.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민아, 너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느끼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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