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우리의 한계인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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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사비는 흔히 일본의 미적 감성이라 여겨졌지만
사실은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함께 탄생한 종합적인
사상이자 감성입니다. 솜씨 좋은 조선의 도공들이 훗날
확고하고 영구적인 와비사비스러운 것의 상징이 될
‘미완성의 비영구적이고 불완전한‘ 막사발을 빚지 않았더라면
일본의 다인들은 찻잔으로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더불어 와비사비는 애초에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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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졌을까? 얼마 전 내 아버지는충격적인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셨고, 이로 인해 나는 삶의목적에 의문을 갖게 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고려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 중에서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은 삶을 위한 최선의 이유처럼 보였다. 아름다움은 고차원적 유형 인식에 대한 무의식의 반응이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우리 정신의 밑바탕인 개념의 구조를 훑어보는 일일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예컨대 세계가 우리에게 나타나는 방식의 근원을 드러내는 깨달음의 일종이다. 나는 이 과정을 더 잘 이해하고 싶었다. - P47

언어는 사물에 이름을 부여할 수 있지만 사물의 본질을 형상화하지 못한다. 언어는 단지 그 본질을 암시할 수 있을 뿐이다. - P65

리큐가 불교 덕목 중에서 꼽아 다도에 도입한 지침인 조화, 존중, 순수, 평온이 가징 중요하게 열거된다. 이 덕목들은 원래 와비차의 개념이 아니었고, 후에 다도가 단순한 취미나 ‘고상한 재능‘으로 취급되는 걸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 P39

창작자들이 와비사비에 느끼는 주된 매력은 현재 광범위하게퍼진 디지털화된 현실과 와비사비가 대조를 이룬다는 점에 있다.
너무 만연한 탓에 디지털 현실은 미적으로 무미건조하게, 심지어 둔감하게까지 보인다. 역설적으로 와비사비가 설령 ‘디지털‘의 확실한 안티테제antithesis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와비사비가 디지털 형태에서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 이들이 있다. 엉성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제외한다면 대답은 간단히 ‘아니오‘가 될 것이다. (의도적이든 우연적이든 엉성함은 몰지각의 결과이다. 몰지각은 와비사비의 개념에 들어 있지 않다.) - P82

이와 관련해 존 카터 코벨의 다음과 같은 평가는 특기할 만하다. "한중일의 도자기를 비교해보면 중국은 통제control, 한국은 무심함casual, 일본은 작위적contrived이라는 것이 잘 드러난다. 중국 도자기는 가마와 유약의 완벽한 통제를 추구한 결과 특히 도자기에서 무취미하기까지 한 일종의 완벽의 경지를 이뤄냈다. 한국의 도공은 언제나 자연스럽기 짝이 없고 무심해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도자기는 도공의 기질과 불이 어떻게 작용했는지가 그대로 반영된다. 일본인들은 15세기 이도다완 전쟁에서 보듯, 이런 한국적 무심함을 높이 취해서 의도적으로 무심함을 과도히 발전시킨 나머지 그들의 도자기는 자의식이 담긴 작위적인 것이 되었다. 일본인들은 가마에서 구워낸 화병의 한 귀를 일부러 구부리거나 깨버려서 한국 도자기가 갖는 ‘무심함‘의 미를 주려고 한다." 존 카터 코벨. 김유경 편역. 부여기마족과 왜 글을읽다. 2006.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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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일 년, 길게는 칠 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 바로 그 점이 나는 좋았다.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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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두고 온 것만 같았다. - P38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가감 없이 표현하고 바닥을 내보이는 것도 어떤 관계에서는 가능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불가하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태어난 것일까요. - P58

어떤 울음이 안에 있던 것을 죄다 게워내고 쏟아낸다면, 어떤 울음은 그저 희석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농도를 묽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요. - P74

옥춘당 조각을 집어 입안에 넣었다. 달고 화한 맛이 혀끝부터 천천히 퍼졌다. 입안에서 사탕 조각을 굴리며 내가 왜 이곳에 왔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재하에게 해주어야 했을 말들을 뒤늦게나마 중얼대보았다. 잘 지냈니, 보고 싶었어, 잘 지냈으면 좋겠다, 미안해 같은 평범하고도어려운 말들. 이제 와 전송하기에는 늦어버린, 무용한 말들을.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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