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발과 뱀과 풀은 나아가고 있다
태양 없이도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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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시인의 말일 때가 많다.

시인의 말

사람은 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무기질인 동시에
멈추고 듣고 느끼는 유기체.

살아숨쉬는 물질로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온몸이 귀로 이루어진 존재가 되고 싶었다.
경청의 무릎으로 다가가
낯선 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지친 손과 발을 가만히 씻기고 싶었다.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길러진 열정으로서의 연민,
그 힘에 기대어 또 얼마간을 살고 썼다.

이 시집을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5년 3월
나희덕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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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책. 시간이 부족해서 차례랑 사진만 훑어봤다. 잼날 듯!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차는 주변국으로 전해져 저마다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고유한 차문화를 형성했다. 동아시아가 향유한 5천 년 차의 역사를 고전, 낭만, 실용이라는 시대로 구분해 풀어낸 이 책은 방대한 문헌과 회화, 유물을 길잡이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차문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동아시아 생활문화의 원천인 차, 이제 그 청담한 차의 시간을 거닐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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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가엾다는 생각 하나로
누구 하나 미워할 필요 없이도

간신히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날

- <휴일> 중에서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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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사실

초여름도 모자 벗고 인사를 다 했다
날마다 내가 오늘 본 가장 아름다운
나를 두고 그대라고 부르는 사람을
나 또한 그대라고 부르면서 그대의
그대가 되는 일은 이 세상의 좋은 일이고
여름 한철로부터 결국에 위임장을 받은
그대는 수개월 뉘엿대는 마음 이제 없이
낮곁을 늘려 여러 꽃말을 수소문한다
밤이 오면 흰 비를 데워 가져다준다
그때 나는 보채지 않고 말곁도 없이
연해지는 방법을 하릴없이 배우는데
전에는 스스로 괴롭히며 얻었던 것들이다
조용히 그러모아 그대는 녹지를 조성한다
그런 다음 군데군데 새소리를 마련하고
누구나 쓸 수 있게 해놓지만
가장 작고 촘촘한 새장은 내 몫이라
한여름에 사랑이 주인 노릇을 한다 - P24

누추한 이 세상에 그래도 누군가는 사랑한다는 소문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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