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행복 - 행복해지고 싶지만 길을 몰라 헤매는 당신에게
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 나무의마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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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쓸 자격이,이유가 있는 것인지 한참을 고민을 했습니다.리뷰라는 것이 그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일말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법륜 스님이 쓰신 이 책에 과연 나의 번잡한 사족들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한 마음에 그러했는데 ,아마도 나의 이런 고민들을 법륜 스님에게 여쭌다면  "그러면 안 쓰면 됩니다" 이렇게 단순하고 명쾌한 답변을 내려주시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처럼 너무나 명쾌하고 시원한 화법으로 인해 때론 어리둥절 할 수도 있고 냉정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가감없고 단순한 즉법은 스님이 오랜기간 인간에 대해 가진 따스한 사유와 고찰들이 녹아 있는 결과물이 아닐까, 한장 한장 읽다보면 자연스레 느껴집니다.

그동안엔 행복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사람들에게 수행차원에서 개인이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주로 이야기 하셨다면 이 책에선 행복의 수레를 끄는 또다른 바퀴인 사회의 변화도 함께 이야기 해주십니다.

개인만 잘한다고,주변 조건이 좋아진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불행은 내 마음가짐과 주변환경이 맞물려서 오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니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우주에서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내 삶의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다는 주인의식을 가질때 나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도 변화시키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이 책을 마주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반성도 하다가 공감도 하다가 반문도 하다가 다짐도 해보기도 하고,개인 대 개인으로 만나 조언을 듣는 것도 아니면서 내 번잡하고 모자른 속을 다 내보이는것만 같아서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가 나를 수행하는 과정을 얼마나 거쳐야지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갈까를 생각하다보니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만은 않았거든요.

읽는 내내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자꾸만 떠올라 나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그들을 스님의 여러 말씀에 대입해가며, 상대방의 모자른 점들을 해부해가며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기도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답니다.ㅠㅠ

물론 그런 내가 한심하기도 했고 남탓을 하며 화의 원인을 그들에게서 찾을게 아니라 나에게서 찾으라는 말씀에 뒷통수가 뜨끔한 경험을 하며 이제와는 다른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깨달음 또한 얻게 됐지만요.

화란 모름지기 상대와는 무관한 내안의 도화선이라시며 ,


화가 난다는 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분별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사사건건 옳고 그름을 가르려는 습관이 내 안의 도화선에 자꾸만 불을 댕기는 겁니다.화낼 일이 아닌데 내 기준에 맞지 않으니까 화가 나는 것뿐이예요.나를 세상의 중심에 놓고 그 주변 상황과 사람들을 판단하니까 내 기준에 맞지 않을 때 화가 올라오는 겁니다.


 화를 대처할때 무조건 참기만 한다면 행복과는 거리가 멀기에 무조건 참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감정의 동요가 적어진다는 그 말씀에 깊은 공감을 느끼며 어렵겠지만 상대방의 처지와 상황을 조금 더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옳고 그른 기준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어긋난다고 화를 내는 자기중심적인 것에서 오는 화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대놓고 생각하지는 않을 지언정 무의식에선 그런 의식이 있어서 내 기준은 언제나 정당한 것이며 옳은 것이여서 거기에 어긋날때는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화를 내버리곤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와 너는 다르다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것일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거든요.




지구가 태양을 돌 때 무엇을 목표로 돌지 않고 식물의 피고 짐도,열심히 산을 돌아다니는 동물들도 무슨 목적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것도 아니고 인생의 목표가 없다고 불안해할 이유도 없다,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 하기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하고 괴로운 것이라 말씀 하십니다.


너와 나는 어떤 의미인지,오늘 일어난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기 있는 일이였는지,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의미기 있는 일인지 늘 의미와 이유를 찾고 관계의 이유를 찾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불안한 일인지,그런 불안함 속에서 미래와 과거에 연연하다 정작 중요한 현재를 놓치고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하루 하루가 불안하고 걱정스러우며 지나간 과거의 실수를 곱씹으며 자기 스스로를 괴롭히다가 ,정작 너무나 소중한 현재를 놓쳐버리는 바보 같은 짓을 되풀이하기도 했습니다.어쩌면 그 괴로움들을 애써 꺼내어 즐기면서 현실도피를 하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행복이라는게 정말 뚝~떨어져 내게 오는 것이 아닌데,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내것보다 큰 것을 바라고 로또 같은 행운만을 바라니 그걸 가질 수 없게 됐다고 후회하고 나를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악순환이 계속 되버린 거겠죠.

지금의 이 순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면 그게 쌓이고 쌓여 행복한 미래가 만들어지는건데도 말입니다.법륜 스님의 너무나 명쾌해서 당혹스러운 이 말씀들을 당연하다고 쉬이 흘려버리지 말고 온전히 내안에 깃들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은 매 순간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집니다.그래서 '이것이 마음이다'하고 내놓을 만한 실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그런데도 우리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기쁘다,슬프다,두렵다,외롭다 하는 갖가지 마음에 집착해서 걱정과 근심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몸처럼 한 가지 생각이 일어나면 머물러 있지 않고 흩어지고 사라지니 상대의 마음이 한결같기를 바란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며,내가 좋아하는데 상대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워하지 마라,좋아하는건 내마음이고 상대가 나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던 그것은 상대방의 마음이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책을 읽어가며 자꾸만 떠오르는 그 사람의 성격을 바꾸고 싶어하는 이 마음이 나의 욕심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아마 상대방도 나에게 나만큼의 오해와 싫은 점이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한 미움이 존재할지도 모르는데 어처구니 없는 나만의 잣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법륜 스님은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건 대단히 힘든 일이고 내가 맞추는게 가장 쉬운 해결책이라고 말씀하시며 그걸 알지만 정말로 바꿔보고 싶을땐 많은 애정과 지혜가 필요하며 억지로 고치려 들지말고 지혜롭게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씀 하십니다.

또한 상대방의 나쁜점만 보려말고 좋은 점을 찾다보면 상대에게 감사할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고,그러면서 행복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고,,요즘 리얼프로에서 늘 '감사하다'고 외치는 청년이 늘 감사하다를 입에 달고 사니 자꾸만 감사할 일이 생기더란 말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어떻게 하면 단시간에 나의 이 불안함과 불만들을 떨쳐 버리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행복이란 새싹도 존재하지 않는 행복 불모지인 내 마음을 위로받고 이해받을수 있을까?란 받는 것에만 치중한게 사실입니다.

스님의 말씀에 무한 공감을 하며 읽은 것도 나의 모자람과 현재를 살아나가며 고쳐나가야 할것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여기에 대입해서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늘 남탓을 하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줄 수 있을까?란 말도 안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남탓만 하고 모든 불행의 원인을 외부로 돌린건 그들이 아니고 나였는데도 말입니다.


자기의 중심이 서있지 않은데 남에게 의지만 하고,자기 인생을 타인이 기준에만 맞추고 살아가며 ,남과 비교하며 끝없이 상대적 욕구를 키워가고,세상 모든 물건들에 주인이 아닌 종노릇을하고 살아가는 나 자신을,우리를, 무조건 내 탓이요라며 자책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주어진 환경이라면 내 마음가짐을 바꿔서 어제보다는 오늘 더 행복해지라고 노력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계는 이기심에서 시작되는데,이것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이기심을 갖고 인간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크게 실망할 일도 없다는,,내가 배고프면 남도 배고프고 내가 저게 가지고 싶으면 남들도 저게 가지고 싶고,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는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당연한 사실들을 간과하고선 나만 욕심을 부려야하고 상대방은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들이 타인에 대한 실망으로 돌아오는게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불평등한 세상입니다.하지만 우리는 가능한 한 평등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그것이 '진보'일 터이고요.그러나 현실의 불평등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현실의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고 평등만을 주장하면 그것은 '이상'이 돼버립니다.그러면 현실에 발을 못 붙이게 돼요.반대로 현실의 불평등만 인정하고 미래의 평등을 지향하는 노력 없이 현실에 안주하게 되면 우리 인생과 세상은 발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내 두 발은 비록 불평등한 현실일지라도 늘 그곳을 딛고 있어야 하고,내가 나아가야 할 목표는 평등의 세계로 향해햐 합니다.(p 224)



행복이 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는한 쏟아 부은 노력들이 오히려 불행으로 돌아오는 기막힌 모순에 빠지지 말고 내 욕망만을 채우려 할것이 아니라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삶을 위해 '내가 너를 돕는 것이 나한테도 좋다'는 '자리이타'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희생했다는 보상심리 없이 다 함께 행복해지는 길임을 ..
행복과 불행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서 시작되는 것이란 깨달음을 얻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살지 말고 현재를 살라는 말씀도 깊이 새겨보려 합니다.
존재는 존재일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구요.
우리의 삶은 선택과 그것에 따른 책임이 있을뿐이란 것도,
행복의 조건만 바꿔가며 살다가 행복의 맛도 모르고 끝나버리는게 우리네 인생인데 ,제대로 된 행복의 정의를 모른체 살아 왔던것 같습니다.
'행복'이란 단어 자체에 연연한 체로 성공이란 정의마저 오인한 체로 미래만을 위해 달려온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행복은 현재의 자기 상태를 그대로 받아 들이는데서 시작됨을,무엇보다 중요한 현재를 놓치지 않고 살아가야함을,새처럼 나무처럼 담담히 겸허한 자세로 하루 하루를 소중히 살아가야 함을 깨닫습니다.
정말 이런 말씀조차 귀에 들리지 않을만큼 힘들고 화가 날때도 있을 겁니다.하지만 법륜 스님의 이 조언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자주 꺼내어 되뇌이다보면 습관이 되어 화의 원인을 상대에서 찾거나 불행하단 생각의 나래로 빠져드는 횟수도 줄어들거나 강도가 약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다시는 꺼내들지 않을지라도 읽는 동안이라도 작은 깨달음이 있었다면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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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보기 좋은 날 - 내 가방 속 아주 특별한 미술관
이소영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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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이버 포스트 인기 작가이신 '빅쏘'이소영님이 쓰신 '출근길 명화 한 점'의 두번째 이야기 '명화보기 좋은 날' 

네이버 포스트에서 연재중인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봤을때 "이 책,참 들춰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그림 관련 서적만 보면 소장하고 싶어지긴 하지만 특히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앤디 워홀의 바나나를 안고 가는 표지그림은 국내 작가인 박종화님의 'Banana Boy'의 그림 중 일부분이다.


"제가 살던 옛집에는 유난히 색이 많았습니다.가구나 그릇,집기 같은 것들을 하나의 톤으로 맞출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요.촌스럽다고도 말할 수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붉고 파랗고 노랗고 하던 색으로부터 어떤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오늘은 <명화 보기 좋은 날>을 읽으며 위로를 받습니다.이 책에 가득한 색과 빛과 예술가들의 일화들이 우리들의 가난한 마음을 더없이 따듯하게 어루만져줄 것입니다."


서평을 쓰신 시인 박준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알록달록한 색연필과 다양한 색들의 펜시 제품,명화들로 가득찬 책,정원의 꽃들,파랗고 청명한 하늘,많은 나무들이 우거진 숲,,,을 보기만해도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얼마전 외국 다큐프로그램을 보면서 꽃이랑 과일을 파는 마트를 본 적이 있다.다양한 색들의 이국적인 과일들과 화려한 꽃들을 보는데 순간적으로 멍하던 내 눈길을 사로 잡으며 '매일 아름다운 빛깔의 꽃과 과일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물론 그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기분좋은 일만 있을 수만은 없겠지만 나의 이런 감상을 듣고 주인 아저씨는 콧방귀를 껴 버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ㅎ 적어도 나에게 색이란 존재는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리는 자체,형태,구성 등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색'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겠다란 생각이 든다.

별다른 형태가 없는 색면의 조합만으로 나를 감동시킨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만 봐도....



러시아 여성화가인 지나이다 세레브리아코바의 그림들.채소들과 먹거리들이 그려져 있다.두 소녀는 그녀의 아이이지 않을까 싶다.책 속 내용 중 로레인 해리슨의 '채소의 역사'란 책에 보면 중세시대 농부들은 특정 식물들 사이에 '공감의 마법'이 존재함을 믿고 서로 공감이 잘되는 채소를 함께 심으면 수확물의 맛이 좋아지거나 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는데, 이 공감의 마법이 사람에게도 있다고 믿으며 벼랑 끝에 내몰려도 마음속에 공감의 실로 연결되어 있는 가족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지나이다 세레브리아코바 또한 여의치 않게 네 자녀 중 둘과는 떨어져 지냈는데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두 자녀가 그런 존재가 아니였을까..p42





요즘은 수채화에 필이 꽂혔다.그 위에 다시 고쳐 그릴 수 있는 유화와 달리 한 큐에 내달려야 하는 민감하고 조금은 연약해보이며 그래서 더 투명하고 맑은 느낌이 매력적인 수채화,그 당시만 해도 유화를 그리기 전 단계로 여겨진 수채화를 정식 작품으로 전시한 최초의 화가 윈슬러 호머! 시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 호머처럼 ,빅쏘님의 글에도 있듯이 '스스로를 믿으며 나아가는 연속적인 나날들로 나만의 삶을 구성하고 싶다' 얕은 바람에 이리 저리 흔들리는 낙엽같은 사람보다 자신만의 기둥이 단단히 박혀있는 사람들에게 더 믿음이 가고 신뢰가 가면서 또 매력적이게 보이는게 아닌가 싶다.




온통 봄날의 기록같은 에드워드 쿠켈의 그림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봄바람 난 나문희 여사의 뒷모습에 대고 이순재님이 하신 말씀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눈부심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요,그건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라,그래 실컷 구경하고 즐기시게나.이 찬란한 봄날이 다 가기 전에 " p337





화가들이 극찬하는 화가중의 한 사람인 폴 세잔,처음엔 그의 매력을 잘 몰랐다.어린 시절 그림을 처음 접하고 피카소,고흐,마티스들의 화려한 색채들에 반했을때 그의 그림은 나에게 몇프로 부족한 색채감을 지닌 조금은 우울해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위에 나열한 화가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세잔의 그림을 ,안좋은 화질로 인쇄된, 원래 그림보다 더 우중충하게 나온 화보집을 봤던 탓이였는지,그 유명한 '생빅투아르 산' '사과가 있는 정물' '카드 놀이 하는 사람'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 을 봐도 별다른 감흥이 생기지 않았었다.

그런데 언젠가 이 책에 나온 '목욕하는 세 여인' 을 어떤 화보집에서 봤는데 단번에 반하고 말았다.게다가 감흥이 없었던 '생빅투아르 산'을 제대로 된 색감으로 보니 한마디로 뒷통수를 맞은 기분~ 그의 그림을 뒤늦게야 좋아하게 되고보니..그의 그림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색을 쓴다는 느낌? 한 획 한 터치때마다 '빛,공기,물체,스타일'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은 그의 신중한 작업 스타일 때문이였을까? 

이번 한국에서의 마크 로스코전의 포스터에 있는 [무제,1953] 작품도 그런 경우였다.마크 로스코는 내게 그저 커다란 색면을 그리는 그런 화가에 불과했었는데 어느 날 화집에서 이 그림을 본 후,,어린 시절  해질무렵의 동네가 떠오르며 괜히 눈물이 터지는 경험을 했었다.물론 그때의 내 감성이 한 몫 했을지도 모르지만,그 후로 로스코의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그림이 어떤 재질의 종이에 어떻게 인쇄되었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매우 달랐던 것이다.아니! 이 느낌이 아닌데? 그래서 처음에 그 그림을 접했던 책을 꺼내들고 보면 (물론 다시 눈물이 터지진 않았지만) 다시 감회에 젖어들 수 있었다.얼마전 구입한 민음사에서 나온 강신주님이 해설한 로스코 2권짜리도 사실은 내 기대엔 살짝 못미치는 퀄리티의 도판이였다.내가 보았던 것 중 어떤 도판이 더 진본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특히 로스코의 그림은 미술관에 가서 봐야 그 느낌이 확 살아나는 그림이기에,,, 이번 전시회에 가보지 못한게 정말 철천지 한으로 남을듯 하다.ㅜㅠ 내가 언제 워싱턴 D.C까지 가서 그의 그림을 보게 되겠는가...

오쿠다 히데오의 시골에서 로큰롤을 읽어 보면 질 좋은 오디오 세트를 가지게 되면서 늘 들어오던,같은 레코드 판에서 예전엔 듣지 못했던 사운드와 음질에 놀라워 하며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게 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마음이 피곤한 날, 열정을 찾고 싶은 날, 누군가 그리운 날, 자신감이 필요한 날, 혼자 있고 싶은 날, 사랑하고 싶은 날, 감성을 키우고 싶은 날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기분에 따라 한 에피소드씩 읽어도 무방하고 처음 만날지도 모르는 그림들과 더불어 화가들의 뒷이야기들과 감성적인 이소영님의 감상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너무 많은 미디어와 이야기들에 지쳐 있을때 펼쳐보면 좋을 휴식같은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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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캔버스
하라다 마하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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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숲에서 출간된 낙원의 캔버스는 현재 MoMA에 전시된 앙리 루소의 그림 "꿈"을 모티브로 삼은 일종의 아트 미스터리라 하겠다.이 책으로 25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 저자 하라다 마하는 미술사과를 졸업하고 한때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파견근무를 한 프리랜서 큐레이터 출신이기도 하다.
루소와 함께 당대에 활동하던 피카소와 시인 아폴리네르,앙데팡당 전시회와 그 시대의 화가들,경매업계와 미술계를 가로지르는 정통한 지식의 향연으로 말미암아 일본의 작가가 쓴것이 맞나 싶기도 했다.주인공인 팀 브라운과 맞서는 일본인 여인 오리에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깜빡 속을 정도..
2000년 구라시키를 시작으로 1983년 뉴욕,1983년 바젤,1906~10년 파리,2000년 뉴욕을 오가며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성으로 되있어 더 미스터리하고 호기심 돋게 읽어 내려 갈 수 있었다.
앙리 루소의 그림 "꿈" 을 둘러싼 루소와 피카소의 비밀은 무었이였을지,꿈 속에 나오는 나체의 여인 '야드비가'는 과연 누구일지.한때 강렬한 색채와 환상적인 내용의 그림으로 내마음을 홀려 놓았던 화가 앙리 루소에 관련된 책이라 하니 긴장과 호기심을 동반한 채 읽어 나갔다.

치프 큐레이터 톰 브라운 밑에서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를 하며 앞에 붙은'어시스턴트' 딱지를 떼기 위해 고분분투하던 팀 브라운은 어느날 자신의 앞으로 온 의문의 편지를 받게 된다.
전설적인 컬렉터 바일러에게서 미공개된 루소의 그림을 감정하기 위해 바젤로 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 사실은 치프 큐레이터 톰에게 보낸것인데 팀으로 잘못 타이핑 되어 전달된 것이다.
스펙이라면 사실 톰에게 뒤지지 않았고 루소에 대한 애정 또한 만만치 않았던 그였기에 이 우연한 기회에 가슴 떨려한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였는지도 모른다. 모마에선 이미 루소의 전시회를 기획중이였고 루소에 관해서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팀은 불안하긴 하지만 나중에 들통이 날지언정 루소의 숨겨진 미공개작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 속에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톰은 하와이로 휴가도 간 상태였고 비록 원웨이 티켓만을 소지한채 비행기에 오른 팀이지만 이 기회를 빌미 삼아 모든 면에서 톰과 비교되어진 그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그러나 바일러의 저택에 도착하자 루소의 그림을 감정할 사람은 그 뿐만이 아니였다. 미모의 일본인 여인 오리에도 함께 였는데 그녀는 이미 루소 연구자로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고 주목 받고 있는 실력자이다.
바일러가 공개한 그림은 놀랍게도 MoMA가 소장하고 있는 "꿈"과 거의 같은 그림이였는데 "꿈을 꾸었다"란 제목의 이 그림은 나신의 여인 야드비가의 손 모양만 미묘하게 달랐을뿐 별반 다르지 않은 그림이여서 팀을 충격에 빠트린다.
이미 테이트 갤러리의 유망한 치프 큐레이터에게 진작임을 평가받은 상태였는데 그렇다면 지금 MoMA의 그 그림이 가짜란 말인가? 눈 앞의 이 작품이 위작인가? 아니면 두 작품 모두 루소의 작품이란 말인가?
과연 궁핍한 생활 속에서 캔버스를 마음대로 구입할 수 없었던 루소가 이런 대형 캔버스와 많은 물감이 필요한 대작을 그것도 같은 그림을 두 번씩이나 그린걸까? 루소의 그림 앞에서 팀과 오리에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진위를 밝혀내는 사람에게 이 그림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겠다는 바일러의 제안 또한 충격적인 것이였다.
게다가 그림을 오랫동안 관찰하고도 진위여부가 밝혀질지 의문인데, 그림을 살펴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고서적으로 보이는 책을 하루에 한 장(章)씩 각자 따로 읽으며 일주일 뒤에 판단하라는 바일러의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주문이였다.
미모와 지적인 매력으로 그를 들쑤셔 놓는 오리에와 팀의 대결은 긴장되면서도 야릇한 면이 없지 않다.
과연 그들은 마지막에 어떤 파트너로 남게 될것인가?


달콤한 꿈속 야드비가는
부드럽게 잠에 빠져든다
들려오는 것은 사려 깊은 뱀 피리꾼의 피리 소리
우거진 꽃과 수풀을 달빛이 비추고
붉은 뱀들도 아름다운 선율에 귀를 기울인다

루소가 '꿈'을 위해 지은 시 -p 50 -

오랫동안 세관원으로 일하다 40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루소는 이 그림을 66세에 완성한다.독학으로 공부한 그림은 원근법이 무시된, 환상적인 소재와 아이가 그린듯한 그림 스타일로 그 당시 야유와 조롱 속에 '일요 화가'란 타이틀 마저 갖게 되면서 그의 그림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때 그의 그림을 눈여겨 본 자가 있었으니 바로 파블로 피카소다.
동료들 가운데서도 이미 한걸음 나아간 실력으로 모자상과 아를르캉,눈먼 걸인등 사회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로 그린 그는 기술과 야심 모두 그들을 앞서 나갔지만 잘 그린 그림이란 과연 '기술'만인가?란 화두를 늘 가진 그가 열망한건 "새로운 표현"에의 욕구였다.
그리고 모두의 관심 속에 아비뇽의 여인들을 들고 나타난 피카소. 모자상과 아를르캉에 열광했던 그의 친구들은 완전히 새로운 그의 기괴한 그림에 질겁하고 만다.훗날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를 발전 시켜나간 조르주 브라크마저도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 그림을 완성 시킨건 피카소가 루소의 그림을 본 후 2년 후의 일이다.살롱 도톤의 야수 우리에서 '굶주린 사자'란 그림을 본 그는 과거의 어떤 화가와도, 현재 주목받고 있는 그 누구와도 전혀 비슷하지 않은 루소만의 스타일을 인상 깊게 지켜 보았다.
피카소는 루소의 그림에 영향을 받아 '아비뇽의 여인들'을 탄생시킨 것일까?
오리에와 팀의 한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과 루소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담긴 고서를 하루에 한 장씩만 볼 수 있는 만큼 다음 章에 대한 극렬한 호기심은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루소의 그림 속 야드비가는 어떤 여인이였을까?
책 속에선 이미 가정이 있는 유부녀로 그려진다.일요일마다 우물에 나타난 그녀를 혼자 짝사랑한 루소는 그녀에게 팔고 남은 풍선이나 그림들을 선물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늘 시큰둥하다.오히려 그림을 배달하면서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그녀의 남편이 더 호의적이였을 정도로..
마음을 주지 않고 그의 그림을 오로지 압생트 한잔 값으로 여기는 야드비가는 루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여인이였는지 그림 속 그녀의 얼굴이 조금은 말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 장의 마지막에 나오는 알파벳의 의미는 무엇일지도 ,"꿈"이란 대작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루소의 지지자였던 피카소가 이 그림에 어떻게 연관되어진건지 ,1900년 초반 활기 넘치던 파리의 정취와 예술품 밀거래의 현장,전시회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어떤 일도 불사하는 큐레이터들의 모습,경매상의 민낯도 소설에 자연스레 녹아있어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길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과연 이 책은 실존한 책일까? 누가 쓴 책일까? 결말을 향해 치달을 수록 그 반전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살인과 복잡한 범죄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고서 속 그 당시 루소 주변인물들과 현재의 팀과 오리에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어떤 미스터리 소설보다도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미스터리 속 사랑이야기도 감초 역활을 해준다.
깊은 밀림속 모습과 신비로운 여인 야드비가를 그린 이 루소의 그림 한 장으로 이런 이야기를 끌어낸 작가의 상상력과 풍부한 이야기를 뽑아내는 필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일요화가니,세관원 출신의 화가란 타이틀을 앞에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유명하고 인정받고 있는 앙리 루소의 그림을 한번쯤이라도 보신 분들이라면,그의 그림에 지지를 보낸 피카소를 좋아하시는 분들이시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물론 앙리 루소란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다해도 겉표지를 벗기면 속표지엔 아름다운 그의 그림 "꿈"이 인쇄되어져 있으니 이 그림을 한번 보기만 한다면 충분히 이해되어지는 내용들이라, 아트 미스터리의 세계로 풍덩 빠져보고 싶은 분들에겐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 될것임이 분명하다.



오리에의 아버지는 동물원과 식물원을 '미술관과 비슷하되 다른 곳'이라고 표현했다. 

소녀 시절에는 의미를 잘 알 수 없었지만 최근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미술관이란 예술가들이 표현해서 탄생시킨 '기적' 이 집적된 장소,동물원과 식물원은 태곳적부터 예술가들이 표현 대상으로 바라봤던 동물과 꽃, 이 세계의 '기적'이 모여 있는 곳. 아트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이 세계를 이해한다는것, 아트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이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

 아무리 아트를 좋아해도 미술관이나 화집에서 작품만 보면 되는 게 아니잖니? 정말로 아트를 좋아한다면 네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보고 느끼고 사랑하는 게 중요한 거야.


                                                                                                                                                                                                                                       - P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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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캔버스
하라다 마하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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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숲에서 출간된 낙원의 캔버스는 현재 MoMA에 전시된 앙리 루소의 그림 "꿈"을 모티브로 삼은 일종의 아트 미스터리라 하겠다.이 책으로 25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 저자 하라다 마하는 미술사과를 졸업하고 한때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파견근무를 한 프리랜서 큐레이터 출신이기도 하다.

루소와 함께 당대에 활동하던 피카소와 시인 아폴리네르,앙데팡당 전시회와 그 시대의 화가들,경매업계와 미술계를 가로지르는 정통한 지식의 향연으로 말미암아 일본의 작가가 쓴것이 맞나 싶기도 했다.주인공인 팀 브라운과 맞서는 일본인 여인 오리에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깜빡 속을 정도..

2000년 구라시키를 시작으로 1983년 뉴욕,1983년 바젤,1906~10년 파리,2000년 뉴욕을 오가며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성으로 되있어 더 미스터리하고 호기심 돋게 읽어 내려 갈 수 있었다.

앙리 루소의 그림 "꿈" 을 둘러싼 루소와 피카소의 비밀은 무었이였을지,꿈 속에 나오는 나체의 여인 '야드비가'는 과연 누구일지.한때 강렬한 색채와 환상적인 내용의 그림으로 내마음을 홀려 놓았던 화가 앙리 루소에 관련된 책이라 하니 긴장과 호기심을 동반한 채 읽어 나갔다.


치프 큐레이터 톰 브라운 밑에서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를 하며 앞에 붙은'어시스턴트' 딱지를 떼기 위해 고분분투하던 팀 브라운은 어느날 자신의 앞으로 온 의문의 편지를 받게 된다.

전설적인 컬렉터 바일러에게서 미공개된 루소의 그림을 감정하기 위해 바젤로 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 사실은 치프 큐레이터 톰에게 보낸것인데 팀으로 잘못 타이핑 되어 전달된 것이다.

스펙이라면 사실 톰에게 뒤지지 않았고 루소에 대한 애정 또한 만만치 않았던 그였기에 이 우연한 기회에 가슴 떨려한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였는지도 모른다. 모마에선 이미 루소의 전시회를 기획중이였고 루소에 관해서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팀은 불안하긴 하지만 나중에 들통이 날지언정 루소의 숨겨진 미공개작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 속에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톰은 하와이로 휴가도 간 상태였고 비록 원웨이 티켓만을 소지한채 비행기에 오른 팀이지만 이 기회를 빌미 삼아 모든 면에서 톰과 비교되어진 그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그러나 바일러의 저택에 도착하자 루소의 그림을 감정할 사람은 그 뿐만이 아니였다. 미모의 일본인 여인 오리에도 함께 였는데 그녀는 이미 루소 연구자로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고 주목 받고 있는 실력자이다.

바일러가 공개한 그림은 놀랍게도 MoMA가 소장하고 있는 "꿈"과 거의 같은 그림이였는데 "꿈을 꾸었다"란 제목의 이 그림은 나신의 여인 야드비가의 손 모양만 미묘하게 달랐을뿐 별반 다르지 않은 그림이여서 팀을 충격에 빠트린다.

이미 테이트 갤러리의 유망한 치프 큐레이터에게 진작임을 평가받은 상태였는데 그렇다면 지금 MoMA의 그 그림이 가짜란 말인가? 눈 앞의 이 작품이 위작인가? 아니면 두 작품 모두 루소의 작품이란 말인가?

과연 궁핍한 생활 속에서 캔버스를 마음대로 구입할 수 없었던 루소가 이런 대형 캔버스와 많은 물감이 필요한 대작을 그것도 같은 그림을 두 번씩이나 그린걸까? 루소의 그림 앞에서 팀과 오리에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진위를 밝혀내는 사람에게 이 그림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겠다는 바일러의 제안 또한 충격적인 것이였다.

게다가 그림을 오랫동안 관찰하고도 진위여부가 밝혀질지 의문인데, 그림을 살펴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고서적으로 보이는 책을 하루에 한 장(章)씩 각자 따로 읽으며 일주일 뒤에 판단하라는 바일러의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주문이였다.

미모와 지적인 매력으로 그를 들쑤셔 놓는 오리에와 팀의 대결은 긴장되면서도 야릇한 면이 없지 않다.

과연 그들은 마지막에 어떤 파트너로 남게 될것인가?



달콤한 꿈속 야드비가는

부드럽게 잠에 빠져든다

들려오는 것은 사려 깊은 뱀 피리꾼의 피리 소리

우거진 꽃과 수풀을 달빛이 비추고

붉은 뱀들도 아름다운 선율에 귀를 기울인다


                                                                                                        루소가 '꿈'을 위해 지은 시  -p 50 -


오랫동안 세관원으로 일하다 40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루소는 이 그림을 66세에 완성한다.독학으로 공부한 그림은 원근법이 무시된, 환상적인 소재와 아이가 그린듯한 그림 스타일로 그 당시 야유와 조롱 속에 '일요 화가'란 타이틀 마저 갖게 되면서 그의 그림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때 그의 그림을 눈여겨 본 자가 있었으니 바로 파블로 피카소다.

동료들 가운데서도 이미 한걸음 나아간 실력으로 모자상과 아를르캉,눈먼 걸인등 사회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로 그린 그는 기술과 야심 모두 그들을 앞서 나갔지만 잘 그린 그림이란 과연 '기술'만인가?란 화두를 늘 가진 그가 열망한건 "새로운 표현"에의 욕구였다.

그리고 모두의 관심 속에 아비뇽의 여인들을 들고 나타난 피카소. 모자상과 아를르캉에 열광했던 그의 친구들은 완전히 새로운 그의 기괴한 그림에 질겁하고 만다.훗날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를 발전 시켜나간 조르주 브라크마저도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 그림을 완성 시킨건 피카소가 루소의 그림을 본 후 2년 후의 일이다.살롱 도톤의 야수 우리에서 '굶주린 사자'란 그림을 본 그는 과거의 어떤 화가와도, 현재 주목받고 있는 그 누구와도 전혀 비슷하지 않은 루소만의 스타일을 인상 깊게 지켜 보았다.

피카소는 루소의 그림에 영향을 받아 '아비뇽의 여인들'을 탄생시킨 것일까?

오리에와 팀의 한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과 루소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담긴 고서를 하루에 한 장씩만 볼 수 있는 만큼 다음 章에 대한 극렬한 호기심은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루소의 그림 속 야드비가는 어떤 여인이였을까?

책 속에선 이미 가정이 있는 유부녀로 그려진다.일요일마다 우물에 나타난 그녀를 혼자 짝사랑한 루소는 그녀에게 팔고 남은 풍선이나 그림들을 선물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늘 시큰둥하다.오히려 그림을 배달하면서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그녀의 남편이 더 호의적이였을 정도로..

마음을 주지 않고 그의 그림을 오로지 압생트 한잔 값으로 여기는 야드비가는 루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여인이였는지 그림 속 그녀의 얼굴이 조금은 말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 장의 마지막에 나오는 알파벳의 의미는 무엇일지도 ,"꿈"이란 대작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루소의 지지자였던 피카소가 이 그림에 어떻게 연관되어진건지 ,1900년 초반 활기 넘치던 파리의 정취와 예술품 밀거래의 현장,전시회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어떤 일도 불사하는 큐레이터들의 모습,경매상의 민낯도 소설에 자연스레 녹아있어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길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과연 이 책은 실존한 책일까? 누가 쓴 책일까? 결말을 향해 치달을 수록 그 반전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살인과 복잡한 범죄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고서 속 그 당시 루소 주변인물들과 현재의 팀과 오리에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어떤 미스터리 소설보다도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미스터리 속 사랑이야기도 감초 역활을 해준다.

깊은 밀림속 모습과 신비로운 여인 야드비가를 그린 이 루소의 그림 한 장으로 이런 이야기를 끌어낸  작가의 상상력과 풍부한 이야기를 뽑아내는 필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일요화가니,세관원 출신의 화가란 타이틀을 앞에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유명하고 인정받고 있는 앙리 루소의 그림을 한번쯤이라도 보신 분들이라면,그의 그림에 지지를 보낸 피카소를 좋아하시는 분들이시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물론 앙리 루소란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다해도 겉표지를 벗기면 속표지엔 아름다운 그의 그림 "꿈"이 인쇄되어져 있으니 이 그림을 한번 보기만 한다면 충분히 이해되어지는 내용들이라, 아트 미스터리의 세계로 풍덩 빠져보고 싶은 분들에겐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 될것임이 분명하다.



오리에의 아버지는 동물원과 식물원을 '미술관과 비슷하되 다른 곳'이라고 표현했다.

 소녀 시절에는 의미를 잘 알 수 없었지만 최근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미술관이란 예술가들이 표현해서 탄생시킨 '기적' 이 집적된 장소,동물원과 식물원은 태곳적부터 예술가들이 표현 대상으로 바라봤던 동물과 꽃, 이 세계의 '기적'이 모여 있는 곳. 아트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이 세계를 이해한다는것, 아트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이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

 아무리 아트를 좋아해도 미술관이나 화집에서 작품만 보면 되는 게 아니잖니? 정말로 아트를 좋아한다면 네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보고 느끼고 사랑하는 게 중요한 거야.


                                                                                                                                                                                                                                      - P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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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 스토리콜렉터 38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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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다 큰 용기를 낸 폴리팩스 부인이 CIA 요원이 되어 멕시코로 날아가 알바니아의 감옥과 절벽,호수를 오가며 총격전과 추격전을 무사히 마치고 귀가한게 엊그저께 같은데 이제는 가라테를 갈고 닦은 몸으로 이스탄불을 훌훌 날아 다니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려한 꽃모자를 쓴 귀엽고 활기찬 할머니가 종횡무진 돌아다니고 있다면 그녀가 바로 폴리팩스 부인이니 잠시 인사라도 나누어 보자 ^^ 아마 너무나도 반갑고 살갑게 인사를 받아주며 수다를 떨터이니 촉박한 시간일땐 자제하고 시간이 여유로울때나 말을 걸어보도록! 임무수행중일땐 요기나 하시라고 빵이라도 건네보는 센스도!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배를 곯기는 부지기수인 그녀이니 말이다.


전편인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에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꿈을 찾아보라는 의사의 권유로 어릴적부터 꿈이였던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한 폴리팩스 부인은 곧장 워싱턴에 있는 CIA 본사로 찾아가게 되고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처럼 우연찮은 기회로 덜컥 임무를 맡게 된다.멕시코로 건너가 영화나 책에서나 봤을법한 어메이징하고 스펙터클하고 위험천만한 모험을 겪고 임무를 완수하고 집으로 귀가했던 폴리팩스 부인은 그동안 뭘하며 지냈을까 참으로 궁금했었는데 운명은 그녀를 가만히 쉬게만 놔두지 않는 모양이다.  

새롭게 가라테도 배우고 늘상 다니는 다과 모임에도 나가며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이스탄불 영국 영사관에서 사라진 변절한 공산당 스파이이자 알고보면 이중 스파이였던 마그다 페렌치사보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카스테어즈가 다시 한번 폴리팩스 부인을 호출한 것이다.

간단한 전달 심부름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동서양의 문물이 아름답게 뒤섞여 있는 이스탄불에서 관광을 즐기다오면 된다는 달콤한 제안과 함께 30분의 시간을 주며 짐을 싸고 행동을 개시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는데..

'인생에서 중요한건 얼마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나 이다'란 믿음을 다시금 되새긴 폴리팩스 부인은 기꺼이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짜릿하고 흥분되는 모험의 세계로 다시 발을 들이게 된다.


그녀의 전매특허인 사람을 가리지 않는 폭넓은 오지랖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되는데,비행기에서 만난 소녀의 심부름으로 임무를 완수하기 몇시간 전 그녀의 오빠인 콜린을 만나러 가게 되고 마그다 페렌치사보를 만나서 전해줄 물건을 건네기도 전에 경찰이 들이닥치는 악재가 끼는 동시에 어떤 위험한 순간이 와도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따라온 헨리에게 연락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그를 찾아갔다가 마그다의 위치가 들통남과 동시에 헨리 마저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최후의 보루로 남겨둔 위험한 순간이 오면 도움을 요청할 벨루 박사마저 그 정체가 의심스러워진 가운데 그들이 놓은 주사로 정신이 혼미한 마그다와 사회 부적응 청년인 콜린과 공동묘지에서 만난 해적같은 외모의 불량배 공갈범 산도르와의 앙카라를 향한 기묘한 탈주극은 시작된다.

마그다가 러시아에서 빼낸 극비문서를 가로채기 위한 벨루박사 일행의 추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요즈가트에서 마그다의 소지품을 보관하고 있는 집시 야영지를 찾아가는 여정길에서 보여지는 앙카라 평원과 이스탄불의 정경들,카파도키아 지방의 독특한 지형과 요정의 굴뚝이라 불리운 지하도시의 모습들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세속의 물건들은 우리를

소유하고 망가뜨린다네

사랑은 바람 같은 것

바람을 벽 사이에 가두면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네

천막을 열어라

마음을 열어라

바람이 불 수 있도록

                                                                                              p318 -마그다가 폴리부인에게 들려준 집시 노래-



오랜동안 스파이 노릇에 지쳐 은퇴를 고려하는 마그다와 이제서야 스파이의 세계로 입문한 폴리팩스 부인의 희한한 처지도 ,그런 마그다에게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다정스런 폴리부인은 산적같기만했던 산도르에게서도 타고난 호기심과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천성과 대담성,유머감을 발견하며 그의 기질을 믿고 의지하게 되며,사회 부적응자 같았던 콜린에게도 반짝반짝 빛나는 개성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서 그렇지 사실은 엄청난 용기를 가진 배짱있는 특별한 청년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역활도 해준다.

마그다의 카르마이론에는 그 업보를 다 치루고 나면 그걸 뛰어 넘을 수 있는 새로운 카르마가 시작된다고 폴리팩스 부인 그녀의 새로운 스파이 인생에 대해 들려주기도 한다.

경찰을 만날 일이라곤 주차딱지를 뗄 떼 뿐이였던 그녀가 지금은 지명수배를 받은 몸이고 우방 국가의 경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때로 인생에서 아무런 패턴도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그 순간,

상상도 하지 못한 우연의 일치가 찾아오기도 한다.

어떤 거대한 힘이 인생의 모든 출발과 도착을 끌어당기고,조정하고

배열하고,짜 맞춰서는,결국엔 엄청난 일을 성사기키고 마는 것이다.



전편인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도 재밌지만 개인적으로 시리즈 2권인 '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은 더 농익은 폴리부인을 보게 되기도 했고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이스탄불의 정경,콜린과 그를 도와준 아름다운 터키소녀 '사바하트'의 핑크빛 기류와 콜린의 삼촌 휴와 마그다의 뜻밖의 관계,아나톨리아 여자 복장과 터키인으로 분장해 요즈가트행 버스에 오른 그들의 재밌는 모습,냉전시대 스파이들의 이야기,독특한 집시문화와 마그다의 극비문서에 관련된 반전의 반전과 깜짝쇼 수준의 마지막 반전 인물까지~ 한 치의 틈도 없이 잘 짜여진 구성과 곳곳에 배치된 재미들로 끝까지 즐거운 긴장감을 유지한채 숨가쁘게 읽었던것 같다.


영국에 미스 마플이 있다면 미국에는 마플양의 따스한 추리력에 엉뚱함과 발랄함과 용감함과 액티브함을 더한 폴리팩스 부인이 있다.아가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미스 마플이 전형적인 영국식 할머니 추리 탐정이라면 폴리부인은 코지미스터리의 대가 도로시 길먼이 만들어낸 너무나도 미국적인 할머니 스파이가 아닐까 싶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알 수 없는 것에 도박을 거는 일이고 가만히 있으면 다치지는 않겠지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안일한 일상이 반복될 뿐이니 폴리팩스 부인처럼 새로움에 대한 도전,미지의 세계로 한 발 나아가 보는건 어떨까 싶다.미래를 알 수 없어 두렵기도 하지만 모험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것에 대한 짜릿함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미처 알지 못했던 자기 자신과 마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할테니까 말이다.

 

이스탄불에서 항공우편으로 날아온 채소밭을 연상시키는 폴리부인의 모자를 든 채 그녀의 믿기지 않는 활약을 들으며 두 손 두 발 다 든 카스테어즈와 폴리부인을 마중하기 위해 따라 나서겠다는 비서 비숍은 나와 마찬가지로 이미 그녀의 포로가 되어 있는 듯 하다.적들을 피해 도주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할줄 알며 위험 끝에 찾아온 안전,굶주림 끝에 찾아온 따뜻한 음식,기진맥진한 끝에 찾아온 휴식의 소중함,그제서야 산다는 것이 얼마나 풍성한 일인지를 깨달으며 울컥하는 폴리팩스 부인의 인간적인 모습 또한 사랑스럽다.


끝을 알 수 없는 오지랖으로 때론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갈수록 대담해지고 현명해지며 스파이계의 베테랑이 되어가는 폴리팩스 부인이 맡을 다음 미션은 무엇일지 너무나도 궁금하다.1970년과 1999년에 로절린 러셀과 앤젤라 랜즈베리 주연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으니 찾아보며 나머지 12편의 시리즈도 곧 발간되길 기다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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