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 스토리콜렉터 38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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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다 큰 용기를 낸 폴리팩스 부인이 CIA 요원이 되어 멕시코로 날아가 알바니아의 감옥과 절벽,호수를 오가며 총격전과 추격전을 무사히 마치고 귀가한게 엊그저께 같은데 이제는 가라테를 갈고 닦은 몸으로 이스탄불을 훌훌 날아 다니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려한 꽃모자를 쓴 귀엽고 활기찬 할머니가 종횡무진 돌아다니고 있다면 그녀가 바로 폴리팩스 부인이니 잠시 인사라도 나누어 보자 ^^ 아마 너무나도 반갑고 살갑게 인사를 받아주며 수다를 떨터이니 촉박한 시간일땐 자제하고 시간이 여유로울때나 말을 걸어보도록! 임무수행중일땐 요기나 하시라고 빵이라도 건네보는 센스도!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배를 곯기는 부지기수인 그녀이니 말이다.


전편인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에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꿈을 찾아보라는 의사의 권유로 어릴적부터 꿈이였던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한 폴리팩스 부인은 곧장 워싱턴에 있는 CIA 본사로 찾아가게 되고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처럼 우연찮은 기회로 덜컥 임무를 맡게 된다.멕시코로 건너가 영화나 책에서나 봤을법한 어메이징하고 스펙터클하고 위험천만한 모험을 겪고 임무를 완수하고 집으로 귀가했던 폴리팩스 부인은 그동안 뭘하며 지냈을까 참으로 궁금했었는데 운명은 그녀를 가만히 쉬게만 놔두지 않는 모양이다.  

새롭게 가라테도 배우고 늘상 다니는 다과 모임에도 나가며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이스탄불 영국 영사관에서 사라진 변절한 공산당 스파이이자 알고보면 이중 스파이였던 마그다 페렌치사보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카스테어즈가 다시 한번 폴리팩스 부인을 호출한 것이다.

간단한 전달 심부름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동서양의 문물이 아름답게 뒤섞여 있는 이스탄불에서 관광을 즐기다오면 된다는 달콤한 제안과 함께 30분의 시간을 주며 짐을 싸고 행동을 개시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는데..

'인생에서 중요한건 얼마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나 이다'란 믿음을 다시금 되새긴 폴리팩스 부인은 기꺼이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짜릿하고 흥분되는 모험의 세계로 다시 발을 들이게 된다.


그녀의 전매특허인 사람을 가리지 않는 폭넓은 오지랖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되는데,비행기에서 만난 소녀의 심부름으로 임무를 완수하기 몇시간 전 그녀의 오빠인 콜린을 만나러 가게 되고 마그다 페렌치사보를 만나서 전해줄 물건을 건네기도 전에 경찰이 들이닥치는 악재가 끼는 동시에 어떤 위험한 순간이 와도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따라온 헨리에게 연락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그를 찾아갔다가 마그다의 위치가 들통남과 동시에 헨리 마저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최후의 보루로 남겨둔 위험한 순간이 오면 도움을 요청할 벨루 박사마저 그 정체가 의심스러워진 가운데 그들이 놓은 주사로 정신이 혼미한 마그다와 사회 부적응 청년인 콜린과 공동묘지에서 만난 해적같은 외모의 불량배 공갈범 산도르와의 앙카라를 향한 기묘한 탈주극은 시작된다.

마그다가 러시아에서 빼낸 극비문서를 가로채기 위한 벨루박사 일행의 추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요즈가트에서 마그다의 소지품을 보관하고 있는 집시 야영지를 찾아가는 여정길에서 보여지는 앙카라 평원과 이스탄불의 정경들,카파도키아 지방의 독특한 지형과 요정의 굴뚝이라 불리운 지하도시의 모습들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세속의 물건들은 우리를

소유하고 망가뜨린다네

사랑은 바람 같은 것

바람을 벽 사이에 가두면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네

천막을 열어라

마음을 열어라

바람이 불 수 있도록

                                                                                              p318 -마그다가 폴리부인에게 들려준 집시 노래-



오랜동안 스파이 노릇에 지쳐 은퇴를 고려하는 마그다와 이제서야 스파이의 세계로 입문한 폴리팩스 부인의 희한한 처지도 ,그런 마그다에게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다정스런 폴리부인은 산적같기만했던 산도르에게서도 타고난 호기심과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천성과 대담성,유머감을 발견하며 그의 기질을 믿고 의지하게 되며,사회 부적응자 같았던 콜린에게도 반짝반짝 빛나는 개성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서 그렇지 사실은 엄청난 용기를 가진 배짱있는 특별한 청년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역활도 해준다.

마그다의 카르마이론에는 그 업보를 다 치루고 나면 그걸 뛰어 넘을 수 있는 새로운 카르마가 시작된다고 폴리팩스 부인 그녀의 새로운 스파이 인생에 대해 들려주기도 한다.

경찰을 만날 일이라곤 주차딱지를 뗄 떼 뿐이였던 그녀가 지금은 지명수배를 받은 몸이고 우방 국가의 경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때로 인생에서 아무런 패턴도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그 순간,

상상도 하지 못한 우연의 일치가 찾아오기도 한다.

어떤 거대한 힘이 인생의 모든 출발과 도착을 끌어당기고,조정하고

배열하고,짜 맞춰서는,결국엔 엄청난 일을 성사기키고 마는 것이다.



전편인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도 재밌지만 개인적으로 시리즈 2권인 '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은 더 농익은 폴리부인을 보게 되기도 했고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이스탄불의 정경,콜린과 그를 도와준 아름다운 터키소녀 '사바하트'의 핑크빛 기류와 콜린의 삼촌 휴와 마그다의 뜻밖의 관계,아나톨리아 여자 복장과 터키인으로 분장해 요즈가트행 버스에 오른 그들의 재밌는 모습,냉전시대 스파이들의 이야기,독특한 집시문화와 마그다의 극비문서에 관련된 반전의 반전과 깜짝쇼 수준의 마지막 반전 인물까지~ 한 치의 틈도 없이 잘 짜여진 구성과 곳곳에 배치된 재미들로 끝까지 즐거운 긴장감을 유지한채 숨가쁘게 읽었던것 같다.


영국에 미스 마플이 있다면 미국에는 마플양의 따스한 추리력에 엉뚱함과 발랄함과 용감함과 액티브함을 더한 폴리팩스 부인이 있다.아가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미스 마플이 전형적인 영국식 할머니 추리 탐정이라면 폴리부인은 코지미스터리의 대가 도로시 길먼이 만들어낸 너무나도 미국적인 할머니 스파이가 아닐까 싶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알 수 없는 것에 도박을 거는 일이고 가만히 있으면 다치지는 않겠지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안일한 일상이 반복될 뿐이니 폴리팩스 부인처럼 새로움에 대한 도전,미지의 세계로 한 발 나아가 보는건 어떨까 싶다.미래를 알 수 없어 두렵기도 하지만 모험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것에 대한 짜릿함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미처 알지 못했던 자기 자신과 마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할테니까 말이다.

 

이스탄불에서 항공우편으로 날아온 채소밭을 연상시키는 폴리부인의 모자를 든 채 그녀의 믿기지 않는 활약을 들으며 두 손 두 발 다 든 카스테어즈와 폴리부인을 마중하기 위해 따라 나서겠다는 비서 비숍은 나와 마찬가지로 이미 그녀의 포로가 되어 있는 듯 하다.적들을 피해 도주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할줄 알며 위험 끝에 찾아온 안전,굶주림 끝에 찾아온 따뜻한 음식,기진맥진한 끝에 찾아온 휴식의 소중함,그제서야 산다는 것이 얼마나 풍성한 일인지를 깨달으며 울컥하는 폴리팩스 부인의 인간적인 모습 또한 사랑스럽다.


끝을 알 수 없는 오지랖으로 때론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갈수록 대담해지고 현명해지며 스파이계의 베테랑이 되어가는 폴리팩스 부인이 맡을 다음 미션은 무엇일지 너무나도 궁금하다.1970년과 1999년에 로절린 러셀과 앤젤라 랜즈베리 주연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으니 찾아보며 나머지 12편의 시리즈도 곧 발간되길 기다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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