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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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문체로 쉽게 써나간듯 하지만 그 속엔 인간을 향한 따듯한 관심과 근원적 고민들을 향한 날카로운 성찰들이 늘 존재하고 있어 우리를 울고 웃게도 만들었던 스토리텔링의 천재 오쿠다 히데오가 무코다 이발소로 돌아왔다.

표지를 보면 참 유쾌하다.제목도 유쾌하고 겨울을 연상시키는 풍경속에 두둥실 떠있는 아주머니,아저씨들의 표정이 참으로 유쾌하다.

기대감으로 읽어나가고 마지막 장을 닫고 리뷰를 써나가는 지금 저 표지속의 인물들일듯한 야스히코 아저씨,교코 아주머니,다니구치 아저씨,가즈마사 청년 등등 동네 주민들은 여전히 하얀눈이 소복히 쌓여 있는 조용한 도마자와에서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을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1950년 일본 유슈의 탄광도시로 번성했던 도마자와 면은 1960년대 후반 석탄이 대부분 석유연료로 대체되면서 급격한 쇠퇴기를 맞게 된다.부친의 병환으로 집안의 가업인 이발소를 물려받게 된 야스히코. 

작은 시골마을이 안고 있는 인구 감소와 공동화 현상으로 도마자와에 단 두 곳만이 남은 이 무코다 이발소엔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부지기수인데 이런 이발소를 야스히코의 20대 아들인 가즈마사가 도시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물려받겠다며 고향집으로 내려 오게 된다.

자신의 가업잇기도 선망하던 도시생활과 직장생활의 부적응에서 온 결과물이였기에 젊디 젋은 스물 셋의 아들이 게다가 어릴때부터 끈기라곤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 없었던 그 아들이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가업을 이어나가겠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쇠락한 이 곳을 일으켜 세우고자 이미 여러 차례의 농촌진흥 프로젝트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돌아간 전적이 많았기에 야스히코는 도쿄에서 내려온 면사무소 파견 관료인 젊은 사사키의 패기 넘치는 오지랖들이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런데 거기에 동네 청년들이 하나 둘 합세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아들마저 저러고 다니니 그들의 희망찬 계획들에 사사건건 고추가루나 뿌리는 고집세고 까칠한 이미지가 되어 가고 만다.

실패하고 내려온 루저란 의식이 팽배했던만큼 자신의 아들도 어쩌면 자신과 같은 케이스는 아닐까? 젊은 혈기에 뒤돌아보지 않고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내실없는 캐치프레이즈만 남발하고 꺼져가는건 아닌가하는 노파심에 전전긍긍 하게 된다.


그 와중에도 마을엔 축제도 열리고 청년회에선 다양한 이벤트들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야심만만하게 준비하던 이벤트가 저조한 참여도로 실패로 돌아가기도 하고 동네 어르신이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챕터에선 농촌 마을의 고령화 문제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입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이야기들과 고민들이 등장한다. 언젠간 우리에게 ,나에게 닥칠 나이드신 부모님들의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대한 걱정과 미래의 일이니 일단 외면하다보면 어느새 코앞에 닥쳐버린 엄청난 무게의 현실들에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다들 불안을 껴안은 채 어영부영 살고 있다..란 책 속 문장이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이처럼 입밖에 내어 말하기도 두려운 미래의 노후에 대해 이 책은 무거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오쿠다 히데오는 각자에게 닥친 불행을 혼자서 껴안고 있지만 말고 이웃이 서로를 도와가며 그 무게들을 나누어 보자고 이야기 한다.

기하치 할아버지는 쓰러지셨지만 남은 할머니와 아들에게 각자에 맞는 위로와 도움을 건네는 도마자와 이웃들.

산사람과 아파 누운 사람..소임을 다하고 이젠 짐만 되는 사람..산사람은 또 그렇게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죽음이란게 멀리 있는게 아니고 지극히 현실적인 현상이며 참으로 나약한 인간은 혼자로만 살아가기엔 세상은 너무나 버거워서 마음을 열고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줄 아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장이였다.


중국에서 온 신부편에선 작은 시골마을에 시집오게 된 낯선 이방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웃들과 그걸 밝히기 꺼려하는 신랑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작은 마을에서 가업을 잇는 아들의 혼사문제는 걱정하면서 정작 딸은 이 곳으로 시집보내기 싫어하는 야스히코가 이율배반적이지만 이해가 되기도 한다.

공동체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농촌에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존재하지 않는다.자신의 처지에 나서고 싶어하지 않는 다이스케에겐 이런 마을 사람들의 관심들이 부담스러울수 밖에 없는 상황.하지만 눈뜨면 마주치고 부딪치는 그곳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고수하며 살기란 쉽지가 않다. 결혼한 친구의 시집이 문중들이 모여사는 작은 시골인데 명절만 되면 인사를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며 하소연하는걸 매년 듣게 된다.^^ 하지만 공동체 생활의 장점들도 존재하는 법.다이스케는 폐쇄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도 야스히코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이웃들을 피하고 숨기고 살아가면서 더 답답했을 다이스케는 야스히코와의 소통을 통해서 훨씬 더 마음이 가벼워지진 않았을까 싶다.중국인 아내에게도 이웃과의 교류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지 않을까?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 '조그만 술집'에선 온 마을의 남심을 홀린 술집 마담이 등장한다.매력적인 외모의 사사에도 도마자와 출신으로 도시에 나가서 생활하다 내려온 여인이다.마을 남자들의 단골 술집엔 찬바람이 불고 어느덧 세련됨과 야릇한 매력을 무기로 무장한 사사에의 술집은 매일매일 동네 남자들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우리의 꼿꼿한 주인공,무코다 이발소의 야스히코마저 간만에 느낀 여인의 향기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까칠한듯 보였던 야스히코는 알고보면 동네 이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정도로 온갖 동네의 일들의 전면에 나서며 중재를 하기도 하고 비밀들을 눈감아주고 혼자 삭이기도 하며 그야말로 도마자와의 무게중심이라 할만하다.

게다가 '붉은 눈'에선 동네에 내려온 영화관계자들 앞에서 엑스트라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여인의 향기에 단체로 홀려 갈대처럼 흔들대던 남심들에 곧바로 초를 치지 않고 지켜주기도 하는 귀여운 면모의 아저씨 이기도 하다.


야스히코가 운영하는 무코다 이발소는  이야기가 오고가고 사연이 오고가며 마을 주민들의 애환들이 넘쳐나는 동네 다방같은 공간이며 조금은 까칠하지만 신중한 자세로 남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소한 도움을 주려하는 야스히코는 도마자와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도망자' 편에선 사기를 치고 도망자 신세가 된  도마자와 출신의 슈헤이를 아들 가즈마사가 설득시켜 자수하게 한 사건에서 야스히코는 드디어 아들의 성장한 모습에 크게 감동받게 된다. 심심하고 별일 없이 정체되어 있는 시골 마을을 변화시키고자한 아들의 노력과 바램이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행복하다.


농촌 사회의 고령화,인구감소,공동화 현상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들로 점점 더 소외되어가기만한 현실에서 만난 오쿠다 히데오의 이번 작품은 사태의 심각성에 경종을 일깨우기만한 한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에피소드들 속에 유연한 해결점들을 숨겨 놓기도 하고 잔잔한 미소를 지을만한 유쾌함도 지니고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없다는 공동체 사회의 단점도 있지만 대화와 교류를 통해 갈등과 오해가 풀리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힘듬을 나누어 가지는 문화 속에서 작은 동네만의 장점들도 다시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된 듯 하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도마자와가 아니라 설경으로 아름다울, 동네 주민들의 따듯한 관심들로 아름다울 도마자와의 겨울이 떠올라 어딘지는 모르지만 무코다 이발소를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말 그 곳에 가면 첫 눈엔 까칠해 보여도 속마음은 누구보다 따듯한 야스히코 아저씨가 따듯한 차한잔을 내어 주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장이 아쉽게 넘어갔다. 뒷 이야기가 더 있을것도 같은데..오쿠다 히데오 아저씨!! 너무 짧았어요.더 쓰셨어도 좋았을텐데..다음 이야기도 있는 거죠? 그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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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으로 읽는 트라우마와 통증 - 행복한아침독서 / 책둥이 추천도서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6
스티브 헤인스 지음, 소피 스탠딩 그림, 김아림 옮김, 고영훈 감수 / 푸른지식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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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지식에서 펴낸 뇌과학으로 읽는 트라우마와 통증: 우리 몸의 생존법 ~

제목의 골치아픔과는 다르게 표지는 참 유니크하고 재미있다. 

모두들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을 트라우마와 통증에 관해서 화려한 색감과 재밌는 그래픽노블을 통해 쉽게 접근하도록 만든 책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우리의 뇌에 관해,어렸을때부터 혹은 어떤 사고나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트라우마에 대해 파헤쳐보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극복할 수는 있는 것인지,우리의 뇌는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이리도 많은 잡다한 생각들과 기능들로 가득차 때론 오류를 일으키고 원인 모를 통증을 만들어내 우리 몸과 마음을 힘겹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뇌라는게,, 거기다 과학이 들어가고 어려운 의학적 용어들이 난무하기 시작하면 몇 장 읽다가 포기하기 십상인데 반해 이 책은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에 아이 마저도 읽어보고 싶게끔 아름다운 비쥬얼로 유혹하고 있어 트라우마와 통증에 관한 초기 입문서로는 참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번역서이고 의학용어들도 등장 하다보니 만화책만큼 쉽게 읽히진 않겠지만 그림을 보면서 조금씩 되새김질하고 자신의 경우를 대입해가며 찬찬히 읽어 나가다보면 왜 트라우마가 생겨났는지, 그 트라우마를 가감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다 보면 언젠가는 극복할 희망이 생길꺼란 긍적적인 마음이 생겨난다.

모든 것이 머리의 문제이면서도 마음의 문제이다.통증이란 것도 마찬가지이고.

원인을 분석해 치료하고 나면 통증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습관처럼 만들어진 통증 신호는 지속적으로 발생해 만성통증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치유하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령 신체 감각을 강화해 통증 감각을 무디게 하는 방법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인 도피와 투쟁,또는 해리 현상과 방향결정등 우리가 스스로 인식하기도 전에 우리의 뇌는 스스로를 보호할 다양한 방식들을 이미 가지고 있다.극적인 사건 뒤 몸이 떨리는 현상 또한 넘치는 에너지를 안전하게 내보내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지기도 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트라우마와 작은 통증들도 방치해 내버려두면 언젠간 자신의 삶을 파괴해버리는 거대한 괴물로 변해 버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극복할 수 없는 존재들도 아니다.자신을 제대로 인식하고 정면으로 트라우마에 맞서다보면 강력한 괴물들도 어느덧 흐릿해질때가 올 것이다. 그런 긍적적인 속삭임을 어렵지 않게 들려줄 책이 아닌가 싶다.

최근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경주를 포함 그 인근지역의 잦은 여진으로 말미암아 지진 트라우마로 잠 못 이루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나포함ㅠ;;) 우르릉거리는 소리,윗층의 발소리,트럭이나 기차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진짜 여진으로 땅과 창문의 흔들거림은 언젠가 큰 지진이 오진 않을까하는 불안감과 함께 일상의 흔들림마저 가져오고 있다.

그런때에 이 책을 만나니 반갑기도 했고 어서 이 시기가 지나가서 평온한 일상을 되찾게 된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집어들어 제대로 정독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트라우마의 정의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전부 일정 기간 이상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는 경험이 쌓이는 것으로 규정해요.어렸을 때 겪은 지속적인  고통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죠.



두뇌는 여러분의 몸이 경고신호를 내는 상황을 활용해요.마음과 몸은 확실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몸과 관계없는 순수한 생각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답니다.두뇌 속에 변화가 일어나면 항상 몸속 어딘가도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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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 거대한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북대서양을 표류한 두 남자 이야기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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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이자,모험가,저널리스트,사진작가이자 역사학자이기도 한, 다방면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으며 북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인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가 쓴 기상천외한 항해 에세이이다. 바다가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친구 아티스트 휴고와 함께 북대서양의 스크로바에서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그린란드 상어를 잡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노르웨이 작가라면 입센과 요 뇌스베..정도만 들어봤던 터라 생소한 이름에 발음하기도 어려운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지명이름들도 낯설긴 마찬가지였지만 노르웨이의 국민 밴드인 'A-HA'의 잘생긴 보컬이름도 작가와 같은 Morten이라 조금은 더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책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랑 허먼 멜빌의 모비딕이 떠오르기도 하니 더더 관심이 가기도 했고.



심해 상어이지만 백상어보다 더 클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육식상어로 알려져 있고 최대 200년까지도 살 수 있는 그린란드 상어.바다의 평균 수심은  3700미터 이다. 세로로 이루어진 심해, 수심 500미터의 완전히 깜깜해서 광합성 조차 불가능해 식물도 살 수 없는 그 곳에 그린란드 상어가 살고 있다.

그린란드 상어의 살은 지독한 오줌냄새가 나고 환각을 일으키는 독성 성분이 있어 아이슬란드지역을 제외하곤 잘 먹진 않지만  다양한 곳에 이용되어지는 '간유'때문에 많이 포획되어지고 있다.



'2년 전 그날 밤,우리는 마음을 먹었다.수억 년의 진화를 거치고,어쩌면 피에 맹독이 흐르고,

눈과 거대한 톱니 같은 이빨에 기생충들이 우글거리는 게걸스러운 괴물을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손으로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휴고가 기억해내는 조부 학바르트의 긴수염 고래와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노인과 청새치와의 기나긴 사투가 떠오르기도 한다.휴고 집안은 대대로 어업을 생계로 살아온 집안이고 노르웨이의 포경산업에 크게 한 몫 하기도 했으며 수많은 배를 소유하고 있는 집안이기도 하다.그래서 모르텐이 들려주는 휴고 집안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노르웨이 어업의 역사를 뒤돌아 보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다.이렇게 텍스트로 담담히 늘어 놓으면 재미 없는 주제의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전혀 나랑은 상관없을것 같은 노르웨이의 포경산업과 바다 생물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기도 하고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어부들은 배를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여긴다.따져 물으면 당연히 사물이라고 인정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생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그것은 아마 어부와 배가 공동 운명체이고 

위험한 상황에서의 배의 성격이 삶과 죽음을 결정하기 때문이리라.어부는 배의 성격,결점,장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배를 존중하고 잘대해야 함께 바다를 지배할 수 있다. 

당연히 요즘에는 아무도 배에 대해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캄캄한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빛들과 심해에 떠다니며 푸른빛을 발산하는 수많은 심해어들.그들은 참 많이 닮아 있다.

우리가 서 있는 땅에서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며 서로 만날 수는 없지만 .

우리에겐 정복하지 못해서,어쩌면 평생 미지의 공간들도 남게 될 신비로운 곳이라서 더 탐험하고 싶어지는 것인지도..

어쩌면 우주보다 더 비밀스런 곳이 심해가 아닐까.

그런 심해에 살고 있는 그린란드 상어를 겨우 작은 보트에 몸을 의지하고 잡으려고 했던건 그린란드 상어 자체보다도 심해에 대한 비밀스런 호기심과 모험심,노르웨이인들만의 기질에 의한 바다에 대한 정복욕 때문은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모비 딕은 멜빌의 시대에 1만 마리씩 포획되었던 멸종 위기에 있는 포유류를 상징한다.

또한 인간의 본성이 지닌 가장 어두운 힘을 상징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 100년간 거의 2억마리가 넘는 고래가 포획되어지고 어떤 종들은 멸종이 되기도 했다.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임신한 어미배를 갈라 새끼를 산채로 꺼내서 가공 설비된 기계로 곧장 던져지기도 한다.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지만 이 책에서 또한번 느끼게 된다.생계를 유지하려거나 먹거리를 얻기 위해 포획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재미로 ,꼬리를 이용해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헤엄쳐 나가는 고래의 꼬리를 자른채 바다에 던지면 결국엔 버둥거리다 가라 앉게 된다든가,필요한 간만 빼내곤 바다에 버려지는 고래들,어선의 이름을 고래의 등에 새긴다든지 하는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참 마음이 편치 않은 사실들에 직면하기도 한다.

일본 방사능이 우려되어 많이 사먹고 있는 수입산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정작 노르웨이에선 잘 먹지 않는다는 등,노르웨이의 바다도 중금속 오염이 심하다는 사실들도 곁가지로 알게 되기도 하고.


사실 이 책은 저자 모르텐의  이야기보다 친구 휴고의 이야기가 더 많다.휴고와 항해준비와 항해를 함께하며 들은 에피소드들과 조상들의 이야기들이 큰 한축을 이룬다.

때론 지구의 생성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지구의 바닷물은 어디에서 왔는지, 수많은 바닷속 물고기들에 대한 정보들이 난무한다.시시때때로 그의 엄청난 지식 보따리가 문어발식으로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데 때론 르포형식의 기사들로 때론 시로 때론 철학으로 풀어쓴 아주 세밀하고 방대한 컨텐츠들로 옆길로 새는 통에 소설인 노인과 바다처럼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진 않지만 이 한 권을 읽고 나면 뭔가 머리가 똑똑해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모두의 생각들이 다르니 100% 공감할순 없겠지만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저자 덕분에 모르던 분야에 대한 사실들을 득템한 기분이랄까? 특히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물고기들에 대한 정보나 이야기들만으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포경산업,바다 오염,무차별 포획,아직 밝혀지지 않아 무궁무진한 비밀이 잠들어 있을 심해에 대해 다함께 생각해보며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무엇보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 구성이나 시선면에서 아주 색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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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스토리콜렉터 19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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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놀라운 사실들을 한꺼번에 알아버리고 혼란스런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감옥에 갇혀버린 신더.

카이토 왕자가 보는 앞에서 한쪽 발이 떨어져 나가고, 그녀의 발목에서 덜렁거리는 전선들에선 불꽃이 튀는 모습을 맥없이 지켜보아야만 했던 신더는 과연 얼랜드 박사의 계획을 받아들여 줄 것인지 궁금한 가운데 루나 크로니클 2권 스칼렛을 읽게 되었다.


표지만 봐도 알수 있듯이 이번엔 '빨간 모자'를 모티브로 삼아서 스칼렛으로 재탄생 시켰는데 동화에선 아프신 할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기 위해 어둡고 무서운 숲 속으로 빨간 망토를 입고 길을 나선 소녀에게  꾀많고 포악한 늑대가 나타나지만 스칼렛에선 농장에서 할머니와 토마토를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하고 연약한 소녀가 아니라 총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비행선도 조종할줄 알며 자신과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선 그 무엇도 겁내지 않는 당당한 소녀 스칼렛과,위험하고 낯선 외모,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울프가 등장한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ID칩을 빼놓고 사라져 버린 할머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녀 앞에 울프라는 묘한 분위기를 가진 소년이 나타난다.그녀의 육감은 그가 위험하다고 거부해야함을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빠져들어가는 스칼렛.

울프의 문신을 보고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스칼렛은 왠지 울프가 할머니의 행방에 대해 알고 있을거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하는데..

한없이 다정한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싸움판에서 본 그의 모습은 살기가 충만해 도대체 어느 쪽이 그의 진짜 얼굴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방송에서 연일 나오는 신더의 뉴스에 루나인인 그녀를 혐오하고 저주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스칼렛은 그녀에게 왠지모를 동정심을 느낀다.


이번 편에선 스칼렛의 이야기만 놓고봐도 하나의 소설로 충분히 독립적이다.그래서 신더와 카이토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건 쓸데없는 기우였다^^ 신더가 루나인,사이보그,범법자,탈옥수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획득하며 새로운 동반자 카스웰과 도주하는 가운데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특히 카스웰이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칼렛과 울프의 숨막히는 장면들 사이사이에 등장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힘없는 우리의 카이토 황제는 잠부족에 시달리며 ,달의 여왕 레바나에게 몹시 시달리며 ㅠㅠ 그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탈주범인 신더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릴수 밖에 없는 처량한 처지로 등장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신더의 정신적 친구였던 이오! 욕심많은 새어머니에게 해체된뒤 안드로이드 여러 부분이 팔려나가고 인격칩만 남았던 이오가 재등장 하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ㅎ 외모에 그렇게나 신경쓰던 이오.이번엔 어떤 몸으로 부활할런지 ^^

책소개에 보면 신더가 루나 크로니클의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는 작품이라면 스칼렛은 작가가 그 세계에서 펼치려는 이야기들을 좀 더 폭 넓게,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진정한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SF느낌이 훨씬 많이 나기도 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된 무리들,신체 개조를 당한 사이보그! 과연 그들에게도 자아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지,또 루나인인 신더가 점점 더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윤리적 갈등에 힘들어 하고 있지만 또 쓰지 않고는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미래의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읽어나가다보면 더 깊이 빠져들어 읽을수 있는게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카이토의 결혼 동맹 선언에 충격을 받은 신더는 과연 자신에게 부여된 소임을 수행하게 될것인지 다음편 크레스로 넘어가 보겠다.

그나저나 신더와 카이토의 알콩달콩은 스칼렛과 울프에 비하면 초딩수준이였다니~~~ ㅋㅋ 크레스에선 또 어떤 커플이 등장할지 괜히 기대 된다.





The Lunar Chron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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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 책의 공통점은 쉽게 읽힌다는 것뿐일까? 그랬다면 과연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책을 출간하고 또 독자들의 관심을 유지시킬수 있었을까? 고수들이나 가능하다는 쉽게 그린듯, 읽기 쉽게 쓰여졌지만 그 속에 담긴 따듯한 위로와 공감은 결코 가볍거나 쉽게 지나쳐지지 않는 성질의 것이였다.읽고난 뒤에도 잔잔한 파문들이 살랑살랑거리며 내 몸과 머릿속을 간질이며 돌아다니는걸 보면.

 아무래도 나는 그녀와 같은 여자이고 그녀와 같은 시기를 살아가고 있기에 더 공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읽었던 그녀의 책 '주말엔 숲으로' 를 읽은 뒤의 그 느낌. 세상과 사회의 무겁고 찌든 공기 속에서 나를 탈출시켜 피톤치드 가득한 숲 속에서 나와 같은 고민과 걱정거리를 짊어지고 있는 친구들과 가슴 가득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기분이랄까

불안한 미래와 현재의 답답함,혼자만 가지고 있는 문제라 여겼던 포인트들을 속속들이 만져주고 터트려 주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와 에세이는 뜨거운 찌개 국물처럼 쾌감이 넘친다거나 늘 그리운 엄마의 음식처럼 감동이 철철 흘러 넘치지는 않지만 은은한 평양냉면의 국물같은 묘한 매력이 넘친다.그래서 비슷 비슷해보이는 그녀의 책들을 읽고, 또 읽고 지금 또 읽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예전 출간된 책들에서 종종 선보였던(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어릴적 즐겨 읽던 그림책들의 추억을 만화와 에세이로 풀어내는 '어른 초등학생'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 그녀이기에 더 소중히 자주 언급되어지는 주제가 아닌가 싶다.

첫 챕터, '친구에게 온 편지'가 이 책을 쓴 계기를 말해 주는 게 아닌가 지레짐작 해보는데,

어린 마스다 미리에게 그녀의 친구는 참 재미있는 책이니 읽어보라며 아끼던 동화책을 빌려준다.

색감도 칙칙하고 전혀 재미있어 보이지 않아 내팽겨두다 책표지에 녹차도 쏟게 되고 

심지어 자신의 책이라 여기고 학급문고에 기증까지 해버려 친구를 실망시키고 만다.그때까지도 그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던 마스다 미리.

30년 만에 드디어 책을 구입해서 읽은 그녀.친구에게 한 번도 편지를 받아본 적 없는 두꺼비에게 개구리가 너의 친구가 되어 기쁘다는 짤막한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는 내용의 그림책이였다.

아마 그 친구는 그녀와 더 친해지고 싶어 그 그림책을 빌려준건 아닌가하고 뒤늦은 후회를 남기게 되지만 이미 과거의 일이 되고 만다.




우리의 어린 시절,과거는 늘 아쉬움 투성이로 남아 있다.이랬다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더 좋아지진 않았을까?하고

하지만 우리가 다시 그 시절을 산다고해도 별로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앞뒤를 재고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어른인 우리가 그 추억을 곱씹으며 그대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모를까. 그러지 못했던 순진한 아이인 체로 실수와 아쉬움을 사전에 예방하고 살아가진 못했을거 같다.

아쉬움이 남고 아련해서 더 아름다운게 어린 시절의 우리들 모습이 아닐까

부모님의 맞벌이와 터울차가 많은 형제자매들로 인해 내 어린시절은 막내였지만 많이도 외로웠었다.친척언니가 방학때 놀러와서 내게 건넨 '소공녀'그림책.지금은 어느 출판사의 책이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그림못지 않게 글도 많았던 작은 판형의 그 책이 지금껏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만큼 내겐 작은 사건이였고 즐거움이였다.

걸리버 여행기나,톰소여의 모험,안데르센 동화집등등은 직접 구입해서 읽었지만 늘 소공녀에선 망설였던 나.왜 그랬을까? 아마도 어린 나에게 그 단어가 조금 어색하게 들렸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날,언니에게 고마운 마음만은 아니었던 사건도 있었다.공기놀이를 하다가 작은 다툼이 있었고 어린 내가 언니에게 바락바락 대들고 말았는데 커서 늘 이때의 장면이 떠오르며 철없이 왜 그런 행도을 한건지 늘 후회가 된다.아직까지 내게 그 책은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고마움의 대상이 된 언니인데..친척언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키덜트란 말이 생길 정도로 요즘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 그때 마음껏 구입하지 못했던 피규어,동화책,인형.캐릭터 굿즈들을 광적으로 모으며 가슴에 난 공허함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90%이상 어둠속으로 침잠해버린 그 기억들이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옛 기억들이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내 어린시절들.하지만 그 속에서도 잊고 싶지 않고 꺼내고 싶은 추억들도 있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켜켜이 쌓여갔던 그 시절,어둠 속에 놔둬버리기엔 너무나 소중한 시절이기도 했다.

마냥 주는게 행복했었던,뽑기판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학용품을 나눠주기도 하고 하루종일 친구네와 동네를 뛰어다니던 시절,불량식품을 먹으며 재잘재잘거리고 저녁무렵 옆집의 찌개냄새에 배고파 집으로 돌아가던 그 시절이 몹시도 그리워지게 만들었다. 

컴퓨터 하드에 담긴 잊혀져 버린 사진들을 정리하듯 너무 먼 기억 속으로 파고들어간 소중한 내 어린시절도 가끔씩 꺼내어 반들반들하게 닦아주고 싶다.

나를 만들고,나를 이끌어 줬고 앞으로 힘을 내어 나를 이끌어가줄 내 어린 시절을..

나라도 소중히 보듬고 기억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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