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보기 좋은 날 - 내 가방 속 아주 특별한 미술관
이소영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네이버 포스트 인기 작가이신 '빅쏘'이소영님이 쓰신 '출근길 명화 한 점'의 두번째 이야기 '명화보기 좋은 날' 

네이버 포스트에서 연재중인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봤을때 "이 책,참 들춰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그림 관련 서적만 보면 소장하고 싶어지긴 하지만 특히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앤디 워홀의 바나나를 안고 가는 표지그림은 국내 작가인 박종화님의 'Banana Boy'의 그림 중 일부분이다.


"제가 살던 옛집에는 유난히 색이 많았습니다.가구나 그릇,집기 같은 것들을 하나의 톤으로 맞출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요.촌스럽다고도 말할 수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붉고 파랗고 노랗고 하던 색으로부터 어떤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오늘은 <명화 보기 좋은 날>을 읽으며 위로를 받습니다.이 책에 가득한 색과 빛과 예술가들의 일화들이 우리들의 가난한 마음을 더없이 따듯하게 어루만져줄 것입니다."


서평을 쓰신 시인 박준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알록달록한 색연필과 다양한 색들의 펜시 제품,명화들로 가득찬 책,정원의 꽃들,파랗고 청명한 하늘,많은 나무들이 우거진 숲,,,을 보기만해도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얼마전 외국 다큐프로그램을 보면서 꽃이랑 과일을 파는 마트를 본 적이 있다.다양한 색들의 이국적인 과일들과 화려한 꽃들을 보는데 순간적으로 멍하던 내 눈길을 사로 잡으며 '매일 아름다운 빛깔의 꽃과 과일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물론 그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기분좋은 일만 있을 수만은 없겠지만 나의 이런 감상을 듣고 주인 아저씨는 콧방귀를 껴 버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ㅎ 적어도 나에게 색이란 존재는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리는 자체,형태,구성 등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색'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겠다란 생각이 든다.

별다른 형태가 없는 색면의 조합만으로 나를 감동시킨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만 봐도....



러시아 여성화가인 지나이다 세레브리아코바의 그림들.채소들과 먹거리들이 그려져 있다.두 소녀는 그녀의 아이이지 않을까 싶다.책 속 내용 중 로레인 해리슨의 '채소의 역사'란 책에 보면 중세시대 농부들은 특정 식물들 사이에 '공감의 마법'이 존재함을 믿고 서로 공감이 잘되는 채소를 함께 심으면 수확물의 맛이 좋아지거나 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는데, 이 공감의 마법이 사람에게도 있다고 믿으며 벼랑 끝에 내몰려도 마음속에 공감의 실로 연결되어 있는 가족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지나이다 세레브리아코바 또한 여의치 않게 네 자녀 중 둘과는 떨어져 지냈는데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두 자녀가 그런 존재가 아니였을까..p42





요즘은 수채화에 필이 꽂혔다.그 위에 다시 고쳐 그릴 수 있는 유화와 달리 한 큐에 내달려야 하는 민감하고 조금은 연약해보이며 그래서 더 투명하고 맑은 느낌이 매력적인 수채화,그 당시만 해도 유화를 그리기 전 단계로 여겨진 수채화를 정식 작품으로 전시한 최초의 화가 윈슬러 호머! 시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 호머처럼 ,빅쏘님의 글에도 있듯이 '스스로를 믿으며 나아가는 연속적인 나날들로 나만의 삶을 구성하고 싶다' 얕은 바람에 이리 저리 흔들리는 낙엽같은 사람보다 자신만의 기둥이 단단히 박혀있는 사람들에게 더 믿음이 가고 신뢰가 가면서 또 매력적이게 보이는게 아닌가 싶다.




온통 봄날의 기록같은 에드워드 쿠켈의 그림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봄바람 난 나문희 여사의 뒷모습에 대고 이순재님이 하신 말씀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눈부심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요,그건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라,그래 실컷 구경하고 즐기시게나.이 찬란한 봄날이 다 가기 전에 " p337





화가들이 극찬하는 화가중의 한 사람인 폴 세잔,처음엔 그의 매력을 잘 몰랐다.어린 시절 그림을 처음 접하고 피카소,고흐,마티스들의 화려한 색채들에 반했을때 그의 그림은 나에게 몇프로 부족한 색채감을 지닌 조금은 우울해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위에 나열한 화가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세잔의 그림을 ,안좋은 화질로 인쇄된, 원래 그림보다 더 우중충하게 나온 화보집을 봤던 탓이였는지,그 유명한 '생빅투아르 산' '사과가 있는 정물' '카드 놀이 하는 사람'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 을 봐도 별다른 감흥이 생기지 않았었다.

그런데 언젠가 이 책에 나온 '목욕하는 세 여인' 을 어떤 화보집에서 봤는데 단번에 반하고 말았다.게다가 감흥이 없었던 '생빅투아르 산'을 제대로 된 색감으로 보니 한마디로 뒷통수를 맞은 기분~ 그의 그림을 뒤늦게야 좋아하게 되고보니..그의 그림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색을 쓴다는 느낌? 한 획 한 터치때마다 '빛,공기,물체,스타일'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은 그의 신중한 작업 스타일 때문이였을까? 

이번 한국에서의 마크 로스코전의 포스터에 있는 [무제,1953] 작품도 그런 경우였다.마크 로스코는 내게 그저 커다란 색면을 그리는 그런 화가에 불과했었는데 어느 날 화집에서 이 그림을 본 후,,어린 시절  해질무렵의 동네가 떠오르며 괜히 눈물이 터지는 경험을 했었다.물론 그때의 내 감성이 한 몫 했을지도 모르지만,그 후로 로스코의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그림이 어떤 재질의 종이에 어떻게 인쇄되었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매우 달랐던 것이다.아니! 이 느낌이 아닌데? 그래서 처음에 그 그림을 접했던 책을 꺼내들고 보면 (물론 다시 눈물이 터지진 않았지만) 다시 감회에 젖어들 수 있었다.얼마전 구입한 민음사에서 나온 강신주님이 해설한 로스코 2권짜리도 사실은 내 기대엔 살짝 못미치는 퀄리티의 도판이였다.내가 보았던 것 중 어떤 도판이 더 진본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특히 로스코의 그림은 미술관에 가서 봐야 그 느낌이 확 살아나는 그림이기에,,, 이번 전시회에 가보지 못한게 정말 철천지 한으로 남을듯 하다.ㅜㅠ 내가 언제 워싱턴 D.C까지 가서 그의 그림을 보게 되겠는가...

오쿠다 히데오의 시골에서 로큰롤을 읽어 보면 질 좋은 오디오 세트를 가지게 되면서 늘 들어오던,같은 레코드 판에서 예전엔 듣지 못했던 사운드와 음질에 놀라워 하며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게 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마음이 피곤한 날, 열정을 찾고 싶은 날, 누군가 그리운 날, 자신감이 필요한 날, 혼자 있고 싶은 날, 사랑하고 싶은 날, 감성을 키우고 싶은 날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기분에 따라 한 에피소드씩 읽어도 무방하고 처음 만날지도 모르는 그림들과 더불어 화가들의 뒷이야기들과 감성적인 이소영님의 감상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너무 많은 미디어와 이야기들에 지쳐 있을때 펼쳐보면 좋을 휴식같은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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