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 거대한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북대서양을 표류한 두 남자 이야기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작가이자,모험가,저널리스트,사진작가이자 역사학자이기도 한, 다방면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으며 북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인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가 쓴 기상천외한 항해 에세이이다. 바다가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친구 아티스트 휴고와 함께 북대서양의 스크로바에서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그린란드 상어를 잡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노르웨이 작가라면 입센과 요 뇌스베..정도만 들어봤던 터라 생소한 이름에 발음하기도 어려운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지명이름들도 낯설긴 마찬가지였지만 노르웨이의 국민 밴드인 'A-HA'의 잘생긴 보컬이름도 작가와 같은 Morten이라 조금은 더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책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랑 허먼 멜빌의 모비딕이 떠오르기도 하니 더더 관심이 가기도 했고.



심해 상어이지만 백상어보다 더 클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육식상어로 알려져 있고 최대 200년까지도 살 수 있는 그린란드 상어.바다의 평균 수심은  3700미터 이다. 세로로 이루어진 심해, 수심 500미터의 완전히 깜깜해서 광합성 조차 불가능해 식물도 살 수 없는 그 곳에 그린란드 상어가 살고 있다.

그린란드 상어의 살은 지독한 오줌냄새가 나고 환각을 일으키는 독성 성분이 있어 아이슬란드지역을 제외하곤 잘 먹진 않지만  다양한 곳에 이용되어지는 '간유'때문에 많이 포획되어지고 있다.



'2년 전 그날 밤,우리는 마음을 먹었다.수억 년의 진화를 거치고,어쩌면 피에 맹독이 흐르고,

눈과 거대한 톱니 같은 이빨에 기생충들이 우글거리는 게걸스러운 괴물을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손으로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휴고가 기억해내는 조부 학바르트의 긴수염 고래와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노인과 청새치와의 기나긴 사투가 떠오르기도 한다.휴고 집안은 대대로 어업을 생계로 살아온 집안이고 노르웨이의 포경산업에 크게 한 몫 하기도 했으며 수많은 배를 소유하고 있는 집안이기도 하다.그래서 모르텐이 들려주는 휴고 집안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노르웨이 어업의 역사를 뒤돌아 보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다.이렇게 텍스트로 담담히 늘어 놓으면 재미 없는 주제의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전혀 나랑은 상관없을것 같은 노르웨이의 포경산업과 바다 생물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기도 하고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어부들은 배를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여긴다.따져 물으면 당연히 사물이라고 인정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생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그것은 아마 어부와 배가 공동 운명체이고 

위험한 상황에서의 배의 성격이 삶과 죽음을 결정하기 때문이리라.어부는 배의 성격,결점,장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배를 존중하고 잘대해야 함께 바다를 지배할 수 있다. 

당연히 요즘에는 아무도 배에 대해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캄캄한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빛들과 심해에 떠다니며 푸른빛을 발산하는 수많은 심해어들.그들은 참 많이 닮아 있다.

우리가 서 있는 땅에서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며 서로 만날 수는 없지만 .

우리에겐 정복하지 못해서,어쩌면 평생 미지의 공간들도 남게 될 신비로운 곳이라서 더 탐험하고 싶어지는 것인지도..

어쩌면 우주보다 더 비밀스런 곳이 심해가 아닐까.

그런 심해에 살고 있는 그린란드 상어를 겨우 작은 보트에 몸을 의지하고 잡으려고 했던건 그린란드 상어 자체보다도 심해에 대한 비밀스런 호기심과 모험심,노르웨이인들만의 기질에 의한 바다에 대한 정복욕 때문은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모비 딕은 멜빌의 시대에 1만 마리씩 포획되었던 멸종 위기에 있는 포유류를 상징한다.

또한 인간의 본성이 지닌 가장 어두운 힘을 상징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 100년간 거의 2억마리가 넘는 고래가 포획되어지고 어떤 종들은 멸종이 되기도 했다.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임신한 어미배를 갈라 새끼를 산채로 꺼내서 가공 설비된 기계로 곧장 던져지기도 한다.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지만 이 책에서 또한번 느끼게 된다.생계를 유지하려거나 먹거리를 얻기 위해 포획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재미로 ,꼬리를 이용해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헤엄쳐 나가는 고래의 꼬리를 자른채 바다에 던지면 결국엔 버둥거리다 가라 앉게 된다든가,필요한 간만 빼내곤 바다에 버려지는 고래들,어선의 이름을 고래의 등에 새긴다든지 하는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참 마음이 편치 않은 사실들에 직면하기도 한다.

일본 방사능이 우려되어 많이 사먹고 있는 수입산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정작 노르웨이에선 잘 먹지 않는다는 등,노르웨이의 바다도 중금속 오염이 심하다는 사실들도 곁가지로 알게 되기도 하고.


사실 이 책은 저자 모르텐의  이야기보다 친구 휴고의 이야기가 더 많다.휴고와 항해준비와 항해를 함께하며 들은 에피소드들과 조상들의 이야기들이 큰 한축을 이룬다.

때론 지구의 생성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지구의 바닷물은 어디에서 왔는지, 수많은 바닷속 물고기들에 대한 정보들이 난무한다.시시때때로 그의 엄청난 지식 보따리가 문어발식으로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데 때론 르포형식의 기사들로 때론 시로 때론 철학으로 풀어쓴 아주 세밀하고 방대한 컨텐츠들로 옆길로 새는 통에 소설인 노인과 바다처럼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진 않지만 이 한 권을 읽고 나면 뭔가 머리가 똑똑해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모두의 생각들이 다르니 100% 공감할순 없겠지만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저자 덕분에 모르던 분야에 대한 사실들을 득템한 기분이랄까? 특히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물고기들에 대한 정보나 이야기들만으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포경산업,바다 오염,무차별 포획,아직 밝혀지지 않아 무궁무진한 비밀이 잠들어 있을 심해에 대해 다함께 생각해보며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무엇보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 구성이나 시선면에서 아주 색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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