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 우리를 닮은 그녀의 이야기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라디오’하면 나의 중고등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뒷자리 한 구석에 존재감 없이 조용히 있던 나에게
메마르고 무미건조한 입시생의 나날은 답답하고 매력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일상을 과감하게 깨고 무언가 생각하고 행동하지도 못했다.
그저 야간자율학습 시간이든 독서실의 어두컴컴한 책상 앞에서든
몰래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들으며 귀기울이는 시간,
그것이 그 당시 나의 소심한 일상탈출이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음악에 마음을 빼앗기고, 
때로는 라디오의 사연에 귀기울이며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었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제는 지나가 버린 그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지금의 일상에서 작은 탈출구를 꿈꾸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의 마음으로 책을 읽다보면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잊어버린, 무엇을 잊은지조차 모르며 바쁘게 일상 속에서 사라져가는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녀가 말한다.
세상 모든 일상을, 세상 모든 인생을,
세상 모든 사랑을, 세상 모든 헤어짐을......!!!

나는 가만히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야기는 귀를 통해 내 마음으로 들어와 꿈틀하고 감정을 건드린다. 
머릿속으로 가 예전 기억을 찾게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말랑 말랑하다. 
‘세상에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새삼 느껴진다.
세상만사가 희노애락에 잠겨 있는 듯하다. 
왠지 소외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고, 
나만은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에 배신당해 울기도 한다. 
힘겹게 일상을 넘어 꿈을 향해 달려가다 잠시 쉬기도 하고, 
혼자 뒤쳐지기도 하고, 막막히 나아가기도 한다.

재밌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내 구미를 당기는 건 언제나 책과 관련된 것이다.

책을 읽어주는 점원, 듣는 보르헤스.

말년의 보르헤스, 눈이 멀어가고 있는 보르헤스를 위해 매일 저녁 책을 읽어주었다는 알베르트 망겔이라는 서점의 점원 이야기. 
그는 보르헤스와의 추억을 독서에 관한 책으로 써서 남겼다고 한다.

끝? 끝. 

재밌다.

뻔한, 상투적인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 시기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특히 어린 여자들은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한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가장 넓고, 전부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그래서 놓치는 것이 많았다.
나이가 들고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면 분명 생각이 달라졌을텐데, 
그래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텐데, 그 시기에는 그게 잘 안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좌절을 하게 되었을때, 
‘괜찮아, 다들 그렇게 살아, 너만 그런게 아니야’ 하는 위로가 의외로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딱 그런 상황에서 건네는 위로같다.

모든 책이 읽은 시점에서 항상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좀더 일찍, 어쩌면 좀더 늦게!
다른 때에 읽었으면 더 기억에 남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지금 이미 라디오든 방송이든 멀어져버린 무미건조한 나에게
이 책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를 들으며 일상 속의 소소한 탈출구로 느끼고,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그 시절의 내가 읽었으면 좋았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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