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리뷰해주세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방 책장에는 <위대한 개츠비>가 벌써 몇 년째 꽂혀 있다. 딱 중간쯤 책갈피라 끼워져 있는채로... 몇 번 다시 읽기를 시도해 보지만, 언제나 중간쯤만 되면 이상하게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질 않고 있다. 나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오는 동명의 영화도 살짝 본 적이 있는데, 그 영화도 끝까지 볼 수 없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문화, 그들만의 시절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왠지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였나보다.

그러한 지레짐작 때문에 이 책 <벤자민 버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솔직히 첫 장을 넘기며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시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우선 단편 모음집이라는 소개로 시작해야겠다. <위대한 개츠비>와 비슷한 시절을 묘사하고 있는 것도 맞고,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지 않는 시절을 표현한 것도 맞는데, <위대한 개츠비>보다는 훨씬 쉽게 읽힌다. 내가 이미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봤기 때문일 수 도 있다.

그렇다. 난 이미 두 시간도 넘는 그 영화를 봤다. 너무 흥미롭게...

그래서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솔직히 궁금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긴 영화의 원작은 고작 45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단편이었던 것이다. 이건... 영화 제작자의 위대함인건가, 아님 원작이 가진 힘이 대단한건가?

 

첫 번째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벤자민은 70세 노인으로 태어난다. 그가 태어난 순간 가문의 주치의는 벤자민의 아버지에게 이렇게 외친다.

“자네 가족들 주치의를 사십 년간 했지만, 이젠 끝이야! 자네 친척 누구든 다시는 보고 싶지 않네. 잘가게!”

도대체 벤자민은 왜 노인으로 태어났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반대로 점점 젊어지다가 결국은 아기로 생을 마치게 되는가? 이 세상 모든 소설이 그렇듯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 나는 그저 일어난 일만 이야기하고,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기겠다” 며 교묘히 대답을 회피해 버리기 때문이다.

70세 노인으로 태어나 50세(물론 실제 나이는 20세 정도이지만)에 사랑에 빠지고, 결혼 후 무료한 삶이 싫어 군대에 자원하고, 돌아와 회사를 경영하다 아들에게 물려주고, 하버드 대에 들어가고 그렇게 점점 어려져 가고...

보통의 일반적인 삶과는 완전히 반대의 삶을 사는 벤자민..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보통의 삶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아버지와 벤자민의 아들이 그를 창피하게 여기는 듯 하지만, 해결방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는 그만의 인생을 즐기며 사는 방법을 터득한다. 다른 이들도 그렇듯... 세월 앞엔 장사없다고..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벤자민은 많은 걸 누리다 추억하고, 잊어가고, 포기하게 되고.. 그러다 결국 생을 마감한다.

인생은.. 그냥 인생일 뿐이었다. 그것이 앞에서 시작되었든, 뒤에서 시작되었든.

이제 내 방 책장 속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 들어도 되겠다 싶어진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가 책 속에 흠뻑 녹아있지만, 피츠제럴드가 묘사하는 삶이 괴상하거나, 별달라 보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도 삶은 계속 되었고. 젊은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시절을 살아냈다.

‘뭐 이런게 다있어?’ 가 아니라 ‘이런 삶도 있었어! ’ 라는 다르게 생각해보는 시각이 이 단편집을 통해 생겨난 것일까?

어찌되었든 그런 삶을 지켜보는 재미를 이제는 알 것도 같아진다.

 

* 책속 한마디

-처음에 가졌던 할아버지의 반감이 서서히 사라지자, 벤자민과 노신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나이로나 경험으로나 너무나 동떨어진 이 둘은 옛 친구들처럼 몇 시간이고 앉아서 서서히 흘러가는 하루에 대해 지치지도 않고 단조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p20)

- 오 년 후 로스코의 아들은 같은 보모의 감독하에 어린 벤자민과 애들 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났다. 로스코는 둘을 한날 유치원에 같이 데려갔고 벤자민은 색종이 조각들을 갖고 놀고, 매트와 체인을 만들고, 신기하고 예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놀이라는 걸 알았다. (p 42)

 

* 권하고 싶은 대상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사람

파티, 낭만으로 가득 찬 미국의 재즈 시대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사람

 

* 서평도서의 좋은 점

피츠제럴드 소설의 다양한 점을 만날 수 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의 그의 글, 물 흐르듯 흘러가는 듯한 그의 문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하는 한 핏줄 도서

<위대한 개츠비>

이제 단편을 봤으니... 피츠제럴드의 대표작이랄수 있는 장편 소설, 영화로도 만들어진 <위대한 개츠비>를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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