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계속 읽어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읽은 책.
왜 그렇게 손이 안갔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5편의 단편을 엮은 책인데 한 편 한 편이 다 만족스러움.

첫 번째 이야기 <올빼미 사내>는 읽어가는 동안 으스스하면서 특이하다 싶었다. 마지막 반전은 좀 사족 같았지만.
두 번째 이야기 <어제의 공원>은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한 이야기인데 마지막에 눈물이 날 정도로 뭉클하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고. 마지막 두 페이지를 읽고 다시 읽고 또 읽고... 몇 번을 그 페이지에 머물러 다시 읽었는지 모른다.
세 번째 <아이스 맨>과 네 번째 <사자연>은 조금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흡입력 있어서 완전 빠져들어 읽었다.
마지막 <월석>도 인상깊은데 진짜로 저런 마네킹이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을 보게 될까 꽤 깊이 생각해 봤다. 소재가 기발하면서 좋은 듯. 마지막이 꽤 따뜻한 결말이라 다행이다.

호러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단순한 호러 소설이라고 할 수 없는게 가슴 따뜻한 이야기도 있고 해서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만하다.
재밌는 작가를 찾은 듯.

P. 35) 밝은 조명으로 가득 찬 스테인리스 세계에서 인간은 오래 살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해. 왜냐하면 인간한테는 환상이 필요하거든. 환상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자기가 의미없이 살고 있는 것도 납득할 수 있고 그래도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사람의 목숨 역시 인간의 이성을 뛰어넘는 환상 같은 것이니까.

P. 39) 너도 이해하겠니? 전설의 천적은 상식도 과학도 아니야. 야유다.

P. 43)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한 자는 그 감각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상대방이 살아온 세월,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내 손아귀에서 오그라들어 버리는 느낌, 그것을 느낄 때의 기분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어. 그때 밀려드는 우월감은 아마 어떤 약물로도 얻을 수 없을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도시 Z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지영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책이라고는 거의 장르문학만 읽지만
아~~주 가끔씩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더 소설같고 더 극적인 논픽션을 읽으면서 희열을 느낀다.
이 책도 읽을까 말까 (그냥 영화나 볼까) 엄청 고민했는데,
읽기 시작하니 완전 빠져들어버렸다.

어릴 때 읽었던 아서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 있었다니, 몰랐다. 진짜 좋아했던 책인데. 초딩때 진짜 읽고 또 읽고, 수 없이 읽었던 책인데.
이 참에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책에 나온 내용은 진짜 빙산의 일각일테고 아마존을 탐험한다는 게 상상도 못할만큼 어마어마하게 힘들고 고된 일일텐데...
수 많은 사람들이 위험과 고됨을 자처해서 찾을만큼 매력적인 곳이라는 거겠지... 나는 1도 이해할 수 없지만 뭔가 멋있다는 생각은 든다.

엘 도라도,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곳.
책의 마지막 즈음엔 없구나 싶어서 뭔가 괜히 상실감? 허무함? 속상함? 암튼, 그런 마음이 들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황금빛으로 빛나는 찬란한 도시는 아니지만 과거 아마존에 문명을 이루며 살았던 큰 규모의 도시 흔적이 있다는 것이 반전처럼 마음을 달래주었다.

결론은 재밌다!!
탐험에 관한 책들 더 찾아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무슨 책이라고 해야 좋을지.
일단 내가 생각한 ‘기담‘은 아니다.
분명 초반엔 내가 생각한 ‘기담‘ 느낌이었고
완전 만족스럽다, 재밌다, 빨리 뒷 이야기도 읽고 싶다, 싶었는데...
갑자기 무협? 활극? 스릴러 찍고 호러?
연쇄살인범인가 싶었던 인물이 빙의?
구조적, 관습적으로 굳어져버린 모순에 대한 신랄한 비판?
각박한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려는 휴머니즘?
등장인물들은 내가 몰랐을 뿐 각자 내용에 필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나?
마지막에 구해진(?) 사람은 무슨 역할이지?
결말로 갈수록 힘을 잃고 뭔가 흐지부지? 갑자기 사건해결?
그렇다고 막 재미없고 그런 건 또 아니라 훌훌 읽히긴 했는데. 그냥 엔터테인먼트로 즐기면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작가님 스타일인가...

P.164)그렇다면 회사는 왜 사람을 뽑을까? 인재 육성?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사회 공헌? 이건 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군. 회사가 사람을 채용하는건 안심에 투자하는 거야. 안심하기 위해서 사람을 뽑는 거라고, 보아 하니 무슨 말인지 모르는표정이군. 쉽게 말해서 이거야. 
스페어타이어는,가능하면 한 개인 것보단 두 개일 때가 안심되지. 마트에 가면 건전지를 스무 개씩 한번에 팔잖아. 그걸 누가 사겠느냐고 하는데 다 팔려. 건전지 같은 게 집에 넉넉히 있으면, 안 쓸 걸 뻔히알면서도 왠지 안심이 되거든. 그런 거야. 그러니까 필요한 사람을 뽑는다는 건 다 헛소리라고,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은 뽑아놓고 보는 거야. 부속품 같은 존재인 거지. 너트나 볼트, 건전지, 뭐 그런 것들. 알겠나? 스페어타이어 정도만돼도 꽤 좋은 거라고, 상황이 이런데 뭣도 모르는 친구들은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으니 뽑아달라고 외치지. 그러니 안 뽑히는 거야.

P. 338) 괴물은, 괴물이에요. 아무리 인상이 좋아도, 아무리 잘 웃어도, 아무리 잘 생기고 예뻐도, 아무리 예의발라도 괴물같은 인간들은 변하지 않아요.

P.342) 살인은, 파괴욕과 소유욕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잔인한 방법이죠.

P.349) 그의 어린 시절이 불우했는지, 부모의 학대를 받았는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었는지 따위에 관해서. 난 그런건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죄부는 필요가 없어요. 괴물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안 돼요. 괴물은 그 결과로 존재할 뿐이니까. 그럴 만 한 잘못은 없어요. 괴물을 동정하면 안 돼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28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굉장히 생각할 게 많아지는 내용이다...
전체적인 상황도 그렇고,
등장 인물들 각각의 서사도 그렇고,
순간순간의 선택과 비극들도 그렇고.

가장 끔찍한 게 인간이다.
원인 불명의 치사율 높은 질병이 아니라.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한 명의 인간이나 그 인간을 길러낸 가족들 보다 더 끔찍한 건 그냥 인간이란 종 자체다.

차라리 죽은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간순간이 지독하게 고통스러워 보인다.
흠...

P.212)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못하면 그의 손에 놓인 생명은 대상으로 전락하기 마련이었다. 생명을 목적이 아닌 대상으로 인식하는 인간이 얼마나 비열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는 이미 오래 전에 학습한 바 있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 저지른 짓을 통해서.

P.347) 어쨌거나 삶은 살아있는 자의 것이었다. 죽은 자는 산 자의 밥상 뒤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P.399) 이 개는 당신의 ‘마리‘야. 마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자가 바로 당신이라고. 그게 무슨 뜻인 줄 알아? 책임진다는 거야. 편의에 따라 관계를 파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야.

P.418) 저 생때같은 생명들을 차떼기로 쓸어다가 생매장할 권리를 누가 인간에게 주었더란 말인가.

P.455) 설원의 기찻길에 두고 왔다는 재형의 시계가 다시 생각났다. 어쩌면 그것은 시계가 아니라 시간이었을지도 몰랐다. 꿈꾸는 소년의 시간.

P.669) 그 때 살려고 애쓰는 것 말고 무엇이 가능했겠느냐고. 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본성이었다. 생명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본성. 그가 쉬차를 버리지 않았다면 쉬차가 그를 버렸을 터였다.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일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

P.671) 욕망이 없다면 잃어버릴 것도 없어. 잃을 게 없으면 두려움도 없고. 드림랜드에 있으면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한과 극소의 빵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10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드디어 S&M 시리즈 정주행 끝!!
나에겐 많이 벅찬 내용이 많지만
엄청 흥미진진한 시리즈인 것도 사실이다.
재미도 있고 뭔가 고생스럽기도 한 느낌...ㅋ
뿌듯하다.
다시 읽고 싶긴 한데 언제쯤 다시 읽기 시작할지.
쉽게 엄두가 안날 거 같기도...

P.80) 집단이야말로 의지를 니녔고, 개별의 의지란 환상에 불과함을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P.81) 인간만이 본능을 뛰어넘는다. 본능을 억누른다. 본능을 거스른다. 사이카와는 그것을 ‘인간성‘ 혹은 ‘인간적‘이라고 칭했다. 타인을 사랑하거나, 어린아이를 귀여워하거나, 무리를 이뤄 사회를 만드는 것이 인간성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의지야말로 인간성이다. 세상 모든 예술은 이 반발로부터 시작한다.

P.115) 개가 여우를 쫓는다. 여우는 어디로 도망쳐도 상관없다. 개는 여우의 꽁무니만 쫓아다닌다. 여우는 자유. 개는 부자유.

P.201) 큰 소리를 맬 수 있는 인간은 작은 소리도 낼 수 있습니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인간은 천천히 달릴 수도 있죠.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은 이해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P.296) 아마 뭔가를 포기하는 순간의 반복...... 그반복의 축적이 곧 어른이 되는 거라고 사이카와는 생각했다. 그렇게 의미를 잘라내서 점차 무無감정의 상태가 되는 것이 죽음에 가까워지는 의식이니......

P.318) 이 세상에 무리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살아간다는 것과 무리한다는 것은 거의 똑같은 의미니까.

P.356) 바보는 나쁜 게 아닙니다. 부족한 것도 천한 것도 아닙니다. 죽은 이는 살아 있는 이보다 바보고, 자는 사람은 깨어 있는 사람보다 바보입니다. 멈춰있는 엔진은 회전하는 엔진보다 바보죠. 그것이 바보의 개념입니다. -중략- 사고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고하지 않는 인간은 바보처럼 보이고, 반대로 사고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사고하는 인간이 바보처럼 보입니다.

P.374) 원래 동물은 힘 있는 존재에게 지배당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힘 있는 존재를 우러러 받들고 신봉해 그 벡터로 사회를 통제하는 것. 바로 인간이 반복해온 시스템입니다.

P.375) "하지만 그녀는 범죄자예요. 사람을 죽였잖아요? 그 말은 곧 인간으로서 실격이고 인간성이란 게 결여됐다는 증거 아닌가요?"
"아뇨." 사이카와는 고개를 저었다. "결여된 건 오히려 저희 쪽이죠. 결여됐으므로 인간성 같은 것을 의식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기를 써서 지키려고 하는 겁니다. 애정이나 도덕, 박애 같은 규칙을 만들어 결여된 곳을 채우려고 하죠. ‘결여됐으므로 비로소 인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수가 많은 것, 대다수의 것이 옳다고 하는 정체성에 지나지 않죠. 마가타 박사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성이 풍부한 인간입니다. 본래의 인간이라 할 수 있겠죠."

P.543) 이렇게 보니 인간이란 환경요인이다. 즉, 개인에게 자신 이외의 타인은 장식이라 할 수 있다.

P.554) "하지만 수많은 감정 중 이게 가장 지적이고 인간적이야."
"네? 뭐요?"
"모른다는 감정."

P.655) 디지털 그래픽으로는 구현하지 못하는 시각, 메커니컬한 반력 장치로는 표현할 수 없는 촉감. 버추얼 리얼리티 연구에 깊이 빠질수록 눈앞의 현실이 지닌 한없는 섬세함과 더없는 간단함을 마주하게 되죠. 값싼 현실과 값비싼 허그의 대립이 딜레마가 되는 거예요. 그것은 예로부터 인류가 피하지 못한 패러독스입니다. 연애소설 한 권의 집필은 실제 연애보다 어려운 작업으로서의 가치만을 평가받고, 풍경을 묘사하는 그림은 전부 매일 눈으로 접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죠. 인류의 창착이란 원래 수지가 맞지 않는 것으로 소멸을 면했다고 해도 좋을 거예요.

P.658) "그래요...... 언어에 의한 단순화야말로 인간의 노스텔지어의 기원. 기호화는 곧 퇴화. 단세포 생명으로 향하는 역행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