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공포의 세기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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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냥 이렇게 끝이 날 줄이야.

작가가 그린 세상의 지옥도를 보았을 뿐이다.
그냥 보여 주길래 보기만 했을 뿐,
이해한 것도, 받아들인 것도, 얻은 것도, 느낀 것도, 공감한 것도, 아무 것도 없다.

P. 217) 자기 앞에 선 누군가와의 사이에 결코 건널 수 없는 무저갱이 가로놓여 있음을 깨닫는 순간, 그런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 공포였다. 불현듯 깨닫게 되는, 결코 건널 수 없는 나와 미지의 존재 사이의 간극, 그것이 공포였다.

P. 398) 세상은 살아서 지옥이었다. 지옥이 아닌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그리고 그 극소수가 자신의 삶을 지옥이 아닌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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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도 : 연옥의 교실
모로즈미 다케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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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박...
중반까지도 이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될 줄 전혀 몰랐다.
진짜 놀랍다...
그리고 재미도 있었다.
마지막 즈음엔 뭔가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는 쫄리는 느낌도 있고. 대단한 걸 읽은 느낌이다.

책에 나오는 ‘초록 사슴‘ 이야기,
진짜라면 정말 충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슴 한 마리를 놓고 생각했을 땐 비정하고 잔인해 보이지만
무리 자체를 하나의 단위로 보자면
못할 짓도 아닌 듯.
도마뱀이 꼬리 자르고 도망가는 거랑 같은 건데
개체 단위에서 무리 단위로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 비정해 보이는구나 싶었다.
그치만 역시 신기한 게 그래도 한 개체가 아닌 여러 개체가 모인 집단의 구성원들이 순간적으로 동시에 한 개체의 색을 다르게 인식한다니 진짜 신기하다.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시스템을 갖추게 진화했을까...

정말 모든게 다 잔혹하고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진짜 독특하고 재미있고 굉장히 인상적인 책이었다!!!
매우 만족!!!!

P. 136) 무리 속에 딱 한 마리, 초록색 개체가 있다.
무리가 모두 초록색이다.
무리가 모두 초록색이 아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동물은 무엇인가?

P. 159) 그 동물은 사슴이다.
무리에 딱 한 마리, 초록색 사슴이 있다.
동시에 모든 사슴은 초록색이다.
동시에 모든 사슴은 초록색이 아니다.

P. 283) 다들 날 보고 있었어. / 다들 보고 있었어. 찔리고 있는 후지무라가 아니라 바로 나를.

P. 312) 반복할게요. 망설임 없이 순간적으로 결정했어요. 아시겠어요, 고다 씨. 이게 바로 초록 사슴입니다.
다른 자들이 무조건적으로 따르도록 만들 수 있는 압력. 필요할 때 필요한 행동을 순간적으로, 아무리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이더라도 전원이 일치단결해서 하도록 만드는 압력...... 압력보다는 공기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P. 313) 다들 공기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것은 공기를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기가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공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 살포할 수 있다면 지배자는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지배자가 직접 명령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중이 척척 알아서 공기를 읽고, 지배자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니까요.
집이나 차, 명품을 사야만 하는 공기. 알아서 잔업을 해야만 하는 공기. 과로로 쓰러져도 해고를 당해도 눈물을 삼키고 참아야만 하는 공기. 자신의 불행을 회사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공기. 군비 확장에 반대해서는 안 되는 공기. 그런 공기를 만들어내는 노하우야말로 세상의 권력들이 언제나 원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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랫맨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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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읽는 미치오 슈스케.
내가 좋아하는 음울한 느낌은 조금 덜 하지만
그래도 미치오 슈스케 느낌이 있는 반전과 결말이었다.
책 제목이기도 한 ‘랫맨‘ 그림과 이론들이 흥미롭다.
오해, 문맥 효과, 명명 효과, 합리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사실과 진실을 혼동하게 되는걸까.

P. 40)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그렇게 하여 서서히 인과의 강을 거슬러 올라사면 이윽고 ‘이거다‘ 싶은 모든 일의 수원지 같은 곳에 도달한다.

P. 200) 인간이라는 것은 제멋대로라 슬픈 노래나 슬픈 시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이 안정되어 있고 아무 문제도 없을 때뿐이다. 정말로 슬프고 정말로 가슴이 조여들 때는 그런 것들이 오직 불쾌할 뿐이었다. 타인의 슬픔을 응시하는 일은 편하게 견딜 수 있지만 그 슬픔이 정말로 자신에게 닥쳐오면 그 순간부터 싫어진다.

P. 230) 사람은 자고 있는 동안 가장 방자해지는지도 모른다. -중략- 어떤 이는 새끼 고양이가 춥지 않도록 품에 안고 자지만, 아침에 그 새끼 고양이가 자신의 가슴 밑에서 차갑게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P. 299) 날짜는 흐르고, 사람들은 새해 소망을 기원하면서 또 새로운 1년을 시작한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동안 보아 온 것, 들은 것의 색채는 서서히 희미해진다. 어느 날 어디선가 가만히 서서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봤을 때, 징검다리 돌처럼 거기에 남아 있는 것은 언제나 실수뿐이다.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뿐이다.

P. 305) 과오란 뭔가. 누가 그것을 재판할 수 있을까. 무엇을 원하고 어떤 대가를 지불하면 사람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혹시 잘못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을 때 도대체 무엇을 기원해야 멈출 수 있는 것일까. 옳고 그름이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면 누가 그것을 구별할 수 있을까.
돌이킬 수 없는 걸까. 사람은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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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세계 환상문학전집 10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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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잃어버린 도시 Z>를 읽으면서 문득 생각난 책.
어릴 때 엄청 재밌게 읽은 아서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가 다시 읽고 싶어져서 도서관에 가서 대출해왔다.
어릴 땐 첼린저 교수 시리즈가 있는 지 몰랐었는데...
이참에 다른 시리즈들도 읽어볼까 싶어서 단편 하나가 같이 엮인 책으로 골라왔다.

일단 너무너무 반가운 느낌...ㅋㅋ
읽다보니 새록새록 뒷 이야기도 떠오르고 옛날 일도 생각나고. 무슨 추억여행 느낌...ㅋㅋㅋㅋ

처음 읽어본 단편 <유독 지대>도 흥미로웠음.
지금 보면 좀 말이 안되는 설정이지만
근거가 되는 과학적인 부분을 빼면 설정 자체는 엄청나다고 생각함. 하루아침에 갑자기 벌어진 세상의 종말을 지켜보고 죽음을 준비하기까지의 감정들.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데 이런 상황을 떠올려보니 진짜 많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종말을 맞은 도시의 풍경을 돌아보는 상상...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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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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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많이 하고 있었는데,
재미가 없진 않지만
특별히 놀랍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유진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책을 너무 많이 읽었나...?

나는 살인 자체에 쾌락을 느끼는 유진보다
살인 자체가 즐거워서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로 거침없이 선택하는 하스미 같은 인물이 더 소름끼치고 매력적(?)인 듯 하다. 하스미는 소시오패스에 더 가까운 인물인건가? 낮은 레벨의 사이코패스인가?
하스미를 뛰어넘는(?) 캐릭터를 찾을 수 있을까??

웹툰이 있다길래 바로 어플 깔고 찾아봤는데
그림체가 꽤나 마음에 든다.
그래픽 노블 수준으로 글이 많은데
거의 책의 문장이 그대로 쓰였다.
책 다시 읽는 기분...ㅋㅋㅋㅋ

P. 16) 솔직히 말해 ‘솔직‘은 나의 장점이 아니다. 추구하는 가치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실용성이며, 당연히 그에 입각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P. 100) "희망을 가진다고 절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요. 세상은 사칙연산처럼 분명하지 않아요. 인간은 연산보다 더 복잡하니까요." -중략-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니?" -중략- "그래도 한 번쯤 공평해지는 시점이 올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까, 그러려고 애쓰면요."

P. 102) 규칙에는 예외가 있었고, 예외는 곧 규칙이 되었다.

P. 216) 인간이 늘 ‘정답‘을 선택하지 않는건 그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의 눈금을 조금 낮추자 간단한 해결법이 보였다.

P. 221)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한쪽 눈을 감아줄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P. 229) 도덕이란, 말이 되는 그림을 그려 보이는 것이다.

P. 332)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내 머리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기도 하다.

P. 430) "엄마, 이모가 나를 잡아먹으러 왔어요. 어찌 할까요? 먹혀줄까요, 먹어버릴까요?"

P. 449)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존하는 법과 더불어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먹는 법과 먹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법을 동시에 터득하는 것이다. 오로지 인간만 굶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생물이었다. 오만 가지 것을 먹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으며, 매일 매 순간 먹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먹을 것을 향한 저 광기는 포식포르노와 딱히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이 지상의 생명체 중 자기 욕망에 대해 가장 참을성이 없는 종이었다.

P. 593) 믿음, 배려, 이해, 연민...... ‘사랑‘이라는 이름 안에 수렴되는 수많은 감정들.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신의 의도가 아닌지도 몰랐다. 만약 그것이 신의 뜻이었다면, 세상을 창조할 때 만물이 만물을 사랑하는 관계로 설계했어야 한다. 서로 잡아먹으면서 살아남는 사슬로 엮는 게 아니라.

P. 600) 내 생각을 말하자면 옳은 게 모두 최선은 아니었다. 옳다와 당연하다가 같은 의미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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