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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28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굉장히 생각할 게 많아지는 내용이다...
전체적인 상황도 그렇고,
등장 인물들 각각의 서사도 그렇고,
순간순간의 선택과 비극들도 그렇고.
가장 끔찍한 게 인간이다.
원인 불명의 치사율 높은 질병이 아니라.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한 명의 인간이나 그 인간을 길러낸 가족들 보다 더 끔찍한 건 그냥 인간이란 종 자체다.
차라리 죽은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간순간이 지독하게 고통스러워 보인다.
흠...
P.212)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못하면 그의 손에 놓인 생명은 대상으로 전락하기 마련이었다. 생명을 목적이 아닌 대상으로 인식하는 인간이 얼마나 비열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는 이미 오래 전에 학습한 바 있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 저지른 짓을 통해서.
P.347) 어쨌거나 삶은 살아있는 자의 것이었다. 죽은 자는 산 자의 밥상 뒤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P.399) 이 개는 당신의 ‘마리‘야. 마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자가 바로 당신이라고. 그게 무슨 뜻인 줄 알아? 책임진다는 거야. 편의에 따라 관계를 파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야.
P.418) 저 생때같은 생명들을 차떼기로 쓸어다가 생매장할 권리를 누가 인간에게 주었더란 말인가.
P.455) 설원의 기찻길에 두고 왔다는 재형의 시계가 다시 생각났다. 어쩌면 그것은 시계가 아니라 시간이었을지도 몰랐다. 꿈꾸는 소년의 시간.
P.669) 그 때 살려고 애쓰는 것 말고 무엇이 가능했겠느냐고. 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본성이었다. 생명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본성. 그가 쉬차를 버리지 않았다면 쉬차가 그를 버렸을 터였다.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일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
P.671) 욕망이 없다면 잃어버릴 것도 없어. 잃을 게 없으면 두려움도 없고. 드림랜드에 있으면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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