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맘들의 고충이 느껴진 스릴러소설 <퍼펙트 마더>

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아.. 퍼펙트 마더가 되기 위한 길은 얼마나 힘든가. 퍼펙트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그냥 다른 엄마들만큼만이라도 아이를 잘 키웠으면 좋겠는데. 다른 엄마들은 쉽게 잘만 키우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이렇게 힘든 것일까.

사회생활도 해봤고 나름 어려운 시기도 많이 겪었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역시 나에게 최대의 과제는 육아였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살아생전 최대의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정신적 소모가 날 더 지치게 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 가면 너무 빨리 크는 것 같아 그게 또 아쉽다. 좀 더 잘해줄걸, 나 때문에 우리 아이의 능력이 최대치로 발휘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매일이 아쉬움과 후회의 연속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 책이 마치 육아서같지만 이 책은 엄연한 스릴러소설이다. 육아를 바탕에 둔 소설이라 그런지 공감 엄청 하면서 읽었는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어딜 가나 엄마들의 고충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월에 아기를 낳는 사람들끼리 모여 온라인으로 '5월맘' 모임을 만들고 그게 더욱 발전하여 오프라인 모임으로까지 이어진다. 모인 엄마들 중에서도 눈에 띄게 예쁜 '위니'는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며 걱정하는 엄마들의 주최로 어느 날 저녁 처음으로 아기를 보모에게 맡기고 외출을 한다. 그런 와중에도 아기 걱정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아기를 지켜볼 수 있는 앱까지 깔았지만 상황은 점점 뒤틀리고 결국 아기가 사라지는 상황까지 일어나게 된다.

함께 모였던 '5월맘' 멤버들인 '프랜시', '콜레트', '넬'은 각자의 방법으로 위니의 아들찾기에 열을 올리는데, 이것이 또 좋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져 그녀들의 사생활과 비밀들이 의도치 않게 주변에 알려지게 되는데..

화끈한 넬이든, 열등감이 깊은 프랜시든, 누가 봐도 부러운 삶을 살지만 되는게 하나 없는 콜레트든 이들은 역시 슈퍼우먼인 것이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얻게된 자식을 위해, 그리고 그렇게 아끼는 자식을 잃은 친구를 위해 맞서 싸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그녀들이 대단해 보였다.

막 넘치는 긴장감은 별로 없지만 놀라운 반전, 적당한 호기심, 툭툭 튀어나오는 흥미로운 그녀들의 일상이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아기는 누가 데려갔을까, 무사히 살아있을까, 그녀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하나하나 밝혀지는 진실들과 조금은 불쌍했던 범인의 사연이 나의 육아 경험과 더불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 <퍼펙트 마더>였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가키야 미우 소설 <후회병동>

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애정하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신간이다. 요새 국내에 엄청 빠른 속도로 연이어 출간 중인데 그만큼 한국에서 긍정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로 시작하여 나오는 신간들은 족족 모두 읽고 있는데 이 작가 가독성 하나는 인정할만 하다. 각 책마다 생각할거리도 다양한데 이번 책에서는 삶과 죽음의 의미, 인생에서의 갈등과 후회 등 이제까지 중 가장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보면 어려울 것 같지만 이 책 또한 술술 넘어가는 건 마찬가지다.

암환자들이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호스피스 병동의 여의사 '루미코'는 공부만 주구장창 해온 아가씨로 말주변이 없어 분위기 파악 못하기로 유명하다. 그런 루미코가 어느 날 병동 화단에서 청진기 하나를 주웠는데 그게 바로 마법 청진기였다. 진료를 하면 그 환자의 마음속 이야기가 들리는 것! 심지어 함께 마음속에서 과거여행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엄청 탐난다..ㅎㅎ

dream, family, marriage, friend 총 4장으로 각각 이루지 못한 꿈, 멀어져버린 가족, 잊지 못할 사랑, 놓쳐버린 우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것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4가지 소재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두루두루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어릴 적 꿈과 사랑, 괜한 이유로 싸워 연락이 끊긴 친구, 너무 익숙해서 무심해져 버린 가족관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정말 후회만이 남을 것 같다. 어느 하나 잘한것 보다는 놓쳐버린 것이 계속 생각나지 않을까. 과거여행을 한 모든 사람들은 차라리 지금 선택이 나았다는 것을 깨닫고 편안하게 갔지만 사실 소설이니 그런 것일 뿐 실제는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내 선택을 후회하기 보단 좋은 쪽으로 계속 생각해야겠지.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받아들인 책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소설,#언니내가남자를죽였어)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지음, 강승희 옮김 / 천문장 / 2019년 3월

나이지리아 젊은 여성 작가의 책이다. 나이지리아 책은 처음 접해본 것 같다. 이 책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영국, 미국의 거대한 출판사에 계약을 따냈단다. 어떻게 그런지는 읽어보면 이해가 간다.

이 작가 일단 필력이 좋다. 챕터가 짧게 나눠져 있어서 읽기가 편하고 가독성도 좋다. 원래 스릴러는 기본적으로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어 인기가 많은 편인데 특히 이 책은 무언가 특유의 개성으로 재미를 더욱 보장하는 것 같다.

동생 '아율라'가 "언니"하고 전화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짜증이 나면서도 결국에는 가서 표백제로 피를 닦고 시체를 처리하는 것은 언니 '코레드'의 몫이다. 결국에 처리한다는 것은 벌써 동생의 살인이 세 번째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뛰어난 미녀 아율라. 세 번째 살인부터는 연쇄살인범이라고 불린다는데 이렇듯 연쇄살인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거의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어릴 적 가정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이 자매 역시 아버지의 여성편력, 잔인한 학대 속에 여과없이 노출된 상태로 자라고 이에 더하여 아율라는 자신의 미모를 적극 활용해 성가신 남자들을 죽여 나간다.

그나마 강인한 성격의 언니 코레드가 정상인 것일까? 그러나 동생의 살인을 묵인하고 매번 시체처리를 돕는다는 것 역시 정상은 아닌 듯 보인다. 능력 있는 간호사인 코레드는 같은 병원의 매력적인 의사 '타데'를 짝사랑하는데 동생이 잠시 병원에 놀러온 것을 계기로 그 의사 역시 동생에게 푹 빠지고 만다. 처음에는 질투, 다음에는 걱정, 그러나 이 의사 역시 그간 남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실망감.. 이 모든 것이 코레드를 옥죄어 온다.

작가의 창작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미모를 내세워 철없이 행동하는 동생이 너무 얄밉더라. 순간만을 살고 언니만 믿고 무서울게 하나 없는 이 무감정 인간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아름다움에만 현혹되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남자들도 문제고 그걸 이용해먹는 세상 속 편한 동생도 문제고 가족이라고 마냥 덮어주고 끌어안고 가려는 언니도, 이 모든 것에 방관만 하는 엄마도 문제다.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기도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챕터를 짧게 끊어놔서 금방 읽힌다. 이 문제적 자매가 어떻게 될지도 너무 궁금하다. 뭔가 더 내용이 있을 것 같은 결말이었지만 어쨌든 재미있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 봅니다 작가님^^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너와 나의 1cm

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1cm 시리즈는 언제나 옳다. 김은주 작가의 1cm 시리즈는 '1cm 첫 번째 이야기', '1cm 플러스', '1cm art' 등 벌써 다섯 번째 책이 나올 정도로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그림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그 예전 1cm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푹 빠져서 그 뒤로 이 시리즈라면 아묻따 구매할 만큼 좋아하는 에세이다. 그림도 내용도, 특히 내용이 불쑥불쑥 한 번씩 생각날 만큼 나의 마음을 톡톡 건드려 준다. 짧은 문장 안에 어쩌면 그렇게 내 속마음을 콕 집어주는 포인트가 있는지! 읽다 보면 '아 맞아~', '헉 그렇지'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에세이를 읽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에 너무 지쳐서, 똑같이 반복되는 삶이 지겨워서, 사랑에 휘둘려서 등등 마음의 힐링을 원해서이다. 그림만 봐도 설레는 그 마음으로 일상에 설렘을 느껴보고파서이다.

놓친 것 안에서만 행복을 찾는다면 영원히 행복을 가질 수 없고, 가진 것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행복은 언제나 우리의 것이 된다는 것. 늘 알고 있으면서도 잘 안 되는 것 중 하나이다. 자꾸만 다른 사람의 행복만 보이고 나에게선 불행만 잘 보인달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내 주변의 행복을 찾아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사랑은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 그 사람은 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사무치게 다가왔다. 나는 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요구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랑을 노력하고,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나. 행복도 바로 그런 맥락으로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봄이 오니 이런 책이 더 반갑다. 특히 1cm는 더 그렇다. 봄바람 맞으며 즐거웠던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고 싶다면, 지금 내 옆의 행복을 새삼 느껴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위밍 레슨

스위밍 레슨
클레어 풀러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3월

영국출신 작가의 두번째 소설이라는 이 책은 굉장히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딸의 엄마인 여자가 12년 전 사라졌다. 남편은 12년이 지난 후 책 곳곳에 숨겨져 있는 아내의 편지를 발견한다.

미스터리라고 해서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있고 뭐 이런 부류는 아니다. 엄마의 실종, 실종의 이유를 편지를 통해 밝혀나가는 잔잔한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다. 굉장히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들이 주를 이루며 초반에는 다소 난해하고 심심했으나 초중반 이후부터는 이 여자의 삶에 푹 빠져들었다.

아내가 사라지고 10여년이 지난 후 남편은 책 속에서 우연히 사라지기 직전 아내가 썼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 남편의 아내 편지 찾기의 긴 여정이 시작되는데, 작가의 삶을 살았던 남자의 수많은 책 속에서 편지를 찾고자 하니 집안에 온통 책길이 만들어지게 된다. 보다 못한 첫째딸이 아빠 몰래 책을 헌책방에 팔자 거기에서 편지를 찾으려 책방에 간 남자가 우연히 아내를 발견하고 따라가는 데에서 내용이 시작된다.

어린 두 딸을 두고 아내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내는 실종된 것인가 아니면 자살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살해된 것인가.

여자가 실종되고 12년 후 현재의 남자와 두 딸의 이야기와 여자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속 부부의 이야기가 교체되면서 진행된다. 사라진 여자 '잉그리드'와 그의 스무살 많은 남편 '길'의 이야기를 읽으며 점점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에 화가 났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 여자의 심정에 너무나 이해가 갔다.

'새벽 4시인데 잠이 오지 않아요'라는 띠지 문구처럼 불면증과 우울증을 오로지 수영으로만 풀어온 '잉그리드'. 그녀의 선택과 외로웠던 삶이 모두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무슨 내용인지 실체를 몰랐을 뿐더러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중반부터는 넘어가는 책장이 아쉬울 정도로 빠져 읽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살짝 통쾌하기도 했다. 독특한 스타일의 소설. 작가의 다음 소설이 나온다면 또 이런 스타일일까? 한 번 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