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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8.8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지난달 월간 <판타스틱> 홈페이지에서는 7월호를 구입하는 독자한테 1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철제케이스(일명, 노란 도시락통!)와 장르도서 1권 또는 <판타스틱> 과월호를 증정하는 '월간 판타스틱 단권 판매 서비스 오픈 기념 이벤트'를 했었는데 이미 7월호를 구입한 뒤에야 이벤트를 알게 되었기에 그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바로 등 뒤에서 놓쳐버린 행사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한편 혹시나하는 마음에 8월을 기다렸는데 아무 소식이 없길래 이번에도 그냥 동네서점에서 구입하려다 신간SF 정보 좀 보려고 온라인 서점을 돌아다니던 중, '알라딘'에서 동일한 내용의 행사를 하고 있기에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바로 신청하고는 추후 일괄배송한다던 사은품을 기다리며 먼저 받은 <판타스틱> 8월호~
8월호의 특집기사는 '여름'과 '휴가'에 걸맞은 '납량특집'과 '2008년 여름을 위한 분야별 신간 올 가이드'가 준비되어 있는데 그중 '납량특집 : 살인, 실화와 픽션'은 담뱃가게 아가씨의 실종과 죽음을 다룬 '메리 로저스 수수께끼', 밀실에서 죽은 백만장자의 정부 이야기 '닷 킹 사건', 은행에서 벌어진 국가기관 사칭 약물 살해사건인 '일본 제국은행 사건', 아이를 죽이는 아이로 최연소 연쇄 살인자로까지 대표된다는 '메리 벨 사건' 등 소설과 영화에 영향을 준 실제 사건들을 통해 허구 역시 현실에서 비롯되었음을, 현실을 바탕으로 해야 진정성이 보여짐을 강조하고 있으며, '2008년 여름을 위한 분야별 신간 올 가이드 : 장르소설 七日夜話'는 바캉스에서도 장르소설을 손에서 놓지 않을 당신이야말로 진정 아름답다며 기꺼이 그 안내자 역할을 자청하고 나서고 있는, 과연 이 땅의 유일무이한 풍류잡지다운 기사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는데 第1夜 한여름밤의 악몽 '일본 미스터리'에서부터 第2夜 스타 스릴러 작가들을 만나다 '미국 프랑스 스릴러', 第3夜 역사와 예술에 숨겨진 비밀 '예술을 읽는 스릴러', 第4夜 슈퍼히어로 코믹스 태평양을 건너다 '만화', 第5夜 한여름 밤 모닥불처럼 타오르는 토종 상상력 '한국 단편선 주목작들', 第6夜 요정의 시대 피범벅 열차 대저택 연쇄 살인 마법사들 그림자 '돌아온 거장들', 그리고 끝으로 第7夜 판타스틱의 친구들이 추천하는 이 한 권의 책 '작가 필진 추천'에 이르는 긴긴 밤을 새하얗게 태우고도 모자랄, 千日夜話보다 긴 七日夜話를 듣고 있노라면 읽고싶고/사고싶고/갖고싶은 도서정보들이 매 페이지마다 대책없이 흐르고/넘쳐나는데(기사 중간중간 삽입돼 틈틈이 눈에 띄는 도서광고들도 크게 한 몫!!!) 기사에 푹 빠져 정신없이 책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방바닥을 홍건히 적시고 있는 책 정보를 다 닦아내려면(침도 좀 섞여 있고...;) 걸레는 말할 것도 없고 두루마리나 크리넥스로도 부족하며 오직 하나, 푸른 빛깔에 세종대왕 얼굴 그려진 종이'들'만이 흠뻑젖은 방바닥을 닦아낼 수 있기에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인냥 텅 빈 지갑일지라도 한 팔 깊숙이 넣어 이리저리 휘저어 보게 만들고는 이내 좌절감에 빠지게 만든다. 아이고, 팔 아퍼라...(그래도 第4夜부터는 수중에 있는 작품이 몇 권 있기에 사흘밤만 잘 견뎌내면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소설은, 오랜만에 외국작가의 작품이 오프닝을 장식하고 있는데 <코난>의 '로버트 E.하워드'마저 밀어낸 영광의 작가는 '가이도 다케루'.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으로 2006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가이도 다케루는 현직 의사로(오홋, 제2의 로빈 쿡?) 후속작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최근작 <제너럴 루주의 개선>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마다 '다구치-시라토리'콤비(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의 외래담당의사 '다구치 고헤이'와 후생노동성 공무원 '시라토리 게이스케')를 주인공으로 한 의학 미스터리소설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번에 실린 <도쿄 23구 내외 살인 사건>은 두 주인공이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다보니 어느새 사건이 해결(?)돼버린다는 내용으로 사건 자체는 싱거운 면이 있지만 생생한 인물묘사만큼은 매력적인지라 전작인 장편들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그리고 로버트 E.하워드의 '세계'는 무려 세개의 작품(?)이 실렸다는 점에서 '납량특집'에 이은 '로버트 E.하워드 특집'이 아닐까 싶을정도인데 38구경 콜드 자동권총을 꺼내 독자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을 때 들렸음직한 <황야에서 부르는 소리>로 독자의 눈과 귀를 장악한 뒤, 희귀서적을 석 달만에 구했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크툴루풍 호러물 <지붕 위에 있던 것>으로는 서늘섬뜩함을, 팽팽해지는 근육과 끓어오르는 혈기왕성함에 "크롬의 이름에 걸고 맹세컨대, 벨리트같은 여인을 만날 수 있다면 그 곳이 자르케바 강일지라도 두려움없이 찾아가리라!" 외치게 되는 <검은 해안의 여왕>으로는 후끈불끈함을 주고 있기에 킴메리아인 코난의 피비린내나는 살육의 현장에서 용케 살아남은 독자들이라면 펄펄끓는 폭염과 뜬눈으로 날밤 지새게 만드는 열대야와의 전장에서도 살아남으리라 보여진다.
국내 작가의 작품으로는 인지도면에서 신인급인 '김종일'과 '류동욱'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김종일의 <추락>은 첫 문단을 읽을 때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 것이 작품을 다 읽은 뒤에는 차라리 머리통이 깨져버렸으면 싶을 정도의 두통과 고통을 주고 있고, 류동욱의 <만화방 남자들>은 살짝 정신줄 놓은 남자의 한마디가 불러 일으킨 여파가 지하 만화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가득 채운 가운데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긴장감이 독자를 질식시킬 듯한 숨막히는 분위기로 몰아가면서 '한여름밤의 악몽'이 한여름밤의 현실이 되는 과정을 다정한(?) 대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랑은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는 떨림 하나 남지 않았어도."로 시작하는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기원전 240년의 그리스로 돌아가 여전히 애절하고 애잔하며 애틋함에 애처롭기까지한 안타까운 남여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언제나처럼 가슴 쥐어짜는 대사 한마디한마디는 사랑에 굶주리고 허기진 독자를 추억에/슬픔에 젖게 만들고 있으며("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겠다는데 안 되는게 어딨니?..."), '유시진'의 <파문>은 세상만물에는 반드시 긍정과 희망의 힘이 있음을 믿었기에 인간적인(바보같은! 경솔한! 낙관적인?...) 판단을 내리게 된 가디언 '이니어드 탄'이 마법사 '이니어드'로서 아마도 고통스러울 삶을 살게 되리라는 것으로 막을 내리고 있고, 늑대인간과 흡혈귀의 '간단한 게임'을 다룬 '곽경신'의 < The Full Moon>이 '미스터리·호러 특별판'의 마무리를 장식하고 있다.
9월호 예고에서는 < SF 매거진>과 <미스터리 매거진>을 출간하며 일본 장르문학의 대명사로 불린다는 '하야카와'출판사의 반세기를 돌아보며 한국 장르문학 시장의 앞날을 예상해보는 한편, '코넬 울 리치'의 단편소설을 '존 마이클 헤이스'가 각색하고 '알프레드 히치콕'이 영화로 만든 1954년작 [이창_Rear Window]을 통해 원작소설이 영화에 끼치는 영향력과 그 한계를 살펴보며 작품의 진정한 주인을 가릴 예정...인줄 알았던 '이창, 히치콕 Vs 코넬 울리치'는 다시보니 그냥 단편소설 <이창>을 실을 예정인듯...^^;
또 다른 소설로는 어느날 자전을 멈춰 마법이 지배하는 밤의 세계와 과학이 지배하는 낮의 세계로 양분된 지구를 배경으로 '섀도 잭'이 활약하는 <앰버 연대기>급 판타지 작품인 '로저 젤라즈니'의 <그림자 잭>이 연재된다는데, 아무개님에 의하면 "이 재미있는 작품을 왜 아직까지 읽지 않고 있었는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앰버 연대기>는 도대체 언제쯤에나 읽을 시간이(마음이?) 나려는지 나도 정말 궁금하다, 궁금해...(엇, 젤라즈니 영감, 또 돌 찾고 있네!...;;)
덧, 사실 8월호는 예고된대로 '미스터리·호러 특별판'으로 구성되었기에 소설과 만화도 그 내용들이 가히 공포스러웠는데 무엇보다 공포스러웠던 것은 SF가 '낸시 크레스'의 <올리트 감옥의 꽃> 단 한 편 밖에 없다는 것! 그나마도 연재되던 작품이었기에 망정이지 여차하면 그나마도 없었을 뻔. 명색이 장르잡지인데 SF가 한 편도 실리지 않는다면 이건 악몽이야! 악몽!(아니, '파본'이라고 해야하나?...;;) 믿었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마저도 함선은 등장하지 않고 기원전 그리스의 '디오티마'와 '아리스타리코스'만 등장했는데 9월호 예고를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SF에 대한 소개는 없기에 불안함은 한층 더 커진다...(8월호는, 정말이지 SF애독자한테는 '공포'스러운 내용투성이...;;;)
문득 SF를 읽기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가 궁금해졌다...("이런, 멍청이같으니! 숨쉬기 좋은 계절, 먹고자고놀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을리가 없잖아! 항상! 수시로! 땡길때마다!!")
덧덧, 한동안 뜸했던 삽화가 다시금 늘어나는 분위기다. 소설에 삽화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잡지스러움'을 보여주는 재미가 덜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좀 밋밋하고 심심했는데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차원에서 적절하게 가미하는 방향이라면 얼마든지 환영!~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라, 이 진정 풍류잡지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겠는가!
덧덧덧,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이 돌아왔다!'라는 타이틀과 함께 '스티븐 킹'의 최신작 <듀마 키_Duma Key>의 출간이 소개돼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장르문학계에서 그 지명도를 따지자면 가히 '킹 중의 킹'이 아닐까싶은 스티븐 킹을 우리나라 최고이자 유일의 장르잡지 <판타스틱>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는게 충격적일만큼 의외다. 올해 안으로(?) <판타스틱>에서 '스티븐 킹' 작품 및 인터뷰를 읽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