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Harvest Breed - 악마의 십자가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조지 프랫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 달 부천에서 열린 장르문학북페어에서 구한 '조지 프랫'의 다크나이트 이야기, <배트맨 : 악마의 십자가>!
처음엔 <배트맨 허쉬>에 관심을 갖고 행사장을 찾았기에 이런(?) 책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배트맨 : 악마의 십자가>를 발견했을 때만해도 "이건 또 뭥미?"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뻔 하였으나, 표지에서 보여지는 강렬한 색감과 기괴스러울 정도로 낯선 배트맨의 모습(귀라기보다는 뿔에 가깝고, 망토라기보다는 꼬리에 가까운 모습이 흡사 악마를 연상시킨다는!)에 호기심이 생겨 바로 집어들고는 몇 장 휘릭! 넘겨봤다가 다시금 휘.리.리.릭~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재차 휘릭~"와하!" 휘릭~"이햐!" 휘릭~"우야하!" 휘릭~"어허헐!" 넘기다보니 이내 빠져들고 말았는데...

어둠의 기사가 활약하는 암울한 세계를 잘 표현하고자 얼핏 지저분해 보일정도로 거칠고 때론 투박하기까지한 그림체 속에서 보여지는 아기자기한 '섬세함'과, 검은 프레임을 바탕으로 붉고 푸른(때론 누르스름한) 색채감을 교묘할정도로 적절하게 사용하는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꼼꼼함'으로 꾹꾹 눌러지고 꽉꽉 채워져 있기에 이걸 감히(?) 만화책이라 불러도 되려나? 싶을정도인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0여 쪽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예술성 충만한 총천연색 칼라 삽화는 그저 단순한 그림이 아닐뿐더러 제법 잘그린 그림정도도 아닌 것이 그림 한 컷 한 컷, 아니 '한 점 한 점'이 모두 작품으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화보집'이기에 본격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이전에 이미 그림체만으로도 거의 '한판'에 가까운 '절반'이상을 따내면서 독자들을 구석으로구석으로구석으로 패대기치며 이제 그만 버티고 지갑을 열어 현금이나 카드를 꺼낼 것을 조용히 압박한다...(대형캔버스에 그려져 화랑의 벽면을 장식해야 할 그림들로만 이루어진 '만화책'이라니, 그것도 슈퍼히어로물이라니...+_+;;)

여기에 덧붙여 그림체 못지않게 내용 또한 크게 한 몫하고 있으니, 성당에 모셔진 '예수'상의 얼굴을 타고 뚝뚝 흘러내리며 성당 바닥을 홍건히 적시고 있는 성스러운(!) 핏물의 정체가 겨우(?) '배트맨'의 상처부위에서 떨어지는 핏자국임을 보여주는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도입장면부터가 이 작품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데, 우리가 일찌기 알고 있던 영화 속 배트맨이 고담 시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당 & 나부랭이 '따위들'과 싸우는 슈퍼히어로로서의 모습을 그려왔다면 <배트맨 : 악마의 십자가>에 등장하는 배트맨은 시민들을 죽이는 악몽에 시달리는가 하면, 6년만에 돌아온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던 끝에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인 거대한 힘 '악마' 그 자체와 맞서게 되는 등(우리가 알고 있는 그 흔한 배트맨의 적들은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다) 낯설고 다소 초현실적인 면을 부각시키면서 기괴하고 기묘하고 기이한 분위기 속에 영웅이 아닌 배트맨의 인간적인 고뇌/고통/고민(그리고 고생까지?)을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호러-스릴러물로 이런 그림체에 딱 어울리는 내용, 그리고 이런 내용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을 그림체의 조화가 섬뜩하리만치 아름답고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다!(스토리와 밑그림, 채색작업 모두 조지 프랫의 1인 제작물인데, 작가는 '화가_painter' 출신으로 그림 외에도 시, 극작, 디자인 등 두루두루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단다. 화가가 만화도 모자라 스토리까지 쓰다니 '북치고장구치고노래하고춤추고' 이거 정말 너무하는 거 아냐? 다 같이 먹고살자고요~~)





덧, 같은 '만화책'이라해도 '그래픽노블'과 '코믹북'에는 카스트 제도 못지않은 신분(가격면에서?)의 차이가 있고, 같은 '그래픽노블'이라해도 모두가 다 같은 수준은 아니며 성골, 진골같은 구분이 실제로는 나누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집인데(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으나 소장용 그래픽노블의 씨는 분명 따로 있다?...), '그래픽노블이 이런 단계에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에 앞으로 일반(?) 만화는 어찌보나?싶은 걱정이 들 정도다...^^;

덧덧, 대사 한 줄 한 줄 꼭꼭 씹으며 일독 후, 그림만 감상하며 다시 한 번 재독하기를 권한다...(뭐 세 번 보고싶으면 네 번 봐도 되고~~)

덧덧덧, (동양을 상징하는?) 누런 톤으로 표현된 '압살롬 부드로'박사의 베트남 일기는 그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섬뜩한 것이 무더위에 잠 못드는 이런 밤에 잘 어울리는 훌륭한 단편!('책 읽는 배트맨'의 모습은 출력해서 붙여놓고 싶을 정도로 멋지다!...)

덧덧덧덧, 사실 '배트맨' 관련 작품 중 꽤나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던 것은 <배트맨 : 악마의 십자가>도, <배트맨 허쉬>도 아닌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였는데, 한참을 기다리고기다리다 지치고지쳐 다른 책들을 구하고나니까 그제서야 출간...ㅠ_ㅜ;;(문득, '밥 케인_Bob Kane'원작의 <배트맨>은 어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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