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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 티베트에서 만난 가르침
현진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현진 스님의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를 읽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현진 스님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담백한 수필 같은 글들의 향연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의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동안 전력투구하는 것처럼 일상을 보내서였을까. 이제껏 꽉 조였던 허리끈을 느슨하게 고쳐 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에게 현진 스님의 마력은 더욱 강력하게 작용했음이 확실하다.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는 현진 스님이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글귀로 채워진 작품이다. 구성은 '하늘에 물들다', '시간의 수레바퀴', '내일과 다음 생 가운데' 라는 세 가지 대표주제로 크게 나뉘고 그 하위에 짧은 분량의 글들을 알토란처럼 담고 있는 편집 형식이다.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이의 얼굴, 시릴 정도로 새파란 하늘, 티베트인들의 여유로운 웃음, 구름 사이에 걸쳐 있는 무지개 등등,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진들은 내게 이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감 그 자체로 작용하였다.
이 작품은 여러 이야기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그리고 이것은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의 장점이 되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한 이야기도 있고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모든 이야기가 새롭고 참신하며 친근하게 다가온다. 짧지만 여운이 깊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깨달음은 더욱 깊어진다.
작품의 제목처럼 삶의 불편함을 처음부터 인정하자는 현진 스님의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삶의 불편함을 인정하면 그 불편은 우리에게 더 이상 불행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는 상대적인 삶은 버리고 오직 나만을 위하는 절대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또한 망설임과 게으름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분 지어야 하며 게으름은 모든 불행의 시작이 된다고 한다. 망설임조차 없는 게으른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낭비하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현진 스님이 나를 꼭 집어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책을 덮고 나는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흐트러진 책상을 열심히 정리했다. 그리고 조그마한 행복감이 생겨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진 스님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 이제껏 누구나 귀가 따갑게 들었던 것들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진 스님만의 담백한 화법으로 인해 깨달음의 이야기는 새롭게 재탄생된다. 아무리 좋은 약도 환자가 먹지 않으면 약의 효능은 발휘되지 않는다. 이제는 삶의 여유와 행복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를 자신만의 것으로 체화시켜야 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나는 이 작업을 잊지 않기 위해 재차 되새기면서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를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