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주
조양희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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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와 열정, 꿈과 희망, 좌절과 아픔 속에서 얽혀 있는

국경을 초월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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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주
조양희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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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주




이 작품은 10여 년 전 '분홍 구두'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따가 다시 독자들에게 얼굴을 내민 작품이다.

단아해보이는 한 여성의 곧은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인 강렬한 붉은 색 표지의 책을 받아들고서

이 여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담담히 책장을 펼쳤다.

꽤 두꺼운 장편소설이었지만 몰입하기 좋았던 가독성과

흡입력있는 스토리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준주는 유학 생활이 버겁고 혹시 불쾌한 일이 닥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려운 일들을 하나씩 헤쳐 나가는 것은 곧 이곳 문화를 알아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단계를 통해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느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뜰 때면 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거듭 타일렀다.

p90

"저것 좀 봐, 조센진...... 자신이 예쁘다고 착각하고 뽐내는 꼴이란.....

못 보겠네. 사생활이 고와야지 화장품 모델을 하지.

조선 여자도 일본 화장품 모델을 하냐고 투고했어야지.

백화점에선 모르겠지. 항의서를 투고해야겠네."

"감히 저런 주제에 어딜 넘보고 있어? 어디 왕가를 넘보나!"

p185

"서로를 바라보는 소중한 시간을 열어 둡시다.

당신은 많은 조선 반도 아기들과 산모들을 구할 훌륭한 의사잖아요.

준주 씨 의지와 실력을 잘 알아요.

의학부 시절 감당하기 어려운 해코지들도 다 이겨 낸 강한 여성이잖소."

"이제 우리 시대에 전쟁은 그만이길. 제발 멈췄으면 좋겠어요."

p320

주인공 <준주>는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 위해 일본 유학을 준비한다.

시대적 배경이 일제 강점기라는 점에서

조선인이 당하게 되는 멸시와 압박,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어려움이 산재해 있는데..

사촌 오빠인 진석과

연인인 도오루.

젊은 청춘들의 숭고하고 얼룩진 삶을

너무나 잘 묘사한 소설이라

읽는 내내 영화화 될 이 책의 미래를 잠시 떠올려보기도 했다.

평범하게 안주할 수 있었던 삶이었으나

이상을 품고 조국을 떠나 유학길에 오르려는

당찬 준주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기도 하면서

현실의 제약에 한없이 밀려나야 했던 모습을 보면서

뼈아픈 실상에 가슴이 타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칠 수 없었던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걸 확신한다.

언제까지나 뭉개진 현실의 벽을 박차고 일어날

이 젊음의 패기로 일어서고 바로 잡아가야 할 마음의 빛을

무겁고 아픈 시간 속에서 참고 기다려야했을

이들의 청춘의 희망을 난 함께 끝까지 응원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절절한 희망과 구원이란 단어를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건 아픈 우리 역사를 대신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청년들의

패기와 열정, 꿈과 희망, 좌절과 아픔 속에서 얽혀 있는

국경을 초월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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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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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이 책은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사용했던 마약의 종류를 설명하고 있으면서

전쟁사에 얽혀 있는 민낯을 노르만 올러가 설명해주고 있다.

전쟁의 참사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한 고통이었다.

그렇다보니 우울과 낙감에 빠진 이들이

마약에 손을 덴 것을 보면

독일이 마약의 나라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을 침착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신생 공화국 독일이 환각에 빠뜨리는

헤로인과 코카인을 퍼뜨리는 글로벌 딜러로 부상하게 되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더욱이 1928년 한 해에만 베를린 약국에서

합법적으로 모르핀과 헤로인을 처방받은 양만 해도 73킬로였다고 한다.

마약 퇴치 정책은 소수 집단에 대한 배제와

말살 수단으로까지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페르비틴>은 사회 전반에 걸쳐

의사, 노동자, 가수, 시험 응시생, 주부들에게

일상에 상당히 가까이 침투해 있었다.

<항상 기쁨을 선사하는 힐데브란트 프랄린!>이란

스윗한 과자가 흥분, 강한 자극과 에너지 증가 등으로

한층 향상된 노동에 대한 시너지를 체감하니 상당히 인기를 끌만 했다.

페르비틴은 독일 민족을 거대한 집단적 도취와 <자기치유>의 선전에 쉽게 빠지게 할 길을 열어 주었다.

이 강력한 물질은 의료 부문에만 국한되기를 원치 않았던 제조업체의 기대처럼

어느 순간 식품으로 둔갑했다.

<독일이여, 깨어나라!> 나치의 이 요구에 부응하여 이제 메스암페타민은

화학적으로 나라를 깨웠다.

사람들은 선전과 약리 물질로 이루어진 이 재앙의 도취 칵테일에 갈수록 의존하게 되었다.

p67

<혹시 히틀러는 우리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을까?

전쟁 판세를 뒤집을만한 기적의 무기를 등 뒤에 숨기고 있을까?>

그러나 그런 게 아니다.

히틀러에게 그렇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자신을 세계 지배자로 느끼게 하고,

흔들림 없는 낙관적 전망에 빠지게 한 것은 주사약으로 인한 고조된 감정이었다.

p212

마약의 의존도가 더 깊어질 수록 주변 사람들도 히틀러와의 만남이 상당히 버거웠다고 한다.

끊임없이 약에 취해 있으며, 독재자와의 대화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으니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한 일이였겠는가.

건강한 조금이라도 문제가 보이는 인사는 단번에 제거되기에

주변인들은 심적 불안을 없애고,

긴장된 상황을 견디기 위해 페르비틴을 더 의존했다고 한다.

나치 국가에서 이같은 마약 남용이 얼마나

광범위하고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점차 늘어나는 투여 횟수와 양, 강도.

자신의 체제를 부수고 균열을 파장을 열게 된

폭발물과도 같은 마약의 중독은

온전한 자신을 찾지 못하게 하는 파괴능력을 가진 괴물과도 같았다.

마약의 나라, 현실 도피와 세계의 고통의 나라였던 독일.

희대의 슈퍼 마약 중독자가 있었고,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가장 강력했던 고통을 안겨주었고

환락에 취해했던 어두운 단면을 살펴보았던 시간 또한 나에겐 굉장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 시간과 그 세계를 힘있는 목소리로 서술해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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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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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지성인들과의 대화 속에 조용히 길을 따라 걷다보니

이 책이 주는 큰 교훈이 인생의 항로를 다시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인생철학자인 6인의 인터뷰를 천천히 곱씹으면서

지식의 축적에 좀 더 연연했던 자세를 좀 더 내려놓고

삶의 여유롭게 탐구하며 생을 살아가는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참으로 특별한 인터뷰집을 만난 것 같아

책장을 덮은 지금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별은 무위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여여如如하다'고 하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

조급하지 않고 평상심으로 사는 것이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요.

가치를 충분히 발휘한 뒤에는 생과 사가 같으니까요.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가는 거니까요.

p55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까?

이 철학적 물음에 천문학자 이시우 선생님은

별과 맞닿아있는 우리가 별이 살아가는 원리를 이해하고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탐욕을 버리고, 남과의 경쟁을 버리는 것.

별과 같이 그 정신을 닮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생과 사를 무겁게 보려며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데

우주의 구성과 원리를 인간의 생애와 포괄적으로 생각해보면

'무위자연'의 철학이라는 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법하다.

몸과 정신이 닿아 있을 별의 세계를 말이다. 아니, 우리의 생애를..

내 마음 속에는 항상 '나는 혼자이고, 태어난 게 우연이고,

죽으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유물적 생각을 갖고 있었죠.

이런 생각이 그나마 기독교를 믿으면서 없어졌어요.

휴머니즘, 즉 사랑이 허무하지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인간에 대한 믿음, 예술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p254

문화평론가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을 몇 번이고 되새겨본다.

지성과 영성을 닮고 싶었던 존경하는 인물로

이 책의 인터뷰는 나에게도 소중한 의미로 기억될 것 같았다.

'생명'이라는 물음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탐구하면서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아름다움과

영원한 생명의 영생을 믿는 기독교의 사상을 두고서

믿음이라는 시선을 이어령 선생님의 말을 통해 다시 꺼내어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삶에서도 예술에서도 생명을 기초로 하는

자연과의 조화된 아름다움을 강조했던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기독교를 경험하게 된 과정 속에서

아픔과 상실 모든 감정을 포용하는 인간애와

영성을 보여준 멋진 모습을 나도 참 많이 닮아가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나오는 말들을 곱씹다가 필사노트에 옮겨 쓰게 만드는 문장들이 많았다.

이처럼 근사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책으로 접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좌초되지 않고 인생의 길에서

배움의 자세를 멈추지 않고

겸손히 살아가고 사랑하며 살아가길 열망하는 마음을 품고

인생의 여정을 담담히 걷고 또 걸어가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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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 욕망의 세계
단요 지음 / 마카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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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다이브>로 주목받은 단요 작가의 신작.

이번엔 돈이라는 욕망을 좇는 스물셋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대해 관심사를 두고 있지 못해

책에 나오는 용어나 표현을 받아들이는데 조금은 어려움이 있었다.

인간의 욕구에 깔려있는 돈에 대한 욕망이라든지

화자의 감정을 텍스트 안에 살린 그대로의 감정은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뻔한 돈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다.

다른 사람을 짓밟고 번 돈을 계속해서 축척해 나가는 인물과

사뭇 대립되는 감정을 보고서

공감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손해 앞에서는 태연할 수 없었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싶으면서도 말이다.

정말 쉽게 털어낼 수 있는 건가..

이건 정말 쉬운 문제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돈에 얽혀 있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 속에

오롯이 순수한 인간애를 발휘하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태연하게 살아가기란 정말 어려운 법이다.

시장의 성질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이상한 위한처럼 다가왔다.

시세가 오르내리는 동안 누군가는 벌고 누군가는 잃는데

거기에 명분을 가져다 붙이는 사람은 없다.

도의야 어떻든간에 벌면 그만인 것이다.

p84

테이블에서 완전히 일어서기 전까지는 어느 무엇도 진짜 돈이 아니라지만,

계좌의 고점을 그대로 이득이라고 믿어 버리는 건 투기꾼들의 불치병이다.

그건 이성의 작용이 아니기 떄문에 합리적인 생각도 소용이 없다.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하는 거지, 하고 넘기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도 나는 잔고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십 초에 한 번씩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펌프를 눌러 자전거 바퀴에 공기를 넣듯이.

p154

요즘 청년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시점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책이라 상당히 매력을 끌 것 같다.

위험을 안고서도 투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

아찔하다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주식으로 대단한 돈 맛을 알아버린 주인공이

수익금을 계속 투자로 돌려 이익을 불려나가려는

끊없는 욕망이 부르는 참사를 보면

이것이 정말 비현실적인 일인가 싶은면서도

너무 현실과 흡사한 듯 보여 마냥 마음 편히 읽진 못했다.

나의 행복이 남에게는 불행을 던져줄 수도,

남의 불행으로 나의 행복을 사기도 하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과 타락한 욕망의 세계를

너무 세심하게 그려놓은 책이라 읽으면서도 많이 감탄했다.

나의 경제 지식이 부족함에도

읽다보니 몰입감에 푹 빠져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과연 난 이 위험 천만한 돈 줄을 붙잡고서

나를 붙들며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끝은 과연 대단히 살벌할텐데

베짱없이 덤벼들 용기없는 나는 조용히 물러설테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빌어야 할지..

단요 작가의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속도감, 몰입감 최고의 이 책을 추천해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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