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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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이 책은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사용했던 마약의 종류를 설명하고 있으면서

전쟁사에 얽혀 있는 민낯을 노르만 올러가 설명해주고 있다.

전쟁의 참사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한 고통이었다.

그렇다보니 우울과 낙감에 빠진 이들이

마약에 손을 덴 것을 보면

독일이 마약의 나라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을 침착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신생 공화국 독일이 환각에 빠뜨리는

헤로인과 코카인을 퍼뜨리는 글로벌 딜러로 부상하게 되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더욱이 1928년 한 해에만 베를린 약국에서

합법적으로 모르핀과 헤로인을 처방받은 양만 해도 73킬로였다고 한다.

마약 퇴치 정책은 소수 집단에 대한 배제와

말살 수단으로까지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페르비틴>은 사회 전반에 걸쳐

의사, 노동자, 가수, 시험 응시생, 주부들에게

일상에 상당히 가까이 침투해 있었다.

<항상 기쁨을 선사하는 힐데브란트 프랄린!>이란

스윗한 과자가 흥분, 강한 자극과 에너지 증가 등으로

한층 향상된 노동에 대한 시너지를 체감하니 상당히 인기를 끌만 했다.

페르비틴은 독일 민족을 거대한 집단적 도취와 <자기치유>의 선전에 쉽게 빠지게 할 길을 열어 주었다.

이 강력한 물질은 의료 부문에만 국한되기를 원치 않았던 제조업체의 기대처럼

어느 순간 식품으로 둔갑했다.

<독일이여, 깨어나라!> 나치의 이 요구에 부응하여 이제 메스암페타민은

화학적으로 나라를 깨웠다.

사람들은 선전과 약리 물질로 이루어진 이 재앙의 도취 칵테일에 갈수록 의존하게 되었다.

p67

<혹시 히틀러는 우리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을까?

전쟁 판세를 뒤집을만한 기적의 무기를 등 뒤에 숨기고 있을까?>

그러나 그런 게 아니다.

히틀러에게 그렇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자신을 세계 지배자로 느끼게 하고,

흔들림 없는 낙관적 전망에 빠지게 한 것은 주사약으로 인한 고조된 감정이었다.

p212

마약의 의존도가 더 깊어질 수록 주변 사람들도 히틀러와의 만남이 상당히 버거웠다고 한다.

끊임없이 약에 취해 있으며, 독재자와의 대화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으니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한 일이였겠는가.

건강한 조금이라도 문제가 보이는 인사는 단번에 제거되기에

주변인들은 심적 불안을 없애고,

긴장된 상황을 견디기 위해 페르비틴을 더 의존했다고 한다.

나치 국가에서 이같은 마약 남용이 얼마나

광범위하고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점차 늘어나는 투여 횟수와 양, 강도.

자신의 체제를 부수고 균열을 파장을 열게 된

폭발물과도 같은 마약의 중독은

온전한 자신을 찾지 못하게 하는 파괴능력을 가진 괴물과도 같았다.

마약의 나라, 현실 도피와 세계의 고통의 나라였던 독일.

희대의 슈퍼 마약 중독자가 있었고,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가장 강력했던 고통을 안겨주었고

환락에 취해했던 어두운 단면을 살펴보았던 시간 또한 나에겐 굉장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 시간과 그 세계를 힘있는 목소리로 서술해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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