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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장난감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상민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4월
평점 :
한림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2016년 단편 "은폐"로
한국추리작가협회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습니다.
2020년 "차가운 숨결"로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을 수상했고,
단편 "잊을 수 없는 죽음", "고개 숙인 진실"은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습니다.
현재 공중보건 의사로 재직 중인 현직 의사가 쓴
병원 미스터리 소설 <위험한 장난감>을 보겠습니다.
부모의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할아버지 집에서 2주를 보내야 하는 소녀는
할아버지 방에서 병원을 축소해놓은 모형을 발견합니다.
마땅한 놀이가 없어 심심한 소녀는 모형을 자세히 보기 위해 의자 위에 올라섰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모형의 층마다 있는 작고 누런 막대기가 시선을 붙잡습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안 보이던 막대기가
4층부터 꼭대기 13층까지 층마다 한두 개씩, 많은 곳은 다섯 개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과자인가 싶어 먹으려고 집어서 입안에 넣었더니 아닙니다.
이제 보니 위쪽에 검은색 점이 두 개 찍혀 있고 가운데에는
기다란 선이 그려진 것이 어설프게 사람의 얼굴을 본뜬 것 같습니다.
괜히 속았다는 기분에 들고 있던 막대를 힘껏 던졌더니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명성대학교 인턴 5개월 차인 석호는 매일 잠과 씨름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 병원에 와서 죽음을 목격했을 때만 해도
목숨이라도 바쳐 살려내야겠다는 열의가 가득했지만
응급실에서 한 달을 지내면서 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난 후론
죽음에 특별한 의미를 전해주지 못합니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코드블루' 방송이 뜨고
석호는 심폐소생술을 교대로 하고 있습니다.
환자는 김창진으로 흉부외과 최병우 교수의 은사였고 그가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심장이 계속 정지 상태입니다.
최병우 교수는 개흉 심장마사지를 시도했고, 잠시 뛰는 것 같았으나 다시 멈춥니다.
그는 심장을 마사지하다 말고 이상한 것을 발견한 듯 심장을 살며시 들어 올렸습니다.
맞은편에 있던 석호의 눈엔 그 장면이 바로 보였고,
환자의 심장 뒤편엔 작은 구멍, 천공이 있습니다.
최병우 교수는 이것을 확인하고 사망진단을 내리고
레지던트와 인턴, 간호사들을 밖으로 보낸 후 자신이 마무리합니다.
아무래도 이상함을 감지한 석호는 이를 내과 펠로우이자
동아리 선배인 재욱에게 이야기했고,
아침까지 멀쩡한 환자의 심장에 천공이 생길 이유를 물어봅니다.
그 환자는 일주일 전 대동맥 스텐트 시술을 했고 구멍이 생긴 위치가
스텐드가 있는 자리라고 재욱은 말합니다.
명성대학교는 아니지만 몇 달 전 고발 프로그램에서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를 수년 동안 사용한 의사들을 취재하고
방송에 내보내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이 환자가 그런 케이스는 아니지만 스텐트 시술에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보호자들에게 알리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과거의 스승의 사인보다 평생 보고 살 동료를 고발할 순 없으니까요.
환자의 코로 엘튜브를 넣으려고 몇 번째 시도하던 석호는 계속된 실패에 초조했고
기침을 하거나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해집니다.
이상함을 느낀 석호가 간호 스테이션에 응급호출을 했고, 환자는 결국 사망합니다.
석호는 수련교육부 오태준 부장과 면담을 하고 2건의 신고가 들어왔다는 말을 듣습니다.
오늘 처음 죽은 환자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천공을 최병우 교수도 봤다고 말했으나 오태준 부장이 확인하니 부인합니다.
이제 모든 잘못은 석호가 책임지게 생겼습니다.
내일 오후 1시에 징계위원회가 열리는데 그때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해야 하는 석호, 그 내용은 <위험한 장난감>에서 확인하세요.
현직 의사가 쓴 메디컬 미스터리 소설 <위험한 장난감>은 그래서인지 더욱 생생합니다.
수술 장면과 인턴과 레지던트, 펠로우의 생활까지
드라마에서 보는 것보다 더 자세히 보여줍니다.
처음 접해본 단어들도 많지만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인턴 1년이 되지 않은 주인공 석호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장면과, 더 이상 살기 힘든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과
제한된 인력의 고충까지 책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더욱 밤이고 낮이고 쉬지 않고 매달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실수를 하고, 괜찮겠지 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사소한 그 하나로 인해 환자의 생명은
위중할 수도 있음을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폐쇄적인 의료계의 현실과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복종과 사회생활까지 잘 해야 하는 의사들의 고충을 보여줍니다.
믿었던 동료와 선배들이 자신의 이익 앞에선 외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이해는 하지만 마음 한 켠이 무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의 생명을 믿고 맡기는 대학병원에서의 추악한 진실이,
표지의 천진난만한 소녀의 장난 같은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