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읽는 남자 ㅡ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그는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싫었다 . 결국 아버지의 결정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 ( 본문 39 쪽에서)

그는 그 마을을 증오했다 . 자기를 속인 아버지를 증오했고 , 무식하고 잔인무도한 형을 증오했다 . 담벼락 뒤로 그를 몰래 훔쳐보는 이웃들을 증오했으며 , 매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축축하게 적시는 비도 증오했다 . 화상을 입은 몸 , 통증을 모르는 이상한 병도 증오했고 , 심지어 막내만 남겨놓고 간 두 여동생도 증오했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증오했다 . 잔인한 성격이나 살인보다 더 수치스럽고 경멸스러운 행동이 있다면 , 그것은 바로 가족을 배신하는 일이었다 . 그는 뜻하지 않게 자기 형을 체포하는 데 일조했다 . ( 본문 51 쪽에서)

매일 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피로로 눈꺼풀이 내려올 때까지 아버지의 불명예를 떠올리며 씁쓸해했다 . ( 본문 221 쪽에서)

슈의 경험은 자에게 끝없이 샘솟는 지식의 원천이었고 , 자는 그 샘물을 마음껏 마셨다 . 자는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 ( 본문 233 쪽에서)


˝이제 자네는 스물두 살이 되었네 . 나무는 항상 자신의 과일에 책임을 져야하지만 , 과일은 나무에게 책임이 없네 . 그렇더라도 나는 자네가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본다면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길 이유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네 . 자네의 총명함과 지혜 , 그리고 몸짓과 예법에서 나는 그걸본다네 .˝ (본문 317 쪽에서)

자는 아버지를 부정하고 비난했던 자신이 미웠다 . 아버지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위해 애썼지만 , 그는 원망과 불신으로 보답했을 뿐이다 . 가족의 진정한 오점은 아버지가 아니라 바로 그였다 . 자의 입에서 고통의 비명이 흘러나왔다 . ( 본문 497 쪽에서)

˝ 우리 법전인 <송형통>에 따라 , 송자는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 타인의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으며 , 자백을 하지 않을 때까지는 선고를 받지 아니한다 .˝ ( 본문 504 쪽에서 )

자는 다정한 눈빛으로 늙은 교수를 쳐다보았다 .
˝ 언젠가 후디에가 말하길 , 펭은 사람이 죽는 방법을 수없이 많이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 아마도 그건 사실일지 모릅니다 . 아마도 죽는 방법은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 하지만 제가 확신하는건 , 사는 방법은 단 하나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 ˝ ( 본문 567 쪽에서)

ㅡ길고 긴 이야기가 끝났다 .

죽는 방법은 수없이 많으나 , 자가 선책한 사는 방법은 살려하면 죽을것이요 , 죽으려고 하면 살것이란 말을 오래오래 생각나게한다 .
1200년대 송나라의 송자가 사는 법 ! 실로 위대한 관철의지의 승리!
멋진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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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6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06 22:16   좋아요 2 | URL
그 오랜 시대를 거슬러 가 이런 이야길 직조해낸 작가 (더구나 스페인의!)가 실로 대단해 보였어요. 소설과 허구를 어찌 비율해야하나 고민한 것들도 멋졌구요! ^^

낭만인생 2016-12-07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리 소설이었군요.... 갑자기 급 땡기네요.

[그장소] 2016-12-07 14:20   좋아요 0 | URL
실재 인물을 그린 소설이란게 더 흥미로웠어요.한번 보셔요~ ^^